욕망갤러리

(g!p,타캐,창부) 안나랑 엘마담

마룬CK 2015.01.08 00:45 조회 3250 추천 8

언젠가 써야지써야지 했다가 썰로 간단히 풂.

여자 상대로 20대를 접대로 다 보낸 서른다섯 엘타는 사업 파트너 메가라랑 같이 텐프로나 룸싸롱 같은데 운영하는 마담임. 가게 이름은 대충 S2라고 할까. 아무튼 형식상 S2 으뜸 마담은 엘사지만 실질적으론 메가라가 이끌고 있었음. 관리도 철저하고 연줄도 많으니까 뭐. 메가라는 엘사도 여자 접대부였던 시절 절친.

사채나 부도로 밑바닥까지 내려간 여자애들이 할 줄 아는 것이 없지만 먹고사는데 필요한 건 물론 돈이지. 모든 근본적인 원인은 돈 때문에 처음 들어오는 여자들 품질 확인하는 건 엘사 담당이었는데 어느 가을날 손잡은 조직 무리들 손에 끌려들어온 어린 여자애를 보게 됐어. 당연히 안나. 엘사는 한눈에 봐도 어릴 거라 짐작했어.

안나를 끌고 온 잡졸한테 더 자세한 얘길 들어보니까 부모님이 벌려놓은 사업이 폭망해 도와준답시고 겁도 없이 지를 담보로 사채 쓴 애야. 이렇게 모자르고 무모한 애들 종종 있긴 했었어. 결과는 다 여기로 들어오게 됐지만.

그런데 웃겼던게 울먹이는 부모님들 눈 앞에서 여기로 끌려오는데 되려 달랜 건 이 딸내민거야. 오는 도중에 울지도 않았고 도망가려 하지도 않았데. 금방 돌아오겠다며 우는 부모를 달랬데. 말만 들어도 존나 웃긴 광경이야.

개그프로 보듯 낄낄거리는 잡졸한테 안나 사정을 들은 엘사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허, 헛웃음 터뜨리며 기가 막혀했지.

잡졸을 내보내자 둘만 남아. 적나라한 형광등 조명 아래 고개 푹 숙이고 우물쭈물 서 있는 안나를 한심한 눈초리로 내립떠봤어. 멍청한 년. 어린 애라 이쪽에 무지한지 몰라도 세상 만사가 지뜻대로 될거라 생각하나. 여기 들어오면 나갈 수 있을거라고? 엘사는 아마 세상 물정 모르는 안나의 무식함에서 나온 발언이라 여겼지. 뭐 다른 애들도 처음 올 땐 이렇게 부질없는 꿈을 꾸는 케이스가 많았으니까.

쭈뼛쭈뼛 새로운 신입 품질 확인하는 방에 들어온 안나는 분위기에 긴장했는지 엘사와 눈도 못 마주치고 잔뜩 굳어있었어. 그런데 웃겼던 건 여기 막 들어왔을 때 같은 여자인 엘사를 보더니 묘하게 안심했던거야. 그 모습에 엘사는 안나를 소리없이 비웃었지. 잠시후엔 어떤 표정일까. 묘한 호기심과 가학심이 일어날 법도 한데 이런 패턴을 5년 동안 쉴 세 없이 해대니 질리기만 해. 어린 시절 구구단을 외우는 기분이랄까. 질려.

좌우간에 시간이 약이란 말이 있듯 나갈 수 있을거란 희망도 며칠만 지나면 체념할 거야. 저 순진한 푸른 눈망울도 곧 침울하게 거뭇해지고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엔 추잡한 떡칠을 하게 되겠지.

매번 같은 흐름에 따분한 엘사는 우선 외모는 합격이라 판결내렸어. 다음 절차는 뻔해. 몸 파는 직종이 될 텐데 품질을 확인하는 방법은 실오라기 하나 없는 전라를 보는 게 제격이야.

“옷 다 벗어.”

그러자 당황한 듯 안나가 놀란 토끼눈으로 끔뻑거리자 엘사가 무표정으로 안나한테 짧게 턱짓했지. 좀 짜증이 묻어나 있었어.

“밖에 조무래기한테 벗겨지고 싶어? 싫으면 지금 당장 니가 스스로 벗어.”

올곧게 맑았던 눈동자가 억울한 듯 그렁그렁 묽어지기 시작해. 저 심정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엘사는 냉정하게 팔짱 끼고 안나 앞에 서 있었어. 한참이 지나도 벗을 기미가 안 보이자 조용히 있던 엘사가 “내가 벗겨줘?” 날 선 목소리로 쏘아붙였지. 불에 데인 듯 황급히 도리질친 안나가 결국 덜덜 떠는 손을 움직여 사락 벗었어. 뭐 같게도 나풀나풀한 원피스라 얼마 걸리지 않았지. 속옷을 끌어내리기까지 많은 기다림이 필요했어. 답답하지만 엘사는 재촉하지 않고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지.

이윽고 완전히 드러난 전라에 엘사가 눈길로 샅샅이 훑어내렸어. 얼굴의 주근깨와 이어진 듯한 어깨와 골반, 허벅지에 자잘자잘하게 있는 것이 더 어려보이게 해. 잘하면 제법 단골손님이 많아질거야. 한편 엘사의 시선 때문에 수치심으로 얼굴이 붉어진 안나가 울먹이는 얼굴로 몸을 움츠렸지. 아무튼 제법 괜찮은 상품성에 엘사는 눈썹을 씰룩거리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끄덕거렸어.

“나이.”

“네?”

처음 듣는 목소리야. 엘사가 예상치 못한 미성에 눈을 크게 뜨고 아주 잠깐 멈칫했어. 이내 평소대로 독사처럼 가늘게 뜬 눈으로 돌아갔지만.

“몇 살이야.”

“열..열여덟이요.”

미친년. 나이를 들은 엘사가 불쾌하게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지. 한창 꽃다운 나이에 사채를 써? 나이 제한 없이 받아준 조직도 보면 애초에 안나를 여기에 보낼 작정이었구나 싶었어. 아무래도 질이 나쁜 사채업자한테 걸린 모양이야. 게다가 이런 애가 제 부모를 달랬다니 참. 이걸로 확신이 됐어. 이 골빈년은 밑바닥 인생에 대한 무지로 부모를 어줍잖게 달랜거야. 그러니까 금방 돌아올거라고 말한 것도, 전부, 다. 한심하기 짝이 없어.

“이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안나 에반스”라 대답해왔어. 대충 가명을 지어줘야 되는데 엘사는 왠지 모르게 형편없는 이름조차 떠올릴 없었지.

+여기까지 겨우 썼는데 졸리다… 이거 꽤 짧을거라 금방 끝낼 수 있을듯. 뒷이야긴 댓글로 풀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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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3
  1. dd 2015.01.08 00:53 삭제

    아….. 안나 고통받네

  2. 'ㅠ' 2015.01.08 01:01 삭제

    팝콘 우걱우걱

  3. 마룬CK 2015.01.08 12:09

    현퀘중이라 짧짧

    쓸데없는 잡념이지만 안나란 이름이 생김새랑 정말 어울린다 생각했어. 밝은 형광등 아래에서 형형히 금빛이 띄는 적금발이 흔한 특징도 아니고 푸른 눈망울도 그래. 결론은 간단해. 엘사는 이곳이랑 안나가 정말 안 어울린다고 느꼈어. 5년 동안 살펴본 상품들 중에 안나 같은 애들이 적은 건 아니지. 처음 온 여자들은 전부 이곳과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지금 이상한 기분은 뭐랄까. 함부로 형언할 수 없었어. 잡졸한테 들은 우스운 사연 때문일지도 몰랐어. 시발, 이곳에 오면 과거가 뭐든 간에 다 소용없는데 왜 들어갔고 맘이 싱숭생숭해 짜증나게.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저것도 S2의 일부가 될 것이 뻔한데. 동정심은 저나 상대에게나 양날검이자 금물이야. 다 소용없거든.

    그래도 열여덟이라, 너무하잖아. 붉은 정수리를 응시하며 엘사가 작은 한숨을 내쉬었어.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 안 한 나이에 이런 시궁창 속에 들어오다니. 그때 저는 학교 잘만 다녔던 나이였단 말이야. 2년 전에 열여섯 나이에 S2로 팔려온 여자애가 있었지만 어떤 남정네가 걔한테 반해갖고 같이 도망갔었어. 그대로 해피엔딩이면 좋았을테지만 사냥개 같은 메가라가 넓은 발로 눈을 넓혀 결국은 잡았어. 안나랑 달리 완전 적발인 여자애가 목소리도 참 예뻐갖고 인기 많은 애라 한번은 디지게 매타작만 하고 봐줬지. 그런데 3주 후에 또 도망갔다 다시 잡혀서 생사는 지금도 몰라. 메가라만 알 거야.

    문득 꺼림칙한 기시감이 엄습했어. 이게 얼마 만에 들어온 10대야. 단골손님이 늘어날 거란 예감은 분명 좋아해야될 쪽인데 엘사는 반비례적으로 감정은 곤두박질쳐졌어. 사실 엘사는 메가라에 비해 애들한테 친절한 편이야. 건강 신경 써주고 종종 진상들한테 시달려 몸에 생채기난 애들 약 발라주고 해줬어. 비록 기점은 상품관리지만 도망간 것들 회귀하게 만들거나 잡혀온 것들 본보기로 인분까지 먹이는 메가라랑 이미지가 다를 수 밖에.

    “네가 어디서 왔든 무얼 하다 왔든 이젠 아무 상관없어.”

    이런 절차는 세뇌시키듯 매번 거치지만 엘사는 이럴 때마다 영 찝찝한 기분이 들었지.

  4. 쉼터지기 2015.01.08 12:38

    ㅠㅠㅠㅠ

  5. ㅇㅇ 2015.01.08 13:49 삭제

    끼엥 안나ㅠㅠ 팝콘냠냠

  6. 마룬CK 2015.01.09 18:20

    타캐, 남캐주의: 발언뿐이지만 암시하는 문장이 있습니다.

    S2에 접대부로 들어오게 된 이상 과거가 찬란했든 시궁창이었든 전혀 중요하지 않아. 발정난 것들을 얼마나 받아낼 수 있냐가 요점이었지. 찾아오는 손님은 대부분 남자였지만 여자도 적지 않았어. 부잣집 사모님이나 딸내미가 동성애자인 집 안이 꽤 적진 않았거든. 엘사는 g!p이란 신체적 특이한 케이스로 접대부였던 20대 때 여자들 사이서 인기가 정말 많았어. 외모 때문에 남자 손님이 몇 번 찾았다만 단골들끼리 입소문도 있고 그래서 금방 끊겼지. 엘사한테만 해당되는 가뭄에 콩 나듯 드문 남자 손님이랑 섹스는 일절 없었어. 여자는 무조건 섹스로 갔지만.

    제 밑에서 앙앙대는 얼굴이랑 목소리도 기억 없는 여자들한테 화풀이 하듯 거칠게 박아대던 엘사는 그때만 자신이 그년들 보다 위에 있다 여겼지만 오래가지 않았어. 무조건 거칠게 하는 건 아니야. 손님들 요구대로 섹스 행위의 강도는 달라졌지. 녹아내릴 듯 부드럽게 하거나 발정난 개처럼 쉴 세 없이 몰아붙이거나. 끝나면 수표로 팁 던져줬지. 바닥에 주울 때마다 제 신세나 잠깐 우위에 있단 정복감은 싸그리 희석되고 맘은 참 공허했어.

    하지만 이건 엘사 경우고 지금 안나는 흔한 여자들 신세야. 남자든 여자든 다 받아야만 해. 뭐 돈만 준다면야 같은 여자끼리 기구로 하든 오럴을 하든 상관 안 하는 곳이니까. 다만 악질적인 성적 취향을 가진 손님이라면 주의를 줘. 상품에 흔적 남는 생채기만 아니면 SM이든 뭐든 다 허용하는 편이야. 이따금 찾아오는 영감들이 손녀뻘인 여자를 찾을 땐 엘사랑 메가라도 미간 찌푸리며 불쾌해했어. 딱히 찾는 애가 없다면 둘이서 누가 그 영감들 받아낼 애들 골라야 됐는데 뽑아주기도 미안한 지경이었지. 메가라는 이제 익숙해진 반면 엘사는 아직이었어.

    어찌됐든 속옷도 없이 전라를 엘사에게 고스란히 드러낸 안나는 제가 벗어놓은 옷가지를 자꾸 힐끔힐끔 쳐다봤어. 얼른 입고 싶은 가봐. 참, 읽기 쉬운 애야. 나도 한때 저렇게 얼굴로 감정에 솔직한 적 있었디. 무감한 표정인 엘사가 짜증 어린 동선으로 눈썹을 꿈틀거렸어.

    안나 시선을 따라 발치에 남루하게 널부러진 원피스를 내려다봤어. 이내 맨 발부터 맨 다리, 은밀한 그곳을 지나 얄팍한 허리께를 지나고 젖비린내가 난무하는 봉긋한 유방과 정점이 서지 않는 옅갈색 유두를 훑어보다 고개를 수그려 얼굴 대신 적금발 꼭지까지 점점이 눈길을 남기며 따라올라갔어. 엘사의 서슬 퍼런 눈은 여자의 몸을 보는 시선이 아니라 정말 상품성을 확인하는 눈빛이야. 주근깨 뿌려진 어깨가 부들부들 떨며 송그렸어. 울고 싶은 심정이겠지.

    천천히 올라간 시선과 달리 엘사의 시야는 다시 발치 맡의 옷가지로 뚝 떨어졌어. 저 옷을 다시 입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이제 여기서 제공해주는 옷만 입어야 될 텐데. 손님들 취향에 따라 갖가지 준비된 옷들로. 듣기만 해도 바람 빠지는 콧웃음이 터지는 같잖은 코스프레도 마다하면 안 돼. 이제 안나한텐 의사 반영은 에너지 낭비일 뿐이야. 싫다 저항하면 손님이 지정한 애가 아닌 이상 억지로라도 입혀내고 발정제라도 먹이고 들여보내야 돼. 일이 끝나면 저항한 벌로써 굶기지. 일부러 카메라가 설치된 방을 맡게 한다든가. 카메라 있는 방은 손님들도 몰라. 알면 난리날 테니까.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는가 보네?”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가 제게 날카로운 시위를 당기자 안나가 눈에 띄게 상박을 움찔 떨었어. 웃겨. 자기가 말해놓고 엘사는 안나와 저를 향해 조소를 지었어. 안나는 아직 열여덟이야. 이런 애가 그런 통찰력이 어디 있어, 모르는 게 당연하지. 이렇게 자신을 질책 아닌 질책을 해. 그것도 그렇지만 겁도 많은가 보네. 이래갖고 성욕에 눈 먼 것들 받아낼 수나 있나. 울든 말든 헐떡일텐데 말이야. 되려 겁 먹고 우는 반응에 더 흥분하는 변태들도 있지. 정복감을 만끽하지 못한 남자들은, 특히.

    엘사가 신발도 벗지 않은 발로 안나의 옷가지들을 한쪽 구석으로 밀어버렸어. 속옷을 비롯한 옷무더기는 걸레처럼 마루 장판을 쓸으며 벽쪽에 놓였지. 어릴 수록 단도진입적인 돌직구가 제격이야. 돌려말하는 것도 질색이니까.

    “너 저거 두 번 다시 못 입으니까 그리 알아.”

    오래만에 어린 애가 들어와서 그런가. 이래저래 잡생각이 팝콘처럼 부풀어지는 모양이야. 엘사는 머리에 덕지덕지 달라붙는 잡념을 떨쳐내듯 고갤 세차게 털었어. 육식동물 앞에 놓인 초식동물마냥 안나는 엘사의 사소한 몸짓에도 흠칫 몸을 떨었지. 조금 전 엘사를 보고 안심한 표정을 짓던 애는 온데간데 없었어. 당연하지만 어찌 씁쓸하기도 해. 이러는 거 한두 번이 아니라 지겹게 겪어왔다만 정말 익숙해지지 않아.

    불행하게도 아직 한 가지 절차가 남았어. 마지막이야. 엘사가 하는 일은 간단해. 옷 다 벗겨놓고 상품성 품질 살펴보고 어느정도 급인지 정하고, 마지막이란 걸 일깨워주듯 이름이나 나이 같은 걸 물어봐주고. 앞으로 그런 걸 물어봐즐 사람은 없으니까. 마지막, 하나는.

    “‘네, 아니오’로 대답해.”

    “……?”

    살짝 고갤 들은 안나가 정수리쪽을 노려보던 엘사와 눈이 직통으로 마주쳤어. 메두사랑 눈이 마주친 것마냥 얼른 눈을 떨궜는데 엘사는 짧은 순간 당면한 무괴어심한 푸른 눈이 잔상처럼 시야에 도사리고 있었지. 눈이 마주치면 그 감정을 읽을 수 있다는데, 지금 안나 심정이 확 와닿는 거야. 오늘따라 왜 이럴까. 엘사가 땅이 꺼져라 푸욱 한숨을 쉬었어. 굳게 팔짱 낀 세기는 미약하게 풀려있었지.

    “처녀야?”

    요즘 애들은 일찍 첫경험 한다니까 확률은 반반이야. 그래도 안나가 아니라고 대답하면 차라리 다행일지도. 그렇지만 직감이 좋은 엘사는 거의 9할 확률로 안나가 처녀라고 확신하고 있었어.

    “…네.”

    역시나. 엘사가 말없이 눈동자를 언저리에다 흘렸어. 정확히는 등 뒤의 문쪽으로 향해있었지. 절차는 절차야. 하지만 좆같이 꺼림칙 해.

  7. ㅇㅇ 2015.01.09 19:00 삭제

    ㅠ등뒤에 뭐가있는데.. 불안불안하다 ㅠㅠ

  8. 마룬CK 2015.01.09 22:39

    강간 언급주의

    소름끼치는 적막감이 속을 더부룩하게 했어. 폭풍 전야처럼 눅눅하고 불길한 정적에 안나가 시선을 힐끔 올려 입을 다문 엘사를 올려다봤지. 시퍼런 눈은 더 이상 안나를 보고 있지 않았어. 옆으로 흘겨진 눈동자가 금방이라도 제게 등 돌릴 기미가 보였는데 덜컥 겁이 나. 그리고 울망거리는 안나의 눈망울은 자꾸만 구석에 처박힌 제 옷가지들을 담아내고 있었어. 분명 엘사가 저거 두 번 다시 못 입는다고 말했지만 지금 발가벗은 몸을 빨리 가리고 싶은 맘이 굴뚝 같아. 완전 타인 앞에서 옷 다 벗고 있는 건 처음인데다 방금 전처럼 탐색하듯 샅샅이 훑는 눈빛이 아직도 몸 군데군데 기어다니는 것 같았거든.

    시꺼먼 정장 입은 아저씨한테 끌려오면서 많은 다짐을 했지만 그래, 무섭지. 도대체 무슨 깡으로 우는 엄마를 달랬는지 스스로도 기이했어. 자꾸 엄마의 마지막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려 더 착잡한 맘이 들었지. 정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막막한데 이곳 주인처럼 보이는 여자-엘사-가 꾸물꾸물 벗은 옷가지들을 발로 치워버리며 두 번 다시 못 입을 거라는 말이, 여기서 두 번 다시 못 나갈 거라고 쐐기 박는 것 같았지. 거의 사실일 거야. 갑작스레 들이닥치는 현실감에 안나는 울고 싶어졌어. 진짜, 여기서 허망하게 살다 죽는건가. 곧 저의 생계유지일이 될 사업이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순진하진 않아.

    남자들만 득실거리는 차 안에서 연행되듯 끌려오다가 어느 건물 지하에 들어가게 되고 푸른 조명으로 바닷속을 연상시키는 룸싸롱 같은 복도를 가로질러 가운데 방에 내던져졌는데 안에 있는 사람은 엘사였어. 안나는 아직 엘사 이름 몰라. 그저 첫인상이 되게 차가워 보이고 나이가 많진 않지만 적어보이진 않았지. 같은 여자라서 묘하게 안심한 건 맞지만 저 사람은 제게 일말의 동정심도 없어보였어. 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까 싶다만 어쨌든.

    한편 처녀라는 안나의 대답을 듣고서 엘사가 잠시 기로에 놓인 듯 뜸을 들이고 있었지. 등 뒤의 문에서 가려진 인기척이 느껴져. 밖에서 엿들었으면 예고나 허락도 없이 발칵 문이 열렸을거야. 그리고 일방적인 정사는 지금쯤 한창 치러지고 있겠지. 볼 때마다 비례적으로 께림칙한 광경이 머지 않았단 말이야. 엘사가 슬며시 안나한테 시선을 돌렸어. 여전히 움츠리고 있는 안나를 보니 망설임의 기로가 미궁으로 확장되서 복잡하게 얽혀버렸어. 결론은 네, 아니오 대답처럼 간단한데 말이야.

    들어오라 해야되나 말아야되나.

    절차의 마지막 관례는 5년이 지나도 엘사는 적응하지 못한 거야. 아니, 익숙해지지 못한 거라고 해야 맞을 것 같아. 눈 앞에서 다른 여자가 강간 당하는 광경이 익숙해질리가 절대 없어. 생각만 해도 미간에 힘이 들어가고 기분은 이끼처럼 착 가라앉아. ‘시발 좆 같다’ 라는 표현이 딱이야. 처녀일수록 상품성이 더 좋을 텐데 왜 메가라가 정한 규칙은 이딴 식인 건지. 그래서 초반에 자살시도 하는 애들이 적지 않았어. 이후로 하룻동안은 손 다리 결박하고 다음날부터 바로 손님 받게 했지. 단순히 욕구 분출하려고 온 것들한테. 단지 돈 때문에.

    “엘사, 아직 멀었어?”

    문 밖에서 굵직한 남자 목소리에 둘 다 소스라치게 놀랐지. 눈이 골프공만해진 엘사는 즉각적으로 몸을 틀어 등뒤의 문을 돌아봤어. 안나가 끔뻑이며 엘사 어깨 너머로 문을 보는데 괴물을 보는 것처럼 지진나듯 눈동자가 요동치고 있었어. 동시에 눈 앞에 있는 여자의 이름이 엘사라는 걸 깨달았지. 이름이 엘사, 구나. 생김새랑 어울린다고 생각해. 이 상황에 중요한 게 아니지만 말이야. 무망중 드는 잡념은 제가 생각해도 어이없었어.

    쿵. 쿵. 엘사가 얼른 문쪽으로 걸어가 문고리의 잠금쇠를 걸어잠궜지. 소리나지 않게 천천히. 혹여나 밖에 있는 조무레기가 문 열고 들어올까봐 심장이 두근두근거렸어. 왜 내가 긴장하고 있지? 의문이 찾아왔지만 이내 쉽게 수긍해. 그런 광경에 대해 진저리나는 알레르기가 있다고 여겼어. 꿈속에서 나온다면 잠에서 깬 순간부터 그날 운수는 다 날아갈 만큼 기분이 존나 더러울거야. 그나마 있던 운들도 말라가겠지.

    “됐어, 돌아가.”

    머리를 거치지 않고 입은 멋데로 움직였어. 등 뒤의 안나가 팔다리로 몸을 최대한 가린 채 주저앉았지. 저런다고 소용없는데. 엘사가 슬쩍 눈짓하며 혀를 찼지만 뭐라하지 않았어.

    “뭐? 내가 필요할 텐데? 니가 하려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거야, 꺼져.”

    거짓말을 했어. 처음은 아닌데 할 때마다 왜 이리 자신이 낯설게만 느껴지는지. 낯설다? 엘사는 군말 없이 구두 신은 남자가 알겠다며 구두소리가 뚜벅뚜벅 페이드아웃 되는 것처럼 점점 멀어지자 두근두근 뛰던 박동질이 생생하게 와닿았어. 이건 낯설다는 느낌이 아니야. 오히려 그 반대일지도. 솔직하게 털어놓은 홀가분함이었어. 이렇게 되면 남자의 몫은 다름 아닌 자신이 해야되는데. 이게 더 맘이 무거워질지도 모르는데.

    정말 둘만 남았어. 엘사는 구두소리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상념에 잠긴 듯 가만히 있었지. 안나는 목상처럼 움직임이 없는 엘사의 뒷모습을 올려다보면서 아직 뭔가 남아있다고 짐작했어. 아까 남자랑 대화한 맥락이 처녀냐 아니냐 물었던 질문과 연관이 있을 듯 했거든.

    “……결국 내가 해야되네.”

    난데없이 귓가로 꽂히는 말에 안나의 속은 철렁 싸하게 가라앉았어. 뭘 해야되는지, 불가항력하게 알 거 같아. 솜털이 쭈뼛 곤두선 안나의 전신근육이 절로 힘이 들어갔어. 벌써? 처음부터? 지금? 혼돈에 빠진 안나의 동공이 불안하게 제자리에 있질 못했어. 아까와 같은 뒷모습으로 전혀 미동 없던 엘사가 작은 한숨과 함께 읊조렸지.

    “벽 보고 엎드려.”

  9. 끼에엑 2015.01.09 23:06 삭제

    ㅠㅠㅠ안나ㅠㅠㅠㅠㅜ

  10. 흥선 2015.01.09 23:27

    끼엥에엥에에에에에에에엥ㅠㅠ
    엘사가 그래도 챙겨주니까 마음이 놓이기는하는데 메가라가 알면 폭풍우가 휩쓸고 지나갈거 같아서 불안불안하다ㅠㅠㅠㅠㅠㅠ

  11. ㅇㅇ 2015.01.09 23:50 삭제

    끼에에에엑 안나ㅠㅠㅠㅠ그래도 엘사가 거짓말해서ㅠㅠㅠㅠ..끊기신공ㅠㅠ여기서 끊으면 어찌함미까ㅠㅠ어이와

  12. ㅇㅇ 2015.01.10 02:27 삭제

    ㅠㅠ끼에에엑 끊기신공 ㅜㅠㅠ

  13. 마룬CK 2015.01.12 01:52

    이건 아주 느긋하게 올릴 예정이라 원기옥 모으길 추천해. 분위기가 많이 어두워서 쓰기 어렵긴하네ㅠ 미안미안. 그래도 끝은 내겠음!

  14. Oliveoil 2015.01.12 17:26

    기다립니다… 천천히 쓰세요

  15. 흥선 2015.01.12 22:57

    천천히 기다릴테니까 느긋~하게 쪄와ㅋㅋㅋㅋ

  16. 마룬CK 2015.01.13 14:18

    싱크홀로 이 자리가 뚝 꺼진 것 같았어. 두 사람한테서 미동조차 없었지. 먹먹한 고막을 짓뭉개는 침묵이 육중하게 침전되자 마음도 무거워졌어. 시간이 멈추면 이런 느낌일까. 하아. 어쩔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좁히며 엘사가 탄식 어린 한숨을 폭 내뱉어.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크게 들려 혼자 움찔했지. 확성기라도 달았나 왜 이리 크기 들리는 거야. 숨소리가 버석거리는 입자로 형상화 될 만큼 진짜 조용해. 아니, 이건 조용한 걸 넘어서서 완전 소리라는 게 이 방 안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 같아. 진공상자 안에 갇힌 것처럼.

    벽 보고 엎드리라 말했는데 그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어. 사실 못하고 있단 표현이 다 맞을 거야. 젠장, 왜 이런 짓을 저질러갔고. 사소한 일이지만 이례적이기도 해. 속사정 들은 탓이야. 뭐하러 들어갖고. 불과 몇분 전을 떠올리며 엘사는 어금니로 입가를 꾹 깨물었어. 그냥 이 자리서 나가갔고 조무레기 다시 들여올까 충동심이 일었지. 그러면 거짓말 했다는 게 드러나.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는 메가라가 알면 아무리 저라도 너그럽게 넘어가지 않을 거야. 잡졸들은 엘사보단 메가라를 서열이 위라고 은연중 여기고 있으니까 입조심 단단히 시켜도 언젠가, 결국엔 메가라 귀에 들어갈거야. 시발. 그럼 방법은 하나 밖에 없어.

    내가 해야 돼.

    그래, 한번에 박아버리고 끝내자. 긴장한 탓인지 미지근했던 페니스가 서서히 발기하는 게 느껴졌어. 거의 반년 넘게 섹스한 적도 없으니 본능적으로 흥분한 것 같아. 이러는 거 싫은데. 속절없는 본질이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휘둘리는 기분이야. 목석처럼 일관적으로 서 있던 엘사가 크게 결심한 듯 심호흡하며 드디어 뒤돌아봤어. 관절마다 삐걱대는 환청이 공명쳤지. 멀지 않은 거리에 바닥 위로 웅크리고 앉은 채 절망적인 눈망울과 직면했어. 벽 보고 엎드리라는 이유를 모르는 눈빛이 아니었어. 모르진 않는구만? 하기사, 요즘 애들은 그런 거에 빨리 눈을 뜨니까. 되려 무지하다면 순진한 게 아니라 등신 같이 멍청한 거지.

    저 나이땐 알 건 다 알 거야. 조금 전 대화도 그렇고 흐름상 넌지시 직감하고 있을테지. 말도 잊어버렸는지 벌려진 입은 헛헛 새된 숨소리만 나와. 아래선 턱이 덜덜 떨고 있었어. 다시 눈길을 올리니 그렁그렁 눈물 맺혀있어. 왠지 냉랭한 맘을 묽어지게 만드는 것 같아. 쉽사리 움직이지 않을 거라 짐작은 했지만 안나는 지레 겁을 먹고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지. 어려운 일도 아니야. 아까 말했듯 처녀막을 뚫기만 하면 돼. 아까 그 남자한테 맡겼으면 뚫는 걸로 끝나진 않았겠지. 금방 끝날 텐데 전초전이 왜 이리도 장황하게 느껴질까.

    “내 말 안 들려?”

    날 선 억양에 안나가 바늘에 찔린 듯 몸을 떨었어. 눈가에 고여있던 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려. “우, 으.” 봇물 터지듯 헐떡이는 울음소리가 들렸어. “제, 제발….” 코앞에 들이닥친 일을 하지 말라고 애원이 애처롭게 들려. 실오라기 하나 없는 전라로 몸을 떨어대니 안나가 이젠 처량하게 보였어. 아까 처음 들어왔을 때 안심하던 얼굴은 어디가고 없어. 이렇게 되기 싫었음 아무리 어려워도 사채를 쓰지 말았어야지. 속마음과 다르게 엘사는 얼음판처럼 냉정하기 그지없는 무표정이었지. 10년 넘게 밑바닥 인생에 찌들면서 터득한 가면이야.

    “두 번 말 안 해.”

    정 안 된다면 억지로 하는 수 밖에. 묵과하고 넘어갈 수 있다지만 규칙은 무시 못해. 만약 저대로 손님 받으면 들통나니까. 그리고 앞으로 그게 먹고 살 일이 될 텐데. 미리 앞당겨 치른다고 생각하면 쉬울 일이야. 당사자에겐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니가 안 움직이면 내가 강제로 할 거야.”

    두뇌를 거치지 않고 멋대로 움직이는 자신의 입이 참 이질적으로 느껴졌어.

  17. 쉼터지기 2015.01.13 14:30

    ㅠㅠㅠㅠ끕

  18. 노ㅗㅇ 2015.01.13 14:45 삭제

    끄읍..ㅜㅠ

  19. Oliveoil 2015.01.13 16:16

    아….. 안나…. 안나야 ㅜㅜㅜㅜㅜ

  20. ㅇㅇ 2015.01.13 16:24 삭제

    ㅠㅠㅠ둘다 개찌통 ㅠㅠ

  21. 흥선 2015.01.13 17:29

    아……ㅠㅠ 안나 이 바보야 그냥 회사 부도내고 파산신청 해버리지 뭐하러 사채에 손을 대가지구 끄흡 ㅠㅠ

  22. ㅇㅇ 2015.01.13 19:40 삭제

    ㅠㅠㅠㅠㅠㅠ안나ㅠㅠㅠㅠ끆ㅠㅠㅠㅠ

  23. 마룬CK 2015.01.14 12:40

    안나가 그 말을 따르기까지 엘사에게 인내의 시간이 꽤나 필요했지. 팔짱 끼고 고압적인 분위기를 자아냈어. 안 그래도 바들바들 떠는 안나를 더 좀먹어갔어. 수직관계가 성립됐지만 어딘가 뒤틀어진 광경이야. 강압적인 위압감과 위협하게 경고한 말과 달리 엘사는 재촉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려줬지. 그래, 심경이 지금 말이 아닐 거야. 어느정도는 기다려줄 수 있으니까. 잠깐 망설이기도 했지. 그냥 저 몸뚱아리 결박하고 그대로 깔아뭉개버릴까. 스스로 구멍 내주는 게 더 비참할지도 모르니까. 고뇌도 잠시 일방적으로 몰아붙이지 않도록 했지. 아, 찝찝해. 엘사가 사뭇 인상을 구겼어. 빨리 끝내버려야지.

    지체된다 하더라도 5분도, 어쩌면 1분도 걸리지 않을 거야. 한 10분 뒤 쯤이면 안나는 진짜 여기 접대부가 될 거야. 지금은 지상과 밑바닥 그 사이에서 준비하고 있는 의식 같은 거였어. 여기에 완전 익숙해진 애들하고 같이 숙식생활을 해야되고, S2에 걸맞게 물들어지겠지. 지금 이런 모습도 잠깐일 뿐이야. 나중엔 익숙해질거야. 가끔 동정인 남자들 직접 이끌어주는 수준까지 오르겠지. 수준이 오른다고? 모순적이고 자조적인 말이야. 그만큼 적응되며 문란해진다는 건데. 여기 왔을 때 아다인 것들 적진 않았어. 다 안나처럼 울고 그랬지. 안나는 좀 나은 편이야. 다른 애들은 남자한테 당했으니까.

    “…….”

    아까 내가 왜 거짓말 했지. 그 잡졸한테 맡길 것을.

    고인물이 넘쳐 흘러나오는 듯한 흐느낌이 아주 미약하게 들렸어. 일순 다른 생각에 잠겨있던 엘사가 퍼뜩 현실로 돌아왔어. 시선은 반사적으로 울음소리의 근원지로 꽂혀. 당연히 안나야. 울컥울컥 솟구치는 울음을 꾸역꾸역 삼키는 안나가 부르르 떨며 무릎을 대고 상체는 두 팔로 지탱한 채 엎드린 상태였지. 젖비린내나는 그곳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어. 흐읍, 끕, 흑. 쿨쩍거리며 콧물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 톡, 톡. 바닥으로 떨궈지는 눈물방울도.

    솜털을 비롯한 본능적인 감각이 쭈뼛 곤두서는 싸한 오한이 발밑에서부터 넋두리 놓은 엘사를 급습했어. 겨우 열여덟 주제에 이런 신세라는 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와. 멍하니 바라보다 뭐에 홀린 사람처럼 다가갔어. 엘사 시야로 들어윤 여린 등과 유려한 허리가 파들파들 떨고 있었어. 무릎과 정강이로 몸을 지탱한 다리는 주체할 수 없이 옅은 지진이 일어 안나가 지금 어떤 심정인지 고스란히 느껴졌지. 반면에 육감적인 욕구는 이 상황에서 참 솔직해. 젠장, 시선이 적나라한 하체에 닿자 한동안 죽어있던 페니스에서 꺼떡대며 맥동쳤어. 음, 이런 느낌이 오면 안 되는데. 인상을 쓴 엘사는 묘하게 침전된 눈으로 의지와 무관하게 마른침을 꼴깍 삼켰어.

    얼어붙은듯 굳어버린 발을 수면 위를 걷듯 겨우 내딛었지. 간편하게 입은 트레이닝 바지춤을 잡는데 조종당하는 느낌이야. 엘사는 숨을 한번 크게 내쉬었지. 이제야 인지하지만 이렇게 어린 애한테 박는 건 처음이야. S2에 안나 나잇대가 들어온 적 있긴 있었지. 그런데 지금 이런 절차는 엘사가 행하지 않았거든. 관음할 뿐이었어.

    열여덟이라. 그땐 나는 세상 물정 모르는 고등학생이었지. S2에 들어오게 된 건 스무살 때야. 안나는 저보다 열일곱이나 어려. 자신이 저 나이때 안나는 고작 옹알이도 못하는 갓태어난 핏덩어리였겠지. 이런 일련적인 것들이 뇌리를 스치자 나이 차이가 새삼스레 실감났어. 또 안나가 얼마나 어린 나이란 것도.

    상투적인 애잔함이 자욱하게 짜르륵 퍼져. 제 신세에 대한 온갖 만감이 교차해. 지금 엘사는 그저 자기 할 일을 하는 것 뿐이야. 그래. 죄짓는 게 아닌데, 왜 이리 모종의 죄책감이 드는지 모르겠어. 안나 인생을 거의 통틀어 세월을 지낸 엘사는 앞으로 여기에 적응할 수 있게끔 이끌거야. 무모하게 사채 쓴 안나는 빚을 못 갚은 죄로 여기에 온 건 당연해. 여기에 오게 된 것도 자신이 아니라 그 시꺼먼 무리들로 인해서야.

    쿵. 엘사가 안나 뒤에서 무릎 대고 앉았어. 안나가 더 떨어. 삼키지 못한 울음소리는 악문 잇새 사이로 터져나오고 붉은 뒷머리 옆으로 조막만한 손이 바닥을 긁듯 주먹을 움켜쥐는 게 보였지.

    “몸에 힘 빼는 게 그나마 편할 거야.”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졌어. 엘사는 바지춤을 무릎 오금까지만 내리고 까만 삼각팬티 위로 툭 불거진 자신의 페니스를 슬쩍 보다가 다시 안나를 봐. 옷벗는 인기척을 들었는지 안나의 몸떨림이 더 심해졌지. “우…흑, 흡.” 여기 처음 와서 안 우는 애들은 없었다만, 엘사는 남의 울음소리 듣는 것에 대해 완연한 면역력은 생기지 않았어. 조금 무뎌지기만 했지 브라운관 보듯 남일인 양 무감하진 않았단 말이야. 이런 엘사한테 메가라는 이따금 이런 곳에 있는 주제에 넌 맘이 많이 무르다고 비웃기도 했었지. 피식 웃었지만 틀린 말도 아니라서 반박도 하지 않았어.

    팬티를 살짝 내리고 튕겨져 나오듯 발기한 페니스가 방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 시발, 어린 애를 상대로 흥분해버렸어. 이러면 안 된다고 자신을 타일러봐도 욕구는 뜀박질뛰는 심장처럼 솔직해. 이성과 본능의 경계선에 선 기분이야.

    처음인 안나는 당연히 젖지 않았어. 위는 눈물샘 터져서 얼굴이 흥건한데 아래는 뻑뻑하기 그지 없어. 풀어줄 배려따위 하진 않아. 뭐 연인 사이도 아닐 뿐더러 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

    그렇게 무성의하게 귀두를 빽빽 마른 질구에 맞추고 덜덜덜 떠는 잘록한 허리를 우악스레 잡아당겨 팍-!, 한번에 박아버렸지.

    누구의 것인지 모를 신음이 동시에 터졌어.

  24. 흥선 2015.01.14 12:44

    하읔

  25. 흥선 2015.01.14 12:48

    안나 어떡해ㅜㅜ 그래도 나름 첫경험에 대한 환상이 있었을텐데…. 두근두근 셀렘은 없고 두려움만 가득한 상태에서 저렇게 당하다니ㅜㅜ

  26. ㄴ노 2015.01.14 13:00 삭제

    여기저기 찌찌통증 ㅠㅜㅜㅠㅜㅜㅠㅜㅜ

  27. 마룬CK 2015.01.14 13:41

    [미리경고문] 남캐극극극그ㅡ그그그그그ㅡ그그극극ㄱ그ㅡㄱㄱ그그ㅡ그그그극ㄱ그극극그극혐주의, 타캐주의: 성관계 했다는 언급이 연발하므로 핵폭탄급 지뢰 조심ㅠㅠㅠㅠㅠㅠ

  28. dd 2015.01.14 15:22 삭제

    시발ㅋㅋㅋㅋㅋㅋㅋ 경고문 렉걸릱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그것보다 안나ㅠㅠㅠㅠㅠㅠ

  29. ㅇㅇ 2015.01.14 17:12 삭제

    허윽 안나ㅠㅠㅠㅠㅠㅠㅠ끼에엥

  30. 마룬CK 2015.01.14 18:07

    경고문들: 남캐, 타캐, 강간// 하이고 힘들다ㅠ

    그 후로 2개월이 지났어. 단풍잎이 물든 가을은 끝나고 마른 낙엽과 앙상한 나뭇가지가 길거리에 흔히 보이는 초겨울이 다가왔지.

    야간 운영만 하는 S2는 역시 오늘도 손님이 많아. 조명은 짙은 코발트블루로 바닷속에 있는 듯한 내부는 고요하면서 묘하게 시끄러웠어. 메가라나 엘사나 둘 다 남의 신음소리 듣는 취미는 없기 때문에 얄팍하게라도 방음을 해놨거든. 돈 받고 배정해준 방에선 지금쯤 남녀나 여자들끼리의 격렬한 숨소리들로 몸을 섞고 있겠지. 오늘은 유난히 젊은 사람들만 왔어.

    마담 전용 휴게실에서 담배나 빠끔빠끔 피워대던 엘사는 무료하게 TV를 보고 있었어. 무감한 파란 눈은 쉴새없이 웃고 떠드는 토크쇼를 지루하게 봐. 하지만 머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다른 생각에 잠겨있었지. 조금 전 안나가 제게 찾아온 손님이랑 끝방에 배정받았거든. 들어간지 10분 정도 지났나.

    S2는 시간제야. 기본적으로 30분. 추가하고 싶으면 돈을 더 내야되고 여자 교체하고 싶으면 또 다시 추가금이 붙어. 다른 데보다 시간도 째째하고 가격이 센 편인데 인기가 많아. 단골손님이 많은 건 물이 좋다고 소문이 자자하기 때문이야. 아무튼 지불한 금액만큼 시간이 다 되면 문 안팎에 카운터기가 달린 디지털 도어락이 풀리면서 문은 자동으로 열려. 그런 규칙 다 제끼고 열 수 있는 마스터 카드키가 있긴 한데 이건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안 쓰는 편이야. 실수로 아픈 애가 손님 받고 있어 급히 빼낼 때도 그래. 또 다른 건, 방음했어도 아예 안 들리는 건 아니야. 주의를 줘도 상품에 완전 흠짓나게 만드는 악질적인 성적 취향 가진 손님 때문에 방음문 너머로 신음이 아니라 단발마의 비명이 들렸거든. 멍은 안 생길 수가 없다만 몸에다 티나게 흉터 남기고 화상 이런 건 안 된단 말이지.

    유명한 사람들도 오고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더니 법조계 사람과 검찰도 왔었어. 조금 전도. 문득 엘사는 안나의 넋나간 표정을 떠올렸어. 지금 받고 있는 손님이 경찰 제복을 반듯하게 차려입은 남자였거든. 힐끗 옆 테이블에 시계를 다시 봤어. 이제 5분 지났네. 그럼 이제 15분 남았겠다.

    2개월이 지난 안나는 S2에서 제법 인기 많아졌어. 나이도 나이지만 시골 얼뜨기 같은 앳띤 모습과 외모도 수준급이니 입소문은 금방 퍼졌지. 아직 성관계에 익숙지 않아 아프다고 도중에 울먹거리는 것에 꼴릿해 하는 작자들도 적지 않았어. 시발, 변태새끼들. 무표정한 얼굴에서 미묘하게 얼굴근육이 굳어진 엘사는 “후우-” 담배 연기를 느루 뱉어냈지. 매쾌한 매연이 휴게실에서 허공으로 흩어졌어.

    어, 안나 가명은 뭐라했다할까. 앤? 앤이라 칩시다. 본명이랑 최대한 비슷하니. 아무튼 안나한테 어울리지도 않는 가명을 엘사가 지어줬고 현재진행형으로 안나 건강이나 몸 상태에 신경 썼지. 손님 받고 나면 어디 성한데 있나 살펴보고 멍든 부위나 자잘한 생채기에다 연고를 직접 발라줬어. 요즘엔 손님 받는 것이 처음보단 익숙해진 것 같았지.안 익숙해질리가. 그래도 아직 알몸을 드러내는 걸 꺼려하고 저를 찾는 손님이 있다 그러면 송아지 같은 눈으로 끔뻑거리며 덜컥 겁 먹는 건 여전하단 말이야. 지금쯤 또 울고 있을련지.

    불현듯 엘사는 2개월 전 안나가 처음 왔을 때를 떠올렸어. 으음. 그때 떠올릴 때마다 신경반사적으로 지끈지끈 두통이 오려그래. 지금도 저를 보면 방어하듯 움츠리는 안나가 눈에 선해. 어제도, 너 찾는 단골 왔으니 준비하라고 통보내린 조금 전에도 경계 어린 눈빛이 엘사를 향해 있었지. 녹빛이 흐르는 푸른 눈망울이 놀란 토끼눈으로 변할 때마다 엘사의 죄책감은 무게를 더해갔어.

    당연하게도 안나 첫경험은 엘사였거든. 그러니까 2개월 전, 안나가 처음 온 날이야. 한번에 뿌리끝까지 박아버리고 바로 끝내려 했었는데 본뜨는 것마냥 페니스를 꽉 조여오는 질 내벽이나 울먹이는 신음 어린 야트막한 비명에 성욕을 증폭시키는 미약이 된 거야. 한번에 밀어넣었을 때 엘사는 저도 모르게 호흡을 날카롭게 삼키며 끙 신음을 내버렸어.

    ‘흐…아-앗! 아, 아-아파요…!’

    폐부에 바람찬 듯 숨을 꺽꺽 토해내며 안나가 필사적으로 기어서 도망가려 했어. 거기서 엘사는 그냥 가만히 있지 못했지. 이미 안나의 처녀막을 죄다 뚫어버려서 그대로 빼면 허무하게 끝났을텐데, 저도 모르게 안나 허리를 움켜잡은 악력을 가증시키고 두 팔로 기어가 도망가려는 안나를 무자비하게 끌어당겨버렸지. 귀두관까지 나왔다가 엘사의 악력으로 인해 안나의 마른 질은 다시 쑥 페니스를 꿰뚫려버렸어. 퍽. 자연스레 추삽질이 됐지. 무망중 엘사는 허리를 뒤로 뺐다가 다시 안나한테 거의 몸을 내던지다시피 밀어붙였거든. 퍽. 공기 담은 손끼리 박수치듯 소리가 나며 둔부와 하복부가 격하게 부딪쳤어.

    ‘-아, …악!’

    처음이라 느끼지 못하는 안나가 생경한 통각에 버둥거리며 헐떡거렸지. 페니스를 터트릴듯 엄청 압박하는 질은 반년간 섹스 안 한 엘사에게 극심한 자극으로 북돋는 거야. 멈춰야 되는데. 조금만 더 해볼까. 이성과 성욕의 줄다리기에서 이미 성욕쪽으로 기울여졌어.

    ‘이, 이러지 마요, 제-, 윽…제, 바아알-, 아파아-우, 흐, 읏, 악…!’

    사실 처녀인 애를 앉는 건 거의 10년 만이야. 언제 맺혔는지 모를 이마의 식은땀에 열기가 오르고 결국엔 이성쪽이 져버리고 본능이 머릿속을 덮어버렸어. 안나랑 섹스를 해버렸지. 접합된 곳에서 강제로 적응된 질이 조금씩 젖어지기 시작하면서 엘사의 격렬한 추삽질은 박차를 더해갔지. 허리를 움켜잡은 손은 어느새 한손에 폭 들어오는 아담한 가슴을 쥐어뜯을 기세로 잡아당겼어. 부드럽고 말캉해서 계속 만지고 싶기도 해. 제게 시달리는 안나 등 위로 자신의 몸을 겹쳤지. 축축한 지면에 말뚝 박듯 허릿짓으로 페니스가 안나를 메다꽂는데 비명은 점차 묽은 신음으로 변해갔지. 들썩거리며 바들바들 떠는 몸을 부러뜨릴 심산으로 꽉 끌어안고 화난 듯 격양된 허릿짓과 가속을 가비한 추삽질에 안나의 팔은 꺾이며 무너졌어. 맥없는 상체에다 뱀이 똬리틀듯 끌어안아 억지로 일으켜 세워 아래서 위로 쳐올렸지. 한손은 계속 가슴을 그러잡고 다른 손은 읍읍 우는 입을 틀어막았어. 쉬지 않는 추삽질에 하나가 된 육체가 하염없이 흔들렸지. 하마터면 목을 틀어 키스를 할 뻔했어. 다행히 사정 직전에 엘사가 정신차리고 얼른 빼내긴 했는데.

    “……시발.”

    젖비린내나는 어린 년한테 발정나버리거니. 스무살 때부터 섹스는 하루 삼시세끼 먹는 것처럼 진절머리나게 해댔는데 고작 반년 안 했다고 터질 줄이야. 본능에 휘둘려 후회하는 짓을 저지르는 건 짜증나고 불쾌하고 아이러니한 일이야. 이와중에 엘사는 페니스에 피가 몰리는 감각에 까득 이를 갈았지. 그래, 솔직히 토로해놓자면 또 하고 싶어. 2개월이 지난 지금도 그때 손과 몸에 닿았던 느낌이 아직 피부 위로 벌레처럼 도사리는 것 같아. 손에 알맞게 들어오는 유방의 말랑함과 함몰됐던 유두가 볼록 튀어나와 손바닥을 간질였던 촉각, 세라믹처럼 매끄러운 살결이나 페니스를 빨아당기듯 꽈악 여무는 질의 압박감이, 매번 떠올라. 겨울이라 체온이 그리운가 싶었어. 다른 애로 솟구치는 욕구를 떼우려 했더니 찝찝하기 만족스럽지 않아. 이왕이면-.

    “뭐하냐, 너?”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엘사가 깜짝 놀란 듯 몸을 펄쩍 뛰었지. 돌아보자 정말 너 뭐하냐는 표정으로 메가라가 담배 필터를 입끄트리에 물고 서 있었어. 생각을 들킨 것므냥 엘사의 심장이 두근두근 골을 어지럽게 울렸지.

    “티, TV보잖아. 뭐하기는.”

    “옆에서 세 번이나 불렀는데 대답도 안 하니까 그렇지. 난데없이 혼자 시발이라 욕을 하질 않나.”

    “재밌어서 그랬어.”

    “보험 광고가?”

    엘사가 제대로 TV를 보자 이제 막 생명보험이 끝났지. 토크쇼는 언제 끝난 거야, 도대체. 요즘 따라 멍 때리는 일이 많은 것 같아.

    “아무튼 걔 지금 끝났어.”

    쫑긋. 주어나 대상이 다 생략된 말이여도 엘사는 무슨 말인지 단박에 알고 소파에서 일어났지. 앉아있는 자리가 뜨끈뜨끈했어.

    “상처난 거 같으니까 연고 좀 들고 가.”

    툭. 메가라가 들고 있던 연고가 든 상자를 소파 위에다 던져놓고 휴게실에서 나갔지. 상처라. 불씨를 끄지 않은 장초를 협탁 재떨이에 올려놓은 엘사는 소파 위에 덩그러니 놓여진 연고들을 내려다보다 주워들었어.

  31. 쉼터지기 2015.01.14 18:15

    큽 ㅠㅠㅠㅠㅠㅜ

  32. 흥선 2015.01.14 18:41

    끄흡 시부랄 개찌통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ㅡ 안나ㅜㅜㅜㅜㅜㅜㅜ

  33. ㅇㅇ 2015.01.14 20:24 삭제

    …개찌통…ㅠㅠ얘네 행복해질순 있는거니 ㅠㅠ

  34. ㅇㅇ 2015.01.14 20:57 삭제

    개찌통 ㅜㅠㅠㅜㅠㅠㅠㅜㅠ 경찰개새끼 잡아 죽여버릴꺼야

  35. 마룬CK 2015.01.14 23:00

    마찬가지로 남캐랑 암시 있으니 그그그그그ㅡ그극ㄱ그극ㄱ극극혐주의…쓰는 나도 암ㅜㅡㅜ

    메가라가 던져준 연고를 챙겨들고 엘사가 검푸른 조명으로 어둑한 복도를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끝방이 덜컥 문짝이 밀리며 누군가 나왔어. 당연스레 걸음이 우쭉 멈춰서고 엘사 시선은 문밖으로 나온 사람을 훑어봤지. 나온 사람은 아까 그 경찰 제복입은 남자야. 들어가기 전 아주 반듯한 차림새는 온데간데 없고 엄청 흐트러져 있었어. 셔츠 단추도 위에 서너 개는 풀려있고 바지 밖으로 셔츠 둥근 밑단이 삐져나와있고, 숨도 고르지 못하게 쉬는 것이 딱 봐도 일을 한창 치르고 나온 차림새야. 엘사의 오른쪽 눈썹이 조용히 까딱였어. 엄연히 민중의 지팡이란 경찰이 이런 곳에 찾아오는게 내심 찔리긴 했나봐. 그 남잔 엘사가 저를 빤히 쳐다보자 뻘쭘했는지 옷매무새를 더듬으며 후다닥 잰걸음으로 지나쳤어. 꼴에 쪽팔리긴 한가보지?

    복도가 그리 좁은 너비는 아닌데 남자랑 스친 그 짧은 순간 퀴퀴한 땀 냄새가 콧속으로 스멀스멀 들어왔지. 뚜벅뚜벅. 정장 구두 신은 남자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자 엘사는 열려있는 끝방으로 조용히 걸어갔지. 검은 운동화 신은 엘사의 발이 푸른 조명을 받은 허연 대리석 타일을 밟았어. 터벅. 터벅. 터벅. 제 발걸음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 남이 걷는 소리인 것처럼 오묘한 이질감이 들었지.

    들어가자 복도의 몽환적인 푸른 조명과 달리 햇볕처럼 산뜻한 백열등으로 훤히 비치는 방 안이 들어왔어. 끝방은 욕조나 별 다른 거 없이 침대만 달랑 있는 방이야. S2에 찾아오는 방문자에게 아주 적합한 방이기도 했지. 정말 일시적이고 반복적인 성교만 하는, 필요한 요소만 있는 방. 엘사는 그 문지방을 넘어서면서 문을 일말의 문틈만 남기고 덜 닫아놨어. 어차피 손님이 이용할 때 빼면 완전히 닫히지도 않으니까.

    “일어나.”

    침대 허연 시트에 몸을 둘둘 말고 뒷머리만 보인 채 고치처럼 웅크려있던 안나가 등뒤로 들려오는 나직한 음성에 움찔하며 느릿한 동작으로 고갤 돌렸어. 역시나. 안나 얼굴을 보자마자 엘사는 한숨 쉬듯 코로 깊게 날숨을 뱉어냈어. 또 울었네. 눈밑이 거뭇한 건 물론이고 눈시위가 붉고 얼굴은 여기저기 마른 눈물자국이 얼룩져 있었어. 첫날에 봤던 젖살은 실종됐어. 금방이라도 죽을 사람처럼 위태롭게 초췌한 얼굴이야. 보약이라도 잴까. 엘사는 아주 잠깐 고민했지.

    2개월이 지나도 이런 생활에 해탈하기는 힘든가봐. 고작 열여덟한테는 너무 버거운 현실이지. 20대 중반쯤 애들은 보통 한달 지나면 대부분 체념하고 그랬는데. 30분 내내 울은 걸까. 아니면 일이 끝나고 몰려오는 현실감에 사무쳐 울었던 건지. 둘 다 일지도. 침대 맡에 걸터앉은 엘사는 어림짐작만 하고 확신성은 세우지 않았어. 여러가지로 복합돼 언어로 함부로 형용할 수 없을 테니까. 쥐고 있던 갖가지 연고들은 제 허벅지 옆에다 내려놓았지.

    조심스레 손을 뻗어 땀인지 눈물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젖어 얼굴에 들러붙은 앞머리를 귀 뒤로 넘겨줬어. 가시에 찔린 것마냥 안나가 흠칫했지만 피하진 않아. 몸과 고개를 튼 채 엘사를 올려다보는 안나가 뻑뻑한 푸른 눈을 깜빡거렸어. 손을 거둔 엘사가 안나에게서 시선을 떼고 살짝 틈을 두고 덜 닫힌 문을 바라봤어. 문 밑으로 푸른 조명보다 까만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지. 심장이 철렁했지만 엘사는 티내지 않았어. 여기서 당황하면 정말 제가 이상하게 보일 테니까.

    “왜 울었어.”

    모순적이야. 이유야 물론이고 안나 심정은 이미 거의 다 헤아리고 있으니까. 그래서 의문사인데 물음표로 끝나지 않았지. 안나는 뒤틀었던 몸을 제자리로 돌리고 한팔로 몸을 지탱하며 부스스 일어났어. 부스럭부스럭 전라와 시트가 마찰하는 소음이 엄청 크게 들려. 요즘 안나는 엘사를 경계하는 반면에 체념이라도 한듯 고분고분한 태도야. 고슴도치처럼 방어하는 태도가 물러졌달까. 첫날보다 한껏 누그러진 억양으로 안나를 대하는 엘사가 한몫했다 할 수 있지. 굶으면 먹이고 약 발라주고 건강 신경 써주고 조금이라도 아픈 기색 보이면 쉬게 해주고, 그랬으니까.

    잠깐 얘기하자면 안나는 초반 한달 간은 식사를 아예 거부했어. 손님 받을 때 빼고는 이불 속에서 울음으로 날을 지세웠자. 메가라나 엘사는 초기엔 뭐 그러려니 넘어갔어. 표준체중보단 아랜데 더 마르면 괜찮을 것 같단 메가라의 생각도 있었지. 하지만 엘사는 영 탐탁지 않았어. 그래도 며칠지나면 살기 위해 먹으려니 생각했지.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안나가 먹을 기미는 보이지 않아. 그래서 한번은 여자 손님 받는 중간에 영양실조로 쓰러진 적 있었어. 엘사가 급히 병원으로 데려갔지. 그 후로 억지로라도 먹였어. S2 상품들 관리는 오롯이 엘사 몫이었으니까. 메가라보단 살갑게 대하기도 해. 아무튼 하도 식사를 거부하길래 엘사가 제 입으로 음식을 씹어서 먹인 적도 있었어. 어떻게보면 키슨데, 존나 우스워. 이딴 거나 생각하고 있는 저나 상황이나.

    첫날보다 삐쩍 마른 안나가 비실비실 일어나자 목 아래까지 꽁꽁 감싼 시트가 조금 헤지면서 마른 쇄골과 둥그스름한 어깨선이 엘사의 시야로 고스란히 드러났어. 휴게실에서 그때를 회상하며 순간 열에 뜬 자신이 창피할 만큼 안나의 몰골은 비참했지. 귓가에 이명처럼 울리던 신음은 입자처럼 흩날려 소멸됐어. 은밀하게 들끓었던 성욕도 사그라져.

    단골손님들이 좋아하던 주근깨 있는 얼굴은 아까 말했듯 눈물로 뒤덮여있고 똑같이 같은 주근깨가 어깨는 붉은 손자국과 시퍼런 멍자국이 난무했어. 물어뜯기라도 했는지 가느다란 목에는 옴폭 패인 검붉은 잇자국들도 보였지. 저건 어젯밤에 엘사가 발견했는데 연고를 발라줘서 그나마 옅어져 있었어. 처음 왔을 때 갓 눈쌓인 깔끔한 길목처럼 순수한 몸은 이제 없어. 게다가 저런 낙인들이 어깨와 목뿐만이 아닐 거야. 물론, 마음은 넝마로 너덜너덜하겠지. 흔히 말하듯 몸의 상처는 나을 수 있다지만, 몸이 아닌 다른 건….

    “…많이 아팠니.”

    제 동생을 대하듯 정말 다정한 목소리야. 다른 애들한테도 너그럽게 대하는 편이다만 이런 호의는 드물었지. 점점 다시 물기가 차오른 안나가 이불 속에서 무릎을 가슴팍에 끌어안고 두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어. 훌쩍훌쩍 우는 소리가 이불에 억눌려서 꽉 막혀서 들려. 엘사가 손을 뻗어 안나 뒷머리를 쓰다듬으려다 1인치 거리를 두고 닿기 직전 조용히 거뒀지.

    자신이 얘를 편애한다는 자각심과 등 뒤의 문 틈으로 여길 들여다보는 시선 때문이었어. 메가라야. 일부러 인기척을 감추지 않은 메가라가 주시하는 건 안나가 아니라 자신이야.

    “그만 질질 짜고 이불 내려.”

    친언니처럼 다정했던 어감이 무색하게 툭 내던지듯 말했어. 아까보다 살짝 밀린 문 틈을 스치듯 눈을 흘긴 엘사는 보란 듯이 안나가 동앗줄처럼 잡은 시트자락을 무정하게 끌어내렸지.

  36. 마룬CK 2015.01.14 23:00

    극발암 엔딩은 아닌데, 최대한 엘산나 해피?하게 노력하겠음. 그래도 엘마담이 신경쓰잖니..? 후아..ㅠ

  37. 쉼터지기 2015.01.14 23:17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찌찌에서 피남..

  38. 흥선 2015.01.14 23:20

    아이고아이고 내찌찌 다 뜯겨서 남는게 없다ㅠㅠ 안나 불쌍해서 어쩌누 엘사가 신경써준다고 써주지만 메가라가 버티고 있고ㅜㅜ 욕숙자들은 사채같은거 쓰지마라ㅠㅠㅠㅜ

  39. ㅇㅇ 2015.01.15 00:25 삭제

    ㅠㅜㅜㅠㅜㅜㅜㅠㅜㅜㅜ찌통찌통.ㅜㅠㅜㅜㅠㅜㅜㅠㅠㅠㅜㅜㅜ얘네 좀 걍 내버려3ㅜㄹ순없음 ㅠㅠㅜㅜㅠㅜㅜㅜㅠㅠㅜㅜㅜㅜ

  40. 끼에엑 2015.01.15 00:39 삭제

    찌찌를 뜯어내고싶다ㅠㅠㅠㅠㅠ

  41. ㅇㅇ 2015.01.15 00:58 삭제

    안나ㅠㅠㅠㅠㅠㅠ끄뷰ㅠㅠㅠㅠㅠㅠㅠ

  42. 마룬CK 2015.01.15 13:25

    진행을 위해 후다닥

    또 다시 일주일이 흘렀어. 날이 갈수록 바깥 공기는 제법 싸해지고 바람결은 냉동고의 한기를 품고 쌔하게 불어왔지. 이제 코트 없이 나가면 감기 걸릴 지경이야. 태양을 달로 삼는 S2지만 엘사는 이따금씩 일반인들처럼 햇살이 비쳐지는 바깥으로 나갔어. 15년 동안 적응된 생체리듬인 터라 조금만 뒤틀리면 그날 하루 거하게 피곤한 날이라 필요한 게 없으면 나가지 않는 편이야. 귀찮기도 하니까. 엘사는 간만에 나온 상가를 지척지척 발을 질질 끌며 걸었어. 휘이이잉. 차디찬 겨울바람이 불어오자 낡아빠져 색이 바래진 검은 코트를 꼼꼼히 여몄지.

    정오 시간대 도심은 밝고 체육 시간의 초등학교 운동장처럼 활기차. 점심 시간이라 상가 이곳저곳마다 직장인들이 득실득실했어. 다들 비슷비슷한 정장을 입고 모여있으니 무슨 개미떼 같았지. 저들 중에 S2 손님이 있을 가능성은 결코 적진 않을거야. 뭐, 무슨 상관이람. 먹튀한 것도 아닌데. 후우. 허연 입김이 담배 연기처럼 퍼져나왔어. 요즘따라 엘사는 한숨이 잦아졌다고 스스로도 느껴.

    지금 나온 엘사가 밖으로 나온 이유는 하루에 필수품처럼 갖고 다니는 연고를 죄다 써서야. 또 각종 약들이나 옷, 생필품들 사러나온 것도 있고. 지금쯤 S2는 쥐 죽은 듯 정말 고요할 시간대야. 해가 떴으니 S2 운영 시간은 끝났고 밤새 손님 상대한 애들은 다들 곯아떨어진 상태야. 새벽 내내 손님맞이하고 배정해주며 한숨도 안 잔 메가라도 지금쯤 쿨쿨 꿈나라겠지.

    본점 바로 아랫층이 애들을 비롯한 마담등 전용 숙소인데 마담을 제외하고 2인 1실이었어. 입구엔 곰만한 장정 1명이 시간대로 교대하면서 보초를 서지. 안나는 현재 공기청전기와 보일러 잘 되고 여름에는 에어컨도 빵빵한 특실을 혼자 쓰는 중이었어. 안나가 들어오고 바로 일을 시작한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엘사가 메가라에게 먼저 제안한 거야. 애가 어려서 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도 많이 힘든 것 같으니 숙소만큼은 최대한 좋은 환경에서 지내게 해주자고 엘사가 제의했어. 겨우 일주일 만에 우대 취급하자 메가라는 엘사를 의아해하면서 꺼려하는 기색이였지.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았어. 일주일만 지났는데 메가라도 안나를 찾는 손님들이 수두룩하니까 특별히 신경 쓰는 것 같았어. 또 시간이 흘러 매출도 10%는 오르니까 안나를 예뻐하기도 했어.

    무엇보다 안나는 사적으로 입을 여는 경우가 가뭄에 콩 나듯 정말 드물었어. 대화를 하는 게 엘사랑 메가라, 그리고 저를 찾는 손님 정도였지. 솔직히 대화도 아니었어. 네, 죄송해요, 싫어요, 아파요, 울먹거리는 대답 뿐이었지. 여기서도 친분이 쌓이긴 쌓이는지 애들끼리 친해지는 경우가 있었어. 과거 메가라와 엘사가 그랬던 것처럼. S2 짬밥인 애들은 은근 안나를 질투하고 있었어. 어떻게 보면 여기저기 널린 면상인데 분명 열여덟이란 나이 때문에 인기가 많은 거라고 여겼지. 또 엘사랑 메가라가 오냐오냐 예뻐하는 게 눈꼴 시렸나봐. 얼척 없어서 터져나오려는 헛웃음도 묵혀버려. 걔네들이야 밑바닥 인생에 절여져 있다만 안나는 아직인데. 저거 다 우스갯소리야. 걔 심정은 어떤지도 모르고 왜 그런 질투를 해. 에스컬레이터를 타듯 발을 옮긴 엘사가 반정신 나간 상태로 약국에서 이것저것 구입했어. 계산은 나중에 뒤꽁무니가 없게 현금으로 했지. 사실 카드로 해도 상관없지만 엘사의 습관이야.

    ‘그게 뭐라고 이런 생각을 하는 거야, 또.’

    서른다섯이나 나이 먹고 제 솔직한 내면을 부정하고 외면할 정도로 어리지 않아. 그런데 헷갈리능 건 단순한 동정심인지 아님 강렬했던 첫만남 때문인지 모르겠어. 물속에 감추어진 유기물처럼 보일듯 말듯 흐릿해.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단 말이야. 정말로 동정심이였다면 혼란스럽진 않을 테니까. 멍자국과 여기저기 자잘한 생채기에 약을 발라줄 때마다 손끝에 닿는 피부에 묘한 느낌이 든다든가. 안나한테만 그래. 다른 애들 다리 사이에다 연고 발라줄 때도 묘하기는커녕 돌석보다 무감하단 말이야. 안나가 손님 상대할 방을 배정해줄 때 가슴이 먹먹하기도 하고, 일이 끝나서 숨죽이고 훌쩍거리는 안나를 보면 달래주고 싶어. 시도는 해보려고 안 한 건 아니야. 그때마다 감시하는 시선이 있었으니 엘사는 잘해주다가도 동전이 뒤집어지는 것마냥 매몰차게 대했지. 이러나 저러나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어.

    찝찝해. 뭐 안 닦은 기분이야. 엘사는 오늘 오랜만에 밖으로 나온데다 생체리듬이 깨졌으니 약국 다음에 백화점에서 속옷 세트들이랑 간편한 옷들, 찢어져도 상관없는 홈웨어들 등등 필요한 만큼만 구입했어. 백화점 1층 홀에 걸린 시계를 보니 오후 2시 반쯤이야. 몸이 수면 위로 부유하는 것처럼 움직일 때마다 감각은 둔하고 머리는 어질어질해. 얼른 돌아가서 자야지. 약국에서 산 연고와 반창고, 종합 감기약, 두통약들은 쇼핑백에 쑤셔넣었어. 한손에 쇼핑백 두어 개를 든 채 5년째 집이자 이제 삶의 터인 S2로 돌아갔지.

    도심 변두리에 위치한 S2 건물까지 걸어서 가자 이제 한 3시쯤 됐을 거야. 오후 9시부터 운영하니까 도착하자마자 잔다해도 최소 6시간은 잘 수 있어. 왠지 피곤한 하루가 될 거 같다는 촉이 들자 엘사는 발을 질질 끌며 나선형 형태로 구성된 지하 계단으로 내려갔지. 그런데, 엘사가 3개째 내려갔을 때 동시에 누가 올라오다 엘사 발걸음 소리를 듣고 곧이어 엘사의 인영을 보자 힉, 새된 숨소리와 함께 우뚝 정지한 거야. 아직 대낮이라 층계단은 볕이 들어온 것마냥 어둑했지만 형광등으로 환했지. 그리 허름한 건물도 아니었으니 시설도 괜찮은 편이였고.

    눈을 동그랗게 뜬 엘사는 제 밑에서 올라오려다 멈춘 안나를 내려다봤어. 이 날씨에 옷도 목 다 늘어난 반팔이다 허벅지 반을 드러내는 반바지만 입고 나오다니. 아직 덜 나은 멍자국이나 손톱 자국들이 팔이 치덕치덕 얼룩져 있어. 미간을 찌푸린 엘사가 시선을 더 내렸지. 시퍼런 핏줄이 훤히 드러나는 맨발.

    “……너 어떻게 나왔어?”

    안나는 도망가려다 엘사한테 딱 걸린 거야.

  43. 쉼터지기 2015.01.15 13:35

    헉;;; 그래서 어떻게 됐죠

  44. 흥선 2015.01.15 13:43

    헐………. 안나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45. 2015.01.15 14:55 삭제

    이제 죽지않을정도로 맞으려나…
    세상에…

  46. 눈눈 2015.01.15 15:03

    엘사가 안나 메가라몰래 빼돌려줬으면 좋겠다

  47. 쉼터지기 2015.01.15 15:35

    몰래 빼돌려서 둘이 같이 살았으면…

  48. 흥선 2015.01.15 16:53

    안나가 처맞는게 차라리 났지… 메가라엘사 둘다 빡돌아서 발정난 개새끼들한테 던져주기라도해봐…시발ㅜㅜㅜ 상상만해도 돌연사

  49. 끼에엑 2015.01.15 17:32 삭제

    헐헐 ㅣㅛㅣㅣㅠㅠㅠㅠㅛ

  50. ㅇㅇ 2015.01.15 18:35 삭제

    헐 헐 안나ㅠㅠㅠㅠㅠㅠㅠ엘사가 어쪄려나ㅠㅠㅠㅠㅠㅠ

  51. 마룬CK 2015.01.15 18:50

    끄흡ㅠ 텍스트로 뒷목 잡을 것 같음..

  52. Oliveoil 2015.01.15 20:48

    안나 ㅜㅠㅠㅠㅜㅜㅠㅠㅜㅜ 메가라가 엘사랑 안나 행복하게 해줬으면 ㅠㅠ

  53. 마룬CK 2015.01.16 00:37

    갱뱅 언급주의, 남캐와 암시주의

    당연하게도 안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어. 딱히 뭔 말을 할 수 있겠어. 도둑질하다 걸린 사람처럼 갈라진 입술이 살짝 벌어진 채 무슨 말을 해야할지 혼돈에 빠져버렸지. 입 안에 금붕어가 날뛰는지 벌려진 입은 빠끔빠끔 더듬었어. 턱이 덜덜 떨고 있어. 눈은 거의 공포에 질려있었어. 엄청 놀랬나봐. 그렇겠지. 어떻게 얻은 도망갈 기회를 거의 성공 직전에 예상치 못한 장벽이 갑작스레 등장했으니 얼마나 간 떨어지겠어. 또 이제 정말 끝이란 생각에 절망스럽고 막막할련지. 도망가려다 딱 엘사에게 적발됐으니. 지금 이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 발뺌할 구석도 없으니까.

    “어, 그…그게.”

    어렵사리 열린 입에선 바들바들 떠는 목소리가 이성을 못 찾고 허공을 허우적거렸어. 어떻게 나왔냐는 말 뒤로 아무 반응 없는 엘사가 더 무서웠나봐. 한기로 인한 추위와 저를 삼켜가는 두려움에 전신이 미약하게 전율하고 옅은 입김이 공기중으로 갈기갈기 찢어졌지. 주먹을 살짝 말아쥔 두 손이 불안한 듯 서로 비비고 손등을 번갈아가며 쓸어. 지저분한 맨발로 드러난 발가락이 바닥을 긁으며 오므려져. 엘사를 올려다보지도 못한 시선은 죄지은 사람처럼 자꾸 밑으로 떨궈졌지. 지금 안나는 마치 독사 앞에 놓인 토끼 같아. 눈 앞에 있는 독사는 독사도 아닐 뿐더러 토끼를 삼킬 식욕도 없는데.

    5년 동안 메가라와 S2를 운영하면서 도망가는 애들은 꽤 많았어. 그때마다 가게는 발칵 뒤집어졌는데 메가라는 이 지역 조직배들 사이서 마당발이라 사실 도주한 것들 다시 잡아들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 정말 도심을 구석구석 샅샅이 뒤져 어떻게든 찾아내. 10명 중 1명 꼴로 도주에 성공한 경우도 있다만 말 그대로 정말 드물었지. 안나를 데려온 조무레기들이나 여기 보초 서는 것들이나 메가라와 친한 조직에서 선뜻 내준 인력이야. 그만큼 S2 매출이익 일부를 내주기도 해. 친분으로 위장한 비즈니스 적인 관계지. 기브 앤 테이크라 하잖아. 상호적인 흐름이니까 5년이 지났어도 별 마찰 없이 지금까지 잘만 유지되고 있지.

    “그게…”

    자꾸만 기어들어가는 안나의 억양만 들어도 공포에 질린 걸 알 수 있었지. 엘사 시야론 붉은기가 흐르는 오렌지색 정수리만 보였어. 왠지 어떤 얼굴일지 눈에 그려져. 창백하게 질린 모골이 송연하겠지.

    “죄, 죄송해요.”

    오래달리기라도 한듯 숨찬 폐부가 할딱거려. 눈에 띄게 어깨가 크게 오르락내리락 반복해. 돌처럼 반응 없는 엘사가 더 무섭게 느껴졌는지도 모르지. 폭풍 전야라는 말이 있잖아. 고요할수록 뒤에 찾아오는 재앙은 비례한다는 거.

    “…….”

    터벅. 층계단에서 작은 발걸음이 조그맣게 공명쳤어. 엘사가 무표정으로 한 걸음 내딛어 계단을 하나 내려갔어. 그 소리에 안나가 괴물의 발소리를 들은 양 몸을 펄쩍 뛰었지. 반사적으로 고갤 들었어. 동요하는 청록색 눈이랑 피곤으로 거뭇해진 새파란 눈이 마주치자 안나가 황급히 고갤 수그려. 우위에 있는 엘사가 다시 계단 하나 더 내려갔어. 터벅. 이번엔 꽤 뚜렷하게 발소리가 건물을 울렸지. 안나의 숨소리가 조금씩 묽어져. 터벅. 엘사와 안나의 거리가 제법 가까워졌지. 2계단만 더 내려가면 안나가 서 있는 계단이야.

    “……죄송해요.”

    도망간 것에 대한 사과인가. 시궁창에 떨궈진 나락에서 벗어나고 싶어 절박한 도주를 하는 건 누구나 당연한데 저렇게 중죄를 지은 사람처럼 죄송하다니. 제게 들이닥칠 벌에 대한 공포를 무마하기 위한 사탕발림일지도 모르지. 아, 몰라 나도. 상념에 잠긴 엘사는 최대한 소리를 죽이고 코로 숨을 쉬었어.

    도망갔다가 잡혀온 애들의 앞날은 뻔해. 딱 한번이란 이유로 봐주는 일은 없어. 두 번 다시 도망갈 생각도 하지 못하게 가학적인 벌이 내려진단 말이야. 발정난 수캐처럼 항상 욕구불만인 것들한테 먹잇감으로 내던지지. 손님이 아니라 조직원들. 2명 이상을 한꺼번에 상대해야 돼. 성적 고문이야. 메가라가 직접 나서서 매타작하는 일은 드물지만 정말 머리가 빡 도는 날은 복날 개 패듯 반죽음으로 만들어놔. 안나처럼 잘 나가는 게 아니면 얼굴 빼고 인정사정없이 발길질을 내리꽂아. 내장 파열되서 응급실에 실려보낸 적도 있었어. 그때마다 엘사는 도를 넘지 않는 이상 묵묵히 방관만 했지. 정말 저와 상관없는 브라운관 속을 들어다보듯 제 3자의 태도로.

    그래서일까. 지금 안나에게 천만다행이기도 해. 지금 마주친 게 엘사가 아니라 메가라였으면 지금 어떻게 됐을지 모를 일이야. 전혀 화나지 않았어. 조금 전 물었듯 어떻게 나왔나 의문이 가장 먼저 떠올랐거든. 분명 덩치 1명이 숙소층에서 보초 서 있을 텐데. 추위와 두려움의 한기로 몸을 떨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안나를 빤히 내려다본 엘사는 흘긋 시선을 안나 어깨 너머의 빈 계단으로 향했어. 신중을 기울여서 인기척을 감지해봤어. 혹여나 안나가 없어진 걸 깨닫고 쫓아오는 이가 있나 조바심이 들었기 때문이야. 덩치나 메가라가 지금 광경을 보면 안 돼. 다행히 누구도 없는 것 같아.

    “죄송할 거 없어.”

    다른 사람 눈에 보이기 전에 얼른 돌아가야 돼. 안나의 도주 시도는 아예 없었던 일로 해야된단 말이야. 괜히 제가 긴장돼 심장 박동질은 불안정해 져. 만약 메가라가 안나를 우락부락한 늙다리들한테 내던지면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어. 여러 남자들한테 둘러싸인 채, 그런다면-.

    “…….”

    감정 표현이 드물었던 얼굴에 작은 이변이 일어났어. 쩌저적. 어딘가 얼음이 갈라지는 파열음이 들리는 것 같라. 머리를, 손을, 발을, 빨리 움직여 조치를 치러야 돼. 맘이 급박해진 엘사가 아까 느릿하게 내려왔던 보폭과 달리 빠르게 내려와 안나 팔목을 빈 손으로 살짝 잡고 이끌어 계단을 다시 내려갔어. 맨발이 신경 쓰이지만 안아들 힘도 없어. 비틀거리는 안나에게 맞춰 내려가면서 엘사는 지하가 아직 아무 상황도 모르길 바랬어. 한줌 잡혀오는 팔목이 지나치게 가느다란 걸 손피부에 닿는 얇은 살가죽으로 덮여진 뼈대를 인식하며 천천히 내려가면서 엘사는 다시 켜켜이 묵힌 상념이 어지럽게 휘몰아쳐 머릿속은 시끄러웠지.

    “얼른 들어가자.”

    만약 엘사가 조금만 늦게 왔더라도 안나는 탈출에 성공했을거야. 그랬다면 정말 잘 된 일이지도 모르지. 그런데 과연 안나가 다시 안 붙잡힐 가능성이 있을까. 특히나 잘 나가는 상품성으로 메가라는 이 잡듯 도심을 빈틈없이 털 거야. 거기다 안나는 도망갈 선택지가 너무 뻔해. 저를 찾는 단골손님 중에 경찰이 있으니까 경찰서 갈 생각은 일절 안 하겠지. 길거리를 떠돌며 은신하겠지만 밖에 있으면 안 잡힐 수가 없어. 손님 중에 의사도 있으니 병원쪽으로도 가지 않을 거야. 그럼 안전한 곳이라곤 집 밖에 없어. 쟤 부모는 지금 대체 뭐하고 있을지. 이미 뜨지 않았을까 싶은데.

    “도망갈 거면 해외로 떠나.”

    저를 향한 안나의 시선을 오롯이 느끼면서 엘사가 혼잣말하듯 중얼거렸어.

    “아주 먼 곳으로.”

    두 번 다시 찾을 수 없게.

  54. ㅇㅇ 2015.01.16 00:43 삭제

    ㅠㅠㅠ개찌통이다 ㅠㅠㅠ 도망쳐도 분명 다시 잡힌다는게 ㅠㅠ 제발 아무일없이 넘어가길 ㅠㅠ

  55. ㅇㅇ 2015.01.16 00:55 삭제

    저러다 엘사가 매타작 당하는거 아닐까 걱정된다………..

  56. 끼에엑 2015.01.16 01:13 삭제

    아..어떡하냐 햏복해질수가엄서ㅠㅠ

  57. ㅇㅇ 2015.01.16 01:21 삭제

    헐 엘사ㅠㅠㅠㅠㅠ근데 안나 다시 잡히면 어쪄ㅠㅠㅠㅠ

  58. 마룬CK 2015.01.16 18:56

    숙소 전용 지하 4층 로비로 내려가자마자 엘사는 안나가 어떻게 감시망과 장벽을 빠져나왔는지 단박에 깨달았어. 술 먹고 보초를 섰나, 출입문은 활짝 열어놓은 채 테이블에 고개 처박고 자는 크리스토프가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며 자고 있었거든. 골을 울리는 코골이가 신경을 박 박 긁어대. 쉴 새 없이 우레 소리마냥 로비를 울려대서 소란스러움을 한꺼풀 죽여주고 있었어. 듣는 사람이 다 짜증나는 코골이로 안나가 제 방 문을 열고 나가는 소음을 완전히 덮어버렸겠지. 메가라는 대체 뭐하는지. 엘사는 힐끗 출입문 바로 옆에 굳게 잠긴 문으로 시선을 던졌어. 정말 피곤했나? 보통 짜증나서 크리스토프 말고 다른 덩치로 교체했을텐데. 잠귀가 예민한데 말이야. 안나는 운이 좋았단 걸까. 그나마.

    하여튼 안나는 로비 전체에 쩌렁쩌렁 울리는 코골이에 기회를 노렸을 거야. 나오면서 테이블 위로 양주병을 보고 크리스토프 상태를 짐작했겠지. 뻔한 시놉시스가 대충 그려졌어. 나름 확신있게 추측한 엘사는 힐끗 크리스토프가 널브러진 테이블을 다시 살펴봤어. 크리스토프 머리맡에 양주병을 자세히 보니 거의 다 비웠어. 등신새끼. 저 독한 걸 혼자 처마셨으니 곯아떨어지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 달팽이관을 득득득득 할퀴는 코골이와 하마터면 안나가 처할 앞날을 공상해 심기 불편한 엘사가 까만 눈썹을 불꽃 일렁이는 것마냥 씰룩거렸지. 이따가 저 새끼 뒤통수 후려치면서 깨워야겠다 결심했어.

    다행히 엘사를 제외하고 그 누구도 안나의 도주 시도를 알아차린 사람은 없는 것 같아. 한손으로 감싼 팔목을 잡아당겼어. 조명을 최소한으로 줄여놔 지하 4층은 이연해서 사람의 형체는 꺼먼 그림자로만 보였어. 사물도 오로지 윤곽만으로만 구별해내야 돼. 시력이 어둠에 적응되면 분별하는데 어렵지 않았어.

    “빨리 방으로 들어가.”

    아주 고요한 분위기에 안심한 엘사는 크리스토프의 코골이 소리에 맞춰 발을 움직이면서 안나를 앞으로 밀어냈지. 안나의 방이자 특실은 이름과 다르게 가장 구석에 있어. 사각형 위치로 말하자면 아예 꼭지점쪽에. 살짝 밀었는데도 겨울의 나뭇가지처럼 앙상한 몸뚱아리가 강풍에 흔들리듯 비틀거리며 떠밀렸어. 여태껏 내려오면서 아무 말도 못한 안나는 묵과하는 엘사의 태도가 얼떨떨해 받아들이기 아직 힘들었나봐. “어, 어…” 얼빠진 탄성이 아주 작달만하게 나왔지.

    “빨리.”

    턱짓으로 얼른 방으로 들어가라 종용한 뒤 엘사가 몸을 돌리고 걸어가 출입문을 닫았어. 잠그려다 그 소리에 크리스토프가 깰까봐 그만뒀지. 지금 저게 일어나면 안나가 왜 나와있는지 설명할 거리가 없으니까. 아, 화장실 나왔다고 할까? 하지만 구색해낸 무난한 변명도 소용없어졌어. 씨알고 안 먹힐 거야. 특실은 전용 화장실까지 따로 겸비돼 있으니.

    여유 부릴 틈이 없어. 한시 빨리 제자리로 돌려놔야돼. 근데 왜 쟤는 뜸을 들일까. 각오했던 매질이 없어 어리둥절한건가. 보다못한 엘사가 다시 안나를 잡아 이끌고 특실로 향했어. 한줌 잡히는 상완이 소름끼치게 얇아. 식사량을 더 늘려야겠다 무망중 떠올리며 제일 안 구석 특실 문을 살짝 열고 좁은 틈에 비리비리한 몸뚱이를 밀쳐넣었지. 중심 잡지 못한 몸이 낭창거리는 걸 무시하고 문을 닫아버렸어.

    여기서부턴 진행을 위해 간략하게.

    안나가 도망칠 시도를 했다는 걸 아예 없던 일로 무마한 엘사는 저 이후로 방금 온 것처럼 크리스토프 뒤통수 손바닥으로 스매싱. 이름 길다. 병풍이라 칭함. 병풍은 헐레벌떡 일어나지만 아직 술기운이 머릿속을 맴돌아 휘청거리며 꼴사납게 넘어지고 그럼. 병풍의 실수로 도망간 애 나오면 병풍도 처맞거나 그러니까. 물론 금방 전 일을 알릴 생각이 없는 엘사는 이미 다 확인했으니 걱정 말라 그럼. 아, 다행이다 라며 안도한 병풍은 쿨쿨 다시 꿈나라로 가버렸지. 한심한놈. 혀를 쯧쯧 차며 엘사는 고개 처박고 골아떨어진 병풍을 뒤로 하고 제 방으로 돌아감.

    “그년 나갔냐?”

    그런데 방에 돌아가자마자 지 방에 있을 줄 알았던 메가라가 담배 빠끔빠끔 피워대며 서 있었었지. 솜털이 쭈뼛 곤두서며 소스라치게 놀란 엘사는 애써 표정을 관리하지만 얼굴이 굳어버린 건 어쩔 수 없었어.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지.

    그년 나갔냐니. 분명 안나일 거야. 모른 척 해야 됐어. 들키면 저는 그렇다치는데 안나는 어떻게 될지 몰라. 엘사는 평탄한 척 들고 있던 쇼핑백들을 방 구석에다 내려놓았지.

    “뜬금없이 뭔 소리야.”

    알았나? 알면서 가만히 있었던 건가? 당황한 모습 보이면 안 돼. 엘사는 스스로 다짐했어. 심장은 엇박자로 난동부렸지. 골이 울려.

    “니 깔 나갔냐고.”

    메가라가 새끼손가락만 펴놓은 채 까딱이며 엘사한테 들이밀었어. 이제 가면이 깨진 엘사를 비웃으며 메가라는 입꼬리를 살벌하게 올렸지.

    “너 요즘 위태위태한 거 알지?”

  59. 쉼터지기 2015.01.16 19:03

    함정?;

  60. ㅇㅇ 2015.01.16 19:11 삭제

    으..메가라 소오름 덫이였나보네 위태위태하데ㅠㅠ ㅂㄷㅂㄷ..제발 무사히 넘어가라 ㅠㅠㅠ

  61. 끼에엑 2015.01.16 19:47 삭제

    무섭다…

  62. ㅇㅇ 2015.01.16 22:00 삭제

    헐ㄷㄷㄷ안돼ㅠㅠㅠㅠ

  63. 마룬CK 2015.01.16 23:23

    쩝, 왜 안나가 안 나와…

    근 한달하고 일주일 동안 엘사는 메가라에게서 무언의 경고를 계속 받고 있었어. 아무리 친구더라도 지킬 건 지켜야지. 이건 놀음이 아니라 엄연히 생계를 위한 사업이니까. 새끼손가락 까딱이며 깔이라고 칭하는 행동도 다 그간 행동에 대한 비꼬는 거겠지. 엘사는 어쭙잖게 어물쩡 넘어가려 하지 않았어. 더 이상 피할 구석도 없고 메가라가 대놓고 떠보는 거면 확실히 해놔야 돼. 아니, 어폐가 있지. 허물 속의 본알갱이를 들켜선 안 돼. 지금이 마지막 경고인지 아닌지 가늠 안 잡히니까.

    침대와 협탁, 문짝만한 옷장만 있는 간소한 방에 싸늘한 정적이 흘렀어. 싸구려 형광등으로 지나치게 밝은 방 안에선 겨울의 기류가 남실거렸지. 공기마저 얼어붙은 것 같아. 뒷목이 뻐근해. 긴장감으로 안절부절 요동치는 고동소리가 고막을 정신없이 난타했지. 탐색전을 벌이듯 메가라와 엘사는 서로 마주본 채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어. 영겁처럼 기나긴 1분이 흐른 후 엘사가 겨우 말문을 트였지.

    “지금 방에 있어.”

    “그래?”

    억양은 의외라는 듯 끝이 올라가 있었지만 메가라의 표정엔 변화가 없어. 다 예상한 결과라 그런가. 도대체 어디까지 보고 있는 건지.

    “걔, 내 깔이라고 하지 마. 그런 거 아니야.”

    후우. 메가라가 대답 대신 길게 뱉어낸 담배 연기가 엘사 면전에 파도처럼 훅 끼쳐졌어. 익숙하지만 코를 찌르는 냄새야. 미간이 주름 깊게 패이며 엘사가 손을 휘저어 매연 구름을 찢어냈지. 아무래도 경고하는 건 아닌 것 같아. 조용한 전초전을 치러봤자 엘사에게 좋은 점은 하나도 없었어.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모든 고전은 고스란히 안나 몫이 될 거야. 막아야 돼. 그리고 다음부턴 조심해야되겠다 생각했지.

    “글쎄.” 픽, 바람 빠지는 비소. 오롯이 엘사를 향해 있었어. “애들 사이에선 이미 니 깔이라고 확신하던데?”

    신랄한 어조에 엘사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꼴깍 삼켰어. 왜지. 메가라가 머릿속을 꿰뚫어보는 것 같아. 입은 코트가 무거워. 젖은 솜덩어리 속에 몸이 함몰된 것처럼 무척 답답하게 느껴졌어. 아니야.

    “시발, 누가 그러는데.”

    엘사의 푸른 안광이 첨예하게 번뜩였지. 메가라가 하, 기가 막혀하는 헛웃음을 터트렸어. 인상 팍 쓰는 엘사를 노려보다 담배 한 모금 깊게 빨아들였지. 담배 끝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매연 줄기가 공기 중으로 분해되면서 방 안에 조금씩 회색 안개로 떠돌아다녔어.

    “왜 그런 눈으로 날 그렇게 봐? 나 같아? 너가 그년 대하는 태도 보고 기집애들끼리 지껄인거겠지.”

    “…….”

    이쯤이면 엘사도 서서히 자각하지 않을까. 아니, 이미 스스로 어림짐작만 하고 있지. 자신의 감정의 모종이 뭔지도 모를 만큼 어리지 않아. 인정하기 싫을 뿐이야. 단지 반년만에 섹스한 애가 안나라서 다른 애들한테 하는 행동들을 혼자 다른 기분으로 대하는 건 분명 안쓰러워 파생된 맘은 아니겠지. 또 단순히 동정심 뿐만은 아니라는 것.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확답은 내리지 않았는데. 사실 내리기 싫었어.

    저 혼자만 아는 비밀이라 여기고 충분히 억눌러서 티나지 않았다 생각했는데 사실은 아니었나봐. 엘사의 착각이었지. 연고 발라주고 건강 상태 수시로 확인하고 식사 챙겨주는 게 다 똑같이 대하듯 한 거 같은데. 다만 S2에 온지 고작 2개월 밖에 안 됐으니까 조금만 더 신경쓰는 걸로 보일 거라 여겼는데 말이지. 눈썰미가 좋은 메가라는 쉽사리 이상함을 알아챌지도 모르니까 안나한테 가차없이 대할 때도 있었는데. 그랬는데, 메가라한텐 작위적으로 보였나.

    일주일 전 손님 받은 안나한테 상처 났다고 굳이 덧붙이면서 연고 일부러 던져줬던 건 엘사를 떠본 거야. 감시당하고 있단 직감이 들 때마다 일부러 보란 듯이 평소대로 했는데도 다 소용없었나봐. 특히 도망가려 했던 걸 덮어준 행동은 명백하지. 엘사는 메가라한테 보고할 생각이 절대 없었으니까.

    “너가 하는 말에 일리 있으니까 우대해주는 건데 그렇게 감싸주면 애들끼리 시끄러워지고 나도 짜증나. 그럼 손 쓰는 수 밖에 없다고.”

    손 쓴다니. 가슴이 덜커덕 내려앉아. 메가라는 이미 알고 있어. 안나가 제 발로 도망가려 했던 것. 그에 맞는 벌을 내리겠단 뜻이야. 발정난 짐승들한테 던져주는, 인간도리로 저지를 수 없는 파렴치한 짓을. 눈두덩 아래로 온갖 망상이 지나가. 긴장으로 바짝 단단해진 엘사의 볼 근육이 경련난 듯 더더덜 떨고 있었어. 안 그래도 허연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지.

    “아직 걔 힘들어. 어리잖아. 정말 자살할지도 몰라. 그리고 난 그저 안나가 완전히 적응할 때까지만 신경 써주는 거야. 걔가 다른 애들하고 별 다를 바 없게 되면 끝이야. 그년들이 지껄이는 그딴 게 아니라고.”

    차분한 음성은 서슬 퍼렇고 고상했던 어조는 쉬었고 방어하듯 속사포로 쏘아붙이자 메가라가 한쪽 눈썹을 추어올렸어. 엘사는 이미 내뱉은 이상 엎질러진 물이라고 체념했지. 지금까지 명명한 그런 거, 그딴, 돌려말한 단어가 과연 무엇일지 엘사는 알고 싶지 않았어. 안나에게나 저에게나 독극물에 불과하니까.

    “…그년한테 완전히 홀렸구나, 너.”

    아니라고 단정지어야 되는데 입이 안 떨어져. 이미 답내린 어투 때문일까.

    메가라가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운 담배를 툭, 바닥에 떨궜지. 주홍 불씨가 마루바닥을 까맣게 태워먹었어. 작은 점에 불과했지만 인두찍듯 새카만 자국을 남겼지. 흉터처럼.

    “좋아, 알았어.”

    나직한 어조, 두서 없는 말이 무얼 예고하는 걸까. 어깨를 으쓱한 메가라는 방 한복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 엘사를 지나쳐 방에서 나갔어. 바로 안나한테 향할 줄 알았는데 바로 옆방에서 문 닫는 소리가 들렸지. 엘사 옆방이 바로 메가라 방이거든. 이대로 끝났어? 언제부터 숨이 가빠졌는지 격양된 감정으로 폐부가 바람찬 듯 크게 부풀어와. 호흡이 헐떡거렸어. 이런. 정곡을 찔린 거야.

    그런데 이렇게 그냥 끝나?

    별도 없는 우주에 덩그러니 놓여진 것처럼 너무 조용해. 침묵이 고막을 뚫고 청각을 좀먹어가. 산소도 이 방 안에서 사라진 것 같아. 엘사는 메가라가 방 바닥에 버리고 간 장초를 바라봤어. 재를 털지 않은 부분이 까만 재로 두터워. 가느다란 매연이 스멀스멀 안개를 만들어 냈지.

    너무 조용해.

    엘사가 도망치듯 방에서 나갔어. 지하 4층 로비에 있던 크리스토프는 언제 나갔는지 아무도 없었지. 진공처럼 텅 빈 공간에 남겨지니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야. 또 폭풍 전야 같아. 착각이었음 좋겠어. 동공이 커진 푸른 눈이 구석에 있는 문으로 향했지. 굳게 닫힌 문. 다시 고갤 돌려 바로 옆방을 봐. 장벽처럼 보이는 문. 아, 정말. 엘사는 진저리난 듯 제 방으로 돌아갔어.

    뭔가 불길해.

  64. ss 2015.01.16 23:57 삭제

    엘산나 행복할 수 있는건가 이쯤되면 의심듬 ㅠㅠㅠ

  65. ㅇㅇ 2015.01.17 01:11 삭제

    또 무슨일 날것같다ㅠㅠㅠㅠㅠㅠ죤나 불안불아뉴ㅠㅠㅠ

  66. 끼에엑 2015.01.17 01:56 삭제

    느에에엥!!ㅜㅜㅡㅜㅡㅜㅡ

  67. 마룬CK 2015.01.17 03:42

    한편 특실에서 비틀거리던 안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멍하니 닫힌 문짝을 바라보고 있었어. 엘사가 바로 문을 닫아 불 꺼진 방은 암전에 먹혀버렸지. 시력이 어둠에 적응이 될 때까지 제자리서 오도카니 서서 기다린 안나가 터덜터덜 침대에 걸터앉았어. 아직 추위의 한기가 가시지 않아 몸은 바들바들 떨었지. 스윽 두터운 이불을 들추고 베개 밑으로 누웠어. 포근한 매트리스가 부드럽게 출렁이는 그 순간에도 당장 누가 방 안으로 들이닥칠까 조마조마 맘을 졸였지. 반면에 몸은 긴장이 풀리니 굳어버렸던 전신근육이 풀려버리고 흐물흐물 죽은 생선처럼 축 늘어져. 엘사한테 엄청 맞거나 메가라에게 알려질 거라 간이 콩알만해졌거든.

    어제 꽤 거친 손님을 받은 터라 여기저기가 쑤셔왔어. 혹사당한 고간이 쓰라린 통각으로 저릿해. 허리도 뻐근하고 벌건 손자국이 찍힌 손목도 퉁퉁 부어올라 관절이 욱신욱신거렸지. 피부에 남겨진 잇자국이 시트에 스칠 때마다 따가웠어. 이윽고 갑작스레 찔려오는 요통에 안나는 콧잔등을 찡그리며 짧은 신음을 흘렸지. 저항하지 않는데도 남자들은 왜 이리 억압하며 하는 걸까. 문득 어젯밤 제 위에서 헐떡거리던 거친 숨소리를 떠올리자 안나가 눈을 질끈 감으며 벌레를 뿌리치듯 몸서리쳤어. 발가락이 꼼지락거리고 손가락은 하염없이 시트를 쥐었다 폈다 반복했지.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아. 익숙해지기도 싫고. 익숙해지면 정말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것 같아서.

    S2에 온 뒤로 가슴팍에 두 무릎을 끌어안아 뱃속의 태아 같은 구부정한 자세로 자게 됐지. 자의적으로 두 다리 뻗고 잔 적 없어. 몇 시간 동안 10분도 되지 않은 휴식 뒤에 바로 손님 받다가 중간에 지쳐서 거의 반수면 상태로 있을 때 빼고는, 드물어. 삐걱 삐걱 귓가를 파고드는 용수철 소리와 몸의 흔들림이 멎을 때까지 기다릴 뿐이야. 일이 끝나면 얼른 죽은 듯이 잠만 자고 싶었어. 눈 뜨지 않기를 바라기도 했지. 눈 뜨면 또 암전보다 어두운 현실을 맞이해야하니. 이대로 잠자면서, 죽어버렸으면, 그랬으면.

    운영 시간이 아닐 땐 안나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대부분 잠이야. 건물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30분만 자유시간이 주어지기도 했어. 그동안 여기 짬밥으로 보이는 다른 여자들은 서로 왁자지껄하게 떠들어대기(대다수가 각자 상대한 손님들 뒷땅깜) 일쑤였어. 안나는 그저 방 안에서만 죽은 듯 잠만 잤지. 식욕은 상실한지 오래였어. 살기 위해 먹는다는 말이 거의 맞아. 연고 바르기 전에 엘사가 꾸역꾸역 먹이지 않았다면 안나는 한 달 전에 정말 아사했을지도 모를 일이야.

    – 도망갈 거면 해외로 떠나.

    중얼거리듯 나직히 읊조린 엘사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환청마냥 메아리쳤어. 두 번 다시 뜨고 싶지 않았던 눈꺼풀이 살며시 올라갔지. 보이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지만. 반쯤 뜬 눈으로 메마른 엷푸른 눈은 허공을 담고 있었어. 검은 도화지 위로 고운 백금발을 조심스레 그려봤지.

    – 아주 먼 곳으로.

    왠지 모르게 급한 성미를 보인 엘사가 별 말 없이 자신의 도주 시도를 묻힌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아. 분명 반죽음 되게 얻어맞을거라 생각했는데. 아예 없던 일로 묵마해버리다니.

    처음엔 엘사도 똑같은 부류라 여겨왔어. S2에 처음 왔을 때 같은 여자라 안심했던 건 지금 돌이켜봐도 참, 얼마나 멍청해 보였을까. 엄연히 그런 여자들을 관리하는 사람인데 단순히 같은 여자라고 도피처를 만난 것처럼 안도해버리고 말다니. 게다가, 엘사는 여느 여자 같지는 않은데 말이야. 수술을 한 건지 선천적으로 있었던 건지 물을 엄두도 안 난다만, 처음이 엘사였으니까 기억에 강렬하게 남는 건 어쩔 수가 없었어. 허무했던 처음, 빼앗겨버린 순결, 덧없는 상실감. 하지만 진짜 지옥은 따로 있었지만.

    이제 서서히 적응하고 있는 자신이 너무나도 참담해. 이따금 동정인 남자가 오면 되려 답답할 정도. 한 달 전, ‘이 사람 못한다’ 라고 무의식 중 생각들었을 때 안나는 번개에 맞은 듯 쇼크 걸려버렸지. 멍한 상태서 여자 손님에게 시달리는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한 몸은 지칠데로 지쳐있었고 정신력의 임계점을 도달해 종국엔 까무룩 기절하고 말았어. 정신이 끊어지면서 다시 눈이 뜨이지 않길 바랐지만 결국 떠진 시야로 바로 보인 사람은 응급실 천장을 배경으로 저를 빤히 내려다보던 엘사였지. 파리하게 질린 얼굴로 기억해.

    – 왜 벌써 눈 떴어? 아니, ….많이 힘들었지. 지금은 푹 셔. 내가 잘 말할테니까, 안심하고 자.

    퉁명스런 어투였으면서 근심이 풀린 듯 유해진 음성이 꽤나 위로가 됐어. 기이한 일이야. 저 사람으로 인해 처녀가 꿰뚫리고 통각 밖에 없었던 처음을 준 사람인데 버팀목처럼 느껴질까. 분명히 무서운 사람인데 유일하게 의지가 되기도 했어. 첫날 이후로 일절 건드리지도 않으니 정말 제 할 일만 한 것 같았지. 단 둘이 있을 때마다 불안하게 경직된 자신이 민망하고 수치스러웠어.

    – …많이 아팠니.

    그런데 그 사람은 왜 나에게 그런 말을 건네는 걸까. 다정한 목소리와, 차분한 대양을 담은 눈이 잔상처럼 떠올라. 일주일 전 참은 안나의 눈물보를 터트린 그 한 마디. 엘사가 사실 본질은 선한 사람이라고 깨달았지. 친언니가 있다면 그때처럼 아늑한 느낌일까. 손님 계속 받게 하려는 연기일지도 모르는데, 그나마 위로가 되주니 혼란스러워. 죽으려고 했던 결심이 흐트려지게 말이야.

    왜 챙겨주는 거야. 차라리 내버려두기라도 하면 체념이라도 할 수 있을테데. 안나는 절망스레 눈을 감았어. 잠이나 자자.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도망칠 수 있을 거란 기대는 로또 복권 맞추기 전 설렘처럼 일시적일 뿐이었어. 어떻게 잡은 기회였는데. 두 번 다시 없을 기회였는데. 아쉬움 보단 걸렸는데 별 일 없이 넘어간 것에 대한 안도감이 더 컸어. 주워들은 얘기로는 도망치다 잡혀오면 벌이 참담하다 들었거든.

    무간지옥이나 따로 없는 이곳에서 안나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 엘사뿐이야. 안나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은 이미 안나를 질투 어린 눈초리를 쏘아보내면서 눈엣가시 취급하고 메가라는 사근사근한데 어딘가 무서워. 아픈데 묻고 연고 발라주며 식사 등등 챙겨주는 엘사에게만 두려움이 덜 해.

    – 안나.

    메가라와 손님들에겐 앤이란 가짜 이름으로 불리지만 오로지 엘사만이 저를 본명을 불러줘. 보통 “너”, “야” 이렇게 부르는데 난데없이 이름으로 불릴 때마다 S2 안에서 묽게 희석돼는 자아를 되찾는 기분이야. 여기에 있어선 안 된다는 자각심을 일깨워주기도 했어. 가명 지어준 사람은 엘산데, 어째서.

    마음이 복잡해. 안나는 어둠 속에서 명멸하는 눈가의 눈물줄기로 시트를 적시며 조용히 잠들었어. 마음이 복잡해, 정말.

    그 사람이, 미워.

  68. 00 2015.01.17 10:10 삭제

    얘네는 답이 없어.ㅜ 어케해야 행복해짐…ㅜ 흡…ㅜ

  69. 쉼터지기 2015.01.17 12:04

    둘이 그냥 해외로 도망쳐 ㅠㅠㅠㅠ 빼애애애앵 행복하게 해쥬세여 ㅠㅠㅜ 근데 되게 요원해보임

  70. ㅇㅇ 2015.01.17 16:21 삭제

    …자신도 모르게 적응해가는게 존나 무섭다 ㅠㅠㅠ개찌통 얘네 해외로 뜨게 해주세요…ㅠ

  71. ㅇㅇ 2015.01.18 00:35 삭제

    ㅠㅠㅠㅠㅠㅠㅠㅠㅠ존나…ㅠㅠㅠㅠㅠㅠ둘이 도망쳐서 행복해졌음 좋겠다ㅠㅠㅠㅠ

  72. ㅇㅇ 2015.01.18 18:36 삭제

    언제와 ㅠㅠ오됼오됼

  73. ㅇㅇ 2015.01.19 00:07 삭제

    아직 안 왔구나…ㅠ 춥댜..

  74. ㅇㅇ 2015.01.24 03:27 삭제

    죽은거야..?ㅠㅠㅠ언제와

  75. 마룬CK 2015.01.24 18:54

    죽은 건 아닌데 뀽… 조만간 돌아오도록 할게!

  76. ㅇㅇ 2015.01.24 23:45 삭제

    ㅇㅇ기다릴게!

  77. 마룬CK 2015.01.27 16:58

    여느때처럼 S2의 시간이 왔어. 거뭇하게 물든 하늘 아래 잔잔히 불어오는 바람은 녹진한 기류로 침전돼 서릿발 같은 한기를 품었지. 잠깐 일기예보 보니까 오늘 밤부터 영하 8도로 뚝 떨어진다네. 체감온도는 영하 15도라 하고 말이야. 아무리 건물 내의 지하에 있다 하더라도 겨울의 한파는 피할 수 없었어. 으슬으슬 추운 공기가 지하 3층 모던한 인테리어로 꾸며진 플로어까지 들어오자 엘사는 보일러를 중간정도만 틀어놨어. 첫인상이 겨울이 떠오른다는 모습과 다르게 추위에 약한 편이었거든. 더운 것도 싫지만. 춥든 덥든 둘 다 질색이라 생각하며 십 몇분 지나서 차디찬 기류가 난방으로 덥혀지자 보일러를 최소한으로 낮춰놨어. 메가라는 난방비 많이 나온다고 보일러 트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번엔 아무 말도 없는 것 보니 많이 춥긴 춥나봐. 아니면 그냥 냅두는 걸 수도 있고. 마담 휴게실에서 메가라는 말없이 담배만 뻐끔뻐끔 피워댔지.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눈 밑이 다크서클로 어두운 엘사가 눈만 굴려대며 메가라 동향을 샅샅이 살피고 있었어.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눈치 보는 중이야.

    몇 시간 전 안나의 도주 시도와 메가라의 경고가 꿈인 것만 같았어. 일어나지 않은 일. 쪽잠자며 꾼 듯한 찰나의 꿈처럼 없었던 일. 조금 전 안나를 깨울 때 뒤에 따라온 메가라 보고 놀란 토끼눈으로 엘사와 번갈아 보는 행동 덕분에 자각했지. 안나가 아니라 저를 빤히 주시하는 메가라의 시선도 그렇고 자신이 피곤한 이유도. 몸은 정말 피곤한데 못 잤거든. 불안감 때문이었나. 지친 몸은 2시간만 겨우 잠을 청할 수 있었어. 피곤한 몰골로 나타나자 메가라가 고깝게 혀를 쯧쯧 찼지.

    메마른 눈을 끔뻑이자 눈두덩이 아릿하게 따가웠어. 눈 떠 있는데도 아직 숙면에 취한 듯 모든 감각이 바닷속을 둥둥 부유하는 느낌이야. 깊진 않지만 2시간이라도 얕게나마 잠들어서 다행이지 한숨도 못 잤다면 걷다가 기면증 환자처럼 느닷없이 길바닥에 쓰러졌을지도 모를 일이었어. 밤새는 일이 한두 번은 아닌데 오늘따라 유난히 축 쳐져서 기운이 없었어. 나른해. 지끈지끈 송곳 끝으로 쑤시는 듯한 두통이 이따금 엄습하자 현기증도 불러와. “후우….” 눅진한 피로가 그득한 한숨이 느루이 흘러나왔어.

    메가라가 피고 있는 담배 끄트리에서 회색빛 매연이 스멀스멀 휴게실로 자욱히 퍼져 의미없이 손에 쥐고 있던 장초를 쓰레기통에 버려버렸어. 불도 안 붙인 하얀 장초가 텅 빈 쓰레기통으로 툭 처박혀. 방금 전 한숨과는 다른 소음이야. 미물의 죽을 때 지르는 비명처럼 들릴 지도 않을 소음이 싸한 적막감을 산산조각내 깨뜨렸지. 너무 피곤해 담배 필 생각도 안 들어. 당장 의자에 몸을 맡긴 채 잠들 수 있는데 마음 한켠 어딘가 미식거려 잠들기도 싫었어. 바깥 바람이나 쐬고 올까. 이상하게 평소와 똑같은 메가라의 뒷모습을 흘끗 쳐다보곤 자리에서 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지. 터벅. 터벅. 엘사가 발을 질질 끌고 다닐 때마다 과도하게 생생한 발걸음 소리가 귓가를 여실히 긁어내. 자신이 걷는 게 아니라 남이 걷는 것 같아.

    “어디 가?”

    문고리를 잡자마자 등 뒤에서 메가라의 목소리가 들렸어. 경고와 선포의 뉘앙스가 다분한 공방전이 아예 없었던 일인 양 대하는데 맘을 더 옥죄여. 묵직한 고동음이 귓전에 메아리치자 뒷목이 절로 쭈뼛해졌어. 엘사가 고갤 돌려 TV 보고 있는 메가라 뒷모습을 시야에 담았지. 어느때와 한치도 다를 바 없는 톤이고 억양인데다 정말 궁금해서 묻는 어툰데. 어쩐지 이질감이 들어. 왠지 날카롭게 고막을 찌르는 듯, 의미심장해. 노곤한 정신상태라 모든 소리들이 이면적으로 들렸어. 귀에 물이 찬 듯 두런두런 퍼지듯이. 소란스러운 잡음들 때문에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

    지금도 그러한 것이겠지. 이렇게 믿고 싶은데 둔한 직감은 무엇이든 간에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거야. 뭐 엘사 입장에선 그럴 만도 해. 안나 일을 알고도 무반응인 메가라가 더 무섭게만 느껴져. 하나로 모아묶은 고동색 머리칼은 미동도 안 해. 저 머릿속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바람 쐬러.”

    “밖으로?”

    “응.”

    “그럼 나가기 전에 그 계집년 상태 좀 살펴보고 나가.”

    그 계집년, 엘사가 한쪽 눈썹을 까딱였어. 묻지 않아도 안나를 뜻하는 걸 알았으니까. 엘사 앞에서 저렇게 칭하는 건 메가라의 의도였어. 가끔 다른 애들이라 할 땐 ‘그’ 수식어를 안 붙이거든. 정말, 일부러 이러는 건가.

    “왜?”

    안나를 찾아오는 손님은 아직까진 없었어. 지금 제 방에서 쉬는 중이야. 타이밍도 좋지. 요즘 안나 상태가 건강하진 않았으니까, 오늘은 손님 받지 않게 하려고 했었어. 가끔씩 쉬는 날도 있어야지. 하지만 다 꺼진 불에 기름을 떨어뜨리는 꼴이 나지 않을까 입 다물었어. 다른 창부였다면 아무렇지 않게 말 할 수 있었을텐데. 이대로 안나를 찾는 작자들이 없길 바라야겠지만 안나가 아예 도망치지 않는 이상 그럴 일은 없겠지.

    “이따 예약 손님 있어서.” 메가라는 TV에서 조금도 시선 떼지 않고 입만 움직였어. 모락모락 담배 연기가 공중으로 흩어져. 엘사가 눈을 가늘게 뜨며 메가라를 보다 어깨 너머로 보이는 TV 화면에 시선이 자석에 이끌린 듯 단박에 꽂혔어. “그년 상태 안 좋으면 안 되니까 깔끔하게 해놔.” 진행되는 예능 안에서 실없이 떠드는 여자아이돌에게 말하듯이 메가라가 나직한 어조로 읊조렸지.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실실 쪼개는 저 여자애가 안나랑 닮았어. 웨이브진 풍성한 붉은 머리칼이 안나랑 다르게 윤기 있고 소담스러운 면이 있어. 메이크업 한 얼굴은 인위적으로 뽀얘. 불현듯 생각이 뇌리를 스쳐. 이런 삭막한 환경만 아니었다면 안나는 저 아이돌이랑 비슷한 모습이었을까. 아니, 여기 오기 전엔 저렇게 해맑게 웃고 있었을지. 뭐에 빵터졌는지 물개박수 치다가 조신한 동선으로 한손으로 입을 가리며 새실새실 접힌 눈으로 한껏 웃어대.

    ……주근깨만 있으면 딱일텐데.

    퍼뜩.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는 건지. 장면이 꾸며진 멘션으로 넘어가는 순간 동시에 엘사는 다시 촛점을 메가라의 뒷모습으로 잡았어. 잡념들이 머리 주위를 날파리처럼 배회하자 뿌리치듯 살짝 도리질쳐서 떨쳐내. 그리고 어렴풋이 조금 전 들은 말을 떠올렸어. 예약 손님. 오늘 있다는 말 듣지도 못했는데.

    “…누군데?”

    예약 손님이면 꽤나 고위직 사람일거야.

    ——
    으으으으으 이 다음은 경고문 달기 싫다..

  78. 야동k 2015.01.27 17:18

    설마 통스가 나온다거나… 묘사가나온다거나… 그나저나 이바벨처음 읽는데 극발암이다… 꿈도희망도 없다는걸 이럴때 쓰는말이군ㅇㅇ…

  79. ㅇㅇ 2015.01.27 19:35 삭제

    끼에에엥…경고문이 뭐길래…끄뷰ㅠㅠ

  80. ㅇㅇ 2015.01.28 05:20 삭제

    뀨웅…..ㅠㅠ경고문이 이렇개 무섭기는 첨이다 ㅠㅠ……

  81. 마룬CK 2015.03.17 08:15

    시발, 뭐 그런 좆같은 것들이 다 있어.

    불과 30초 전까지만 해도 바람 쐬러 나가야겠단 생각은 이미 머리밖에서 저만치 밀려나버렸어. 잠결도 달아나버린 엘사는 메가라가 내뱉은 말을 다시 되감기해 곱씹어봤지. 혹여 들었나 싶어서. 하지만 메가라는 가차없이 덧붙였어.

    “30분 뒤면 올 거야. 준비해놔.”

    “진짜야, 그거?”

    “어.”

    “근데 받아들였다고?”

    “그럼 거절하리?”

    너무 당연한 어조에 엘사는 입이 살짝 벌려진 채 벙어리처럼 말문이 막혀. 메가라의 보랏빛이 도는 자주색 눈이 차가운 형색을 띄며 경악한 엘사를 ‘어디 할 말 있음 해봐’ 이런 분위기로 쳐다봐. 그래. 머리론 당연한 거라고 수긍하는데, 감정은 아니었지. 지나치게 격양돼 있었어. 무엇에 분한 건지 뼈아픈 쓰라림이 입 안을 맴돌아. 옴짝달싹 마른 입술을 어떤 모양이든 간에 움직여야 되는데 몸이 말을 안 들어.

    이게 벌이야? 직접적으로 물으려던 엘사는 아랫입술을 터트릴 기세로 깨물고, 짓씹었어. 아무리 사소한 행동이라도 그걸 놓칠 리 없는 메가라는 비웃듯 픽 콧웃음쳤지. 그러면서 마주한 시선은 떨어지지 않아. 항상 느끼는 거지만 엘사는 누군가와 눈을 직통으로 마주치면 상대방이 자신 안을 꿰뚫어보고 들여다보는 불쾌한 느낌이 들어 전신근육이 절로 굳어버리고 말아. 특히, 저를 잘 아는 사람한텐.

    S2는 선불제야. 예약은 전화로만 가능한데 예약금도 따로 지불해야돼. 메가라가 저렇게 나오는 건 이미 돈은 받을 만큼 받았단 얘기겠지. 억소리나는 부자들이 한꺼번에 오는데 이번 한번으로 벌은 액수는 지금까지 벌여들은 금액과 맞먹을 거야. 무리 중 권력이 딱 높은 한 사람이 대기업 그룹 회장 아들인 걸. 종종 S2에서 놀았다가 요새 다른데로 빠진 줄 알았는데 오늘 간만에 온다고 하네. 올 때마다 여자 한 명을 걸레짝처럼 짓밟아버리는, 엘사가 노골적으로 눈살 찌푸리며 싫어하는 손님. 걸레짝은 괜한 비유가 아니야. 성고문이 저런 걸까 여실히 깨닫게 만드는 한량배. 짐승보다 못한 그런 남자한테. 오늘. 30분. 게다가,

    한꺼번에, 여섯.

    “내 귀가 잘못된 게 아니면, 여섯은 너무 지나쳐. 아직 어리단-”

    순간 엘사가 혼자 뭐에 걸린 듯 입을 다물었어. 아직 어리니까 안 된다는 말. 이게 얼마나 웃긴 건지 스스로도 잘 알았거든. 어리니까 더더욱 상품 가치 있지. 심지어 안나보다 더 어린 애들이 이런 밑바닥 시장에 능숙하다가 해도 드문 일은 아닌데. 그런 엘사를 메가라가 가만히 지켜보며 나직하게 말했어.

    “다행히 귓구멍은 병신 아닌가 보네. 맞아, 잘 들었어. 여섯 명이야.”

    길 가다 낯선 사람한테 둔기로 맞으면 이런 기분일지도 몰라. 너무 놀란 엘사가 반사적으로 상상한 광경은 아주 가관이야. 먹은 게 없는데도 식도가 역류를 일으킬 정도로 역겨워. 폐부에서 물이 솟아난듯 숨이 턱 막혀왔어. 엘사의 푸른 눈은 거뭇해져 검푸른 까만 동공이 소름끼칠만큼 확장됐어. 푸른 홍채를 모조리 잠식해 검은 눈처럼 보일 지경이야. 이러면 안 되는데.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 모르겠어.

    “너 미쳤어?!”

    외마디 비명처럼 높아진 언성에 메가라는 “아, 시끄러.” 귀 아프다는 듯 인상을 찡그렸지.

  82. 쉼터지기 2015.03.17 09:04

    헐 이게 살아나다니 ㅠㅠㅠ

  83. ㅇㅇ 2015.03.17 13:53 삭제

    헐 이게 나오다니ㅠㅠㅠㅠ끼에규ㅠㅠㅠㅠㅠ안나ㅠㅠㅠㅠㅠ

  84. ㅇㅇ 2015.03.21 17:08 삭제

    안나.ㅜㅠㅜㅠㅜㅜ 개 씨발놈들 잡히면 다 죽여버릴꺼야.ㅜ 이건 진심 답이없네.ㅜㅠㅜㅠㅜ

  85. ㅇㅇ 2015.03.29 02:44 삭제

    다음 기다린다ㅠㅠ안나 어떻게 되냐ㅠㅠ

  86. 마룬CK 2015.04.16 00:35

    이도저도 못하는 엘사는 심한 자괴감에 사무쳐. 그래도 이건 안 된다고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하지. 하지만 영업의 규칙도 있고 엘사가 왜 말리지는 알기 때문에 메가라는 더더욱 물러설 생각이 없었음. 결국 둘은 계속 제자리로 돌아오는 쳇바퀴처럼 의미 없는 말다툼으로 언성이 커지지. 감정이 격양된 엘사가 더듬거리면서도 할 말은 다 하고, 메거라는 차분하지만 서슬퍼런 억양으로 엘사 말을 뚝뚝 끊어내는 방식으로 계속 이어짐. 마침 감기 기운 있는데 오늘 쉬면 안 되겠냐고 허락 맡으려던 다른 여자가 마담 점용 휴게실에 잠깐 열었는데도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멈추지 않아서 결국 로비에서 영업 준비하려던 덩치들이나 창부들 거의 다 들어버림. 이번에 안나 앞으로 예약된 손님이 한번에 6명이라는 것과 엘사가 안 된다고 실질적인 마담이랑 말싸움 하고 있는 상황도 모조리 다 까발라진 거야.

    정작 당사자인 안나는 제 방에서 쪽잠 자느라 못 들음. 그러니까 잠에서 일어나면 여섯 명 장정들을 한꺼번에 접대해야 된다는 것도 몰라. 마담들에겐 돈줄인 손님이지만 창부들에겐 진상이나 다름 없는 손님임. 역시 뭐든 돈이 있어야 갑이라고 철저히 깨닫기도 했어.

    뭐 아무튼 S2 내부에서는 엘사가 노골적으로 안나 유독히 챙긴다고 심심할 때나 하는 가십거리인 터라 이미 공공연한 소문이었지만 이걸로 완전 드러남. 아까 말했듯 인파 많은 교차로에서 헐벗고 고래고래 나 이런 사람이다 스트립쇼와 다를 바 없는 상황. 그리고 말이 소문이지 이미 사실이었음. 알게 모르게 하는 챙기는 것도 아니라 눈에 거슬릴 정도로 저러니 메가라를 포함한 S2의 모든 관계자들은 눈을 흘기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혀를 쯧쯧 찼지. 드물게 동정 어린 시선도 있었어. 어쩔 수 없이 밑바닥 인생으로 전락한 여자애에게 어느 쪽이든 무관한 정을 붙이면 사서 고생하는 거라고. 틀린 말이 전혀 아니라는게 씁쓸하지만. 더군다나 그 사실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잘 아는 엘사야. 사람 마음이라는 게 뜻대로 되겠어, 엘사는 물론이고 사람은 기계가 아닌데.

    속으로 자기혐오증과 같은 질책을 자신에게 내리꽂으면서 누가 듣든 말든 메가라와 실랑이하던 엘사는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불현듯 의문이 들었어. 동시에 인생을 포기한 사람처럼 모든 일에 허털함을 느끼고 입 다물지. 메가라는 마구 쏘아붙이려다 엘사 표정 보고 더는 말 할 필요를 못 느끼고 멈췄어. 그래, 쟤 지금 속 복잡하겠지. 삽시간에 마담 휴게실이 조용해지자 열린 문 앞으로 옹기종기 모여있던 구경꾼들도 덩달아 긴당했어. 이제껏 엘사랑 이렇게까지 마찰한 적 없었어. 엘사 입장도 마찬가지야. 톱니바퀴처럼 잘 맞는 파트너였는데, 오작동이 일어날 줄은. 이런 적은 거의 처음이었어.

    눈을 가늘게 뜨며 메가라는 아무것도 없는 바닥을 공허한 얼굴로 시선을 떨군 엘사를 노려봐. 이번에 확실히 못 박아야 겠다고 생각해. 그 계집년이 완전 망가져야 초심을 되찾겠지. 이대로 냅두다간 그년한테 여태 모아온 개인 자금 통째로 쥐어주고 도망가라 등 떠밀지도 모르니까. 전적으로 누가 손해인지 계산기처럼 바로 튀어나오는데 저건 일깨워줘도 몰라. 과거를 회상해보면 엘사는 여기와 어울리지 않다 느꼈지만.

    “저, 저… 마담 언니들.”

    무언의 싸움으로 마담 휴게실은 싸늘한 정적이 흐르는데 조심스레 끼어든 목소리가 있었지. 휴게실 문지방 쪽이었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메가라는 매서운 눈총으로 목소리 근원지에다 던지고, 엘사는 멍 때리다 멍청한 얼굴로 한참 늦게 문쪽을 시야에 담아냈어. 안나랑 비슷한 나이때 부모 손에 팔려온 검은머리 여자가 메가라의 눈총에 움찔 몸을 떨며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 채 눈만 이리저리 굴렸어. 싸한 기류가 한없이 늘어지는데 구경꾼들마저 얼마나 소름끼치던지.

    “로비에 그 손님들 오셨어요.”

    그 손님들. 광범위한 지칭인데 뭔가 불쾌한 촉이 서. 동태 눈깔 같았던 엘사의 안광에서 한순간 번쩍이는 퓨즈가 일어났어. 직감 빠른 메가라도 마찬가지야. 눈동자만 돌려 요동을 감추는 엘사를 빤히 관찰해.

    “이름은?”

    평소 같으면 이미 메가라가 로비로 나갔을 거야. 하지만 메가라는 일부러 손님 이름을 물어봤어. 그 자리에 있던 모두는 약속이라도 한듯 같은 이름을 떠올려. 한스. S2에선 모르는 사람이 신입 아니면 없거든. 엘사는 이미 예상했는지 어느샌가 미약하게 떨고 있는 손을 단말마의 저항을 표하며 주먹쥐었지.

    “한스 웨스터가드.. 가 왔어요.”

    역시나. 메가라는 소리없이 혀를 차. 하여튼 그 인간들은 예약 시간에 맞춘 적이 없어. 사전연락도 없이 당기거나 미루거나. 반면에 엘사는 아주 잠깐 호흡하지 않았어. 그리고 심호흡처럼 길게 숨을 내쉬었지. 지금 당장 떠오르는 건, 지금 제 방에서 곤히 잠들어 있을 안나. 그냥 그대로 영원히 잠들어 있는 게 지금 보다 차라리 나을 지도 몰라.

  87. 쉼터지기 2015.04.16 09:51

    헐 살아났네;;;; 한스 ㅂㄷㅂㄷ;;; 어서 다음 좀;;; 현기증;;;

  88. ㅇㅇ 2015.04.18 10:45 삭제

    옼 나왔구나ㅠㅠ 한스…ㅂㄷㅂㄷ…어찌 되려나ㅠㅠ빨리 다음주세여 빼애애ㅐㅐ

  89. ㅇㅇ 2015.04.18 23:03 삭제

    으아 어쩌냐 안나ㅠㅠ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고ㅠㅠ 다음!!!

  90. 마룬CK 2015.04.19 03:52

    한스가 있다는 로비는 다름 아닌 지하 4층 로비였어. 365일 발정난 개새끼가 진짜 사람 짜증나게 하네. 메가라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향한 욕지기를 속으로 읊조렸지. B4는 숙소층이라 아무리 귀중한 손님이라도 입장이 불가능해. 한스 올 때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은 아니다만 참 짜증나. S2와 일종의 협력관계인 뒷처리 담당 조직 베르그먼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니까.

    글로벌로 뻗어나가는 대기업 서던아일 그룹 아들인 한스에게 잘못 보였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세상 하직할 수도 있었어. 텐프로든 요정이든 뒷동내 사창가 갈 때도 뒤에 우락부락한 장정 두어 명 이상이 꼭 그림자마냥 따라다녀. 얼핏 경호원으로 보이는 장정들이지만 사실 서던아일 비리를 비롯한 돈세탁 등등 암말리에 사채업을 도맡아 하는 조직원이야. 크리스토프가 속한 베르그먼과는 규모부터 차원이 다르지. 그쪽이 맘만 먹는다면 베르스먼은 먼지처럼 사라지고 도심 외곽쪽에 위치한 S2는 서던아일 관리 하에 놓일 거야. 있는 놈들이 더 한다더니 요구사항이 전보다 많아지고 메가라와 엘사까지 몇탕 뛰어야 될 상황까지 갈지도. 다행인 건지 시골이나 다름 없는 도심 끝트리에 위치한 이 거리까지 세력을 뻗을 생각은 없나봐. 일종의 슬럼가인 체스트넛 힐 빌리지는 시멘트 벽으로 도심과 분리돼 있었어. 누구든 이 곳을 도심 내에서 외딴섬처럼 여겼어. 그래도 안심할 수 없지. 서던아일이 언제 생각을 뒤바꿀지도 모를 일이니까.

    한동안 안 오길래 아예 인연이 끊기려나 싶어 안심했건만, 오늘 난데없이 예약전화 왔었을 때 반사적으로 짜증 섞인 한숨을 뱉어낼 뻔했지. 오랜만이라며 이따 친구들이랑 거하게 놀거라며 새로 들어온 상품 있으면 걔로 특실에다 준비해놓으라고 명령하듯 주문하니까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지. 메가라나 엘사나 둘 다 제일 상대하기 싫어하는 손님이었어. 울며 겨자먹는다는 심정으로 비위 맞춰줬지만. 한스가 한창 S2 단골일 때 한명 한명 걸레짝으로 거의 죽어나가다시피 해서 참 난감했다만 그만큼 벌여들이는 돈은 수북했으니까. 변덕스런 기분파라 술 취해서 괜히 기분이 업된 상태거나 섹스가 아주 만족스러우면 수표도 아니고 현금 가득 든 돈가방을 몇 개씩이나 던져줬으니 뭔. 반년 치 보다 훨씬 많기도 했었어.

    돈지갑이 돌아온 건 그렇다 치는데 하필 이 타이밍에 오다니. 죽을 때가 됐는지 홍등가의 흔한 여자로 전락한 여자아이한테 정이나 붙이고 아직 새로 들어온 애가 없는데 말이야. 안나 다음에 새로 들어온 게 있으면 이런 사태는 없을 텐데. 액운 더럽게 꼈네.

    “메그! 나 왔어!”

    시발, 왜 친한 척이야. 열린 문에서 크게 들리는 한스 목소리에 인상이 미묘하게 일그러진 메가라가 먼저 로비로 나가고, 한발 차 늦게 엘사가 뒤따라갔어. 둘이 나서자 홍해 갈라지듯 구경꾼들이 길을 비켜. 누가 봐도 엘사는 둔기로 한 대 맞은 듯 멍한 눈빛과 창백해진 인색을 추스리지 못했지. 뒤따라오는 엘사를 흘긋 눈짓으로 살펴봐.

    그 남자 지금 잠깐 맛보려고 온 것 같은데 저년 또 지랄하지 않을까 노파심이 들어. 엘사 목숨뿐만 위험해질 뿐만 아니라 자신도 물론이고 S2는 사라지겠지. 아주 낮은 목소리로 엘사한테 속삭였어.

    “경고하는데 너도 걔도 살고 싶으면 저새끼 비위 거슬리는 짓 하지 마.”

    알고 보니 손님들이 아니라 한스 한 명이었어. 경호원처럼 보이는 시꺼먼 장정 2명은 손님이 아니거든. 눈 아프지 않는 어슴푸레한 조명으로 바닷속을 연상시키는 B2층, B3층과 달리 밝은 형광등으로 환한 B4층이야. 바깥 세상처럼 환한 조명 아래 반듯한 검은 수트를 입은 한스가 메가라와 엘사를 발견하고 손을 가볍게 흔들어. 메가라는 다시 저를 부르는 한스한테 서비스적인 웃음을 만면에 활짝 띄우고 아주 반갑게 맞이했지. 로비 중앙에 시꺼먼 정장 입은 덩치들 2명 뒤에 거느리고 한스가 제게 집중된 두려움으로 번들이는 시선을 한껏 즐기고 있었어.

    “오랜만이군요, 한스. 그동안 안 오셔서 섭섭했어요.”

    죽마고우를 만나는 사람처럼 반가운 어조였지만 메가라는 정중히 허리 숙여 인사했지. 그리고 곧바로 접대부들한테 각자 방에 돌아가 준비하라 말했지. 어수선하지만 일사불란히 각자 방으로 들어갔어. 접대부들은 특히나 한스 눈에 들어갈까 싶어 안 그래도 방에 돌아가려했거든. 메가라 말이 반갑게까지 느껴졌어.

    그런 와중에 메가라 뒤에서 엘사가 말없이 허릴 숙이며 인사했어. 조금 전 상기된 얼굴은 어느새 평온해져 있었지. 비록 발치를 내려다보는 눈은 핀트 나가버린 상태지만. 일순 팔사적으로 노력한 결과야. 엘사도 잘 알아. 저 남자한테 잘 못 보이면 좋은 건 단 하나도 없다는 걸. 눈에 나는 짓을 저지르면 자신은 물론이고 메가라와 S2 전체가 금세 사라진다는 걸. 안나도 포함되니까. 하지만 아무리 억눌러도 불안은 파도치는 물결처럼 진정이 안 돼. 갑작스런 상황에 겨우 작동했던 감정통제력이 다시금 흔들려. 안 돼. 다짐과 반대로 심장 고동소리가 쿵쿵 커지기 시작했어. 온몸을 때리듯 박동질의 여파는 전신 혈관으로 구석구석 퍼지고 머리마저 울리게 해. 어찌나 세게 뛰던지 고막이 먹먹할 정도야.

    하지만 겉모습은 평소와 마찬가지라 엘사 내부에서 일어나는 전초전을 한스가 알 리가 없었어. 원래 엘사가 말이 별로 없고 조용한 성격인 걸 아는 한스는 다시 손 한번 까딱이며 개별인사를 대신했지. 조용하지만 어리숙하지 않고 확실히 제 할 일 하니까. 어차피 말뽄새나 돌려말하는 아부는 메가라가 더 유능하니까 더 대하기도 편해서. 한스랑 메가라가 별 시답지 않은 안부인사를 주고 받는 동안 엘사는 시야를 여전히 제 발치로 고정시킨 채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어. 이러면 안 된단 말이야. 진정해. 진정해.

    “아직 예약 시간 안 됐는데…여긴 무슨 일로.”

    적절한 아부 끝에 메가라가 부드러이 본론을 꺼냈어. 그러자 한스가 어깨를 으쓱하며 왼쪽 손목에 낀 삐까번쩍한 손목시계를 봤지. 저 시계 가격만 해도 웬만한 중소기업 인수하고도 남아.

    “아아, 친구들이 오늘 늦는데서 1시간 늦췄어, 씨발. 존나 짜증나서 나 혼자 좀 놀아보려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긴 관계자와 직원이라 할 수 있는 창부들 전용 숙소층이라 손님은 사실상 입장 권한이 없어. 지하 2-3층에 스타일 별로 겸비된 방이 따로 있으니까. S2 새로 운영할 때부터 메가라랑 엘사가 나름 생각해서 개인생활적인 곳을 따로 구축해준 곳인데 말이야. 뭐 무자비한 패권 앞에선 어째. 따를 수 밖에.

    “예약해둔 보지 방은 어디냐?”

    엘사의 심장이 싸늘하게 덜컥 내려앉았어.

  91. 흥선 2015.04.19 15:46

    그러지마한스개새끼야ㅜㅜ 시발 벌써부터 찌통와ㅠㅠㅠ

  92. ㅇㅇ 2015.04.19 17:49 삭제

    아… 엘사가 욱했다간 엘사가 큰일날 것 같고… 안 그러면 안나가ㅠㅠ ㅇㄴ잇ㄷㄴㄱㄴㅇㄴㄱ아ㅇ

  93. 쉼터지기 2015.04.19 18:02

    어떻게해도 발암일 것 같아서 내 찌찌가 믹서기에 갈린다…

  94. ㅇㅇ 2015.04.19 23:17 삭제

    끼에에ㅔㅔ에규ㅠㅠㅠ

  95. ㅇㅇ 2015.04.20 18:51 삭제

    찌찌분실

  96. ㅇㅇ 2015.04.26 00:12 삭제

    언제 와… 기다린다ㅠㅠ

  97. 마룬CK 2015.07.08 19:07

    ###경고문###

    *남캐폭력주의
    *한스극혐주의
    *창녀언급주의
    *끝까지 가진 않으나 분위기주의

    B4 로비에 고요하나 폭풍전야 같은 이질적인 기류가 굽이치고 있었어. 벼랑 너머로 추락된 듯한 너덜한 마음과 달리 너무 급작스럽게 닥친 일이라 그런지 엘사는 도무지 실감나지 않아 넋두리를 놓을 뿐이었지. 메가라가 가리킨 모서리 부근에 있는 구석진 문을 가리키자 한스가 히죽거리며 안나가 있는 방에 다가가는 순간까지도 사고회로가 틀어막히고 더불어 몸은 석상마냥 움직여지지 않아. 한스가 거침없이 문고리를 잡은 그 찰나동안 마치 남의 일인 양 망연하게 처량한 망부석처럼 바라보기만 했어. 지금 보이는 시야가 자체 브라운관 같았어.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자신은 절대 개입할 수 없게 철저히 격리된 것마냥 분리된 또 다른 차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위화감이 느껴졌지.

    그냥 이 모든 게 차라리 누군가가 지어낸 저급한 이야기였음 더 좋았을거야. 자신도 안나도 메가라도 한스도 가상인물에 불과할 테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엘사가 현실도피하듯 덧없는 환상에 불과했지.

    한스, 저희가 따로 방에 준비시켜 놓을 게요. 얘가 아직 준비가 안 됐거든요.

    원형 문고리가 커다란 손에 잡혀 돌려지기 직전에 메가라가 한스 뒤에서 조심스레 문 열려는 행동을 가로막았어. 로봇이 정지버튼 눌린듯 뚝 움직임을 멈춘 한스가 여유로운 얼굴로 돌아봤지. 누가봐도 창백하게 질린 엘사를 가벼운 눈짓으로 힐끗 쳐다봤다가 어딘가 묘하게 불안한 기색인 메가라에게 시선을 고정해. 한스는 난데없이 메가라 눈 색깔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참 맘에 들었다고 생각했어. 자수정처럼 신비한 보라색. 정열의 붉은 기가 돌면서도 냉정한 푸른 형색이 복합된 복잡미묘하지만 아름다운 색조야. 흠. 이따금 저 눈을 뽑아버리고 싶은 심술 어린 충동심이 명치 아래서부터 목구멍까지 차오를 때도 있었지. 뭐 지금 다 쓸데없는 생각에 불과해.

    한스는 잡념들을 머리밖으로 밀어내며 괜찮다고 너털웃음을 흘렸어. 시발, 내가 널 위해서 이러는 줄 아냐. 겉으론 웃는 낯이었지만 메가라는 내면으론 조마조마한 심정이었지. 요새 꽤 불안불안한 엘사가 도발 행동을 저지를지도 몰랐으니까. 한스가 안나 방에 들어가기 직전에 겨우 발목 잡을 수 있었다만 일회용일 뿐이야. 그리고 지금 막 하나뿐인 기회는 이미 써버렸어.

    한스는 거침없이 문을 열어젖혔어. 백열등 하나 안 켜 어둑한 괴물 입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지. 원랜 지옥을 피해 동굴로 숨어든 먹잇감을 괴물이 뒤쫓아 간 거였다만. 메가라가 서둘러 쫓아가고 엘사는 목석마냥 굳어있었지. 속으론 저 남자를 막아야된다고 목이 터져라 소리치는 자신을 외면해보려 노력하고 있었어. 하지만 도저히 관망만 할 순 없었어. 저자식은 안나가 감당 못해. 정말, 자살할지도 몰라.

    머릿속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는데 발은 못 박힌 듯 제자리서 떨어지지 않았어. 어두운 방 안쪽에서 한스랑 메가라가 두런두런 얘기하는 소리가 들려. 메가라는 말리는 듯 하고, 한스는 막무가내였지. 이제껏 방해 받아본 적 없으니 조금 짜증난 것 같았어. 엘사는 안나 방 문지방 앞에 선 채 가만히 대화를 들었지.

    아아, 알았어. 내가 추가요금 더 얹어줄게. 됐지?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얘가 지금 상태가 안 좋-.

    이런 씨발, 말 더럽게 많네. 메가라. 너부터 따먹어줘?

    …….

    오랜만에 와줬더니 존나 생지랄이야, 좆같게 시발. 창녀가 상태 따질게 있냐? 화냥년답게 다리만 잘 벌리면 그만이야. 메가라, 너도 잘 알텐데?

    -죄송합니다.

    알았으면 알짱대지 말고 나가. 야, 옷 벗어.

    감히 저런 말을 지껄이다니. 어두운 방 안에서 부스럭부스럭 들썩대는 인기척이 들려. 봇물 터지듯 나오는 울음소리에도 남자는 아랑곳 하지 않아. 옷깃이 스치는 소리 같은데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모르겠어. 벗기는 걸까, 벗겨지는 걸까. 상상엔 끝이 없으니 수많은 장면들이 그려졌다 사라지고를 반복해. 어느쪽이든 개 같아. 자기 손에 총이 들렸다면 당장 한스 머리통을 향해 발사했을텐데. 벽에 피가 분수처럼 튀어 묻는 장면을 상상하는 그때 무표정에 짜증이 잔뜩 서린 메가라가 밖으로 나왔어. 우두커니 문지방에 서 있던 엘사랑 마주치더니 노골적인 어깨빵 하고서 지나가버렸지. 부딪힌 어깨가 조금 아팠지만 아무 느낌 없었어. 메가라 입장에선 엘사가 골칫덩이에 불과할테니.

    허, 이년 봐라. 안 벗어?

    지-지금, 영업 시간, 아, 아니에요.

    어둠속에서 들리는 물기가 절절한 안나 목소리에 엘사는 면전에 찬물이 끼얹어진 것 같았어. 아직 오픈시간 전이지만, 제법 직원다운 말이 엘사에게 비수로 꽂혀버렸지.

    그리고 여, 여긴. 손님은 추-출입금지예요. 나, 나가주세요.

    ……창년이 지주제도 모르네.

    저음에 깃든 살벌한 기저가 솜털을 쭈뼛 세우는데 그 순간, 찰싹-! 매서운 파생음 소리와 뭔가 바닥에 널부러진 듯 풀썩이는 소리. 아무래도 안나가 침대에서 떨어진 것 같았어. 거뭇했던 엘사의 안광에서 섬광이 번뜩였지. 심장은 미친듯이 뛰었어. 쿵. 쿵. 쿵. 쿵. 쿵. 몸속에서 천둥치듯 맥동질의 여파가 혈류를 타고 온몸으로 퍼지고 고막을 묵직하게 난타해. 머릴 어지럽게 울렸어. 뭐 타지도 않았는데 엘사는 멀미가 날 것 같았지.

    니년 들어온지 2개월 됐다 그랬지?

    짤그락. 남자 벨트 버클 푸는 소리가 들렸어. 지이이익. 지퍼내리는 소리도.

    한스 웨스터가드를 모르겠구만. 그럼 내가 단단히 교육시켜주지.

    들어가. 외면했던 심연의 목소리가 자신에게 명령해. 들어가.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쟤는 안 돼. 들어가. 들어가. 아프다는 핑계를 둬서라도 끌고 나와. 들어가.

    내 밑에서 앙앙거리다 디진 화냥년들 꽤 수두룩해.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S2 오랜만이라 봐주려 했는데, 생각이 바꼈어. 또 맞기 싫으면 얌전히 있어. 내가 사냥하는 맛을 좋아하지만 지금은 내가 기분 좆 같거든?

    보이지 않는 방 안에서 시끄럽게 실랑이하는 인기척이 느껴졌어. 온힘을 다 해 저항하고 있겠지. 싫다며 우는 목소리가 들려왔어. 거기에 맞춰 조금 헐떡이는 숨결이 들리자 엘사는 한스 말처럼 기분이 좆 같아졌지. 옷감이 찢어지는 생생한 소리. 동시에 온갖 만감은 부풀어올랐어. 돌덩이에 파묻히듯 숨이 막혀와. 심장 박동소리가 최고조에 이르고 심연의 목소리가 이리저리 겹쳐 복잡한 실타래처럼 얽혔을 때가 되고서야 엘사는 결심한 듯 경계선이었던 문지방을 넘어섰지. 방 안으로 들어서자 엘사는 문 옆에 있던 스위치를 켰어. 그러자 어두운 장막에 가려졌던 내부가 싸구려 백열등 빛 아래 고스란히 드러나.

    아, 시발! 또 뭐야!!

    목청 더럽게 크네. 방 안에 쩌렁쩌렁 공명치며 반사되는 고함에 엘사는 얼굴을 찌푸렸어. 안나가 바닥에서 주저앉은 채 한스한테 발길질 하고 있었고 한스는 두 발목을 움켜잡은 상태였지. 옷감이 찢어졌던 소리는 아무래도 한스가 안나 목깃을 잡다 찢어진 것 같았지. 카키색 티셔츠 오른쪽 목과 어깨 사이 박음질이 약간 뜯어져 있었거든.

    두 사람 시선이 엘사에게 꽂혔어. 안나의 울망울망한 눈망울이 휘둥그레져 있었고 한스는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어.

    ……걔 아파요. 오늘 손님 못 받습니다.

    스스로도 멍청하다 느껴지는 변명이 고요한 방에 흩날렸지.

  98. ㅇㅇ 2015.07.08 19:12 삭제

    으어어어 3개월 만이다아아아아아아!!!!!!!!!!!!!!
    한스 개@#!@$##$@야!!!

  99. 쉼터지기 2015.07.08 19:36

    살아났다!

  100. ㅇㅇ 2015.07.11 13:41 삭제

    씹발암

  101. ㅇㅇ 2015.07.12 03:57 삭제

    살아났구나! 한스 저 개….ㅂㄷㅂㄷ…ㅜ

  102. ㅇㅇ 2015.08.18 07:28 삭제

    더 안 나오나…ㅠㅠ

  103. ㅇㅇ 2015.08.19 02:48 삭제

    그래 기다릴게ㅠㅠ힘내라!

  104. 마룬CK 2015.12.17 15:15

    *한스주의

    앞으로 다가올 후폭풍은 애써 무시한채 엘사는 안나를 끌고 자기방으로 향했어. 안나 팔목을 잡은 엘사의 손은 알게 모르게 떨고 있었어. 야! 당장 달려들 듯 빽 공포하는 고성을 뒤로 하고 여전히 상황파악을 못한 안나를 문틈으로 밀어넣었지. 우당탕. 안나가 발 헛디며 넘어졌지만 신경 쓸 겨를은 없었어. 엘사는 황급히 문을 안쪽에서 잠그고 쾅 닫아버렸지. 곧바로 성큼성큼 뒤쫓아오는 구두소리에 엘사는 심장이 미칠듯이 뛰었어. 쿵 쿵 쿵 뛰는 고동음이 고막 짓밟아 머리가 아파. 식은땀이 흘러. 아마 30분 뒤에 자신은 죽어있을지도 몰라. 어쩌면 S2에 있는 사람이 모두. 후회가 일말의 입자 하나만큼 없을거라고 장담은 못 해. 무서운 건 엘사도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확실한 건 어두운 방에 안나 혼자 감당하게 내버려두면 죽을 때까지 죄책감의 해일로 잠식될 거라는 점은 분명했어. 죄책감만큼 찰거머리마냥 들러붙고 평생 질척거리는 감정은 없을테니까.

    천둥이 내려치듯 정적을 부셔버리는 고성이 쩌렁쩌렁 울렸어. 다시금 S2 로비는 소란스러워졌지. 좆됐다는 낯빛으로 튀어나온 메가라는 제 방 앞에 우뚝 선 엘사와 씩씩대며 험상궂은 한수를 발견했어. 한스 어깨너머로 엘사와 메가라가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비난어린 서슬퍼런 눈빛이 번뜩였어. 가뜩이나 극악무도한 패권을 쥐고 있는 포식자에게 이런 범례는 나를 죽여달라 표명하는 행위니까.

    “지금 뭐하는 짓이지?”

    “안-, 앤은 지금 많이 아파요. 오늘 손님은 못 받는다고 했습니다.”

    단호한 어투에 한스의 짙갈색 눈썹 한쪽이 치켜올라가. 굳은 가면처럼 무표정을 유지한 엘사는 서릿발 돋는 기류속에서 식은땀이 맺히는 빈 손만 꽉 움켜쥐었어.

    앤. 자신이 지어준 안나의 가명은 입에 담을 때마다 붕 뜬 위화감이 맴돌아. 껄끄러웠어. 엘사는 이제껏 그 누구도 앞에서 안나 가명과 본명을 입에 올리지 않았어. 단 둘이 있을 때조차도. 속으로만 수백 번 수만 번 되뇌일 뿐. 부를 때마다, 이름을 생각하는 것조차, 기분이 이상해져서.

    “내가 그딴걸 묻고 있는줄 아나?”

    차분하지만 억양 끝은 긴장과 공포로 미세하게 떨었어. 한스 보디가드마냥 서 있던 꺼먼 장정들이 당장 엘사에게 달려들 기세였지. 저년 난입할 때 안 막고 뭐했냐며 한스가 난폭하게 지보다 키 큰 조직원들 뒤통수를 후려치는 걸로 화풀이했어. 죄송합니다. 무감정한 로봇처럼 말하는 어투는 덩치만큼 묵직했지. 저 폭력이 곧 자신에게로 향할 거라 직감한 엘사는 입을 꾹 다물었어. 한스를 똑바로 당면하고 있었지만 누가봐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해. 한스는 보통 사람이 아니라 이 뒷세계의 양아치 중 우두머리야. 그것도 권력 높은. 자칫 잘못하면 엘사는 이 자리서 죽어. 진상 손님 상대하는데 베테랑인 메가라마저 차마 끼어들지 못해. 이건 위험한 상황이었으니까.

    “좋은 말 할 때 문 열어.”

    “못 열어요.”

    “…”

    “…앤 정말 아파요.”

    초라해. 변명하듯 웅얼거리는 자신의 목소리가 너무나 처량하기 그지없었어. 녹감람석 같은 그늘진 안광이 살벌하게 희번덕거리는 얼굴을 정면으로 맞서니까 뒤늦은 후회가 묽은 물감처럼 번져가. 그래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어. 시선을 피하는 순간 거짓말들이 정말 거짓말이 될 테니까. 안나가 아픈 건 사실인데 몸살이라 손님 못 받을 정도는 아니였어. 하지만 엘사 마음 한구석에선 더는 안 된다 고래고래 울부짖고 있었지. 한스에게 눈에 띄면 두 번 다시 볼 수 없으니까. 생사여부마저 오리무중 되겠지. 한스가 드물게 사간 여자는 잠깐 호화스런 생활도 잠시야. 어느샌가 지상에서 사라져. 철저히 육변기로 굴러지다 버림 받아버리는 거지. 엘사는 그 소문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어. 이 바닥에서도 한스에겐 자지라는 천박한 수식어가 따라다니는데, 눈에 띄지 않더라도 안나가 어떻게 될지 선명한 파노라마가 그려지지. 40대 가까이 되는 나이주제에 열넷에서 열아홉까지의 소녀들만 데려가. 막연한 예측이 현실화 되는 건 그 무엇보다 끔찍했어. 야속하게도 불길한 예감만큼 잘 맞아떨어지니.

    숨 쉬는 것마저 눈치봐야되는 살벌한 기류가 S2 로비에 내려앉았어. 파리하게 질린 엘사는 마른침도 삼킬 수 없었지. 누군가 폐부 속에다 모래를 쏟아부은 듯 기도가 틀어막혀와. 명치 부근이 망치로 얻어맞은 것마냥 묵중한 통증이 깊숙한 곳에서 도사렸어. 높은 고지에 도달한 듯 귀가 먹먹했지. 침묵의 괴성이 울리는 동안 엘사는 온갖 상상이 머리속을 휘저었어. 저 조직원을 시켜 나를 끌어내고서 안나를 끌어낼까, 아니면 칼에 찔려 초주검으로 만들기 위해 내게 발길질을 쏟아부을까, 당장 싸대기 맞고 무자비한 린치가 들이닥칠지, 칼부림이 일어날지. 삽시간에 수십 갈래로 뻗어나간 공상이 실타래처럼 엉키며 어지러운 노이즈가 엘사를 헤집어놔. 심장은 아주 격렬하게 난동부리고 있었지. 왼쪽 가슴이 저릿해. 전신 혈류로 퍼지는 박동은 마치 몸 자체가 심장이 되어버린 듯 거세게 날뛰었어.

    시간이 멈춘 듯 표정 변화 없이 서로를 노려보던 한스와 엘사의 사이에서 죽어나가는 사람은 메가라였어. 지금 끼어들었다간 자기마저 불똥이 튈 테고, 돈줄이자 생명줄인 S2 업체는 문 닫아야될테니까. 그저 한스 뒤에서 딱딱한 어깨너머의 엘사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낼 뿐이었어. 메가라의 간절한이 무색하게도 엘사는 못본 척 외면했지.

    “…하. 진짜 어이없네.”

    침묵을 깨버린 사람은 바람 빠지는 풍선마냥 헛웃음이 터진 한스였어. 한쪽 입꼬리가 말려올라간 반면에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은 한스는 이내 양눈썹을 가볍게 올리며 흥미로운 기색을 드러냈어. 여전히 아랫턱을 꾹 다물은 엘사는 문짝에 몸을 바짝 기댔지. 한스 양 옆에 자리한 검은옷의 덩치 둘은 명만 떨어지면 곧장 엘사를 끌어낼거야.

    푸하하하하하! 갑작스레 박장대소하는 한스의 웃음소리가 공허하게 울려퍼졌어. 얼어붙은 정적으로 배가 되어선 쩌렁쩌렁 공명쳤지. 벽에 반사되어 고막을 후려치는 거북한 웃음소리. 시끄럽게 킥, 킥. 어깨를 들썩이면서까지 한스가 웃었어. 한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여전히 조롱기 다분한 어투로 긴장한 엘사를 조롱해. 다 알고 있다는 눈빛으로.

    “너 그동안 어떻게 일했냐?”

    두서없이 툭 내던진 말에 엘사는 어리둥절할 틈도 없었어. 한스 어깨 너머의 메가라 표정은 한없이 차가웠어. 어느새 만면에 조소가 뚝뚝 묻어나는 한스가 여유롭게 팔짱을 꼈지.

    “지도 좆 달렸다고 어린년한테 꼴리는구만?”

    “뭐?”

    “시답잖은 로맨스 꿈꾸냐? 이야, 존나 의외라서 진짜 웃기네. 묵묵히 일만 하는 샌님인줄 알았더니. 저년 들어온지 두어달 됐다며? 두달 동안 계속 따먹었겠다?”

    “아니-.”

    “내 말이 틀렸다면 지금 넌 죽사발났어.”

    “…”

    반박하려던 엘사는 순간 입을 움직이지 못했어. 빠르게 소용돌이치던 사고회로가 일순 정지해버리고 혀는 얼어붙었지. 빠르게 내달리는 혈류조차 일시정지한 듯 모든 신경이 굳어버렸어. 비단 한스가 지껄인 허언들이 모조리 맞아떨어서가 아니라고 여겼으니까. 어떤 점은 틀리기도 했고, 어떤 점은 사실과 달라. 그저 망망대해 한복판에서 어쩔 수 없이 물살에 휩쓸리는, 표류된 난파선처럼. 난 단지 감정에 따라 몸을 움직였을뿐인데. 어째서 저런 결론을 내리는거지? 긴장한 와중에도 엘사는 가만히 안나와의 첫만남부터 지금까지 삽시간에 회상해. 그래, 처음부터 유난히 눈과 머리에 들어오던 애였지.

    엘사는 난데없이 뺨을 얻어맞은 기분이었어.

    한참 왁자지껄하게 낄낄거리던 한스의 웃음소리가 서서히 잦아들었지. 번뜩이며 엘사 등 뒤의 문짝을 날카롭게 노려보더니 곧은 시선으로 맞받아치는 엘사와 번갈아봐. 마치 안나랑 엘사를 보듯이. 물에 젖은 진흙탕처럼 진득하고 탁한 빛을 띤 녹색 눈동자가 비열한 하이에나의 안광으로 희번득였어. 양 옆에 그림자처럼 선 두 명의 덩치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지. 지금 S2를 비롯한 생명줄을 움켜쥔 건 다름아닌 한스가 어떤 기분이고 무얼 말할지에 따라 결정되어 있었으니까. 분하지만. 서던아일이란 재력만으로 달려들 종자들 널리고 널렸을텐데 왜 이런 환락가에 들락날락거리는 걸까. 누군 하루 빨리 벗어나길 원하는데 말이야. 뭐든 있는 사람이 더 한다고.

    엘사는 원망스러웠어. 자신을 포함한 모든것들이. 그냥 이런 세상 자체가. 자신말고는 그 누구도 자신을 구제할 수 없는 외로운 현실. 엿같은 돈이 없단 이유로 벼랑 밑 낭떠러지로 낙오되고. 거진 일생의 반을 이딴 시궁창에서 흘러보냈는데. 보상은커녕 남겨진 것은 가파른 내리막길 뿐이야.

    찰나의 순간, 걷잡을 수 없이 과거에 대한 회한이 몰아쳤어. 돈. 좆같은 돈. 하지만 유일한 희망인 돈. 안나도 그 돈 때문에 이곳에 왔으니까.

    참담해진 엘사는 굳게 닫은 입 안으로 이를 빠드득 갈았지. 여전히 저를 노려보는 한스에게 제 얼굴이 어떻게 보이든 말든 상관없었어. 그냥 이 상황 자체가 분할 뿐이었지. 부아가 치밀어. 아아. 저자식 때문에 온갖 잡념들이 난데없이 튀어나와선 날 괴롭혀. 평소엔 아무렇지도 않았던게. 음습한 녹색 안광은 빈틈이 보이자마자 이때다하고 거머리떼 같이 달려들겠지. 얼마 남아있지 않은 살점마저 모조리 빨아먹는 유충은 옹졸하기 짝이 없지. 살아있든 죽어있든 영양분이라면 앞뒤없이 달려드는 지독한 종자들. 난폭한 쾌락에 광락하는 악마새끼. 바짝 마른 입안에서만 맴도는 응어리진 욕지기는 곧 썩은물로 녹아내려 엘사 몸속에서 스며들었어. 그마나 안심할 수 있는건 눈치빠른 안나가 조용하단거야. 엘사 등 너머의 가려진 인기척은 상황을 감지했는지 고요했거든. 불행 중 다행이었어. 만약 안나가 열어달라 두드리고 문고리 잡고 철컥철컥 돌렸으면, 진짜 그랬다면 엘사는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을테니까. 다시 한 번 안나를 좋아한다는 한스의 쐐기에다 확인사살까지 통괄하는 거니까.

    거미집 형태로 잔뜩 금이 간 얼음처럼 깨지기 일보직전인 엘사의 낯짝에선 싸늘한 서리기류가 대류쳤어. 마른침 삼킬 생각도 안 해. 한스 육안으로 보이는 어떤 의도든 간에 절대 움직이고 싶지 않았어. 숨쉬는 행위까지 트집 잡을 한량배에게 일말의 꼬투리도 잡혀선 안 돼. 하지만 지금은 이미, 뿌리채 틀어잡혔지만.

    “그래. 얌전한 것들이 꼭 크게 사고치지.”

    여전히 키득키득 비웃던 한스의 악랄하게 올라간 입꼬리는 어느순간 싸늘하게 내려갔어.

  105. ㅇㅇ 2015.12.18 18:19 삭제

    헐 이게 살아오다니… 게다가 한스에 발암;;;;;

  106. ㅇㅇ 2015.12.19 10:45 삭제

    헐 이게 살아나다니! 한스…ㅂㄷㅂㄷ…

  107. 돌구 2015.12.21 23:13

    으아아어ㅓ어어아ㅏ뒤궁금허!!!

  108. 마룬CK 2015.12.22 17:44

    똑. 똑. 똑.

    문짝에 귀를 바짝 붙였던 안나는 바로 면전 앞에서 노크하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세 걸음, 뒷걸음질쳤다.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지만 히끅. 딸꾹질이 새어나오고 말았다. 문 너머에서 가느다란 음성이 아주 작게 말을 걸었다. 마치 문이 말하는 것 같았다.

    “문 열어.”

    심장이 덜컥 내려앉은 고동질이 무색하리마치 안나는 안심했다. 그 무서웠던 남자의 걸걸한 목소리가 아니여서. 여자의 것이었다. 자꾸만 시선이 가는, 공허한 허공을 바라보다 문득 떠오르는. 그런 사람. 엘사. 이 사람의 목소리였다. 고운 음성. 일순 안나는 자신의 처지를 망각하곤 안도했다.

    안심하자마자 불현듯 의문이 불쑥 고개를 들었다. 안나는 엘사와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나눠본 적 없었다. 매일 마주했어도 무거운 정적만이 흐를 뿐일지언정 그렇다 할 대화는 없었다. 닿았던 촉감만이 교감이라면 그것이 전부였다. 혹사 당한 몸에 약을 발라주는 조심스런 손길과 이따금 단호해지는 악력, 그리고 이따금씩 유리 대하듯 조심스런 일련의 행동들. 이제는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평범한 일상을 일깨워주는 매개가 되었다. 그래서 더 고통스러웠다. 예전 생활을 떠올려봤자 희망고문이었으니까. 어차피 눈앞에서 사라져버릴 신기루는 애초부터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따금씩 엘사는 다정한 언동으로 안나를 위로했다. 본인은 절대 내색하지 않았지만. 울다 지쳐 잠드는 굴레가 일상이 된 안나는 보듬어주는 손길이 절실했다. 일종의 신고식은 아예 없었던 일처럼 느껴졌다. 묘한 뒤틀림을 깨달은 순간은 오래되진 않았다. 엘사는. 우연하게 정의내린 사고는 어느순간 찾아왔다. 엘사, 그 사람은-.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외톨이처럼.

    안나는 어렴풋이 이곳에 처음 왔을 때를 떠올렸다. 반질거리는 담청빛 푸른 눈은 숙연해졌다. 눈꺼풀 뒤로 반투명한 기억의 영사기가 재생했다. 눈에 띄던 백금발과 조각상처럼 반듯한 이목구비, 그리고 같은 여자라는 것에 순진하게도 안심해버렸다. 이윽고 무자비한 신고식을 종용했다. 부드러이 어루만지는 약손의 주인이라 믿을 수 없을만큼 난폭한 손아귀. 괴기스런 신체. 안을 가르던 이물감. 격양된 몸짓. 허무하게 갈취 당한 순결을 쥐고서 입을 열지 않은 사람은 훌쩍이는 제게 이불보만 덮어주곤 나가버렸다. 찢어지는 고통에 비롯된 극심한 공포와 허탈함이 공존했던 첫경험. 아팠다. 아파서 더 강렬했다. 나중에 다시 나타난 사람은 미지근하지만 분명 자신을 신경 쓰고 있었다. 호의인지 의무인지 분별이 안 갔다. 하루 대부분 엘사를 떠올린다. 문 너머의 저 사람은 안나가 여겼던 것보다 훨씬 크게. 이미 내면 깊이 뿌리내렸다. 안나에게 있어 엘사는 지옥이나 다름없는 밑바닥 생활을 더 철저히 상기시켜주는 자각체였다. 그 사람을 미워한다. 안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미워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은 미운 사람일수록 더더욱 의식하게 되어버리는지. 안나는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누군가로 통해 그 이름을 들었다. 그 사람의 목소리도. 뚜렷한 이목구비도. 안나는 이제껏 단 한 번도 엘사의 이름을 입에 담지 않았다. 피차마찬가지로 엘사 또한 그러할 것. 하루도 빠짐없이 마주하고 듣는 목소리는 안나의 이름을 일차 발음한 적 없었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안나는 그리 여겼다.

    똑. 똑. 똑.

    노크소리가 일정하게 다시 들렸다.

    “문 열어.”

    시간이 되감기된 듯 한 치의 오차없이 조금 전과 일치했다. 현실과 부조화스런 위화감이 감돌았다.

    상한 음식을 먹은 듯 속이 거북해졌다. 여태 두어달 간의 생활이 유체이탈 같은 경험이 아닐까 생각했다. 자신과 전혀 상관없이, 어딘가에서 눈 뜨면 환영처럼 사라지고마는 꿈이지 않을까. 안나는 간절히 바랐다. 그럼 예전처럼 난 딸기우유가 부은 듯한 방에서 아침을 맞이할 것이고, 거실 식탁에서 엄마 아빠와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아침인살 나누겠지. 엄마가 직접 구워준 노릇노릇한 팬케이크와 달척지근한 메이플 시럽을 곁들여 어느때보다 행복한 아침식사를 하고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학교를 갈 것이다. 그런 시절이 있었나. 전설처럼 느껴지는, 이젠 기억이 희미한 등굣길. 그런 것들. 그 당시 분수도 모르고 질려했던 모든 것들. 이젠 사무치게 그리웠다.

    “…열어줘.”

    멍하니 회상에 잠긴 안나를 일깨우는 조용한 목소리가 다시 한번 속삭이듯 읊조렸다. 이곳이 정말 조용하지 않았더라면 못 들을 정도로 작았다. 뒤죽박죽 장면들이 겹쳐지는 고장난 영사기가 뚝 꺼졌다. 엘사와 눈을 마주하듯 퍼뜩 고개를 처올렸다. 이윽고 안나는 조용히 문고리에 손을 올렸다. 가만히 공상에 잠기더니 잠긴 문고리를 돌렸다. 중간쯤 걸리는 느낌이 들자 조금 더 힘을 가했다. 팅! 싸구려 잠금이 풀렸다. 안나가 문을 채 다 열기도 전에 엘사가 밀고 들어왔다. 하얀색에 가까운 백금발이 시야에 들어서자 안나는 반사적으로 시선을 떨궜다. 발등 전체를 덮었다 싶을 정도로 여러 갈래의 푸른 실핏줄. 왜-. 안쓰럽게 창백한 하얀 발이 안나를 등지고 있었다. 왜.

    어째서. 그 남자에게서 나를 끌어냈을까. 이제껏 그들에게 떠밀었으면서. 남자를 향해 말하던 두려움을 억누른 엘사의 얼굴이 눈꺼풀 너머로 난데없이 스쳐지나갔다.

    만약. 엘사가 꺼내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강간인지 아닌지 모호한 경계선에 머무르는 지긋지긋한 일이 진행중이었을 것이다. 왜 나를 붙잡고 끌어냈을까. 의문은 그렇다 자시고 고마웠다. 과묵한 마담은 무서웠다. 하지만 안 고맙다면 거짓말이겠지. 조악한 백열등빛 아래, 창백한 무표정이 떠올랐다. 남자에게 얻어맞은 뺨이 얼얼했다. 손으로 살짝 쓸어보니 짙은 열기가 손바닥 면적에 들러붙었다. 퉁퉁 부어있었다. 안면 반쪽은 마취한 듯 감각이 둔했다.

    단순히 동정심일까. 주워듣기론 엘사도 한때는 저와 같은 생활을 했었다고 한다. 문 밖으로 들렸던 남자의 정신나간 웃음소리와 귀가 의심됐던 말들. 그 인성을 대변하며 저급한 은어를 쏟아붓던 남자 말을 간추린다면 엘사는, 자신을 좋아한다고 했다. 좋아한다니. 뜬구름 같은 소릴. 말도 안 된다 여겼다.

    …정말?

    하지만 안나 속마음은 그러지 않은 듯 했다.

    날 좋아하는 걸까?

    문득 깨달았다.

    나는 막연하게 짐작하고 있었다.

    이 지하세계에 처박힌지 벌써 두 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바깥세상과 햇볕의 어땠는지 기억이 까맣게 지워지기에 충분한 기간이었다. 한 울타리 안에서 안나는 홀로섰다. 섹스가 숨을 쉬는 행위와 같은 호흡으로 동일시되는 뒷세계에선 서로 별 다를 바 없는 처지였다. 응당 동질감은 피어나길 마련. 친구 비슷한 말동무가 관계의 전부나 다름없다. 친구 비슷한 부류. 안나는 단 한 번도 저와 같은 처지인 여자들에게 시시콜콜한 잡담은커녕 억울한 심정과 하염없이 해묵은 푸념을 토로한 적 없었다. 타의성이 배제된 자의적인 고립을 택했다. 자연스레 울타리 안에서 혼자이기를 원했다. 흔히 말하는 왕따. 그래도 외로운건 어쩔 수 없는 감정이었다. 선택이고 자시고 엘사가 안나만 유난히 편애한다는 이유가 전반적인 원인이었는데, 안나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차라리 단백질인형으로써 암울한 생을 마감하길 염원했으니. 부모의 업보로 쌓인 빚을 갚지 못한 죄의 형벌은 고작 열여덟 여자아이에게 잔인무도했다. 이런 안나의 과거와 현재를 유지시켜준 사람은 다름 아닌 엘사였다.

    저 사람이 혹시 나를 좋아하는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최초로 불현듯 떠올렸을 때. 이젠 내가 맛갔구나. 하고 안나는 자조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을 비웃는 조소는 형체를 잃었다. 얕은 파동으로 일렁이는 수면처럼 일그러진 파노라마가 일련적으로 떠올랐다.

    기묘한 다정함. 마치 친언니라도 되는 양 굴었다. 안나는 동정심어린 선심이라 여겼다. 공기중 떠다니는 먼지처럼 부유한 위화감을 체감한 순간은 매번 있었다. 타인의 탐욕스런 욕정으로 온갖 멍이 든 전라에 연고를 발라주는 손길이, 묘했다. 차가운 체온 같이 의무적이었지만 이상한 감각을 전이했다. 특히 딱지가 벗겨지며 핏물과 상흔들로 물크러진 속살까지 연고가 닿을 때면 엘사의 얼굴은 돌마냥 딱딱하게 굳었다. 확연하게 아랫턱이 꾹 다물린걸 보았다. 똑똑히 보았다. 찰나 마주친 시선은 야트막히 떨고 있었다. 엘사는 무언가를 감추며 당면한 눈맞춤은 아스라이 어긋냈다. 분명 긴장하고 있었다. 어둠속에서 안나는 무망히 지켜보았다. 묘한 얼굴. 침착하지만 서두르는 손길. 유리구술 안에 담겨진 바다처럼 찰랑이는 푸른눈. 자가 얹어진 듯 일자 입. 얼굴근육이 불거질만큼 딱딱한 안면. 마른침을 삼키며 꿀렁이는 얇은 목울대. 노골적으로 마주치지 않으려는 행동은 감정을 드러내길 거부하고 있었다. 왜. 저런 표정을 짓는것인지. 마치, 꼭… 나를… 여기까지 안나의 사고회로는 정지했다.

    도주 사실을 묵인한 것도 그렇다. 실리적인 행동파인 메가라한테 알려졌으면 저는 지금 호된 벌을 받고 있을 터였다. 되려 해외로 도망가라 읊조리기까지. 두 번 다시 도망갈 일 없을거라 여기면서 하는 말이였나. 불투명한 의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채 20분도 안 지나기 전. 엘사는 죽기로 결심한 사람처럼 초연한 몰골로 느닷없이 나타나 그 조폭 같은 남자에게서 안나를 끌어냈다. 다급히 끌어당기는 손아귀는 완강했지만 겁에 질려있었다. 확실히.

    물 위의 기름처럼 투명했던 의구심은 곧 확신으로 굳어져 묵직한 덩어리로 변질됐다. 가라앉는다. 깊은 어딘가로. 구멍난 배처럼 서서히. 가라앉는다. 어두운 심해. 안나는 몸속에 물이 가득 차버린 것 같았다. 가슴이 답답했다.

    탁!

    방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엘사는 누군가에게 쫓기는 사람처럼 서둘러 문을 닫았다.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힌 이마엔 흘러내린 앞머리가 가닥가닥 붙어있었다.

    텅-.

    은칠이 거의 다 벗겨진 원형 문고리에서 잠금쇠 걸리는 소리가 초라한 음파로 웅웅 울려퍼졌다. 축축한 손으로 쥔 동그란 문고리는 시리게 차가웠다.

    문이 잠겼음에도 파리하게 질린 손은 문고리를 거칠게 돌렸다. 제대로 잠기었는지 철저히 확인했다. 덜컹덜컹, 헐거운 문짝이 흔들렸다. 대여섯 번쯤이 되어서야 문고리에서 손은 거두어졌다. 거뭇히 녹슨 쇠냄새가 손바닥에 배였을 것이다. 바로 제 뒤에 오도카니 서 있는 안나 모르게 엘사가 안도의 한숨을 들이쉬었다. 흉부속 폐가 한껏 팽창되며 어깨는 크게 올라갔다 내려갔다. 발치로 내려가있는 말간 시선이 발등을 기어다녔다.

    침대와 책상만 달랑 있는 작은 방에선 무음의 정적이 늘어졌다. 지하란 위치 때문에 공기는 비가 온 기류마냥 습했다. 가슴을 옥죄어오는 두려움이 더더욱 목을 조여왔다. 싸구려 백열등은 천박한 하얀빛을 명멸했다. 눈이, 시리다.

    “오늘은-.”

    모든 것은 그대로 정지하고서 입만 움직였던 엘사는 멈칫했다. 눈이 커졌다가 원래 무표정으로 금방 돌아왔다. 생각보다 지나치게 큰 제 음량에 놀라버렸다. 여전히 쿵쾅쿵쾅 고동치는 심장소리가 안나의 귓전까지 닿을까 두렵다. 여기가 너무 조용한 탓이리라. 그래. 조용한 탓이다. 광대무변한 우주속 홀로 놓인 것과 같이. 수평선만 펼쳐진 대양 한복판에서 표류되면 이런 심정일지. 알고 싶지 아니지만 엘사는 무망중 궁금해졌다.

    “일하지 말고 여기서 자.”

    한숨과 함께 내뱉은 엘사의 목소리엔 활기가 버석 메말라 있었다. 듣는 사람마저 녹진한 피로가 귓바퀴로 스며들어왔다. 안나에게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마치 이 공간에 없는 듯 고요했다. 하지만 엘사는 여전히 제 발치로 스멀거리는 투명한 눈길을 인지할 수 있었다.

    현재로썬 안나를 제 방으로 돌려보내봤자 좋은점은 단 1도 없다. 엘사의 불안만 더 가증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안나 혼자 두면 위험하다. 무방비한 상태로 거대한 송곳니만 가득한 아귀 속으로 밀어넣는 짓이다. 제대로 이골이 난 메가라가 언제 폭발할지 모르기에. 메가라는 안나를 화풀이의 희생양으로 삼을 것이다. 아니. 더 몸을 굴리게 할지도 몰랐다. 멋대로 일을 벌인 엘사에게 벌주기 위해서.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인분을 입속에다 쑤셔넣는걸로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절대.

    “침대에서 더 자도록 해. 너 아프잖아.”

    줄곧 문을 마주한 채 자기 할 말만 내뱉던 엘사는 문과 대화하는 착각이 들었다. 등 뒤에 있는 안나가 어떤 표정인지, 듣기나 하는건지, 알 길이 없었다. 다만 지척의 인기척과 발등을 간지럽히는 시선을 안나로 삼아 말을 내뱉을뿐. 대화가 아니라 통보였다.

    무거운 적막이 흘렀다. 속이 거북해질만큼 침묵은 고막을 짓눌렀다. 관자놀이가 무언가에 관통당한 듯 머리가 띵했다. 한없이 조용하다. 눈만 감으면 죽었다고 여겨지게끔. 혹은 귀머거리가 되어버린 것 같다. 한자락의 바람결마저 없는 진공방에서 엘사는 하염없이 안나쪽으로 곁눈질했다. 새파란 눈동자가 흔들리는 상자속에서 여기저기 부딪히는 구술처럼 부산스레 굴러갔다. 반면에 엘사의 몸은 눈꺼풀까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안나는, 하염없이 엘사의 허연 발치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면 텅 빈 바닥에 빨려들어가 공상에 잠긴 걸지도. 이제야 안나가 그 한량배에게 뺨을 얻어맞았다는 걸 기억해냈다. 정신없이 문을 열어서 어떤 얼굴인지 보질 못했다. 괜찮니. 이런 같잖은 걱정. 그리고 부은 뺨을 감싸주지 못하고 멈춘 자신을 향해 엘사는 질타어린 환멸감을 드러냈다.

    한참. 두 사람은 박제되어버린듯 가만히 있었다. 적연부동한 침묵에서 간간히 들리는 숨소리. 너무나 작아서 물고기 따위가 물 밖에서 뻐끔대는 호흡 같았다. 감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움직이는 순간 침묵은 깨질 터이니. 그것은 일종의 끝맺음과 시작을 알리는 경종이다. 엘사는 제자리를 지키고 싶었다.

    문득 허기가 졌다. 들어오기 전에 식어빠진 식빵이라도 챙겨올 걸 후회했다. 더군다나 안나는 오늘 아무것도 못 먹었을텐데. 모처럼 외출로 간단한 요기로 떼웠던 엘사는 괜히 미안해졌다. 평소 같았음 지금쯤 뭐라도 먹였을 것이다.

    오늘은 잠으로 허기와 갈증을 살라야겠다. 그만 자자. 어쩌면 이곳에서의 마지막 잠일지도 모른다. 그만 자자.

    엘사가 입을 열려는 순간,

    “…나한테 왜 이래요?”

    안나가 정적을 찢어갈랐다.

    “정말 나한테 왜 이러는 거에요?”

    쩌저적-.

    어디선가 금이 갈라지는 환청이 들렸다.

    부지불식간이었다. 난데없이 얼굴을 후려맞은 사람처럼 엘사는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며 몸을 돌렸다. 붉은 정수리가 보이게끔 푹 숙였던 머리는 어느샌가 곧 울음 터트리기 직전의 격양된 낯짝으로 드러내 시야에 들어왔다. 가득 찼다. 산발이 된 붉은 머리. 엘사 시점에서 퉁퉁 부은 오른쪽 뺨. 한쪽 어깨 박음질이 뜯겨져 실밥들이 튀어나온 낡은 티셔츠. 그 속에 드러난 주근깨 박힌 몽근한 어깨. 시선을 조그만 올리면, 금방 쏟아질 듯 그득 찬 푸른 눈망울이 번들거리고 있다. 너무나 투명하다. 엘사는 유리잔에 열대바다를 담으면 저런 빛깔일까 멍하니 생각했다. 실제로 열대바다를 본 적도 없지만.

    “…”

    “그냥, 내버려뒀어도 됐잖아.”

    목석이 된 엘사에게 안나는 눈물을 쏟아부었다. 뽀얀 볼을 가로지르는 눈물은 소나기처럼 흘러내려갔다. 쉴새없이 맺히는 눈물에 시야가 물들자 안나는 두 손으로 눈가만 벅벅 훔쳤다. 히끅히끅 튀어나오는 딸꾹질은 꾸역꾸역 삼켰다.

    “지금 뭐하자는 건데? 사람들한테 날 추천한건 당신이잖아. 다, 알아요. 감기, 걸렸, 을, 때, 손님 받게 한 것도. 죽어버리고 싶었어. 이런 지옥에 있을 바에야. 죽고 싶었어. 그래서 아무것도 안 먹고, 시키는대로 다 했어. 아파도 손님 받았어. 싫어도 다 받았어. 그랬는데. 체념하고, 죽을날만 기다렸는데.”

    물크러진 목소리는 이내 속사포로 2개월 동안의 지옥을 토해냈다. 울분에 헐떡거리며 고집스레 말을 이어간다. 안나는 하염없이 솟구치는 낙루 때문에 손가락과 손등, 그리고 손바닥과 손목으로 눈가를 거칠게 쓸었다. 발개진 눈가와 눈물로 남루해진 얼굴. 엘사는 관찰자 같이 묵묵히 지켜볼 뿐이었다. 같잖은 위로와 동정은 표하지 못했다. 단단한 껍질과 달리 속알은 썩어문드러졌다.

    “그런데-.”

    목 메인 음성은 케케묵어있다. 숨을 날카롭게 삼키며 얕은 헐떡임에 엘사는 또다시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사방으로 뻗친 부시시한 붉은 머리가 푹 수그러지며 정수리를 다시 보였다. 히끅. 안나의 상박이 크게 들썩였다. 다시, 고개를 든다.

    “…정말이야?”

    두서없는 물음. 그제야 안나는 눈을 가린 손을 내렸다. 시선이 마주쳤다. 벌개진 눈가와 상반된 푸른눈. 눈물로 반질거리는 푸른눈은 신록의 물결이 찰랑이는 것 같았다. 가슴에 감춘 심장이 은밀하게 두근거렸다. 고막을 간지럽히는 고동소리. 춤추는 심박. 전율이 이는 묘한 관통.

    엘사는 망연히 깨달았다.

    “정말… 나 좋아해요?”

    부정할 수 없다.

  109. ㅇㅇ 2015.12.22 22:54 삭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건 도무지 뒷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상상이 안감;; 발암만 아니길 ㅠㅠㅠㅠ

  110. ㅇㅇ 2015.12.27 02:32 삭제

    ㅠㅠㅠㅠ어찌되려나 진짜ㅠㅠㅠㅠㅠ잘보고있어ㅠㅠㅠ

  111. ㅇㅇ 2015.12.31 02:44 삭제

    아아아……ㅠㅠㅠㅠ 서로가 좋아하는데도 이렇게 슬플 수 있다니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한스새낀 돌아간건가ㅠㅠㅜㅠㅠ

  112. ㅇㅇ 2016.01.02 01:22 삭제

    엘사가 뭐라고 답하려나ㅠㅠㅠ

  113. ㅇㅇ 2016.01.09 03:53 삭제

    또 기다림의 시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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