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오메가 40% 베타 40% 알파 20% 정도로 구성된 사회였는데 당연히 지배 계급은 알파 ㅇㅇ 오메가가 노예 취급 받거나 그런 사회는 아님. 능력 있으면 전문직도 진출 가능하고 표면적으론 사회적으로 불가능할 게 없는 사회. 근데 역시 체향과 힛싸는 이 사회 생활에 불리하게 작용됨. 특히 힛싸 터졌을 때 강간 당해도 법적으로 도움 받기 힘듦 ㅇㅇ 서로 말은 안 하지만 알파는 오메가가 힛싸 터지는 걸 호시탐탐 노리기도 하지. 같은 현퀘 장소에서 동료 알파한테 먹힌 오메가가 그 후로 제대로 된 생활이 가능할까? 어떤 사회인지 대충 감이 오지?
하지만 과학이 점차 발전하고 억제제도 날이 갈수록 성능이 좋아지고 오메가 자체도 체향을 억제하는 힘이 세대가 갈수록 강해지는 거야. 애가 타는 건 알파들이지. 알파들의 인내심의 한계가 오기 전에 항상 오메가 힛싸가 먼저 터졌기 때문에 그동안 고고한 척을 할 수 있었다는 걸 깨닫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어. 갈수록 힛싸가 터지지 않은 오메가 강간 범죄도 많아졌지. 문제는 체향 억제가 베타급으로 진화한 오메가들이 많아지니까 이젠 오메가고 베타고 구별 않고 강간 범죄가 많아지는 거야. 대기업 회장이 회사원을 능욕하고 강간하고, 일류 예술가가 모델과 큐레이터를, 유명 알파 연예인이 일반인을… 이러니 알파와 오메가 사이의 범죄에 관해 관망하던 베타들도 들고 일어났지. 혼란스러운 때였어. 여러 기업들에서 하극상이 일어나고, 경제 기반이나 사회 구조가 역변했지. 알파는 숨었어.
그리고 시대가 흘러 살 만해진 오메가들은 그 숨은 알파들을 찾아냈지. ^*^
정조를 미덕으로 아는 오메가와 자신이 정복자의 대명사였는지도 모르는 알파의 사회야.
캬!!!!!도키도키 여기서 이불핍니다
혼란스러운 역사 때문에 알파들은 별로 좋은 대우를 못 받았어. 정작 혼란스러운 역사는 역사학자들 정도가 아니면 모를 정도로 숨기는 역사가 됐지만, 사람들 맹목적인 혐오라는 게 그런 거잖아. 이유도 없이 엄빠가 싫어하니까 애들도 싫어하고 ㅇㅇ…
하지만 이 우월한 유전자인 알파는 오메가나 베타와 신체 능력을 견주기 우스울 정도로 우수했지. 오메가도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지만, 알파의 외모는 뭐라고 할까, 조각 같은 섬세함과 고혹적임이 있었어. 이런 알파를 멸종시키는 건 너무하잖아? 무엇보다 오메가들의 유전자가 알파를 원하고 있었지.
거의 멸종 위기까지 갔던 알파들을 오메가들이 거둬. 여러 이유를 대고 알파를 자기 소유로 하고 관련 법규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지.
아참, 이 세계관에선 아이가 부모의 성향 중 하나를 랜덤하게 따라. 그러니까 알파끼리 결혼하면 100% 자식은 알파 ㅇㅇ
알파인 엘사는 고아였어. 이럴 때가 종종 있었지. 새로 생긴 법 중에 알파와 베타의 결혼을 금지하는 법이 있었는데, 가끔 자기가 알파인지 모르고 베타와 결혼하는 부부가 있었어. 문제는 애를 낳았는데, 남자가 알파면 그나마 괜찮지만 여자애가 알파로 태어나면 숨길 수가 없잖아. g!p인걸. 사랑하는 사람과 생이별 하기는 싫으니까 애를 버리는 거야.
고아 알파는 바로 국가 소유가 돼. 엘사가 태어난 나라는 입헌군주국이었는데 공주님이 안나야. 아니아니, 이때는 아직 태어나기 전이지. 대대로 오메가가 왕인 이 나라의 국왕은 곧 한 알파를 처(?)로 받아들일 거고, 합궁을 하면 머지않아 아이를 가질 거야. 첫째 아이가 알파라면 오메가가 태어날 때까지 줄기차게 섹스해야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엘사가 새로운 알파로 국가에 등록이 된 거야. 국왕은 엘사가 아주 마음에 들었어. 보드라워 보이는 백금발과 아직 앞이 안 보이겠지만 또렷하게 빛나는 푸른 눈, 신생아임에도 눈에 쏙쏙 들어오는 이목구비라든지. 국왕의 지위로 이때까지 여러 알파들을 볼 수 있었지만 가히 싹수가 좋아. 왕은 벌써부터 설렜어. 자기 아이와 저 아이가 이 나라의 미래를 꾸려갔으면 하게 된 거지.
그리고 3년 후 첫째 오메가로 안나가 태어났지. 왕은 기뻤어. 얼마나 기뻤으면 산후 조리 후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엘사에게 안나를 보여주는 게 국정일을 시작하는 것보다 빨랐을까. 엘사와 안나가 만난 역사적인 순간이었지.
궁중 시녀들은 전부 베타야. 알파가 왕을 겁탈해도 문제고 왕비가 시녀와 배 맞는 것도 문제잖아? 그런 궁중 시녀들 사이에서 엘사는 무럭무럭 커 가. 알파를 별로 볼 기회가 없는 일반 베타들은 엘사가 신기한 것도 있지만 그냥 딱 봐도 귀엽고 사랑스럽잖아. 보통 아이들보다 힘도 좋고 체력도 좋은 엘사는 종횡무진 왕궁을 쏘다녔지. 하지만 해가 갈수록 궁중 시녀들로는 애 키우는 게 감당이 안 되네? 결국 엘사가 6살 때 왕국 기사단에 들어가. 기사단은 베타만 있는 게 아니라 몇몇 알파도 있었어. 물론 대장급이었지. 때문에 알파들은 국왕님이 공주님의 알파로 엘사를 점찍어놨다는 것도 알고 있어. 뭐… 여러모로 눈에 띌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엘사는 기사로서의 교육을 받으면서 자라.
안나도 구광비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지. 첫째에 오메가잖아. 왕도 오메가를 낳을 때까지 애를 낳겠다고 각오했었지만 역시 막내가 오메가라고 즉위하는 건 별로 탐탁치 않았거든.
안나는 태어났을 때 국왕도 베타라고 착각할 정도로 체향이 없었어. 아닌 줄 알지만 왕비가 알파가 아닌가 하고 의심할 정도였지. 그 정도로 극우성이었어. 그러니까 구광비의 팔불출력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지. 나라도 연일 공주에 대한 기사로 1면을 장식했어. 마치 노을이 지는 하늘처럼 밝게 너울대는 붉은 머리칼과 볼과 몸 곳곳에 앙증맞게 흩뿌려져 있는 주근깨가 특징인 공주님은 건강하게 자랐지.
공주님이 아장아장 걷게 되고, 성 안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게 된 때부터 시녀들은 고생 시작이었어. 기운 좋게 돌아다니던 엘사 꼬맹이가 기사단으로 가서 이제 좀 일하는 게 편하겠다 싶었는데 아니 웬걸, 공주님의 비글기가 알파랑 붙여놔도 손색이 없겠어. 엘사에게는 잔소리라도 할 수 있지, 안나는 공주님이라 그냥 뒤에서 절절 매는 수밖에 없어. 시녀들은 시름시름.
어느 날, 구광비님과 시녀들의 눈을 피해 안나는 안뜰로 산책을 나가. 말이 산책이지, 성 내부의 뜰로 산책 가는 것뿐인데 사람들 몰래 갈 리가 없잖아? 한 번 나갔다 하면 옷은 찢어지고 더러워지고, 머리는 까치집이 돼서 나뭇잎이나 나뭇가지들이 이리저리 얽혀있고, 어찌나 친화력이 좋은지 떠돌이 동물들을 한 마리씩 데려온단 말이야. 이러니 구광비님도 시녀들도 안나가 산책 간다 하면 혈안이 돼서 말리지. 하지만 말린다고 안 하면 비글이 아니지 ㅋ 안나는 평소보다 더 재미있는 게 없을까 하고 못 가보던 데를 가 봐. 우거진 수풀을 지나 정원사도 모르게 몰래 피어있는 들꽃들을 손으로 훑고 뛰어놀다 보니 탁 트인 곳이 나왔어. 오잉, 여긴 어디람.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던 안나의 눈에 팔을 한껏 벌려 커다란 상자를 들고서 바쁘게 뛰어다니는 한 소녀가 보여.
물론, 백금발이 아름다운 소녀지.
이때가 안나 5살, 엘사 8살이야.
캬!!!!! 캬!!!!!!!!! 캬ㅑㅑㅑㅑㅑㅑㅑㅏ!!!!!!!!!!!
왕국 기사단에서 단연 제일 어린 엘사는 정식 기사단 수업이라기보단 언니오빠들이 수업 받을 때 옆에서 목검 손질하거나 시간 나면 저도 검 한 번 휘둘러 보거나 해. 이러나 저러나 딱가리지 뭐. 커다란 상자도 단원들이 마실 물병들이 들어있는 상자였어. 물론 여덟살짜리가 들 수 있는 무게가 아니었지만, 그건 베타와 오메가 얘기고. 상자가 커서 뒤뚱뒤뚱 뛰어가는 엘사의 뒷모습을 안나가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지.
넓은 공터 가장자리에 상자를 내려놓은 엘사는 먼지 묻은 손을 툭툭 털어냈어. 그 옆엔 이미 엘사가 들고왔던 상자랑 똑같은 게 여러 개 있었지. 전부 다 엘사가 옮긴 것들이야. 나란히 열을 맞춰 줄지어 놓은 상자들을 보고 엘사는 흡족한 미소를 띄워. 자로 잰 것 같이 바르게 놓여져 있는 상자들을 보는 게 엘사의 조그마한 낙이었거든. 상자를 보며 자신의 솜씨에 감탄하던 엘사 뒤로 살금살금 다가온 안나는 갑자기 왁! 소리를 지르며 엘사의 등을 조그마한 손으로 툭 밀어. 하지만 겨우 이런 것에 놀랄 엘사가 아니야. 짓궂은 기사단 언니오빠들이 툭 하면 엘사한테 장난을 치거든. 5살 짜리 여자애가 뒤에서 툭 민 걸로는 알파는 꿈쩍 하지도 않아. 오히려 안나가 반작용 때문에 엉덩방아를 찧었지. 덕분에 깜짝 놀란 건 안나였어. 성 안에 있는 어떤 시녀도 이렇게 단단하다고 느낀 적 없었는데, 이 엉니는 머지?? 어리둥절해져서 일어날 생각도 안 하고 엘사만 멀뚱멀뚱 봤지. 그건 엘사도 마찬가지였어. 얜 누구야?? 서로가 서로를 멀뚱멀뚱 보기만 했지.
“여긴 함부로 들어오면 안 돼. 넌 누구니?”
먼저 입을 연 건 엘사였어. 넘어진 꼬마애에게 상냥하게 손을 뻗으며 물었지. 엘사가 안나를 모르는 건 아니었어. 몇 번 직접 보기도 했고, 뉴스나 신문으로도 볼 수 있었으니까. 단지… 지금 안나 모습이 말이야, 공주님이라곤 연상이 안 될 정도로 그냥 천둥벌거숭이 같은 모습인 게 문제라면 문제랄까. 오히려 그래서 머릿속이 복잡한 건 엘사야. 진짜 여긴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데가 아니거든. 일단 성 내부니까 허락 받은 사람만 들어올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이렇게 어린 여자애는 엘사가 성을 돌아다니면서 공주님 말고는 본 적이 없어.
“난 안… 헙.”
정체를 묻는 상냥함에 이끌려 안나는 무심코 자기 이름을 말하려다 고사리 같은 두 손으로 자기 입을 막으며 말을 막아. 이 엉니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여긴 성 내부고, 자기 정체를 밝혔다간 이 엉니가 시녀들한테 이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엘사의 푸른 눈이 그런 안나를 뚫어지게 보며 고개를 살짝 갸웃해. 엘사는 한 발자국 안나에게 가까이 다가갔지. 안나의 눈높이에 맞춰 쪼그리고 앉은 엘사는 안나를 뚫어지게 봐. 기사단으로 온 이후로 공주님이 있는 본성으로 출입이 불가능해서 공주님을 직접 보는 것은 몇 년 된 일이라 가물가물하지만, 참 공주님과 닮은 여자아이야. 엘사는 순진무구하게 웃으며 자기 앞에 있는 것이 그 공주님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꼬마의 얼굴을 오목조목 뜯어 봐.
안나는 혹시 자기 정체가 들킨 건가 조마조마해서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자기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엘사를 올려다봐.
“나… 나능…”
너무 다급하게 말을 막은 바람에 자기도 모르게 숨까지 참고 있던 안나가 엘사의 눈빛에 못 이겨 말을 시작해. 날숨으로 시작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들숨과 함께 들어온 난생 처음 맡아보는 향긋한 향에 안나의 눈이 번쩍 뜨이지. 체향 조절하는 능력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진화하지 않은 알파가 칠칠맞게 흘러나오고 있는 향이었어. 근처에 베타와 같은 알파밖에 없어서 체향이란 것도 잘 모르는 엘사는 토끼 눈이 된 안나를 보며 다시 갸웃하지.
“와… 엉니 냄새 엄청 좋다…”
홀린 듯 쪼그려 앉아있는 엘사의 무릎 위에 두 손을 올려 안나는 엘사 쪽으로 몸을 숙여. 엘사는 가벼운 무게감을 느끼지. 그리고 금세 지근거리까지 다가온 조막만한 얼굴에 당황했어. 아까까지만 해도 상냥하게 웃고 있는 얼굴이 놀라서 어버버거리고 있는 것도 모른 채 안나는 눈도 감고 코로 향기만을 좇았지. 안나는 어딘가 몸이 붕 뜨는 느낌이었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족의 알파가 아닌 알파였으니 어련할까. 작은 코를 찡긋거리기도 하고 흉골이 부풀 정도로 깊게 숨을 들이쉬면서 향기의 근원을 찾으려고 했지. 하지만 어딘지 모르겠어. 그냥 이 백금발의 예쁜 언니 전체가 이 향기로 되어 있는 것 같아.
조금 더 맡고 싶어. 이 좋은 향기는 어쩐지 너무 약하다고 느껴져. 분명히 더 깊은 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것 같아. 결국 안나의 귀여운 코 끝이 놀라서 벌어져 있는 엘사의 윗입술에 닿았어. 엘사의 입 속에서 그나마 좀 더 짙은 냄새가 났거든. 한 번 느릿하게 심호흡을 한 안나는 마침내 눈을 떠, 몇 센티도 떨어져 있지 않은 푸른 눈과 마주하지. 너무 가까워서 초점도 맞지 않은 파란색이 안나의 시야에 가득 찼어. 안나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어느새 쪼그려 앉아있던 상태에서 뒤로 넘어가 손으로 땅을 짚고 있는 엘사는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움직일 수도 없었어. 흐릿하게 넘실대는 자신과 비슷하면서도 어딘가 달콤하게 느껴지는 파란색을 눈으로 좇고만 있었지.
“공주님!!!!!!!”
그때 숨넘어 가는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어. 공주가 없어진 걸 알고 비상이 걸려 성 안을 이 잡듯 뒤지던 시녀들 중 한 명이었지. 그제서야 자신 외에는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위화감이 깨지고 둘 다 깜짝 놀랐지. 안나는 방금까지 자신이 하던 행동에 혼란스러워서 동공지진이 일어났어. 엘사는 엘사 대로 지금 공주님이라고 불린 게 이 꼬맹인가 싶어서 동공지진이 일어났지. 안나는 일단 시녀에게서 도망쳐야겠다 생각하고 짚고 있던 엘사의 무릎에 무게를 싣고 일어서려는 순간 한달음에 달려온 시녀에게 번쩍 들렸지. 이리저리 발버둥을 치지만 성인과 5살의 힘겨루기 결과야 뻔하지 뭐.
여러 잔소리와 빼애앵의 소리가 교차하면서 여전히 땅에 아무렇게나 앉아있는 엘사를 두고 멀어져 가. 시녀에게 안긴 안나는 여러 번 엘사를 향해 발버둥 쳤지만, 하도 이리저리 발버둥 치고 있어서 그게 엘사를 향한 건지는 알아보지 못했어.
어느새 시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안나의 서러운 통곡 소리만 들릴 정도로 둘이 멀어져서야, 엘사는 땅을 짚었던 손을 털 생각도 못하고 안나의 코가 닿았던 자신의 윗입술을 만져 봐.
캬!!!!! 센세 어서 다음… 현기증나요
와 입에 코로 냄새맡는거 존좋… 운명이네 운명이야
안나겅듀님 킁카킁카하다가 시녀한테 잡혀서 빼애앵하는거 졸귀씹귀 아닌가요?ㅋㅋㅋㅋㅋㅋㅋ
본성으로 붙잡혀온 안나는 폭풍 같은 시간을 보냈어. 일단 너덜해진 옷을 시녀가 벗기고, 샤워기로 따뜻한 물을 맞으니 발 밑으로 지저분한 색깔의 물이 흐르다 하수구로 들어 가. 종종 작은 나뭇잎이니 꽃잎 같은 것도 떠내려가네. 조금 화난 것 같은 시녀장 겔다의 손길이 순식간에 천둥벌거숭이 같던 안나를 뉴스에서 볼 수 있었던 귀여운 일국의 공주님으로 탈바꿈 시켰지. 안나는 정신이 없었어. 향긋한 샴푸와 바디 샴푸, 보습제의 냄새 속에서도 아까 그 언니에게서 났던 묘한 냄새가 잊혀지질 않아. 머릿속에는 그 냄새로 가득한데 정작 코로 들어오는 것은 여러 인공적인 향기뿐이니 안나는 잔뜩 성이 나 숨을 참았지. 뭐, 얼마 안 가 푸하, 하면서 숨을 몰아쉬었지만.
“…알파 냄새가 나는구나.”
씨근덕거리는 안나의 뒤로 다가온 왕비가 눈을 가늘게 뜨며 한 첫말이었어. 한껏 잔소리를 하려고 숨을 들이쉬던 왕은 그대로 사레가 들려서 흉하게 콜록거렸지. 왕비는 자신의 사랑스러운 딸을 안아 들어올리고 이 수상한 냄새를 조사하는 듯 안나의 얼굴 가까이에서 숨을 들이켰어. 아주… 아주 약한 냄새지만, 그마저도 여러 냄새에 섞여 스러지고 있었지만, 왕비는 자신의 딸의 코에서 가장 그 냄새가 강하게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 안나처럼 눈을 감고 후각에 집중했던 왕비는 눈꺼풀을 서서히 들어올렸지. 그리고 드러난 눈동자는 평소처럼 인자하고 애정 넘치는 왕비의 눈빛이 아니었어. 자신의 영역을 침범 당했다는 것을 깨달은 포식자의 눈빛이었지. 다행히 안나가 그 눈동자를 마주하기 직전에 왕이 서둘러 왕비의 품에서 안나를 뺏어 안아들었지.
“알파라니, 안나. 오늘은 어디까지 다녀온 거니? 설마 기사단 훈련장까지 다녀온 게냐.”
안나에게 짐짓 무서운 표정으로 말을하는 왕이지만, 시녀장 겔다는 왕이 조급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왕비를 힐끔 보는 왕은 불쌍한 표정으로 왕비가 진정하기를 무언으로 촉구했지. 자신의 사랑스러운 오메가가 안절부절하면서, 평소엔 절대 풀지 않는 체향까지 풀며 자신을 달래는 것에 왕비는 제법 흡족해져서 눈을 감고 얼굴엔 다시 자애로운 미소를 띄웠어.
“엘사… 그 아이의 냄새 같군요, 폐하.”
“엘사?”
“엘사?”
왕비의 언질에 왕과 안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동시에 왕비를 봐. 그 엉니 이름이 엘사인가 봐. 안나는 공중에 뜬 채로 들떠서 발을 동동 굴렀지. 반면 왕은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어. 자기 딸의 반려로 그 아이를 점찍어 둔 건 맞지만 아직 너무 이른데. 너무 어렸을 때부터 만나서 소꿉친구 그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지 못하면 어떡해. 게다가 아직 알파 오메가 성교육도 안 받은 앤데. 왕은 동공지진을 일으켰지. 참, 알아보기 쉬운 사람이라니까. 왕비는 속으로 생각하고 기사단 단장에게 언질을 넣어둬야겠다고 생각해.
반면 공주님과 만난 게 알려진 엘사는 콩닥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열 맞춰 늘어져 있는 상자에 기대 앉아. 무릎을 끌어안고 멍하니 저 멀리를 바라보지. 이대로 자기도 상자와 함께 반듯해져서 아무런 근심 없이 열 맞춰 있고 싶다고 생각하며 넋부의 모습으로 있어.
공주님. 안나 공주님. 공주님이었구나. 공주님이 왜 그렇게 엉망인 모습으로 여기에 계셨을까. 아니 그보다 아까 그건 무슨 행동이지? 왕족은 그런 식으로 인사하나? 상대방의 입에 코를 대고? 아닌데. 국왕님과 왕비님이 만나서 서로의 입에 코를 대는 모습은 본 적이 없어. 뭐지? 뭐야?
어린 엘사는 감당할 수 없는 의문에 엘사는 그저 가만히 흘러가는 구름이나 보며 멍하니 있었지.
그리고 왕비의 언질은 아주 빠르게 기사단장에게 전해졌고, 그것보다 더 빠르게 엘사는 기사단장 앞에서 아직 멍한 채로 불러 세워졌지.
“너, 다음 주부터 당장 학교에 가라. 왕립으로.”
“엩.”
학교를 다닐 생각이 없었던 엘사는 더 벙찔 수밖에 없었어. 의무교육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성 내부에서 홈스쿨링 같이 진행할 예정이었거든. 비단 자기만의 생각이 아니었어. 어리고 부모 없는 알파인데 왕궁에 들어왔으면 이 이상 호의호식할 필요 없었지. 그냥 남은 인생을 평생 왕가에 바칠 생각이었기 때문에, 공부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물론 공부가 싫은 건 아니었지. 성에 있는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서재에 있는 책을 읽는 것은 꽤나 재미있는 일이었거든. 사실 공부에 재능이 있다고 하는 게 맞지만, 이미 기하학까지 섭렵한 엘사는 더더욱이나 교육에 대한 갈망은 자신에게 불필요하다고 느끼던 차에, 들려오는 소리가 이런 거라니.
“폐하의 어명이다. 가.”
“엩.”
자꾸만 들려오는 엘사의 멍청한 소리에 기사단장은 미간을 꾸욱 찌푸려. 그에 엘사는 금세 긴장해서 차려 자세로 똑바로 서서 15도 위를 바라보았지.
“곧 안나 공주님께서 입학하실 학교에 먼저 가서 길 닦아 놓으라고, 꼬맹아.”
또 한 번 놀라서 엩, 이라고 멍청한 말을 내뱉을 뻔한 엘사는 숨을 삼켜.
공주님. 공주님과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되는 건가? 그 따뜻한 색깔의 머리카락과 귀여운 주근깨를 다시 볼 수 있는 건가? 그리고, 다시 보게 되면, 또… 입술에 코…
거기까지 생각한 엘사의 하얀 얼굴은 화르륵 달아올랐지. 자기는 모르는 자기의 알파가 자신의 감정에 맞춰 순간 흘러나온 것도 모르는 채로. 같은 알파인 기사단장은 코를 찡긋거려. 어쩐지 왕비님이 직접 오셔서 한낱 알파를 왕립 학교에 당장 입학시키라고 할 때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꼬맹이의 이 반응을 보니 아무래도 공주님과 만난 것 같아. 단장은 얕게 한숨을 쉬어. 학교 입학 시키기 전에 아무래도 알파가 뭔지 성교육 좀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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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냥 떡씬 쓰고 싶어서 시작했던 게 왜 진도가 안 나가 엉엉…
잘못된 성교육 주의 ^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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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의 성교육은 단장이 하기엔 단장은 한가하지 않았지. 그래서 기사단에 얼마 없는 여자 알파 중 한 명인 메가라를 엘사에게 붙여. 엘사보다 딱 12살이 많은 메가라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왕에게 작위까지 하사 받은 오메가 벨과 그렇고 그런 사이지. 어린애에겐 조금 좋지 않은 성교육일지도 모르나, 역시 직접적인 게 좋겠다고 판단한 단장은 더 생각하기도 귀찮아서 이런 페어를 만들게 돼. 메가라는 물론 싫었어. 성을 몰래 빠져나가 벨과 흥퍽흥퍽할 시간에 꼬맹이 성교육이라니? 말도 안 된다며 대들려는 메가라에게 단장은 알파 찌인하게 쏴주고 메가라의 입을 막았지. 범접할 수 없는 알파에 메가라는 꼬리를 말고 울며 겨자먹기로 이제 갓 1m를 넘은 쬐끄만 알파를 사정없이 내려다봐. 엘사는 애써 그런 메가라의 시선을 피해.
“성교육이 뭐야, 성교육이… 좆이 달렸으니 꼴리면 알아서 제 기능 할 텐데…”
꼴리든 대로 휘두르게 하지 말라는 뜻의 성교육이었는데 아무래도 메가라가 알아들은 건 섹스 라이프에 대한 교육이라고 이해 했나 봐. 그걸 알 리 없는 단장은 그저 왕가 만찬의 자리에서 호위로서 묵묵히 서있을 뿐이었지.
“봐봐, 꼬맹아… 하… 어디서부터 해야 하나… 우린 여자야, 그치? 그리고 알파야, 그치? 그래서 우린 구멍도 있고 좆도 있어요. ㅇㅋ?”
“어… 네…”
아니, 사실 엘사는 이해를 못했어. 구멍? 좆? 왕가의 서재에서 책을 즐겨 읽던 엘사는 오히려 교양 있는 단어로 말해줬다면 이해했을 텐데 말이야.
“근데 이 좆이 꼴리면 이렇게 빳빳하게 서.”
“꼴려요?”
“음… 그냥 좆이 서면 꼴리는 거야. 질문하지 마. 아무튼, 서면 꼴리게 한 사람 구멍에 넣으면 돼. 아, 물론 허락 맡고. 맞아, 허락 맡는 건 중요해.”
이런 식의 직감적이고 근본 없는 성교육이 약 10분 간 계속 됐지. 시계를 힐끔 본 메가라는 오, 10분이나 했네. 하고 이 정도면 됐겠지. 라고 적당히 생각해. 성교육 하는 와중에도 벨의 생각으로 꽉 차있던 메가라는 엄청난 지식을 함축적으로 받아들여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꼬맹이를 내려다봐.
“난 성교육 충분히 다 했다? 이따 단장한테 잘 말해. 내가 지금 어디 갔다는 건 말하지 말고.”
메가라는 쫓기는 사람처럼 급하게 방의 창문을 열고 훌쩍 뛰어서 건물 밖으로 내달리지. 엘사는 앉아있는 의자에서 일어날 생각도 못하고 모범생 답게 메가라에게서 전수 받은 엉터리 지식을 머릿속에서 곱씹으며 복습해 봐. 그리고 한참 후에 만찬의 호위를 끝낸 단장은 외성으로 돌아와서 엘사를 단장실로 불러서 메가라에게 교육 잘 받았느냐, 무슨 교육을 받았느냐 물어 봐. 메가라의 말을 잘 들은 착한 엘사 어린이는 구멍이니 좆이니 하는 단어를 써가며 메가라가 두서 없이 한 말을 논리정연하게 또박또박 말했어. 물론 메가라가 어디 갔었다는 걸 말하지 말랬으니까 그건 말하지 않아. 그냥 단장이 만찬 호위할 동안 메가라와 둘이서 모범적인 교육의 현장에 있었다는 듯 말하지. 덕분에 단장은 더 어이가 없네. 만찬 호위하는 그 긴 시간 동안 겨우 한 교육이 이런 삼류 야설만도 못한 내용이라니. 단장은 화가 머리 끝까지 뻗쳐서 메가라를 불렀고 벨의 오메가 향도 다 못 지운 메가라는 그대로 단장에게 후드리챱챱 혼남잼 ^*^
결국 단장이 처음부터 차근차근 성교육 해줬답니다. 메가라도 덤으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기 엘사 너무 귀여워!!!
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행이다 막판엔 제대로 받았네 ㅋㅋㅋㅋㅋㅋ
학교에 가기까진 5일이 남아있었어. 그때까지는 이때까지와 별로 다를 게 없는 일상이었지. 단장의 성교육 시간이 조금 추가된 게 변화라면 변화겠지만, 그 정돈 아주 미미해. 오늘도 엘사는 힘 쓰는 허드렛일을 하고 있었어. 이틀 전과 같이 텅 빈 훈련장에 엘사는 체형에 맞지 않은 커다란 상자를 들고 뒤뚱뒤뚱 뛰고 있었지. 상자를 들고 옮길 때는 안에 들어있는 게 넘치지 않게 조심하느라 아무 생각도 안 드는데, 상자를 딱 놓고 한숨 돌리면 자꾸만 공주님 코가 자기 입술에 닿았던 게 생각나는 거야. 이미 많이 움직였기 때문에 발갛게 상기된 얼굴은 귀까지 빨갛게 물들고 말아. 그리고 곧바로 단장의 가르침을 떠올리고 야무지지 못하게 알파나 흘리고 있진 않은지 깜짝 놀라 심호흡을 하지. 그런 엘사 등에 뭐가 콩 하고 닿아. 또 언니오빠들 장난이겠거니 생각한 엘사는 심호흡을 마저 해. 마지막으로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면서 숨을 잠시 멈추자, 자기 등 뒤에서 쌔근쌔근 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걸 알아차리게 돼.
“워!!!!!!!!”
엘사의 등에 있는 건 잠시 넘실거린 알파향에 취해 잠시 다리에 힘이 풀린 가녀린 붉은 머리 오메가의 얼굴이었어. 이틀 전과 달리 단정하게 잘 빗어진 붉은 머리였지만 이틀 전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공주님이라는 것을 깨달은 엘사는 애매한 비명을 지르지. 그러거나 말거나 안나는 엘사의 옷에 코를 처박고 조금만 힘주어서 안으면 부러질 것 같은 흉부를 한껏 부풀렸다가 폭 쪼그라들 정도로 크게 심호흡을 하고 있었어. 엘사는 너무 놀라서 자기 늑골을 뚫고 손을 넣어서 벌렁거리는 심장을 붙잡고 싶을 정도였어.
“하아…”
안나는 엘사 사정 알 바 아님. 점점 사그라드는 이 향을 한줌이라도 더 맡는 게 중요해. 눈도 지그시 감고 자기 허리춤에 얼굴을 부비는 오메가 공주를 알파는 밀어내지도 못하고 어버버. 다행히 이틀만에 엘사는 이 공주님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단장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어. 아직 어려서 체향을 완벽히 조절하진 못하지만 어떻게든 꾹꾹 눌러 담으려고 애썼지. 향이 좀 약해져서야 안나는 좋아하는 초콜렛을 빼앗긴 아이마냥 부루퉁한 얼굴로 입술도 삐죽 내밀고 자기를 내려다보는 엘사를 올려다봐. 큰 눈망울이 살짝 찡그려진 눈썹 모양과 같이 변하면서 짐짓 화난 표정이 되는데 볼을 부풀리고 올려다보는 안나를 나이스뷰에서 보는 엘사는 순간 심-쿵해서 철렁 넘치려는 알파를 무슨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는지 꾸욱 참아냈지. 하지만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서 움직일 수가 없었어.
“고고고고고고고공공주님, 이이ㅣㅣ이러시면, 이러시면 안 됩니다…”
필사적으로 엘사는 말했지. 하지만 안나는 뭐가 안 된다는 건지 알 수 없었어. 이런 장난은 시녀들과 자주 하는데? 시녀들도 안 된다고 하긴 했지만 이렇게 필사적으로 말하는 건 아니었어. 하지만 엘사는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지. 시녀들이야 동성에 베타니까 상관 없었지만, 안나와 엘사의 관계는 오메가(심지어 공주님)와 알파(기사단이라고는 하지만 견습생 취급도 못 받음)니까. 그리고 단장이 신신당부를 했어. 마치 자신이 공주님에게 가까이 가면 안 되는 역병처럼 애한테 공포심을 심어주는 당부였기 때문에 엘사는 혹시 이 모습을 누가 보지는 않을까 벌벌 떨었지. 하지만 그런 엘사의 마음을 안나가 알 리가 있나.
“머가 앙대?”
여전히 뾰로통한 채로 물어보는 안나의 말에 엘사는 대답할 말을 잃어. 엘사가 대답할 기미가 없자 안나는 자기가 갖고 온 물건을 번쩍 들어 엘사 얼굴 앞으로 들이밀지. 초점을 못 맞출 정도로 들이미는 바람에 엘사는 잠시 상황파악을 못하고 고개를 뒤로 빼. 보니까 공이야.
“놀쟈, 엉니!”
이 공주님을 어쩌면 좋아.
기여어!!!! 둘다 기여어!!! 까르르 어서 다음을 주떼여
와 진짜 어쩌면 좋아ㅋㅋㅋㅋㅋㅋㅋ저 와중에 놀자 엉니라니ㅋㅋㅋㅋㅋ심멎
안나가 이렇게 말하는 건 따지고 보면 별로 놀라울 일도 아니지. 성에는 자기 또래라곤 없고, 엄마랑 아빠는 자기를 많이많이 사랑해주지만 놀 시간은 부족한걸. 시녀들은 놀자 하면 이건 안 된다, 저건 안 된다, 공주는 이러면 안 된다 하는 시시한 말이나 하고 말이야. 에너지가 넘치는데 발산할 곳이 없으니 이 넓은 부지를 혼자 뛰어노는 수밖에 더 있나.
그런 안나의 앞에 성 안에서 그나마 자기랑 나이가 비슷한 사람을 만난 거야. 게다가 뭔진 모르겠지만 냄새도 좋고 냄새 맡고 있자면 기분도 좋아지네. 안나는 이 언니가 무지무지 마음에 들었어. 똑똑한 안나는 이틀 전에 마구잡이로 헤매면서 찾아온 길을 잊어버리지 않고 이번엔 쓸데없는 모험도 하지 않고 곧장 훈련장으로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공을 들고 뛰어왔지. 역시 이번에도 그 언니가 혼자 무언가를 옮기고 있어. 반가운 마음에 짤다란 다리를 도도도도 굴리며 힘차게 엘사를 향해 내달렸지. 그때 엘사의 알파가 순간 넘쳤던 거야. 안나는 순간 자기가 왜 달려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려 엘사의 등에 얼굴을 박은 거지. 이틀 전보다 진한 냄새는 여전히 맡기 좋았어. 엘사는 햇볕 밑에서 무거운 걸 몇 번이나 들고 넓은 훈련장을 가로질렀기 때문에 얇은 옷 속은 땀이 베어있었지. 얼굴을 등에 박자 조금 축축함도 느껴져. 하지만 어째 그게 더 기분 좋다고 느끼는 안나겠지.
기분 좋은 냄새를 한껏 들이쉬고 안나는 그제서야 여기 왜 왔는지를 기억해내. 호기롭게 공을 엘사에게 보여주고 잔뜩 기대했지만 어째 엘사는 기뻐하는 것 같지 않아. 뻣뻣하게 굳어서 말이나 더듬고 있고, 이러는 건 안나가 생각했던 해피 타임에 없던 건데. 안나는 다시 볼을 부풀려.
“나랑 공놀이 하면서 놀쟈, 응?”
엘사가 입고 있는 셔츠의 배 부분 정도를 꼭 쥐고 안나는 재촉했어. 하지만 엘사는 더욱 당황할 뿐, 놀려는 마음은 없었지. 그냥 이 공주님을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이라도 단장에게 알리는 게 좋을까. 하지만 공주님을 이런 데에 혼자 두고 단장에게 갈 수는 없는데. 그럼 공주님과 함께 단장에게 가야 되나. 그냥 머릿속이 혼란스러울 뿐이야. 하지만 엘사의 머릿속이 왜 혼란스러운지, 아니, 혼란스러운지조차 알 리 없는 안나는 시녀들에게도 잘 먹히는 필살 애교를 부리기로 해. 상대방을 끌어안고 품에 안겨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하며 말하는 거지.
“앙나랑 놀아주세요, 네?”
엘사는 까무라치지 않은 게 다행이었지. 엘사의 시점에서 이런 안나를 보는 건 크리티컬이었거든. 일사병이라도 난 것처럼 휘청거리는데 품에 공주님이 없었다면 그대로 주저앉았을 거야. 엘사는 이 공주님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어. 단장의 당부를 따르고 싶었지만, 당연하게도 단장보다 서열이 훠어어얼씬 높은 건 안나 공주님이야. 들었던 기사단의 교육이 대부분 충성을 요구하는지라 어린 나이에도 상명하복이 분명한 엘사 어린이는 마침내 이 작은 절대자의 부탁을 따르기로 마음 먹어.
힘겹게 고개를 끄덕인 엘사를 보고 안나는 환하게 웃고 엘사에게 떨어져 몇 발자국 달려서 엘사와 멀어져. 그 어느 때보다도 초롱초롱한 눈으로 머리 위로 높이 공을 들고 받아, 엉니, 받아! 이렇게 들떠서 외치곤 힘껏 엘사를 향해 공을 던지지. 는 제대로 날아갈 리가 있나. 거의 땅에 곤두박질 쳐지듯 내려 찍어진 공은 몇 번 튕겨서 겨우 엘사의 발치에 닿을 거야. 주위에 날고 기는 기사단밖에 없는 엘사는 이 어이없는 몸놀림에 멍하니 있다가도 이게 바로 우리가 지켜야 하는 존재구나, 납득을 해. 그리고 자기 발 끝에 닿은 공을 조심히 들어서 땅에 몇 번 튕기고 공주님에게 닿도록 공을 살살 던지겠지. 언니오빠들이랑 노는 거면 그런 게 어디 있어. 포물선 운동도 안 되도록 존나 세게 수평으로 던질 텐데 ㅋ
단순한 캐치볼일 뿐인데도 안나는 누구랑 이렇게 노는 게 처음이야. 시녀들과 이런 식으로 논 적은 있었지만 항상 난처해하며 공은 몇 번 오고가지 못했었지. 하지만 지금은 혼자 벽과 하던 캐치볼이 아니야. 안나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팔이 빠져라 열심히 공을 던졌어. 자기가 어디로 잘못 던져도 엘사 엉니는 날랜 몸짓으로 공을 잡아주었지. 그리고 자기한테 또 공을 던져줘. 안나는 태어나서 지금이 제일 기쁜 것 같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훈련장 한 켠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훈련장으로 사람이 하나둘 씩 나오기 시작해. 어슬렁어슬렁 기어나오는 단원들은 우리 꼬맹이-엘사-가 어떤 꼬맹이랑 놀고 있네? 근데 저 꼬맹이…가 아니라 공주님이잖아! 금세 어수선해지는 분위기를 엘사도 안나도 민감하게 알아채고 단원들과 눈을 맞춰. 그리고 단원들 뒤에서 단장이 나타났지. 한숨을 폭 쉰 단장은 이 상황이 딱 봐도 엘사의 잘못이 아니란 것쯤은 알 수 있었지. 피곤한 듯한 표정으로 단장은 엘사에게 턱짓해, 간단히 엘사를 물리지. 그리고 안나에게 다가가 한 쪽 무릎을 꿇고 앉아 정중히 말해.
“공주님, 이 곳은 기사단의 훈련장으로, 공주님에겐 위험한 곳입니다. 지금쯤 국왕님과 왕비님도 공주님을 찾고 계시겠지요. 본성으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정중하지만 시녀들과는 다른 위압감에 안나는 처음으로 꼬리를 말고 순순히 단장의 말을 따랐어. 단장은 아무나 시켜서 공주님을 본성까지 모시게 하려고 했는데 이틀 전에 아무나 시켜서 성교육 했던 게 대실패로 끝난 게 뇌리를 스쳐 그냥 자신이 직접 공주님을 모시고 본성으로 갔지.
단장을 따라 가는 안나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슬쩍 뒤를 돌아 봐. 안절부절못하는 엘사와 눈이 마주쳐. 공을 품에 꼭 끌어안은 안나는 내일 다시 이곳에 와서 또 놀겠다고 다짐해.
그리고 그건 5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지속되었어.
아.. 내 심장… 아무리 생각해도 공주님 씹귀졸귀인거 같애ㅠㅠ
5일동안 엘사는 엘절부절하면서도 공주님 부둥부둥해가며 다정하게 놀아줬을거 같다ㅋㅋㅋㅋ
“내일부터는 이렇게 못 놀아요, 공주님.”
친화력이 좋은 어린아이들 답게 안나는 엘사의 목마를 타고 있었어. 겉으로 보기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이 광경은 밑에 있는 백금발의 연약해 보이는 소녀가 알파였기에 가능했지. 그 알파 소녀의 말에 정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도 맞은 듯 신나서 꺄르르 웃던 안나는 순간 모든 행동을 정지했어. 내일부터는 이렇게 못 논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자기가 무언가 엘사를 기분 안 좋게 했나 금세 울상이 된 안나는 엘사의 뒤통수를 꼭 잡았지.
“내일부터 저는 학교에 갑니다.”
학교! 학교라는 것은 안나도 알고 있어. 안나가 동경해마지않는 곳 중에 하나야. 거긴 친구들이 많다고, 재미있게 노는 곳이라고 알고 있거든.
“나도! 나도 같이 갈래!”
반면 엘사는 안나보다 학교에 대해 더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었지. 일단 안나 공주님의 나이로는 학교에 못 가. 유치원을 가야지.
“공주님은 5살이라 학교엔 못 가세요.”
“그럼 엉니도 가지 마아. 나랑 노올자, 응?”
당황한 엘사는 그럴 수 없다고만 대답할 수 있었지. 학교에 가라는 것은 어명이었다고 들었으니까, 아쉽지만 이번엔 공주님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어. 결국 안나는 울음을 터뜨렸지. 엘사는 당황해서 일단 공주님을 조심스럽게 땅으로 내리고 어떻게 달래야 될지 발을 동동 굴렀지. 꽤나 서럽게 울던 안나는 5일 중 처음으로 훈련 시간이 되기도 전에 제 발로 본성으로 돌아가. 엘사는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그런 안나 뒤를 졸졸 따라가다 본성으로 통하는 길에서 멈춰설 수밖에 없었지. 여긴 출입금지야. 자꾸만 멀어지는 안나의 등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어. 곧 공주의 울음소리를 들은 시녀들이 어디선가 하나둘 나타나 꽤 능숙하게 안나를 달래주었지. 그 모습을 보고 엘사는 조금 안심했지만 어딘가 마음 한 구석이 아려. 엘사는 터덜터덜 훈련장이 아닌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지.
반면 안나가 엘사랑 노는 것도 제쳐두고 본성으로 돌아온 것은 왕에게 떼를 쓰기 위함이야. 일을 하고 있던 왕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딸의 통곡소리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지. 요새 딸이 자기가 눈 여겨 봤던 알파 소녀와 놀고 있다는 건 당연히 알고 있었어. 기운 좋은 강아지들은 일부러 산책 시키고 뛰놀게 해서 집에서는 얌전히 있을 수 한다는 말이 맞다는 걸 실감할 정도로 요 며칠 성 내부는 조용했지. 조금 한가해진 시녀들의 움직임도 마음에 들었고 말이야. 헌데 이 울음소리는 웬 거야. 이 시간이면 분명 아직 엘사와 놀 시간인데. 엘사가 혹시 내 딸에게 무슨 짓을 한 건가? 온갖 생각을 하며 왕은 품위도 잃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급히 발길을 옮겼지. 울음소리가 얼마나 큰지 왕이 생각한 것보다 안나는 훨씬 먼 곳에 있었어.
“으허어ㅓㅇ엉어어ㅓㅇㅇㅇ 아쁘아ㅏㅏ아아앙ㅇ앙 ㅠㅠㅠㅠㅠㅠ”
얼마나 울었는지 벌써 눈가는 빨개져서 얼굴은 눈물과 콧물과 침 범벅이야. 사랑스럽게 알알이 드러난 주근깨도 저 눈물에 다 씻겨내려가진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였지. 왕은 딸을 안아들고 안나를 따라온 시녀들을 물려. 그리고 둥기둥기 하면서 무슨 일로 우냐고 상냥하게 물었지.
“에르사 어엉니 학교ㅛ오오 읍끅 가지 마을라고 해애애 어흐허어ㅏㅇ엉 내가 학겨 갈 끕, 야아ㅏㅏ흐어앙아아유ㅠㅠㅠㅠㅠㅠㅠ”
두서 없이 말하는 내용에 왕은 딸이 엘사가 학교에 가는 걸 질투하는 줄 알았지만 몇 번이고 도돌이표를 찍으며 울음기 섞인 말을 들어보니 귀여운 딸이 처음 사귄 친구와 헤어지기 싫어서 이렇게 엉엉 우는 거였다는 걸 깨닫게 돼. 왕은 푸슷 웃고 둥기둥기를 멈추지 않아. 등을 토닥이는 왕의 일정한 리듬에 안나의 울음소리도 어느새 히끅히끅 하며 줄어들었지. 딸이 자기의 말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울음소리가 줄어들자 왕은 오구오구 우리 딸 엘사 언니랑 떨어지는 게 시로쬬요? 하면서 어르고 달래. 왕은 그저 딸이 귀여웠어. 그러면서 자기 품에서 놓아주기 싫어 차일피일 미뤄뒀던 유치원 입학을 추진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지. 그동안은 왕실 교사에게서 왕가 교육을 받는 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 탓도 있었어.
“히끅, 에르사, 끅, 언니랑, 겨론, 히끅, 하 꺼야…”
국왕님 속으로 올ㅋ. 정복 어깨가 눈물과 콧물과 침 때문에 더러워지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왕가의 핏줄에 플래티넘 블론디가 섞이는 걸 상상해. 올ㅋ
본성에선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자기가 공주님을 울렸다고 죄책감에 착실하게 마모되고 있는 여린 어린이 엘사(8)는 잠도 못 자고 끙끙거리며 낮에 있던 일을 생각해. 내일 학교 가야 되는데. 국왕님이 가라고 하신 건데. 공주님이 그렇게 싫어하니 내심 들뜨던 마음이 탁 가라앉았지. 침대에 누워 똑바로 천장을 바라보던 몸을 옆으로 돌리니 나흘 전부터 몇 번이나 고쳐 싼 책가방이 보여. 어제까지만 해도 잠들기 전에 저 각 잡힌 새 책가방을 보고 신났었는데. 맨들맨들 윤이 나는 가방은 이제 차가운 쇳덩어리처럼 보였지.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자그마한 몸이 몇 번이고 이불 속에서 움직여. 간혹 가다 이불을 팡팡 차기도 하고 말이야. 그러다 결국 깬 메가라가 뭐라고 하고 나서야 엘사는 다시 이불을 고르게 펴고 똑바로 누워 눈썹은 팔자로 늘어뜨린 채 천장을 멀뚱멀뚱 봤어. 여덟 명이 같이 쓰고 있는 방에는 숨소리와 코고는 소리가 불규칙적으로 섞여서 엘사를 더 잠 못 들게 했지. 결국 뜬 눈으로 밤을 지새고 말아.
피곤한 몸으로 엘사는 책가방을 메고 보호자 자격으로 온 기사단 조장 중 한 명인 제인의 손을 잡고 학교로 가. 제인은 평소와 다른 엘사가 걱정되긴 했지만 교실에 들어가서 자기소개 하고 수업 잘 듣는 걸 보고 이내 안심하고 성으로 돌아갔지. 제인이 없어진 걸 알게 된 엘사는 긴장이 풀려 부릅 떴던 졸린 눈을 슬금슬금 감아. 잠들려는 찰나 핫 하고 깨서 고개를 붕붕 내저었지. 국왕님께서 학교를 보내주시는 은혜를 베풀어주고 공주님을 위해 먼저 입학하라고 하신 건데 졸리다고 잘 수는 없었어. 하지만 기하학도 할 수 있는 애한테 산수라니요. 결국 허벅지가 퉁퉁 붓고 파랗고 벌겋게 질리도록 꼬집은 엘사는 데리러온 제인의 손을 잡고 걸으면서 자는 기염을 토했다고 해.
이제 엘사의 일상은 오전엔 학교, 오후엔 기사단 허드렛일이 되었지. 물론 안나의 일상도 변했어. 유치원에 입학했거든. 난생 처음 수많은 또래들에 둘러싸인 안나는 곧 엘사와 놀 수 없는 것에 익숙해졌지. 5일 간의 꿈 같은 시간에 묶여있기엔 아이들의 시간은 놀라움의 연속이었어. 엘사는 공부를 하면서도 한시도 안나 공주님을 잊은 적 없지만 말이야.
유치원에서 돌아온 안나는 예전만큼 성을 돌아다니지 않아. 가끔 돌아다닌다 하더라도 기사단이 있는 곳처럼 멀리까지 가지도 않았지. 결국 자기를 놓고 학교로 간 엘사가 조금 미운 것도 있었어. 그런 감정도 잊을 정도로 그냥 일상이 즐거운 것이 제일 컸지만 말이야.
엘사와 안나는 스치지도 않은 채 3년이 지나. 그래, 이게 당연한 거지. 부모도 없고 딱히 직책도 없는 알파가 공주님과 몸을 맞대고 놀았던 게 이상한 거야. 점점 더 조숙해지는 엘사는 자기가 한 때 만났던 그 어린 오메가 공주를 그리워한다는 것도 무시하고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열중했어. 공부는 천성에 맞는지 재미있기까지 했지. 선생들은 칭찬일색이었어. 일단 엘사의 성적표나 통지표는 제인의 손으로 들어갔는데 제인의 손에 들어갔던 게 단장에게도 보고가 되고, 단장에게 보고 된 것은 왕이 볼 수 있고… 이런 수순으로 왕도 엘사가 학교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지.
엘사의 학교 생활이 모범적일수록 왕은 기뻐했어. 엘사가 마음에 들은 건 맞지만 자기 딸은 공주야. 자기 뒤를 따라 여왕이 될 것이고. 엘사가 한량으로 자란다면 아무리 정이 있어도 딸을 내어줄 순 없었지. 무엇보다 부모도 없는 근본 없는 알파를 공주의 반려로 하려고 하면 국민들 지지도 못 얻을 거고, 언론도 시끌시끌 할 거야. 그러니까 그런 언론들도 잠재울 정도로 인생역전 스토리가 있어야 돼. 다행히 엘사는 왕이 언질을 준 적도 없는데 알아서 잘 하고 있었어. 천만다행이었지.
새 학기가 시작되기 일주일 전이야. 엘사는 새로운 학년이 되고, 안나는 학교를 입학할 나이가 되었지. 단장은 웬일로 엘사를 단장실로 불러내. 그곳엔 제인도 있었어. 엘사는 곧게 서서 단장의 말을 기다려. 별 말은 아닐 테지만. 훈련이 끝나고 따끈한 물로 샤워를 한 엘사는 노곤하게 생각해. 그런 엘사에게 단장은 근황을 묻겠지. 곧 개학하네, 요즘 어떠냐, 방학 숙제는 다 했느냐, 훈련은 받을 만하느냐, 하는 오랜만에 일찍 퇴근한 아빠 같은 말. 그래도 엘사는 성심성의껏 답해. 실제로 엘사의 머릿속에 제인은 엄마, 단장은 아빠 같은 느낌이었거든.
“개학 하거든 안나 공주님과 같이 통학해라.”
엘사는 3년 전 이후로 입 밖에 낸 적 없는 엩이라는 얼빠진 소리를 또 입 밖에 낼 뻔했어. 단장의 말에 노곤하던 정신이 퍼뜩 들었지.
“그러려고 입학한 거잖아.”
그러고 보니 그렇네. 얼빠진 채로 고개를 주억거리던 엘사는 생소하게 울리는 안나 공주님이라는 단어를 곱씹어. 3년 전에는 그냥 공주님이라고 해도 누군지 알 수 있었는데, 엘사와 안나가 훈련장에서 처음 만난 날 왕이 왕비를 달래느라 오랜만에 체향 푼 날 그만 딱 애가 생겼거든. 이 나라엔 지금 공주님이 두 명이야.
각설, 자기 할 말을 끝낸 단장은 제인과 엘사를 물려. 이제 세세한 어드바이스는 제인이 해줄 거야. 언제 일어나서 옷차림은 어떻게 하고 먼저 본성 입구에 가서 기다리고 공주님이 나오면 어떻게 인사해야 되고 학교 가는 길에 공주님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 하는지, 이것은 엄연한 호위 업무니 절대로 경계를 느슨하게 하면 안 된다느니 하는 것들 말이야. 모범생 엘사는 메모까지 하면서 제인의 말을 머릿속에 넣어. 조숙하다고는 해도 10살이야. 눈 앞에 닥친 일이 생각도 못했던 큰일이니 이 일의 이상한 점을 눈치 못 채지.
공주의 호위를 10살짜리 꼬마애에게 맡길 리가 없잖아. 공주의 눈에는 안 띄겠지만 사복 호위들이 공주의 통학길을 잘 살필 거야. 밀착 호위도 중요하긴 하지만, 겉에 보이는 것만 호위지. 이건 왕이 고안한 퍼포먼스나 다름 없어. 어렸을 때부터 둘이 붙어 있는 모습을 자주 노출해서 소꿉친구니 첫사랑이니 하는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만들면 국민들의 저항도 적을 거야. 그리고 일단 둘이 정분이 나야 될 거 아냐. 그럼 일단 붙여 놔야지.
엘사는 오랜만에 안나 공주님을 만날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려. 그동안의 모습은 뉴스나 신문으로밖에 못 봤는데. 키는 얼마나 자라셨을까. 난 30cm나 자랐는데. 공주님도 30cm나 자랐을까? 주근깨는 여전하시겠지? 나랑 비슷하지만 핥으면 달 것 같은 눈동자도 그대로일 거야. 예전처럼 또 같이 놀 수 있을까? 아냐, 공주님과 같이 논다니, 언감생심. 그건 아직 어렸을 때니까 논 거야!(지금도 어림)
엘사는 혼자 얼굴이 상기될 정도로 안나 생각을 했지.
공주님과, 오랜만에 만나서, …알파를, 풀면… 그때처럼, 공주님 코에 뽀뽀할 수 있을까.
어린아이에게 3년의 시간은 길지. 그동안 몇 번이고 되새김질한 안나의 코가 저의 윗입술에 닿았던 사실은 머릿속에서 각색되어 어느새 엘사가 안나의 코에 입술을 가져다댔다고 착각하게 되었어. 잘 익은 문어마냥 빨개진 엘사는 세차게 고개를 내저어 생각을 떨쳐냈지. 영악한 엘사는 이런 생각 하지 말라고 단장이 저에게 성교육을 했다는 것을 알아. 엘사는 심호흡 했어. 자신이 지켜야 할 공주님에게 이런 불경한 생각을 품은 게 부끄러웠어. 어렸을 때부터 기사단의 교육을 받아온 엘사에게 왕가는 그야말로 신이나 다름없었거든.
일주일이 지나고, 엘사는 처음 학교 가는 날처럼 잠을 설친 채로 공주를 맞이할 준비를 했지. 본성 입구에 서기 전에 제인은 다시 한 번 엘사의 옷 매무새를 정돈해줘. 딱 보기에도 뻣뻣하게 굳어서 긴장하고 있는 엘사의 이마에 이마를 맞대고 엘사를 진정시키지. 엘사는 후우후우 심호흡하고, 마법의 단어인 초콜릿을 중얼거렸어. 그러자 좀 나은 것 같아. 제인과 엘사는 다시 바로 서서 안나 공주님이 나오길 기다렸지.
마침내, 굳게 다친 문이 열리고 국왕의 손을 잡은 안나와, 왕비의 품에 안긴 둘째 공주가 모습을 드러내. 기사단이지만 세속적인 성격이 강한 메가라가 봤으면 거참 요란하다고 쌜쭉거리기 딱 좋은 광경이었지.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제인과 엘사를 비롯한 기사단과 온갖 하인들은 왕가에게 예를 갖추고 정자세로 아침 인사를 해. 인사를 받으며 점점 가까이 오는 왕가에 엘사는 마른 침을 삼키지. 왕과 왕비의 몇 번 나눠도 아쉬운 인사를 뒤로 하고 깨발랄한 안나는 엘사의 앞에 서. 엘사는 여전하구나, 라고 생각하며 저도 모르게 표정이 느슨해졌지. 그래도 주어진 일은 잊지 않아. 바로 표정을 굳히고 제인에게 교육 받은 대로 극존칭을 사용한 인사 다음에 자신의 소속을 밝히고 무엇을 하게 됐는지 기계처럼 줄줄 말하는 엘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안나는 엘사의 손을 덥썩 잡고 앞을 향해 나가겠지. 공주 이전의 그냥 어린아이인걸. 당황한 엘사는 말하다 혀를 좀 깨물고 말아.
“다녀오겠습니다!”
활기찬 인사를 남기고 멀어지는 딸의 첫 등굣길을 왕은 울망울망해져서 쳐다 봐. 왕비도 저 등이 안 보일 때까지 보고 싶었지만 아직 아기인 둘째 공주가 추운 곳에 너무 오래 있는 것도 좋지 않겠다고 생각해서 먼저 성 안으로 들어갔지. 왕비가 성 안으로 들어가자 호위 업무가 없는 기사단과 하인들은 일사분란하게 자신들의 일터로 돌아가. 어느새 휑해진 곳에 홀로 남은 왕은 딸 생각에 훌쩍거리고 그런 왕을 겔다가 카이가 달래서 성 안으로 들여보내.
“고, 공주님. 뛰시면 안 됩니다! 처… 천천히!”
예전보다 체력이 붙어 더 활발해진 안나에게 엘사는 속수무책 끌려갔어. 당연히 엘사는 안나를 힘으로 제압할 수 있었지만, 기억 속의 공주님은 너무 약했는걸. 이대로 잡은 손을 당기면 팔이 빠질지도 모른다는 어린 생각을 하고 있었지.
“얼른! 얼른!”
그런 엘사의 속도 모르고 엘사의 손을 두 손으로 잡고 당기면서 재촉하는 안나야. 엘사는 거의 울고 싶어졌지. 공주님이 이렇게 뛰다가 넘어지시면 어떡해? 상상만 해도 끔찍했어. 엘사의 등에는 순식간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지. 그러자 뛰던 안나의 발걸음이 느려지더니 곧 우뚝 멈췄어. 어리둥절한 엘사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지.
“언니 냄새 오랜만이다.”
개구지게 웃는 안나의 얼굴에 엘사의 얼굴은 화르륵 달아올라. 체향 조절은 이제 어느 정도 잘 할 수 있는데, 체액에 체향이 베어나오는 건 웬만한 우성 오메가가 아닌 한 조절할 수 없는 범위야. 엘사는 다급하게 몸을 털었어. 하지만 당황한 알파는 오히려 질질 샜지. 안나는 그런 엘사를 보고 꺄르륵 웃어. 엘사는 눈에 눈물을 한가득 머금고 햇님처럼 웃는 안나를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지.
“알았어. 안 뛸게.”
안나는 어느새 엘사의 땀으로 흥건해진 맞잡은 손을 다시 잡아 끌며 엘사를 걷게 해. 아직 조금 서두르고 있지만, 확실히 뛰는 건 아닌 걸음걸이로 안나는 콧노래도 흥얼거리며 걸었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아침 햇살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날아다니는 새들을 여유롭게 구경하는 안나와 달리 엘사의 머릿속에는 온갖 자아비판이 난무하고 있었지만 말이야.
다행히 엘사는 안나를 1학년 교실까지 잘 데려다줬어. 이렇게 길었던 등굣길은 처음이야. 엘사는 긴장이 풀려 후들거리는 다리로 자기의 교실로 돌아가기 전에 화장실로 가서 어느 한 칸에 들어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어. 알파가 멈추질 않아. 그동안 머릿속으로 마음속으로 동경하던 오메가가 그렇게 가까이, 손까지 잡고 있었어. 미친듯이 날뛰는 알파는 어느새 화장실을 뭉근하게 채울 정도로 넘치고 말아.
죄책감으로 마모되는거 왜케 웃기냨ㅋㅋㅋㅋㅋㅋㅋ 귀엽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좋다ㅠㅠㅠ다음 기다려여…
안나 개비글ㅋㄱㅋㅋㅋㅋ엘사 닭똥눈물 커엽ㅋㅋㅋㅋㅋㅋ
죽었니..?
안 죽었다! 떡 쓰려고 시작한 거니까 끝내도 떡은 쓰고 끝낼 거야ㅠㅠ
—–
엘사는 눈물이 나오는 눈을 무식하게 벅벅 닦았어. 여린 살결이 쓸려서 금방 붉게 부어올랐지. 넘쳐 흐르는 알파도 진정하려고 애를 써. 심호흡을 하고 머릿속으로는 주기도문을 외우지. 알파가 스멀스멀 가라앉더니 엘사에게서 더 이상 나오지 않았지. 엘사는 한 번 더 심호흡 하고 화장실 문을 열고 나왔어. 빨리 들어가지 않으면 지각 처리 될 거야. 그런 누명을 쓸 순 없지. 융통성 없게 서둘러 교실로 가면서 엘사는 복도를 뛰지도 않아. 그냥 조급한 다리만 서두를 뿐이야.
다행히 지각은 안 하고, 아침 시간이 지나고 1교시가 시작하고, 그리고 수업이 끝나고, 엘사는 그 짧은 쉬는 시간 동안 1학년 교실로 가서 안나가 무얼 하고 있나 봐. 그새 친구를 사귀었나 봐. 떠들썩한 교실 안에서 안나는 여러 아이들과 어울려 모여 있었지. 뭐, 공주님이 혼자 있을 거라 생각한 건 아니지만, 저렇게 잘 놀고 있으니 어쩐지 아는 척하기가 겸연쩍어. 창틀을 잡고 교실을 들여다보던 엘사는 몇 번 망설이다 안나와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자신의 교실로 돌아갔지. 매 쉬는 시간마다 안나의 교실로 찾아갔지만, 묘하게 매번 바뀌는 주위 아이들에 안나는 항상 풀파워로 신나 보였지. 그래도 어쩐지 엘사는 자꾸만 1학년 교실로 가게 돼.
그렇게 말해봤자 쉬는 시간 3번밖에 없음ㅋ 초딩 저학년잼ㅋ
엘사는 종례를 마치고 서둘러 1학년 교실로 가지. 이미 제인이 안나와 함께 있었어. 엘사는 급하게 뛰어왔던 숨을 골라. 그리고 차분히 걸어가고 안나 앞에 서서 다시 예를 갖추고 인사를 하지. 안나의 얼굴은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어. 방금까지 오늘 처음 만난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있었던 게 분명했지.
안나는 양쪽으로 제인과 엘사를 끼고 오늘 하루종일 있었던 일을 신나게 조잘거렸어. 엘사는 안나의 말을 경청했지.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저가 봤던 일도 안나는 신나서 말했어. 엘사는 그저 안나가 사랑스러웠지. 느슨해지는 감정에 또 다시 알파가 스멀 기어나오려고하자 흠칫 놀라 바로 표정을 굳혀.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해. 제인도 있고, 안나는 오전의 일로 신나서 뛸 생각은 없어 보이니까 말이야.
궁에 도착하고, 본성 입구에선 이미 왕과 왕비가 마중 나와 있었지. 예를 갖춰 인사할 틈도 없었어. 안나는 4시간 정도 떨어져 있었던 엄마와 아빠에게 달려갔고 그건 국왕도 마찬가지였거든. 제인과 엘사는 어정쩡하게 서있다가 품위를 유지하고 있는 왕비에게 인사를 하고 왕비에게 물러가도 좋다는 허락을 얻고서야 외성으로 향했어. 본성에서 한 발자국 멀어질수록 엘사는 긴장이 풀리는 걸 느껴. 긴장이 풀릴수록 얼마나 오늘 하루 긴장하고 있었는지, 피곤했었는지 알 수 있었지. 외성 부지에 들어서서는 다리가 후들거리는 게 제인 눈에 보일 정도였어. 제인은 엘사를 배려해서 잠시 걸음을 멈췄지. 엘사도 멈춰 섰어. 몇 번 숨을 몰아쉬던 엘사의 눈에서 아침에 다 흘리지 못했던 눈물이 다시 뚝뚝 떨어졌지. 아무래도 11살 어린애한테는 너무 큰 부담감이었나 봐. 그게 이제서야 실감이 난 거고.
제인은 엘사의 머리를 쓰다듬어줬어. 그 손길에 남아있던 엘사의 그동안 어른스럽게 굴던 모습은 쉽게 깨졌지. 제인의 품으로 파고들어 정말 아이처럼 엉엉 울기 시작했어. 콧물까지 흘려가며 감출 것 없이, 감출 수 없이 엘사는 몇 분을 한참 울었지. 제인은 그저 엘사가 하기엔 너무 큰 일이었구나 짐작할 뿐이야. 틀린 건 아니었지. 하지만 무언가가 더 있었어.
억눌러왔던 알파가 흘러나오던 그 감각이 소름 끼치게 생생해. 척추에서부터 소름이 돋는 기분이야. 금욕적이고 성실한 생활을 해왔던 엘사에겐 아주 생소한 감각이었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손을 잡고 나에게 웃어주던 그 오메가를 울리고 싶다고 강렬하게 생각했던 자신을 기억해.
그게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아.
캬~~~~~~~~~~~~~~~~~ 알파가 흘러나와 겅란한 엘사 귀여움 ㅠㅠㅠㅠ
* 다수 타캐의 능욕 주의
—–
제인은 엘사를 잘 달랬지. 이건 엘사를 위해 만든 역할이니 못하겠다고 해도 곤란한 건 자신이고 단장이야. 눈가가 짓무를 정도로 울어대던 게 훌쩍임으로 줄어들자 제인은 엘사를 토닥이며 다시 외성으로 걸음을 옮기지. 오늘 있었던 일을 단장에게 보고하면서 오늘만큼은 엘사를 격려하라고 몰래 말하고 말이야.
엘사도 부담스럽긴 하지만 호위를 그만 둘 생각은 없었어. 임무라는 것은 신기하지, 내 존재감을 확인시켜주는 것 같거든. 무엇보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안나 공주님을 호위하는 것인걸. 내 역할이야. 다른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어. 아무에게도 말 못한 마음이 엘사 안에서 미쳐 날뛰기 시작하지.
제인의 말을 들은 단장은 엘사에게 조금의 칭찬과 조금의 격려를 하고 물리지. 단장은 오늘 엘사의 알파가 넘친 적 있다는 걸을 민감하게 알아채고 추궁하려고 했지만 제인의 말도 있으니 참고 그냥 엘사를 보냈어. 엘사는 평소와 같이 오후 훈련을 위해 책가방을 풀고 준비를 했지.
이런 식의 일상이 흘러 가. 오전에는 공주님과 단 둘이 등교를 하고, 쉬는 시간마다 몰래 공주님을 보러 가고, 아무래도 학년이 다르다보니까 하교는 같이 못해. 대신 제인이나 궁에서 보낸 누군가와 함께 하교하는 공주님이 교문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오도카니 서서 바라 봐. 그리고 수업을 더 하고 하교해서, 훈련을 하고, 끝나고 저녁에는 숙제나 그때그때 해야 되는 것을 하지. 참으로 엘사 다운 일상이라 할 수 있어.
물론 이 중에서 엘사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공주님과 같이 등교하는 거야. 여전히 학교 가는 게 좋은 공주님은 언제나 전력으로 달리려고 해서 문제야. 그때마다 당황한 엘사는 칠칠맞게 알파를 흘려댔지. 그럼 안나는 웃으며 엘사에게 딱 붙어서 향을 맡으며 뛰지 말라는 엘사의 부탁을 들어줘. 이런 일상이 반복돼. 제멋대로인 공주님. 공주님을 보호하려는 호위기사. 호위기사는 당황하면 공주님이 좋아하는 걸 흘려. 그럼 그런 호위기사가 귀여워서 공주님은 호위기사의 부탁을 들어주지.
하지만 공주님, 당신의 호위기사는 머리가 꽤나 기민했답니다.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 공주님 앞에서도 어른스러운 척 굴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을 때, 엘사는 이 상황을 이용했지. 예전 같았으면 공주님 제발 ㅠㅠ 하면서 흘러나오는 알파에 공주가 한발 물러나주는 거였다면, 지금은, 공주님 해주시지 않으면 알파향은 없어요. 라고 협박 아닌 협박으로 공주를 들었다 놨다 해. 자신이 우위였던 과거도 새까맣게 잊은 채 안나는 엘사에게 매달려. 알았어, 엘사 말대로 할 테니까 알파향 풀어줘. 하면서 필살 애교를 부리기 일쑤지. 엘사는 매우 만족스러웠어.
그렇게 시간은 지나. 엘사 나이 16살, 안나 나이 13살이야. 엘사와 안나만 나이가 드는 게 아니야.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지. 왕립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대부분 오메가였어. 혼란스러운 역사가 지나간 후에 베타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건 오메가였지. 그리고 알파는 오메가하고만 결혼할 수 있기 때문에 태어난 알파들도 꽤 많이 있었어. 그리고 베타도 적당히 있었지. 문제는 오메가들이야. 자기 집이, 부모가 잘 나간다는 건 민감하게 알아차리는 아이들이지. 머리가 어쭙잖게 커가는 사춘기 아이들이야.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 날은 시험이 있는 날이었어. 학년이 다른 엘사와 안나가 같은 시간에 끝나는 아주 드문 날이었지. 기사단 쪽에서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하교 할 때 따로 누구를 보내지 않았어. 오늘은 공주님과 단둘이 하교야. 엘사가 시험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였지. 시험을 다 보고, 답을 맞춰 보려고 정신 없는 아이들 사이에서 엘사는 얼른 짐을 싸고 공주님에게 달려갈 생각뿐이었어. 가방으로 내일 볼 시험의 교과서들을 급하게 챙기는 엘사를 아니꼽게 보고 있는 이가 있었지. 꽤 난다긴다 하는 오메가야. 부모가 잘 나가고 꽤 예쁘기도 해서 주위에서 알아서 모시는 여왕벌 타입의 일진이었지. 음, 화이트가 좋으려나. 아무튼 화이트는 엘사가 마음에 안 들었어. 지금 서둘러 짐을 싸는 것도 아니꼬웠지. 채점도 안 하고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 채점 안 해도 지는 다 백점 맞았을 거라는 거야, 뭐야? 화이트의 분위기가 안 좋아지는 걸 느낀 화이트 패거리는 채점하다가 화이트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해. 엘사는 그런 걸 전혀 몰랐지. 짐을 다 쌌어. 가방을 들쳐매고 얼른 공주님에게 달려갈 생각뿐이야. 엘사가 교실 문을 열자 화이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엘사의 뒤를 따라. 화이트 패거리는 갑자기 꼭지 돌은 화이트의 뒤를 조용히 따를 뿐이었지.
“야.”
카랑한 목소리가 소란스러운 복도를 뚫고 엘사의 귀에 박혀. 무의식적으로 뒤돌아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봤지. 그에 맞춰 곱게 땋은 백금발이 흔들려. 그게 또 예뻐서 화이트의 심기는 더 안 좋아질 뿐이었지. 화이트는 날카로운 시선은 엘사에게 고정된 채 고개를 살짝 돌려 턱짓을 해. 그게 자신들에게 한 사인이라는 걸 잘 알아들은 패거리 중 두 명이 바로 튀어나가 엘사의 팔을 각각 잡았지. 엘사는 갑자기 일어난 일에 어리둥절해. 붙잡힌 팔을 살짝 털어낼 생각으로 움직였는데 팔을 잡은 힘이 단단해. 엘사의 팔을 잡은 건 알파였던 거지. 같은 알파라고 해도 엘사는 꾸준히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아온 기사단이야. 팔을 뿌리치는 건 어렵지 않아. 하지만 일반인에게 함부로 힘을 쓰지 않도록 항상 교육 받고 있는걸. 힘을 어느 정도로 써야 될지 고민하고 있는 차에 알파 두 명이 엘사를 질질 끌고 가더니 여자 오메가 화장실에 내동댕이 쳐. 엘사는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싶지.
“망 봐.”
화이트의 짧은 말에 엘사의 팔을 잡았던 두 명과 패거리에 있던 한 명이 화장실을 빠져나가지.
“어… 저기, 난 여기 들어오면 안 되는데…”
엘사는 일단 이 일이 평화적으로 끝낼 수 있는 상황인지 판단해 봐. 분명 끌려올 때 마크를 봤는데 여긴 여자 오메가 화장실이야. 엘사는 들어오면 안 되긴 하지. 여자 알파 화장실에 가야 되거든. 엘사는 태연한 척 말하고 옷을 툭툭 털며 일어났지만, 사실 마음이 조급했어. 안나 공주님에게 달려가야 하는 것도 그렇긴 하지만,
“풉.”
화이트는 엘사가 가소롭다는 듯이 비소를 날렸어. 역시, 엘사가 생각하는 그게 맞는 것 같아. 뒷목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지. 아마 방금 화장실을 나간 세 명은 알파일 거야. 여기 남아있는 것은 오메가거나 베타. 알파도 아닌 오메가나 베타를 힘으로 뿌리치고 나가기는 힘들 것 같아. 무엇보다 지금, 엘사는 힘 조절할 자신이 없었지. 화장실 곳곳에 배어 있는 불특정 다수의 오메가향은 처녀 알파에게 자극이 너무 강해. 아니, 단지 그것만이라면 참을 자신이 있었어. 자기 앞에서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뿜어져 나오는 오메가만 없었다면 말이야.
“맨날 전교 1등만 해서 머리 좋은 줄 알았는데, 아닌가 봐?”
비아냥거리는 화이트의 붉은 입술이 눈에 콕 박혀. 엘사는 눈을 질끈 감아. 앞에 화이트를 포함해서 5명, 그 중 3명이 오메가향을 진득하게 내뿜고 있었지. 저들끼리 키들대는 소리가 들려. 귓전에서 웃는 것 같이 고막을 툭툭 건드렸지. 엘사는 이를 으득 깨물었어. 정신 차려야 돼, 정신 차려야 돼. 점점 생생해지는 온몸의 감각을 무시하려고 애를 쓰지만 그런 엘사가 가소롭다는 듯이 3명의 오메가는 어지럽게 뒤섞여 점점 진득해지기만 해. 결국 일어났던 엘사의 다리가 후들거려. 엘사는 다리가 고꾸라지려하자 급하게 옆에 있던 세면대를 붙잡아 버텼어.
“기사단이라고 좀 버티나 본데? 킥킥.”
엘사는 입 안 쪽을 아무렇게나 잘근잘근 씹으며 정신 차리려고 애썼지만, 오메가향은 점점 숨쉬기 힘들 정도로 무겁게 짓눌러와. 잠깐이라도 여린 살을 깨물고 있는 이에 힘을 빼면 소리가 새어나갈 것 같아. 엘사는 안 되겠다 싶었지. 눈을 뜨고 앞을 봤어. 힘조절이 좀 안 돼도 그냥 여길 벗어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리고 자신을 내려다보며 웃고 있는 오메가와 눈이 마주쳐. 그리고 오메가의 시선은 더 아래로 내려가지. 그리고 만족스럽다는 듯이 이를 보이며 웃어.
“어머어, 엘사. 너 지금 오메가 화장실에 들어와서, 발기한 거니?”
말 그대로야. 주위엔 베타나 알파밖에 없고, 정숙함이 미덕인 사회에 길거리에서 오메가향을 맡을 일은 적었지. 면역 없는 갑작스러운 오메가향에 엘사의 정신은 버텨도 몸이 먼저 반응했어. 엘사는 홀린 듯 시선을 내려 자신의 치마를 봤지. 그냥 중력을 타고 주름 없이 내려가 있어야 할 교복 치마를 무언가가 치켜들고 있었어.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더욱이나 혼란스러워. 그리고 무엇보다 수치심이 들었지. 이젠 깔깔거리며 자신을 비웃는 5명의 시선이 느껴져. 삿대질까지 서슴없이 하며 다 들릴 목소리로 수근대는 소리가 하나하나 다 들렸지. 그 수치스러움 속에서도 엘사는 점점 치마가 들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서 죽고 싶은 심정이었어.
“이젠 알파까지 내뿜네? 이래서 알파들이란…”
엘사는 치마 속에서 점점 고개를 쳐드는 원망스러운 것을 손으로 억지로 누르며 다리 사이로 감추려고 애썼어.
“야, 야, 손 치워 봐.”
그렇게 말하는 한 명은 손에 폰을 들고 있었지. 엘사는 흔들리는 이성 속에서 상황이 자기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끔찍해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 어쩌지, 어째야 돼. 뭐부터 해야 돼. 일단, 알파, 멈춰, 멈춰! 여기서 벗어나야 돼. 어떻게 벗어나지? 어찌어찌 이들에게서 벗어나 화장실 밖으로 나간다 해도, 아직 학교엔 학생들이 바글거리고, 오메가 화장실에서 잔뜩 발기한 채로 나가봤자 상황은 악화될 뿐이야. 어떻게 해야 돼. 이대로 여기서 이들의 장난감이 되는 게 가장 나은 방법인가? 아냐. 제발, 머리야, 움직여라!
엘사는 제정신이 아니었어. 가장 좋은 답안을 도출하려고 어지러운 머리로 열심히 생각 중이었지. 하지만 화이트도 이런 쪽으로는 머리가 꽤 비상했어. 엘사가 이성을 잃고 알파를 마구 뿜어댄다면 화이트를 포함한 오메가는 화장실을 바로 나갈 생각이었어. 무슨 이성적인 생각을 하는 건지, 아니면 생각보다 우성인 건지, 알파는 아직 화이트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만 새어 나오고 있었지만. 어쨌든 이성을 잃을 정도로 알파를 뿜어대면 강간을 시도하거나 자위를 하겠지. 그럼 화장실에 남아있는 베타 두 명이 그걸 다 찍을 거야. 꽤 단순한 상황이지만, 사실 상 엘사가 빠져나갈 방법은 없었어. 화이트는 다시 한 번 엘사가 엉망으로 망가진 미래를 생각하며 오싹한 전율을 느꼈지.
화이트가 생각지도 못한 거라면 엘사가 생각보다 오래 버틴다는 거였지. 화장실 바깥도 소란이 점점 줄어들어.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는 거야. 화이트는 조금 조급해져서 오메가를 더 세게 풀어. 이대로 학생들이 다 하교할 때까지 버티다 도망가버리면 죽도 밥도 안 돼. 나름 기사단이니까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무슨 불이익이 돌아올지 몰라. 화이트는 화이트 대로 여기서 승부를 봐야 했지. 어느새 몸을 둥글게 말고 화장실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엘사에게 더 지독한 오메가가 파도처럼 밀려와.
“왜 안 와…”
점점 조용해지는 교내에서 안나는 자신의 책상에 앉아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어. 창 밖으로 지나가는 다른 반 친구가 안나, 아직 안 갔네? 하는 말에 안나는 어설프게 대답해. 다른 반 친구는 바로 뒤따라 오는 다른 친구와 함께 먼저 갈게, 하며 인사해. 안나는 조금 착잡해진 기분으로 교실의 문단속을 시작해. 창문을 다 닫고, 뒷문을 잠그고. 교실을 나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시계를 한 번 보고 시간이 꽤 많이 지났다는 걸 깨달아. 휴대폰도 확인해 봤어. 어디냐고 닦달한 톡에 여전히 대답은 없었지. 안나는 한숨을 푹 쉬고 교실에서 나와 앞문도 마저 잠가.
“감히 이 안나 공주님을 걱정하게 해?”
부루퉁하게 볼을 부풀리며 짐짓 혼잣말하지만 엘사의 교실로 뛰어가는 안나의 발걸음은 꽤 조급했지.
헐 화이트년 ㅂㄷㅂㄷ…. 엘사는 어떻게 되죳!!!! 현기증나요
엘사 버티는 거 장하다ㅠㅠ 이제 저 장면을 안나가 보게 되려나…???
시간이 지나도 안나가 하교하지 않자 비상이 걸린 건 학교 밖에 배치되어 있던 기사단이었어. 하지만 어디까지나 비밀리에 있는 기사단은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지. 절대로 위화감 조성하지 말라는 왕의 신신당부가 있었어. 아직 하교 하지 않은 학생이 많은 학교 안으로 들어갈 순 없어. CCTV를 보니 위험한 일이 아니야. 공주님은 그냥 교실에 오도카니 있어. 문제는 엘사야. 분명히 올 시간이 지났는데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 당연히 엘사 쪽에는 보안이 되어 있지 않지. 급하게 몇 명이 엘사 쪽 건물로 투입 돼. 학교 보수 공사 하는 유니폼을 입고 엘사의 교실부터 쥐 잡듯 샅샅이 뒤지고 있어.
엘사는 지금 딱 죽었으면 좋겠어. 머릿속에서는 이상한 소리만 웅웅 울려대. 더러운 화장실 바닥에 한껏 몸을 웅크리고 숨 쉬느라 몸이 부풀었다가 꺼지는 것 말고는 움직임이 없었지. 화이트를 비롯한 오메가도 어느새 땀에 젖어가기 시작해. 이젠 진짜 슬슬 위험해. 체향을 숨기고 본능을 거스르며 사니까 베타에 가까운 삶을 살 수 있는 거지, 이렇게 한계까지 체향을 끌어내서 벌써 수십 분 동안 뿜어내고 있는걸. 당장 몸 상태가 힛싸처럼 변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야. 그리고 미미하다고는 하지만 엘사의 알파는 그런 오메가의 빈틈을 쿡쿡 찔러대. 결국 오메가 한 명이 울음을 터뜨려. 터지는 울음 소리에 엘사의 귀 근육이 민감하게 반응해. 누가 뒤에서 귀를 당긴 것처럼 뒷목 근육까지 뻐근해졌지. 엘사의 씩씩거리던 숨소리가 어느샌가 목을 긁는 으르렁 소리가 동반 돼. 오메가의 울음 소리가, 알파의 가학 본능을 자극하고 만 거야.
위장한 기사단들은 엘사의 교실과 가까운 여자 오메가 화장실 앞에 수상하게 서성거리는 여자애 세 명을 발견해. 몇몇 공부하겠답시고 남아있는 아이들 말고는 이제 거의 다 하교 했는데 이 세 명은 별 목적도 없이 화장실 앞에 서 있어.
“얘들아, 잠깐 비켜줄래? 화장실 점검을 해야 돼서.”
기사단 한 명이 사람 좋은 미소를 띄고 세 명에게 말을 건네. 단번에 세 명은 난처한 기색을 띄웠지. 노련한 기사단의 눈은 그것을 놓치지 않아. 엘사와 관련된 일인지는 모르지만, 이 안에서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 세 명은 저들끼리 어떻게 해야 되냐며 눈빛만 교환할 뿐이야. 아무도 먼저 나서서 어떻게 하지 못하지. 그때 한 명이 뭐라고 변명하려는 순간 화장실 문이 벌컥 열려. 아까 울음 터진 한 명이 못 참고 화장실을 뛰쳐 나온 거야. 화장실 문이 벌컥 열리자 그 안에서만 회오리 치고 있던 세 오메가의 체향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지. 알파인 기사단은 반사적으로 코를 막았어. 갑작스럽게 오메가향을 맡은 어린 알파 세 명은 그러지 못했지. 반사적으로 어린 알파들의 시선은 울면서 뛰쳐나온 오메가에게로 향했어. 힛싸 직전의 오메가는 금세 본능에 침전된 알파들의 시선에 새된 소리를 흘려.
기사단은 금세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어. 저도 알파로 살아온 몸이야. 이런 식의 이지메를 당해본 적은 없어도 들어본 적은 많았지. 일단 금방이라도 갱뱅이라도 저지를 것 같은 알파와 오메가 사이를 가로막아. 다른 곳으로 흩어져서 엘사를 찾고 있는 다른 기사단에게 이어마이크로 이쪽으로 와달라고 부탁해. 훈련이 잘 되어 있는 기사단은 금세 화장실 앞으로 몰려들었어. 문이 열려 있는 탓에 화장실 안에 남아있던 화이트 패거리도 일이 잘못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었지. 화이트의 턱 끝에서 땀이 한 방울 똑 떨어졌어.
기사단은 화장실 밖에 있는 알파 세 명과 오메가 한 명을 각각 마크해. 그러자마자 이어마이크로 공주님이 그쪽으로 가고 있다는 다급한 말이 떨어져. 그 무선에 놀라 잠시 술렁거렸지만, 금세 판단을 한 기사단은 일단 그 네 명이라도 데리고 상황에서 빠져나가. 어차피 학교에 투입 된 기사단은 네 명이 전부야. 이렇게 오메가 향이 넘실거리는데 알파도 있는 상태에서 잘못하단 난교장이 될 거야. 언뜻 봤던 화장실 내부엔 엘사가 보이지 않았어. 이렇게 오메가가 넘실거리는데 영향을 받았다고 하기엔 엘사의 알파는 너무 미미했고. 원래 같았으면 엘사를 포함한 알파 네 명을 데리고 나가야 되지만, 엘사가 어떻게든 이 상황에서 빠져나갔다고 판단한 기사단은 가장 위험한 상태인 네 명을 데리고 학교를 빠져나가기로 결정했지.
“철수한다.”
더 이상 오메가향이 학교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화장실 문을 닫고 이어마이크로 공주님의 경로를 들으며 그 반대반향으로 기사단은 학교를 빠져나가. 외부에 남아있던 기사단은 엘사의 안나의 눈을 피해 엘사의 행방을 쫓았지. 아주 일사분란한 움직임이었어.
갑작스러운 해프닝에 화장실에 남아있는 네 명은 아무리 생각해도 좆 됐음을 느꼈지. 어쩌면 좋아, 하면서 저들끼리 울먹이기 시작했고, 화이트는 분해서 꽉 문 턱이 바들바들 떨렸어. 이게 다 저 년 때문이야! 갈 곳을 잃은 분노가 엘사에게 향하는 것은 놀랍지 않았지. 눈에 눈물을 한가득 머금고 엘사가 보잘 것 없이 쪼그려 있던 곳으로 시선을 옮겼지만, 그곳엔 엘사가 없었어. 기사단이 틀리게 봤을 리가 없지. 엘사는 없었어. 화이트는 뒤통수를 후려 맞은 기분이었지. 분명 아까 걔가 화장실 문 열기 전까지만 해도 금방이라도 달려들 태세로 여기 있었는데…? 잠깐 화장실 밖으로 시선을 돌린 사이에 어디로 솟은 거야…? 화이트는 분노 때문에 자기 머리가 어떻게 된 거라고 생각하고 진정하고 차분하게 생각해보려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방금 전까지는 여기 있었고, 잠시 한 눈 판 시간은 1분 남짓이야. 그 사이 어디로 도망 가? 화장실에는 창문이 있긴 하지만 여긴 3층이야. 그리고 그렇게 풀린 몸으로 천장에 가까이 나 있는 창문을 통해 밖을 나간다…? 아냐, 아무리 생각해도 안 돼.
“아아아아아아악!!!!!!!!!!”
화이트는 제 승질을 이기지 못하고 발을 구르며 힘껏 히스테릭한 비명을 질렀어. 머릿속에선 온갖 생각이 떠돌았지. 그래도 결국 드는 생각은 하나야. 집에, 어떻게 들어가지. 창백함에 가까운 얼굴은 붉게 물들어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어.
갸악!;;; 엘사 어디로 간거야;;; 설마 창문밑으로 떨어진건가
화이트의 비명 소리는 저 멀리서도 들렸지. 엘사의 교실로 향하고 있던 안나의 귀에까지 말이야. 의협심이 강한 성격으로 자란 안나는 깜짝 놀라 비명이 들려온 곳으로 발걸음을 서둘렀지. 여자 오메가 화장실에서 들려온 소리인가? 문이 굳게 닫혀 있는 화장실에 가까워질수록 기분 나쁜 오메가 향이 짙어져. 오로지 자신의 달달함과 유약함만 강조하며 뿜어져 나온 오메가는 상스럽기 그지없어. 몇 번 맡은 적 없지만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 왕의 오메가와는 천지 차이였지. 안나는 금세 코를 찡그렸어. 극우성 오메가가 맡기엔 좀 불쾌한 냄새야. 코를 막으려고 손을 들던 안나는 눈이 동그랗게 커졌어. 이 불쾌한 오메가 향 사이에서 아주 미세하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냄새가 묻어있어. 평소와 다르긴 하지만, 이건 분명히, 엘사의 냄새야. 안나는 고개를 들어서 화장실 팻말을 확인해. 여자 오메가 화장실. 분명 이 냄새는 여기서 흘러나오는 거야. 안나는 다급하게 화장실 문을 열어. 쾅 하고 열린 문에 화장실 안에 남아있던 네 명은 거의 졸도할 뻔했지. 안나와 화이트의 시선이 공중에서 뚜렷이 맞닿아.
‘가장 강한 오메가의 향은 저 언니의 것이군…’
안나는 차분하게 상황을 판단해. 네 명은 전부 울고 있었어. 화장실에 있는 오메가는 분명 세 명 분인데 어째 저들 중 오메가는 두 명뿐이야. 그리고 화장실 입구에 옅게 있는 알파도… 세 명? 하지만 여기에 있는 건 오메가 두 명이랑 베타 두 명.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엘사가 보이지 않아.
평소엔 깨발랄하게 칠렐레팔렐레 놀면서 돌아다니는 것 같지만 안나도 왕국의 왕실 수업을 착실히 듣고 있어. 친구들이랑 놀 때와 다르게 날카로운 눈빛으로 화장실과 네 명을 구석구석 살피며 어떻게든 이 상황을 추리해보려고 애썼지만, 아무래도 뭔가 이상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이 가지 않아.
안나가 머리를 굴리는 차에 화이트 패거리 중 한 명이 안나를 제치고 화장실에서 도망쳤어. 다들 안나의 얼굴은 익히 알고 있었지. 일단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은 욕구가 앞선 한 명이 필사적으로 도망가자 나머지도 틈으로 다 도망쳤어. 안나는 딱히 그들을 쫓지 않았어. 얼굴은 기억해뒀어. 만약 이 화장실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난 거라면, 그땐 자기의 모든 권력을 이용해서라도 응징할 거라고 생각하며 아직 오메가로 어지러운 화장실로 한 발자국 발을 디뎠지. 그리고 숨을 깊게 쉬어. 강렬한 오메가 향에 구역질이 일 것 같지만 꾹 참고 폐 끝까지 냄새를 담아내. 그리고 안나의 눈이 또렷하게 빛났지.
안나는 화장실로 들어와 문을 닫았어. 대신 굳게 닫혀 있는 창문을 활짝 열었지. 기압 차로 화장실 내부는 금세 바깥 바람하고 섞였어. 안나는 그런 것도 느끼지도 않고 곧장 어느 화장실 칸으로 향해. 다른 화장실 칸 하고 다름 없는 각도로 열려 있는 화장실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식은땀에 쫄딱 젖어있는 자신의 기사가 보였지. 등잔 밑이 어둡다고 화이트는 생각하지 못했던 그곳에 말이야. 숨소리라도 들릴까 봐 필요한 최소한의 호흡 외에는 숨도 쉬지 않고 꾹 참고 있는 가녀린 몸은 발이라도 보일 새라 양변기 위에 쪼그려 앉아있었지.
“엘사…”
풀린 눈으로 좁은 화장실 칸에 있는 백금발의 소녀를 보자 안나는 눈물이 탁 차올라. 이 정도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딱히 추리하지 않아도 알 수 있잖아. 알게 모르게 하대 받는 알파는 이런 식으로 강간 당할 때도 있다는데, 실제로 보니까 충격적이야. 그것도 엄마를 제외하고 자신하고 제일 가까운 알파가 이런 변을 당하다니. 안나를 더 슬프게 하는 것은 이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뿜어져 나오지 않는 알파향이야. 지난 6년 동안 자신 때문에 알파를 컨트롤하는 능력을 웬만한 우성을 뛰어넘을 정도로 단련한 엘사의 알파는 이 상황에서도 멍청한 알파가 평소 생활할 때도 흘리는 수준 이상으로 나오지 않았지. 왠지 이 모든 상황이 자기 때문인 것 같았어. 엘사가, 자신을 호위하는 알파니까 괴롭힘의 대상이 된 게 아닌가 하는 부정적인 생각도 거침없이 떠올랐지.
엘사는 이제 초점도 맞지 않는 시선을 들어 자신이 숨은 곳을 발견한 사람을 힘겹게 올려다봐. 햇빛을 등진 사람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아. 하지만 누군지 판단하고, 이 상황에 제대로 된 생각을 하기엔 엘사는 이미 너무 지쳐 있었어. 양변기 위로 올렸던 발이 무겁게 땅으로 툭 떨어졌지. 나머지 발도 땅을 디디고, 엘사는 자신을 찾아낸 사람을 향해 몸을 움직여. 목적은 하나야.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엉망으로 깨물고 짓밟아서 몇 십 분 동안 아프게 서 있는 나의 것을 집어넣을 거야. 그것뿐이야. 엘사의 고른 치열이 안나의 목덜미를 향해. 엘사는 몇 년이 지나고 나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때 자신의 다리에 힘이 풀려 안나에게 닿기 전에 무릎 꿇었다는 거지. 쿵, 하고 맨들맨들한 화장실 바닥과 하얀 엘사의 무릎이 자비 없이 맞닿았어. 안나는 놀라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지. 무릎에 닿는 차가움과 고통 때문에 엘사는 잠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어. 자신을 감싸던 오메가 향도 많이 옅어졌거든.
“헉… 허억… 고… 고으주… 학…”
엘사는 앞에 있는 사람이 자신이 호위해야 될 사람이란 걸 깨닫고 또 깊은 절망을 해. 방금, 내가, 공주님의 목을… 물려고 했어. 그나마 남아있는 이성이 하는 거라곤 절망과 자기비하뿐인 상황이 됐지. 불안정한 엘사의 호흡과 시선에 안나는 걱정이 앞서서 손을 뻗어. 엘사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뒷걸음질 쳤지. 눈을 질끈 감고 화장실 문을 닫아. 덜덜 떨리는 손으로 화장실 문을 잠그려는데 자꾸만 빗나가. 안나는 안나 대로 다급해져서 화장실 문을 열려고 힘을 줬지. 하지만 발정난 알파를 힘으로 이길 순 없어. 마침내 화장실 문고리가 걸리고, 엘사는 한숨 돌려. 바깥에선 안나가 연신 노크를 해댔지.
“엘사, 문 열어 봐! 걱정 마, 엘사는 괜찮을 거야. 응?”
뭐가 괜찮을 거라는 거야, 난 방금 당신을 강간하려는 생각뿐이었는데. 난 괜찮겠지. 괴물 같은 알파는 유약한 오메가를 뼛속까지 헤집어 파먹고 만족스러우면 그만이니까, 난 괜찮겠지.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공주님. 공주님…
엘사는 아까 그 소돔과 고모라 같은 상황 속에서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을 흘려. 우리 둘을 갈라놓는 건 얇은 화장실 칸막이 문밖에 없어. 제발 당신이 내가 느낄 수 없는 곳까지 멀리 사라졌으면 좋겠어.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상냥한 당신이 아니니까.
“내가 도와줄게, 엘사.”
엘사의 눈이 번쩍 뜨여. 하지만 그 눈동자는 알파의 것이었어. 한계의 한계까지 몰린 알파의 정신은 오메가의 말을 저 좋을 대로 해석하고 온갖 망상을 하기 시작했지. 도와줘? 어떻게 도와줘? 손으로? 입으로? 아니면 그 처음을 나한테 줄 거야? 이런 나를 어떻게 도와줄 거야? 즐거운 상상에 엘사는 바짝 마른 입술을 혀로 핥아. 그것이 키워드라는 듯 이때까지 잠잠하던 엘사의 알파가 강렬하게 흘러나왔어. 터진다는 표현이 맞지. 참았던 것이 댐이 터진 듯이 주체할 수 없는 양과 강도로 흘러나왔어. 발 끝부터 안나를 휘감아 올라오는 알파에 안나는 소스라치게 놀랐어. 이렇게 뚜렷한 목표를 가진 알파를 느끼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에… 엘사? 엘사?”
알파가 강하지 않았기 때문에 안나는 상황을 과소평가 했던 거야. 엘사가 당했던 것을 잠깐이라도 지켜봤었더라면 안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거야. 그 정도의 성교육은 받았어. 안나는 갑작스럽게 넘치는 알파에 어째야 되나 발을 동동 굴렀지. 여기 계속 있다간 까딱 잘못하면, 희대의 스캔들이 터질 거야. 조급해진 안나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어. 안나는 눈을 질끈 감고 마지막이다라는 마음으로 외쳤어.
“엘사!!! 정신 차려!!!!”
그 목소리는 분명 엘사에게 닿았어. 하지만 알파를 멈추게 할 순 없었지. 머릿속으로는 마구 재생되고 있는 제 아래에서 울고 있는 안나의 모습 사이로 어설픈 이성이 한 가닥 튀어나와.
“공주님… 하아… 제발… 나가주세요 허억… 금방… 금방 따라 나가겠습니다…”
안나는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엘사의 환상 같은 목소리에 아랫입술을 꾸욱 깨물어. 안나도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달리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순순히 엘사의 말을 따르기로 하지. 의협심만 앞서선 될 일도 그르친다는 걸 이미 충분히 알고 있어. 안나가 화장실 밖으로 향하는 걸음 소리가 들려. 엘사는 좀 더 숨이 트이는 기분이었지. 거추장스러운 가방도 어깨에서 내렸어. 항상 목 끝까지 잠그고 있는 셔츠 단추도 두 개를 풀렀어. 사실은 힘조절을 잘못해서 뜯어낸 거지만. 엘사는 얼굴에 흐르는 땀을 한 번 훔치고 왼손을 슬금슬금 치마 아래 쪽으로 넣어.
“…그래도 엘사… 난 엘사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화장실에서 나가기 직전, 안나의 말에 엘사는 픽 웃음이 나왔어. 비웃는다거나 그런 건 아니야. 자신이 이렇게 되어도 언제까지나 내가 알던 그 공주님이구나, 약간의 경외심이 담긴 웃음이었지. 실없이 나온 웃음이 싹 사라진 건 오래 걸리지 않았어. 엘사는 안나가 그냥 책임감이 앞서 한 말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지. 처음 맡아보는 오메가 향이 금세 화장실을 가득 채웠거든. 상황을 머리로 먼저 판단하기도 전에 화장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 안나는 화장실을 나갔어. 자신의 오메가 향만 잔뜩 남겨놓고 말이야.
이젠 기억도 잘 안 나는 어린 시절부터 공주님을 봐왔지만, 공주님의 체향을 맡아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야. 오랫동안 발기해있던 탓에 아프던 남근이 이때까지 있던 통증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더 심하게 아파와. 엘사는 얼른 민무늬 팬티를 벗었어. 급한 손길은 팬티를 허벅지까지밖에 내리지 못했지. 남근을 가리고 있던 치마가 불쑥 위로 솟아. 엘사는 분란한 손놀림으로 치마를 들추고 자신의 몸이라 믿어지지 않을 만큼 크게 부푼 그것을 쥐고 일단 사정없이 위아래로 쓸었어. 폐는 미친 듯이 처음 맡는 오메가를 들이켰지. 아까 맡았던 오메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머릿속을 엉망으로 망쳐놓아, 거부한다는 선택지조차 없는 향은 창문이 열려 있는 탓에 숨을 쉴 때마다 옅어져 있었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사람처럼 엘사는 흐려져 가는 향을 다급하게 탐닉했어. 이것이 제가 여지껏 몰래 연모해왔던 오메가의 향이라고 생각하니 갈구는 점점 더 심해질 따름이었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 엘사는 첫번째 사정을 했어. 연분홍색 화장실 칸막이 문으로 사정없이 튄 백탁액은 곧 중력을 따라 천천히 아래로 흘렀지. 하지만 겨우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어. 엘사는 뭐에 홀린 듯 손짓을 이어나가. 사정에 잠깐 정신이 돌아오긴 했지만 드는 여러가지 생각에 오히려 머릿속만 어지러워. 지금만이라도 엘사는 본능에게 뇌를 양보해.
체향을 바깥으로 유출시키지 못하도록 특수 제작된 화장실의 문을 등진 채, 안나는 엘사가 나오길 기다려. 구두를 신은 발 끝은 애먼 바닥만 툭툭 차댔지. 굳게 닫힌 화장실 문은 그 어떤 체향도 허용하지 않았지만, 엘사가 화장실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안나는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어. 하지만 애써 생각을 막아. 엘사를 두고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지금 안나에겐 너무 죄책감 드는 일이었으니까. 안나는 주머니에서 만지작 대던 휴대폰을 들어 걸 일 없으리라 생각하던 기사단에게 전화를 걸어서 사람 몇 명 보내달라고 해. 바깥에서 공주님 모르게 상황을 모니터링하던 기사단은 공주의 학교 출입 허가에 재빠르게 상황 대처를 위해 움직이지. 일단 아까 기사단이 데려온 네 명은 억제제를 맡고 진정된 상태로 신변을 확보했어. 나머지 네 명도 학교에서 빠져나오는 걸 이미 붙잡아둔 상태지. 그리고 어느새 제인이 안나의 앞에 나타나.
“오늘은 제가 호위하겠습니다, 공주님.”
“…아뇨. 저는 다른 사람과 함께 갈게요. 제인은, …엘사를 부탁해요.”
안나는 제인을 뒤로 하고 학교를 나섰어. 그 옆엔 어느새 다가온 건지 다른 기사단이 한 명 있었지. 안나는 착잡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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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엘사가 진정할 때까지 안나가 화장실 칸막이에 기대서 체향 흘려보내주는 거였는데 쓰다 보니까 그러면 엘사가 칸막이를 종잇장처럼 찢으며 겁탈할 것 같아서 안나 내보냄잼. 한 번 불타오르는 찌통떡을 찌기엔 얘넨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무네… 고자쥬미라 미안하다!!! ㅠㅠㅠ
맞어 엘사는 화장실문따위 가볍게 아작내겠지 ㅠㅠㅠ 아으 안나 여신니뮤ㅠㅜ
으아 엘사 그래도 잘 참았다ㅠㅠㅠㅠㅠ안나 배려심 쬲
평소처럼 잠잠해진 남근처럼 엘사는 축 쳐졌어. 몰려오는 생각에 엘사는 정신이 없었지. 서둘러 어정쩡하게 내려가 있던 팬티를 추슬러 입어. 휴지로 어설프게나마 흔적을 닦고 변기에 버렸지. 내일까지 창문을 열어놓고 가면 이 알파향도 다 환기 될 거야. 엘사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가방에서 향이 나는 물티슈를 찾아 더 깨끗이 닦았지.
화장실을 나와 찬물로 세수하고 옷가지를 여미고 문을 열자 있는 것은 안나가 아니라 제인이라는 것에 놀랄 기력도 없었어. 차라리 다행이구나 싶은 생각뿐이었지. 그 후로는 어떻게 성까지 도착했나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엘사의 멘탈은 산산조각 났어. 자기혐오와 자기비하는 끝도 없었지.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야. 방 앞까지 같이 온 제인은 오늘은 그냥 푹 쉬라고 어깨에 손을 얹고 말해줘. 제인은 거의 방에 엘사를 우겨넣다시피 등을 떠밀고 방을 떠나지. 여덟 명이서 같이 쓰는 방은 아무도 없어 어째 서늘하게 느껴져. 엘사는 멍하니 텅 빈 방을 바라보다가 또 몰려오는 자기비하에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 수건과 갈아입을 옷을 챙겨서 샤워실로 향해.
자신의 몸에 남아있는 알파향과 함께 살갗도 벗겨낼 요량인지 벅벅 문지른 살결은 빨간 채 엘사는 샤워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왔어. 평소처럼 공부하려고 가방에서 책을 꺼내 펼쳤지만 글자가 눈에 들어올 리가. 결국 엘사는 자리를 박차 훈련장으로 나가. 이제 견습 기사단 타이틀도 딴 엘사는 연습용 목도는 마음대로 쥘 수 있었지. 머리 위로 치켜든 죽도는 일정한 속도로 내려왔다 다시 올라갔다를 반복하지.
안나는 안나 대로 속이 복잡했어. 평소에도 그런 식으로 괴롭힘 당하고 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부터 시작해서, 너무 힘들어하던 엘사의 아까 모습까지. 심란하기 그지없어. 방에 돌아와서 가방을 내려놓고도 가슴 속이 묵직한 것이 내려가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다가 침대에 벌렁 드러눕고 이불을 팡팡 내려쳐. 그 검은 단발 머리띠! 왕족 모독죄를 끼얹어서라도 처벌해야 되는 거 아냐?! 안나는 벌떡 일어났다가도 복잡한 속을 다스리지 못하고 다시 침대 위를 데굴데굴 굴러다녔어.
한참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안나는 문득 체향을 풀었던 것을 기억해냈지. 가족 이외의 사람 앞에서 체향을 푼 건 처음이었어. 그나마 체향 풀었던 것도 왕이 하도 궁금해하고 자신도 궁금해서 난생 처음 풀었던 것 말고는 이번이 두번째네. 안나의 얼굴은 금세 화르륵 달아올랐어. 무슨 생각으로, 무슨 자신감으로 그렇게 힘들어하는 엘사에게 체향을 푼 건지 지금 생각해보니 아주 치기 덩어리야.
“으으…”
왜 그때 체향을 풀었을까. 그냥 다른 오메가 향 때문에 괴로워 하는 자신의 기사를 보니까 그래야 될 것 같았어. 사실 직접 엘사를 진정시키고 싶은 마음도 조금 있었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안나 아렌델!!!!!!!”
무심코 떠오른 생각에 안나는 스스로 부끄러워져서 커다란 자신의 베개를 부둥켜 안고 퍽퍽 때렸지.
“정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
이 학생들의 사건은 화이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파장이 일파만파 퍼져 나갔어. 일단 기사단 단장이 알게 되었고, 왕과 왕비가 알게 되었고, 당연히 화이트의 부모도 알게 되었지. 왕은 이때까지 부모없이 비행도 한 번 없고 잘 자라준 엘사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는 걸 알자마자 제 딸 일처럼 길길이 날뛰었어. 그 아빠에 그 딸 아니랄까 봐 왕족 모독죄까지 덧씌워서 가중처벌 하라고 하려는 걸 왕비가 겨우 말렸지. 단순히 이것만 말할 건 아니야. 왕립 학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도 문제고, 오메가알파 이지메의 주동자가 대기업 딸이라는 것도 엄청난 이슈 거리였지. 하지만 이쪽은 어른들의 세계니 대충 스킵하자. 결론만 말하자면 화이트는 학교에선 다시 볼 수 없었지.
다음 날 평소와 똑같이 엘사와 안나는 등교를 했어. 평소와 분위기는 상이했지만 말이야. 서로 말도 없이 데면데면하게 학교로 향했지. 안나의 교실로 가서 안나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뒤 도는 엘사의 모습을 보니 또 안쓰러워. 오늘은 베타보다 더 베타 같아. 꼭꼭 잠근 알파향은 새어나올 틈이라곤 전혀 없었지. 뒷모습을 보니 얼마나 의기소침해 있는지 확실히 와닿아. 안나는 저도 모르게 엘사의 손목을 잡아. 소스라치게 놀란 엘사는 재빨리 뒤돌아 안나와 눈을 마주치지.
“오늘은 꼭, 같이 하교해.”
그리고 얼굴이 벌게져선 며며며며, 명령이야. 하며 말까지 더듬으며 말을 마치곤 황급히 눈을 피하고 교실로 쏙 들어가. 엘사는 손 끝도 꼼짝하지 못하고 한참을 붙박힌 듯 복도 한복판에 서있었어.
교실에 도착한 엘사는 화이트의 자리를 힐끔 봤어. 화이트를 비롯한 그 무리들의 자리를 한 번씩 봤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지. 엘사는 그제서야 숨을 몰아 쉬었어. 책가방을 풀고 아침 자습을 위해 교과서들을 꺼내.
그리고 시험 시간이 됐는데도 자리 여덟 개는 여전히 비어 있었어. 묘한 안심을 느끼며 엘사는 시험을 무사히 볼 수 있었지. 교실 문이 열릴 때마다 불안하게 문을 보기는 했지만.
“시험 잘 봤어?”
어제처럼 시험이 끝나자마자 짐을 싸고 한 달음에 안나의 교실로 달려온 엘사를 보고 안나는 해사하게 웃어.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엘사는 어버버. 시험 잘 봤냐는 질문에 떠뜸떠뜸 그, 그냥 그래요. 라고 겨우 대답할 수 있었지.
“엘사는 항상 그렇게 말하고 1등 하더라.”
안나는 킥킥 웃으며 엘사의 오른팔을 자신의 품으로 꼭 껴안아 밀착해. 엘사는 깜짝 놀라 퍼드득 떨었어. 안나는 엘사가 자신을 쉽게 뿌리칠 수 없다는 걸 아니까 더 꽉 붙잡았지. 오랜만에 보는 엘사의 당황하는 얼굴이 썩 보기 좋아. 안나는 키들키들 웃었어. 귀 뒤까지 빨갛게 물들은 엘사는 한 번은 핥고 싶게 생겼지.
“아바마마와 어마마마를 제외하고 내 체향을 맡은 건 엘사가 처음이고, 유일해.”
엘사는 이 말에 바로 어제 일을 재생해내는 뇌가 원망스러웠어. 바로 주기도문을 비롯한 불경과 코란 등 각종 종교의 성전의 토씨까지 외웠지. 까딱 잘못하단 설 것 같았거든. 뻣뻣하게 굳은 엘사는 자신이 지금 왼발과 왼손을, 오른발과 오른손을 함께 뻗으며 걷고 있다는 것도 몰랐지.
“엘사가 나 책임져야 된다는 말이야.”
훅 하고 입김과 함께 귓전에 닿은 말에 엘사는 안나의 품에 꽁꽁 묶여있는 팔을 쑥 빼내고 뒤도 안 돌아보고 화장실로 도망쳐. 저 정도는 예상했던 반응이야. 안나는 킥킥 웃으며 느긋하게 다시 교실로 들어갔어. 기사단과 왕에게 오늘은 엘사와 함께 학교에서 공부하다 들어가겠다고 연락을 넣어두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야.
엘사 ㄱㅇㅇ!!!!
엘사 불안해하는 거 찌통이다가…ㅠㅠ 안나 졸귘ㅋㅋㅋㅋㅋㅋ
안나는 자신이 오메가인 게 좋았어. 오메가로 살아가기 아주 좋은 세상이었거든. 게다가 딱히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체향이 조절될 정도로 극우성으로 태어난 것도 한 몫 했지. 그건 어려서부터 알파 베타 오메가 상관 않고 친구를 사귀기 아주 좋은 이점이었어. 맨날 급식 점심 메뉴에 대해서만 얘기하던 애들이 잘생기고 예쁜 연예인에 대해서 얘기하게 되고, 2차 성징도 시작되자 주위 친구들은 아주 많은 얘기를 해줬지. 성에서는 항상 조숙함과 정숙을 강조하니까 여간 답답한 게 아니었는데 이렇게 친구들 얘기라도 들으면서 대리만족하니까 안나는 신났어.
그리고서 알게 된 건데, 확실히 베타와 오메가알파의 사랑은 많이 다르다는 거였지. 체향을 푼 적 없다고 하는 게 맞는 안나지만 백마디 말을 대신하는 체향의 효과는 유전자에 새겨져 있어서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어. 하지만 베타들은 그런 게 없잖아? 체향 자체를 느낄 수도 없고 말이야. 체향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았어.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3살 연상의 알파의 속마음 같은 거.
안나는 이때까지 종종 맡아왔던 엘사의 체향과 어제 맡았던 알파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던 체향을 기억해내. 안나는 엘사 말고도 여러 알파의 향기를 맡아봤어. 알파들은 체향 조절을 잘 못했으니까. 어렸을 때 갔던 기사단 훈련장에서는 정말 여러 알파들의 체향이 뒤섞여 있었지.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건 단연 엘사의 체향이야. 왜인지는 모르겠어. 인생 처음으로 맡아 본 알파가 엘사여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자주 했었지. 안나는 교실로 돌아와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발 끝을 꼼지락거렸어. 역시 단순히 처음 맡았던 알파가 엘사여서 그런 건 아닌 것 같아. 생리적인 레벨에서부터 엘사의 체향이 좋아. 마치 나를 위한 향기 같아. 엘사 생각을 하니 저절로 웃음이 새어 나와서 안나는 키들키들 웃었어.
그리고 기억 속에 어제 맡았던 체향만 강하게 남아. 꼼지락거리던 발 끝이 일순 오므라들었어. 어쩐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워져. 그렇게 강렬한 알파 속에서도, 어딘가 엘사 다운 억눌림 같은 게 느껴졌었던 걸 기억하면서 안나는 엘사 생각을 해. 언제 돌아올까. 안나는 교실 문 쪽을 몇 번 힐끔 보다가 책가방에서 공부할 책을 꺼냈어.
시간이 지나고 엘사는 화장실에서 거한 현자 타임에 화장실 벽에 머리를 박고 생각하는 중이었지. 어제 있었던 그 급박한 상황을 생각하면서도 공주님 말에 그거나 세우고 화장실까지 오고, 아니 그보다 내가 처음이라니, 내가 책임져야 한다니, 어떻게? 끝없는 의문에 엘사가 끄응 앓아댔지. 하지만 별다른 수가 있나, 일단 안나에게 돌아가야 했어. 엘사는 손을 뽀독뽀독 씻고 손을 말리는 와중에도 생각이 멈추지 않았지.
텅 빈 복도를 엘사는 차분하게 걸었어. 속으로는 사실 이 복도를 떼굴떼굴 구르고 싶었지. 공주님을 책임지라니 어떻게? 물론 이 목숨이 다 할 때까지 허락만 해주신다면 평생 공주님의 그림자로서 살아갈 생각이었어. 하지만 역시 이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니겠지? 한낱 호위 기사인 내가, 공주님이랑? 엘사는 발을 세게 구르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 애써 차분한 척 안나의 교실로 걸어 가. 일단 연상이니까 어른스럽게 말해야지 속으로 다짐하면서.
“엘사아, 빨리 와. 나 이 문제 모르겠어.”
하지만 교실 문을 조심스럽게 열자마자 이렇게 말하는 안나에게 어버버 당황하면서 달려가 문제를 알려주는 엘사지. 무슨 책임인지 제대로 묻지도 못하고 흐지부지한 채로 공부만 해. 해가 질 때쯤 돼서야 엘사가 먼저 이만 가봐야 된다고 안나에게 조심스럽게 말하고 둘은 하교하지. 단둘이 하교하는 길에 안나는 엘사에게 꼭 붙어서 걸어. 그에 엘사는 옆으로 조금 물러나고, 그럼 안나는 엘사를 따라 옆으로 가고. 몇 번 반복하다가 결국 안나가 또 엘사의 팔을 와락 껴안아.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사람 말고는 전혀 맡을 수 없을 정도로 소량의 체향을 아주 잠깐 풀어. 스쳐지나가듯 느껴지는 희미한 체향에 안나는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 나도 엘사가 좋아. 라고.
그후로는 안나의 강렬한 대시가 하루하루 이어졌어. 체향은 고백하듯 살짝 흘린 날 이후로 한 번도 맡아보지 못했지만 제정신인 상태에서 체향을 맡은 엘사는 더 이상 자신의 감정도 무시할 수가 없었지. 안나 공주님을 좋아한다. 사랑한다.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어. 그리고 안나 공주님도 날 좋아해. 그게 미친 듯이 기뻐서 한 달 동안은 밥도 잘 먹지 않았어. 언제는 삼일 내내 굶고 있다가 메가라가 뒤통수를 후려치며 밥 좀 처먹으라고 으름장을 놓고 나서야 삼일이나 굶었다는 걸 깨달을 정도였지. 거의 평생을 짝사랑 해온 상대방에게 자신과 똑같은 감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까 정신적 만족감이 장난 아니야.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말을 알겠어.
하지만 그건 그거, 이건 이거. 아무리 해도 신분 차라는 게 있는 거야. 상대는 공주고 자긴 출신도 불분명한 고아인걸. 옛날 얘기에서나 나오는 힘든 사랑 이야기는 겪게 하고 싶지 않아. 엘사는 항상 안나의 격한 사랑 공세를 단호하게 뿌리치지.
시간은 빨리 흘러 엘사가 19살 생일, 성인이자 정식 기사단이 되는 날이었어. 전통적으로 왕이 직접 검을 들고 기사의 어깨 위에 대고 임명하는 식이었지.
“그간 안나를 호위해줘서 고맙다, 엘사. 너의 갓난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성인이 되어 이렇게 정식 기사단이 되는구나. 그 동안 별 탈 없이 잘 자라주어 고마울 뿐이다.”
“송구하옵니다, 폐하.”
“너는 이 나라의 알파로, 내 딸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한단다.”
엘사는 그 말에 양심이 비틀려 입술을 꾹 다물었어. 이렇게 저를 거둬주고 키워준 왕에게 은혜도 못 갚을 망정 하루에도 수백 번은 왕의 딸을 취하는 상상을 하고 있으니.
“내 딸… 안나를 어떻게 생각하니, 엘사.”
“공주님은 무척 머리가 좋으셔서 모든 것을 쉽게 익히십니다. 또한 만인에게 두루”
“아니아니, 여자로서 어떻느냔 말이다.”
엘사는 다시 한 번 입술을 꼭 다물었어. 이제 16살인 안나는 예전과 다르게 가슴도 봉긋 솟아올랐고, 귀엽게만 보이던 주근깨도 왠지 안나가 자라고 있다는 걸 확인시켜주는 것 같았지. 가녀린 목덜미는 곱게 양갈래로 땋은 머리 아래로 언뜻 보이는 게 너무 예뻐. 쭉 뻗은 다리는 예전처럼 움직이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탄력 있어 보였지. 엘사는 안나의 모습 모든 걸 뚜렷하게 생각했어.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왕에게 말할 수 없었지. 공주를 욕정하는 자신의 눈빛으로 본 것이니까. 엘사는 불현듯 기억나는 안나의 체향을 애써 무시해.
“왕비님을 닮아 외모도 무척 수려하시죠. 학교에서도 학우들에게 인기가 많으십니다.”
“네 생각을 묻고 있다.”
엘사는 자신의 머릿속을 들킨 것 같아서 숨이 멈췄어. 단호하게 자신의 말을 자른 왕의 말은 빈틈이 없었지. 엘사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려. 뭐라고 대답해야 될지 감도 안 잡혀. 한참을 대답하지 않고 있자 왕은 한숨 섞인 웃음을 지어. 그 소리에 엘사는 움찔 떨었어. 그런 엘사에게 왕은 조그맣게 성인이 된 걸 축하한다고 소곤거렸지. 그리고 헛기침을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어.
“기사는 무릎을 꿇으라.”
근엄하게 울리는 왕의 목소리에 엘사는 한 쪽 무릎을 꿇고 예를 갖췄어. 그러자 스릉 하고 정복을 입은 왕의 허리 춤에서 검이 뽑히는 소리가 나. 왕은 절도 있는 동장으로 검을 들고 말을 이어 나가.
“그대는 이 나라를 위해 기꺼이 헌신하여 왕을 지킬지어다.”
그리고 검은 곧게 엘사의 어깨 위로 조심스럽게 내려앉았지. 그 자리에 왕족으로서 참석하고 있는 안나는 그 장면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지켜보았어. 이로서 엘사는 자신의 호위 기사가 아닌 왕의 기사가 된 거야. 안나는 처음으로 빨리 여왕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지. 초조해서 입술을 잘근거리고 있는 걸 왕비가 알아채고 살풋 웃어. 임명식이 끝나고 왕은 대신들을 물렸어. 그리고 엘사와 안나를 따로 불렀지. 왕비는 기품 있는 몸동작으로 왕의 옆에 서있었어. 엘사는 이 상황이 어색하기만 했어. 엘사가 눈에 띄게 어색해하니까 안나도 덩달아 데면데면 해졌지. 왕이 무엇 때문에 불렀는지 궁금한 건 엘사나 안나나 마찬가지야. 안나는 혹여나 이제 엘사를 자신의 호위 기사 역에서 물린다고 할까 봐 초조하기까지 했지.
“엘사도 성인도 되고 정식 기사도 되었고 하니, 내 둘의 혼인 약조를 서둘러 맺고 싶구나.”
이런 왕의 앞뒤 문맥 다 잘라먹고 본문만 말하는 내용에 두 사람 다 벙 쪄서 엩 하는 바보 같은 소리도 나오지 않았어. 이것은 마치 혼돈의 카오스. 나름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 왕을 제외하고 혼자만 이 이야기의 전모를 알고 있는 왕비만 나오려는 웃음을 참느라 필사적이었어. 비슷한 표정으로 넋이 나가 있는 두 사람 중에 먼저 말문이 트인 건 안나였어. 덜덜 떨리는 턱으로 감탄사처럼 와, 와… 하는 소리만 겨우 내뱉다가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갔지.
“완전 좋아요, 아빠! 지금 당장 하는 거에요?!”
흥분된 목소리를 감출 생각도 안 하고 왕에게 와락 달려가 안기는 안나야. 그 모습을 본 왕비는 결국 큭큭 웃음 소리를 흘려. 여전히 조금 떨어진 채 이 세 명을 보고 있는 엘사의 머릿속은 혼돈의 카오스다 못해 화면 조정 시간의 텔레비전 같았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이런 느낌이지 않았을까 싶어. 꺅꺅거리며 방방 뛰는 안나는 벌써부터 왕에게 약혼식도 하냐고, 어디서 어떻게 어느 규모로 하는 거냐고 묻기 바빠. 예상보다 열렬한 반응에 왕도 기쁜 표정을 숨기지 않았지. 곧 그 눈은 엘사를 향해.
“엘사는, 어떠니.”
엘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 빠른 진행을 위해 많은 걸 스킵하고 있지만 그동안 제가 했던 뻘짓들은…? 무엇을 위해 그동안 공주님을 밀어내고 멀리 해왔죠…? 이 엔트로피로 삽질을 했으면 내핵까지 뚫었겠어. 갑작스러운 약혼 얘기와 저렇게 좋아하는 부녀와 그동안 애써 부정하고 무시해왔던 감정이 이것저것 섞이면서 막 분하고 억울하기도 해. 예전의 자신이었다면 이 상황에서 울었을 거라고 엘사는 짧게 생각하지.
“보잘 것 없는 저에게, 이렇게 커다란 은혜를…”
“일언이폐지하거라.”
왕은 딱잘라 말했지. 사실 엘사는 다리가 후들거리기도 하고, 왕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었어. 하지만 정식 기사가 된 몸이야. 절은커녕 90도 인사도 하면 안 돼. 엘사는 가지런하게 차렷 자세를 하고 어깨와 가슴에 힘을 주고 당당하게 서.
“평생을, 공주님을 연모해왔습니다.”
난생 처음 말하는 속마음에, 안나는 잠시 동안 숨 쉬는 것도 잊고 놀란 토끼 눈이 돼서 엘사를 바라봤어. 너무나도 당당하게 하는 프로포즈 아닌 프로포즈에, 안나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한 가득 차올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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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말이지만 기사로 임명하노라~ 할 때 기사의 어깨에 검을 겨누는 건 이 견습이 기사가 될 자격이 있나 하고 칼로 기사 어깨쯤을 세게 후려치던 것에서 유례된 걸로 알고 있음
약혼도 했으니 얼른 떡 좀 쳤으면 좋겠다…
ㅋㅋㅋㅋㅋㅋㅋ엘사가 그동안 했던 뻘짓들은…!ㅋㅋㅋㅋㅋ드디어 약혼했다!!!!! 이야호!!!!!
엘사의 대답을 듣고 마음이 조금 느긋해진 왕은 그제서야 이 약혼의 전모를 설명했어. 엘사를 처음 만났던 날 자신이 생각했던 것, 자기 생각보다 둘이 빨리 만나 당황했던 것, 둘이 사이가 안 좋아 보일 때마다 가슴 조렸던 것, 혹시라도 마음 변할까 봐 이렇게 빨리 약혼을 얘기한 것 등등. 시골에 내려가서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마냥 어린애 같은 표정으로 둘은 홀린 듯 왕의 말을 경청했지. 다 듣고 난 후의 반응은 각자 달랐어. 마치 운명 같다며 들뜬 안나와 달리 엘사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멍한 표정으로 동공지진만 일으킬 뿐이었지.
“사람 마음은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나는 왕이라는 권력을 써서라도 엘사, 너를 안나 곁에 두고 싶구나.”
“왜… 어찌 하여 저에게 이 정도로…”
왕은 어깨를 으쓱 할 뿐이었지. 내 딸이 말하는 대로 운명이 아닐까? 하고 조금 덧붙일 뿐이었어.
“너희들의 약혼식은 우리만 참석할 것이다. 대외적으로 알리는 건 최소한 안나의 성인식 이후로 한다.”
많은 것이, 변했어. 변했다고 할까, 변해가려고 한다고 할까. 엘사는 어떻게든 기품을 유지하며 걷던 걸음걸이가 본성을 벗어나고 외성 부지로 들어서자 긴장이 풀려서 잠시 벽에 기대 섰지. 그리고 물끄러미 두 손을 내려다봤어. 소매는 난생 처음 입어보는 기사단 정복이 보였지. 그렇게나 입고 싶었던 기사단 정복이야. 엘사의 입에선 깊고 길게 한숨이 나왔어. 공주님이랑 나는 안 이어지는 거 아니었나? 이렇게,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다가 저절로 시간이 지나서 공주님이 성인이 되고 때가 되면 결혼을 하게 되는 건가? 참 현실감이 없었지. 엘사는 투레질을 하고 다시 걷기 시작했어. 제일 먼저 단장실에 가야 해.
단장실에 들어서자 제법 나이 든 게 눈에 보이는 단장이 언제나처럼 무뚝뚝한 표정으로 엘사를 맞이해. 엘사는 정식 기사가 됐다는 보고를 올리지. 단장의 간단한 축하 말이 끝나고 엘사는 망설이다가 결국 약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로 결심해. 떨어지지 않는 입으로 겨우겨우 방금 있었던 일을 말하니 표정의 변화가 없는 단장도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지. 엘사는 단장의 그 표정을 보고 조금 안심했어. 그래, 저게 정상적인 반응이지. 하면서 말이야.
“아직 공주님은 미성년잔데… 폐하께서 급하시긴 하셨나 보군.”
하지만 단장에서 나오는 말을 듣고 엘사의 생각은 와장창 무너져. 왜 부모도 없는 고아 알파가 이 나라의 왕위 계승 서열 1위의 오메가 공주와 약혼하게 되었다는데 거기에 초점을 두는 거야? 엘사는 설마 해서 단장도 약혼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냐고 조심스럽게 물어 봐. 단장은 당연하단 듯 ㅇㅇ 하고 대답하지. 제인도 알고 있다고 친절하게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아. 엘사는 정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었지.
그 날 엘사의 꿈자리는 몹시 뒤숭숭 했어.
비공식이긴 하지만 약혼식을 올린 후로 안나의 대시는 예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변했지. 등교할 때 팔짱을 하는 것은 기본이요, 예전처럼 피하거나 철벽 치려고 하면 미래 부인한테 너무 하는 거 아냐? 하면서 불쌍한 척도 하면서 엘사가 쩔쩔 맬 때 엘사를 껴안기도 하고. 궁중 셰프들한테 직접 배웠다면서 도시락 공세를 하기도 하고, 공부 핑계로 좀 더 엘사 곁에 있으려고 하고. 엘사도 거절하고 피하는 데 한계가 있어. 무엇보다 평생을 연모하고 다가갈 수 없다고 애써 컨씰돈삘 해왔는데 컨씰돈삘 할 이유를 레릿고 해버린 상황인걸. 엘사도 마음 같아서야 이 사랑스러운 존재를 쓰다듬어 보고도 싶고 안아보고도 싶어. 하지만 엘사도 알파야. 한 번 손대기 시작하면 끝없이 욕심이 날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여전히 어느 정도 안나와 거리를 둔 상태였지.
반면 안나는 왜 엘사가 저를 여전히 밀어내는지 이해하지 못했어. 이젠 어지간히 놀래켜서는 엘사는 체향의 ㅊ도 흘리지 않아. 더욱이 속마음을 알 수 없게 되어버렸지. 우리 사이를 왕이 허락해줬는데 왜 엘사가 허락을 안 해? 하는 심통도 났었어. 그러다 곧 엘사가 날 싫어하나? 라고 걱정도 하고. 별의 별 생각을 다 하며 사실 안나도 초조했지. 그렇기 때문에 더 엘사에게 다가가는 거고.
안나가 초조한 이유는 또 하나 있었어. 지나치게 훤칠하게 자란 엘사는 인기가 좋아도 너어무 좋았어. 과거 어떤 오메가에게 안 좋은 일을 당할 뻔했지만, 그런 오메가는 일부고 대부분의 오메가는 남몰래 엘사를 동경하고 있었지. 아름답게 반짝이는 백금발은 단정하게 땋아서 어깨를 타고 흘러내리고, 가지런한 눈썹게 속눈썹은 또 얼마나 긴지, 그 아래 있는 푸른 대양 같은 눈동자를 감추려는 것 같고, 오똑한 코에 다부지게 다물어 있는 입술, 빚은 것 같은 턱선을 가진 엘사를 좋아하지 않기란 힘들었어. 게닥 분명 알파는 맞는데 한 번도 엘사의 체향을 맡은 이는 없었어. 도대체 얼마나 우성인 거야? 하면서 침 흘리며 호시탐탐 엘사를 노리는 오메가가 학교에 진을 치고 있는 셈이었지.
엘사는 하루에도 수십 번 뭇 여성과 남성에게 대시를 받았어. 물론 안나에게 치는 철벽과는 차원이 다른 철벽으로 단호하게 거절했지. 개중엔 체향까지 은근슬쩍 풀면서 엘사에게 어필하는 오메가도 있었어. 하지만 사실 엘사는 16살 때 당한 일 때문에 오메가 공포증이 생겨서 그런 오메가들에겐 본의 아니게 경멸하는 표정으로 응대하게 돼. 엘사가 오메가 공포증이라는 건 안나도 몰라. 제인 정도만 알고 있었지.
엘사보다 학교가 일찍 끝나는 안나는 종례를 하고 나면 일과처럼 엘사에게 들렀다가 귀가해. 그때마다 엘사에게는 누군지도 모를 불특정다수의 오메가향이 이리저리 묻어 있었지. 엘사도 그걸 아니까 아무 말도 못하고 멋쩍게 웃고만 있을 뿐이었어. 그럼 안나는 항상 부루퉁한 얼굴로 엘사의 옷을 툭툭 털어주었지. 그런다고 체향이 없어지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야. 안나는 끈덕지게 엘사의 몸에 들러붙어 있는 오메가향을 맡을 때마다 나도 오메가를 풀어버려? 하고 갈등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야.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으면 항상 엘사가 안나의 미간을 엄지로 슬슬 문지르면서, 아주 가끔은 이렇게 말해.
“저한텐 공주님뿐이에요.”
그럼 안나의 얼굴은 새빨개져서 어쩔 줄을 몰라하지. 안나가 고개도 못 들고 부끄러워 할 때야 엘사는 마음 놓고 미소 지을 수 있었어. 이런 두 사람의 일상은 아무도 몰래 진행 돼. 스캔들은 이왕이면 피해 달라는 왕의 부탁이 있었어.
엘사가 졸업할 때가 되었어. 당연히 진학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봤지. 기사단 일에 집중하고 싶기도 했고, 더 배우고 싶기도 했어. 무엇보다 차기 여왕의 배우자가 될 건데 학위도 없다면 공주님의 위신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되고.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도 학창시절 내내 좋은 성적이었던 엘사에게는 여러 대학의 러브콜이 쏟아지지. 하지만 고민도 무색하게, 처음 학교에 입학할 때처럼 진학하라는 어명이 내려왔어. 이번엔 단장이 아닌 왕에게 직접 그 말을 들은 엘사는 외성으로 돌아와 자기 전에 조그맣게 쿡쿡 웃었어. 왕이 공주 등교 호위 하는 김에 학교 갔다가 이번엔 하교까지 확실히 호위 하고 오라고 그랬거든.
찌통떡말구 달달떡을 원한다!! 시무룩해하는 안나 커엽당ㅎ 엘사보면 속터질거같음
엘사 얼떨떨행ㅋㅋㅋㅋ그러게 엘사 신분은 전혀 문제가 안 되나?? 역시 트루ㅡ럽!
엘사의 대학 입학! 과 함께 오티와 엠티 같은 소식들이 쏟아지지. 엘사는 가지 않을 생각이었어. 하지만 웬걸, 왕이 갔다 오래. 그 소식을 듣고 안나는 길길이 날뛰었지.
“엠티라니, 엠티라니! 그거 막 남자 여자 오메가 알파 할 것 없이 막 뒤엉켜서 술 마시고 막…! 막…!!”
도대체 어디서 무슨 정보를 들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머릿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아. 엘사는 잠시 한숨을 쉬었어. 하지만 안나가 너무 귀여운 나머지 한숨이 끝나기도 전에 웃음이 터져 나왔지. 안나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엘사를 쏘아 봐. 웃어? 웃어어?! 하면서 엘사의 멱살을 잡고 앞뒤로 흔들지만 끄떡할 엘사가 아니야. 안나의 양 어깨를 감싸 안고 진정하라는 의미로 일정한 리듬으로 안나의 등을 토닥여.
“엠티는 그런 문란한 난교장이 아니에요, 공주님.”
“나도 다 알아! 어, 막, 술 취한 오메가들이 엘사한테 달라붙어서 오메가를 이렇게… 이렇게이렇게…”
허공에 손짓을 해가며 온갖 상상을 하고 있는 안나는 점점 어린아이처럼 말의 두서가 없어졌지. 결국 으허엉 하면서 울음을 터뜨렸어. 질투하는 안나가 귀여워서 엄마 미소 지으면서 보고 있었는데 울 줄 몰랐던 엘사는 깜짝 놀라 안나를 부둥부둥 달래주지.
“술 안 마실게요. 다른 오메가 와도 안 웃을게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계속 보고할게요.”
“히끅, 하, 한 시간, 끅, 마다, 연락, 으읍, 해…”
“알았어요. 자, 약속.”
엘사는 익숙하게 새끼 손가락을 내밀어. 눈물 범벅인 안나는 히끅거리면서 엘사의 새끼 손가락에 자기의 새끼 손가락을 걸고 엄지손가락을 꾹 맞대지. 그래도 뭐가 그리 서러운지 눈물이 그치지 않아 엘사는 난감한 참이었어. 왕이 가라니까 가긴 가야겠고, 뭔가 생각이 있으시니까 가라고 하신 걸 텐데 말이야. 딸이 이렇게 서럽게 울고 있는 건 알고 계실는지. 엘사는 연신 안나를 토닥거리면서 눈물을 닦아줬지만 닦았다 하면 새롭게 한 방울 떨어지고, 또 닦으면 반대 쪽 눈에서 또르르 흐르고. 행여나 비단 같은 공주님 피부 상할까 봐 더 닦지도 못하겠어. 엘사는 오랜만에 어찌 해야 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속으로 허둥거렸지. 어쩔까, 고민하던 엘사는 별 방법은 없는 것 같다고 판단하고, 입술을 잘근거리며 망설이다가 옅게 알파를 풀었어. 히끅거리다 곧 엘사의 알파를 알아차린 안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엘사를 올려다봤지. 과연 몇 년 만에 느끼는 엘사의 알파인지 모르겠어.
“공주님, 뚝.”
두 손으로 볼을 잡고 고개를 들게 해 다정하게 웃어보이는데, 그러고 보니 오늘 따라 엘사가 다정하네. 스킨십도 자연스럽고. 엠티를 가도 된다는 말에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아까부터 어깨도 만지고 은근슬쩍 토닥이면서 허그도 하고 지금 숨도 닿을 정도로 얼굴이 가까워. 눈을 마주치는데 푸른 눈동자에 압도 당하는 것 같아. 알파가 살살 자신을 감싸는 느낌이 마치 푸른색 눈동자가 감싸는 것 같아. 끝없는 심해에 빠진 느낌이라 울어서 뻑뻑하게 막히는 목구멍이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기분이었지.
스무살의 엘사의 알파는 제가 기억하던 것과는 조금 달라져 있었지. 뿌리는 같지만 훨씬… 농후하다고 해야 할까? 게다가 이젠 자신의 감정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향은 확실히 당도도 조금 다른 것 같아. 이 체향의 목적은 저를 달래기 위함이라는 것을 안나는 잘 알아. 전혀 끈적한 느낌이 없었거든.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의 체향이고, 오랜만에 맡았더니 기억과는 조금 달라져 있고, 이젠 어리지도 않은걸. 힛싸도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나이란 말이야. 발정나는 건 아니어도 마음이 붕 뜬 것처럼, 분위기가 잡혀버렸단 말이야. 그래, 드라마에서 보던 것처럼, 입을 맞추지 않고는 끝나지 않을 그런 분위기.
드라마에서 보던 것처럼 엘사의 목에 팔이라도 두르고 싶은데 엘사가 볼을 잡고 있어서 그건 좀 힘들겠어. 무엇보다 다리도 후들거리고 팔도 후들거려서 팔을 그렇게 높이 들 수도 없었어. 엘사의 허리춤을 꼭 잡기만 했지. 그리고 조금 오들오들 떨면서 엘사가 입 맞추기 쉽게 턱을 조금 들고 눈을 감았어. 눈을 감으려고 그런 건 아닌데 생각해보니 눈꺼풀이 알아서 내려왔지. 엘사도 눈치가 없지 않아. 안나의 이 모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아챘어. 왜 이런 상황이 됐는지 못 알아챈 게 흠이었지만.
엘사는 침을 꿀꺽 삼켰어. 가까이에서 보는 안나는 너무나도 예뻤거든. 예쁘다마다. 거기다 첫키스를 수줍게 기다리며 조금 떨리는 신체에 맞춰서 바르르 움직이고 있는 긴 속눈썹이 마치 엘사를 부르는 손짓인 것 같아. 볼도 발그레 해져선, 왜 이렇게 예뻐. 엘사의 머릿속은 본격 이성과 감성과 본능의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지. 하지만 안나의 볼을 잡은 두 손이 떨려오기 시작해서, 엘사도 에라 모르겠다 싶었지. 공주님이 먼저 눈을 감았는데 매몰차게 내빼는 것도 좀 그렇고, 나도 알판데! 하는 생각으로 고개를 조금 기울여 조심스럽게 입술을 맞댔어.
는 안나가 눈 감고 입술을 맞추기까지 3초밖에 걸리지 않음잼.
어설프게 벌어진 입술은 어슷하게 붙어서 딱 맞붙지도 못하고 둘 다 바들바들 떨고 있었지. 엘사는 눈을 질끈 감고 어디까지나 이성적으로 있으려고 노력 중이었어. 틈이 잔뜩 있는 입술 사이에 서로의 숨결이 닿아. 이대로 있다간 무슨 짓이라도 할 것 같아, 엘사는 눈 딱 감고 입술을 떼냈어. 떨어지려는 기미가 보이자 민감하게 오물거린 안나의 입술에 까무라칠 뻔했지만 용케 두 다리로 서서 안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지. 입술이 떨어지자 버드 키스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운 뽀뽀에 뭐가 그렇게 부끄러운지 매번 활발하게 반응하던 안나도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시선을 내렸지. 서로 말도 못하고 민망한 분위기만 어영부영 지나가. 안나가 아직 놓지 않은 엘사의 옷깃을 만지작거리면서 겨우겨우 입을 뗐어.
“저… 엘사? 나 이제 안 우니까… 체향… 그만 해도 돼…”
그 말을 듣고서야 밑 빠진 독처럼 체향을 스멀스멀 내뱉고 있다는 걸 깨달은 엘사는 서둘러 체향을 끊었어. 그리고 헛기침을 하며 잡고 있던 볼에서도 손을 떼고 조금 거리를 뒀지. 서로 눈도 못 마주치고 있다가, 역시 이런 상황에서 강한 건 안나라니까. 돌연 볼에 뽀뽀를 하고 문 쪽으로 세게 달음박질 해.
“사, 삼십 분 마다 연락해!”
하면서 새빨간 얼굴로 소리치곤 문을 쾅 닫고 나갔어.
안나 ㄱㅇㅇ!! 난교에서 뿜 ㅋㅋㅋㅋㅋ
첫뽀뽀는 이렇게, 첫키스는 안나의 17살 중간고사 때였어. 엘사는 무사히 엠티를 마치고 대학 첫 시험도 나름 괜찮게 끝냈지. 이제 안나의 시험이 시작된 참이야. 요즘 알게 모르게 다정해진 엘사에게 신나서 연애 아닌 연애 같은 꽁냥질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안나는 살짝 비상이 걸린 상태였어. 첫째날 시험을 끝내고 자발적으로 학교에 남아 다음 날 시험을 공부하는데 엘사에게 공부를 봐달라고 부탁해서 한가한 오후의 교실에 단둘이 남아있었지.
단둘이 남아있는 교실의 몽환적인 분위기도 상당히 좋았지만 그런 감상을 뒤로 할 정도로 안나는 발등에 불 떨어진 상태였어. 둘 다 군말 않고 공부에 집중했지. 과연 엘사의 가르침은 좋아. 응용 문제를 스스로 한참 풀고 마침내 다 풀어냈을 때 안나는 작게 환호성을 지르며 고개를 들어 엘사를 봤어. 안나가 문제를 풀 동안 책을 읽고 있던 엘사는 요새 새내기로선 조금 벅찬 철야 레포트 때문에 고개도 꾸벅이지 않고 부동의 자세로 굳어 자고 있었지. 과연 기사단. 안나는 이 신기한 광경을 조용히 보기만 했어. 가만 보니 참 곱다. 안나는 엘사의 하얀 볼을 쿡 찔러 봤지. 이제 성숙한 티가 나는 얼굴은 어째 만져보니 찹쌀떡 같아. 안나는 프슷 웃음이 나왔어. 이렇게 만지는데도 안 깨네, 엘사. 안나는 금세 장난기가 발동해서 조용히 자리에서 엉덩이를 떼고 엘사의 입술에 뽀뽀를 쪽 했지.
“…….”
그래도 안 깨네. 요새 엘사가 얼마나 피곤했던 건지 안나는 잠시 가늠해 봤어. 피곤한 사람 불러서 괜히 벌 세운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건 그거고, 이렇게 진귀한 장면을 놓칠 순 없어. 안나는 당장 폰을 꺼내 자고 있는 엘사의 사진을 왕창 찍음잼. 인생샷 건진 안나는 뿌듯해져서 당장 폰 배경화면을 바꿨어. 이렇게 부산스럽게 움직이는데도 아직 엘사는 깨지 않았지.
“…….”
안나는 다시 한 번 두근거리는 마음을 끌어안고 엘사의 입술에 입을 맞췄어. 이번엔 조금 더 깊게, 평소보다 고개를 좀 더 기울이니 엘사의 입술 안 쪽, 촉촉한 부분까지 느낄 수 있었지. 난생 처음 느끼는 타인의 입술 안 쪽에 놀라기 잠깐, 잠결에 입술을 움직인 엘사 때문에 안나는 너무 놀라서 딸꾹질까지 했어. 결국 엘사가 부스스 잠에서 깨고 말았지. 잠을 깬 직후의 흐릿한 시선에 안나의 얼굴이 너무 가까워서 엘사는 잠시 상황 파악을 못했어. 그냥 몸이 나른하고 너무 졸려서 다시 눈을 감으며 입을 움직이니 뭔가 몰캉한 감촉이 닿아서, 그제서야 엘사는 잠에서 깼지.
너무 놀라니까 말도 나오지 않아. 입술은 떨어졌지만 안나의 입술이 유난히 반질거려서 자고 있을 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싶지. 하지만 안나는 자다 깬 엘사보다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어. 엘사가 깰 거라는 각오는 어느 정도 하고 있었고, 입술에 닿은 알파의 체액은 오메가를 가만 있을 수 없게 했지. 극우성이라 체향이 나오지 않는 게 디폴트였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이 교실에 오메가가 흘러 넘칠 기세야.
안나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책상을 당겨서 엘사와 책상 사이에 거리를 만들고 곱게 앉아있는 엘사의 다리 위에 앉았어. 엘사가 당황하는 게 온몸으로 느껴져. 하지만 이제 와서 무를 수는 없어. 엘사의 목에 팔을 두르고 천천히, 그리고 깊게 숨을 쉬고 긴장해서 뻣뻣하게 굳은 엘사의 얼굴로 다가가. 아까처럼 고개를 기울여서, 평소와 다르게 조금 벌어진 채 닿은 입술은 엘사의 아랫입술을 물었어. 살짝 잡아당긴 아랫입술을 놓고 다시 입을 맞추고 조심스럽게 안나의 혀가 엘사의 입술을 훑었지. 엘사는 깜짝 놀라서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기분이었어. 엘사의 페니스도 마찬가지였지. 엘사의 다리 위에 앉은 탓에 안나도 엘사의 상태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어.
결국 끈적해지는 분위기에 엘사도 입을 열어 안나를 허락했지. 아니, 허락했다기보다는 침략을 마음 먹었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입술을 연 것과 동시에 끌어안은 안나의 허리를 꼭 당기고 엘사도 안나와 반대로 고개를 기울이고 그동안 참고 참아 왔던 욕구를 위해 움직였어. 안나의 상체가 뒤로 휘청였어. 응, 하고 옅은 신음이 입술 사이로 흘러나올 틈도 없이 삼켜져. 이리저리 엮이는 혀는 요령 없이 그저 서로의 존재를 다급하게 찾기만 했지. 말캉하고 따뜻한 안나의 혀는 그냥 이대로 빨아들여 잘근잘근 씹고 싶을 정도야. 알파의 체향이 간헐적으로 툭툭 튀어나와. 가녀린 안나의 허리를 감싼 엘사의 손은 자꾸만 뒤로 넘어가는 안나의 등을 받쳐.
“후… 으응… 읍, 하압…”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키스에 임하는 엘사 때문에 놀란 건 안나야. 자꾸만 치고 들어오는 알파향과 알파의 체액에 이성이 이리저리 흔들려. 엘사의 손과 팔은 쓰러지게 놔두지 않겠다는 듯 단단하게 안나를 감싸고 있고 고간 사이에선 엘사의 그것이 타이트한 청바지를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존재감을 드러내. 안나는 아랫배가 저릿하고 뜨거워지는 게 느껴져서 당황스러웠지. 이러다… 이러다 끝까지 할 수도 있겠어. 안나는 엘사의 목 뒤로 둘렀던 팔을 풀러 힘이 빠져가는 손으로 엘사의 어깨를 밀어냈지. 당연하게도 그건 아무런 효과가 없었어. 다급해진 안나는 꾸준한 엘사의 혀놀림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엘사의 어깨를 투닥투닥 두드렸지.
“에… 우읍, 에ㄹ-사아… 하…”
안나의 다급함이 전해진 건지 엘사가 마지막으로 강하게 안나의 혀를 빨아당기고 입술을 뗐지. 겨우 1cm 남짓 떨어진 입술 사이로 연결된 은실은 도무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어. 서로의 뭉친 숨이 좁은 틈으로 섞여 나와. 고개도 여전히 기울인 채인 엘사의 숨은 조금 그을린 것 같은 소리까지 났지. 한참을 숨만 고르던 두 사람은 호흡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자 먼저 엘사가 자세를 고쳤어. 안나는 엘사의 힘에 밀려 거의 반쯤 누운 상태로 엘사의 팔에 의지해 있었거든. 똑바로 앉자 안나는 비틀거리며 일어났어. 다리에 힘이 풀려 결국 뒤에 있던 책상을 짚으며 기대 서있는 게 고작이었지만. 엘사는 그런 안나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기가 앉아있던 의자에 앉히고 열을 식히려고 교실을 나갔지.
그리고 다음 날 안나는 이례적인 점수를 맞았다고 함 ^*^
엘사는 저러고 오랜만에 삽질 겁나 함. 안나는 모르는 일이지만 왕비가 가끔 엘사를 불러서 아무리 약혼했다곤 하지만 내 딸 미성년자 때 건들기만 해봐라, 난 혼전임신 절대 눈 뜨고 못 본다, 아래 함부로 놀리다간 그때로 왕가 혈통 끊길 각오해라 등등의 협박을 극우성의 알파향과 살기를 같이 뿜으며 말하거든. 딱히 왕비의 협박 말고도 고지식한 엘사 성격에 현타가 거하게 왔지. 결국 두 사람이 다시 키스하게 된 건 17살 안나의 생일 때였어. 안나가 조르고 졸라 엘사는 안나 몰래 허벅지를 꼬집으며 한 키스였지.
왜 혼전임신이 안되는거지!!! 왕비님 넘 딱딱하시넹 ㅠㅠㅠ
캬아… 분위기 쩐다…
왕비님ㅋㅋㅋㅋㅋㅋㅋ 크 존좋ㅠㅠㅠㅠㅠ
혼전임시닝 문제가 아니라 안나가 미자라 그런거 아님??
그 후로 엘사의 경계도 좀 루즈해졌어. 참아보니까 참아지네! 하는 자신감 같은 게 붙은 거지. 갑작스러운 어택만 아니면 괜찮을 것 같아. 분위기에만 휩쓸리지 않으면 되는 거야. 하면서 조금 기합도 들어갔어. 그리고 공주님의 땡깡이 나이를 먹을수록 심해졌거든. 어렸을 때는 그냥 말로 칭얼거리던 게 이제는 행동력까지 붙어서 툭 하면 말로 협박하는 것도 스킵하고 위험한 행동을 막 해대. 담장 같은 곳에서 뛰어내리거나 추운 날 반팔에 치마만 입고 밖으로 도망친다거나, 스킨십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거든. 그 행동력에 대해선 엘사도 국왕비님도 혀를 내둘렀어. 그냥 그러기 전에 먼저 스킨십을 해주는 게 상책이야.
이런 식으로 둘의 스킨십은 자연스럽게 늘어갔지. 스킨십이 늘어가니 못할 때보다 물리적 거리도 줄어들고 마음의 거리도 줄어들고. 게다가 비밀연애니까 얼마나 스릴 넘쳐. 안나는 뒷짐 지는 척 하면서 뒤에 있는 엘사 다리 쿡 찌르고, 엘사는 안나 옆으로 자전거라도 지나가면 호위하는 겸 품으로 끌어안고. 엘사가 컨씰돈삘을 잘 했으니 망정이니, 누가 봐도 사귀는 줄 알겠어.
여튼 둘은 이런 식으로 대국민 사기극을 벌여 나감. 안나는 점점 대범해지려는 걸 엘사가 적당히 저지하고, 엘사도 어리지 않으니까 주변에 사복 기사단이 있다는 걸 알아. 파파라치보다 기사단이 더 밀착해 있으니 엘사는 대범해질래야 대범해질 수가 없었지. 그냥 얼른 시간이 지나 대놓고 꽁냥꽁냥 지내고 싶어서 점점 한숨만 늘어갈 뿐이야. 언제는 엘사가 있는 여자 알파 8인실 방에서 작게 파티가 벌어졌어. 여자 알파 방에 마지막으로 남은 아다 엘사 기념 파티. 다른 알파들은 좆도 달려 있으면서 쓰지도 못할 거 베타나 하지 그러냐고 조롱하고 마법사가 목표냐고 놀려댔지. 엘사는 속으로 부글부글 끓었어. 내가 이 나라 왕위 계승 서열 1위 공주하고 약혼한 사이야, 이 어리석은 친구들아. 차마 말하지는 못하고 침대에 가만 앉아 팔짱 끼고 조급하게 발만 탁탁 굴렀지. 하지만 결국 점점 더 심해지는 드립에 엘사는 폭발했어.
“좆도 다 나보다 작은 년들이!!!!!!”
안나 앞에서는 못하는 알파향 풀 개방하고 친구들과 신나게 베개싸움 쿵덕쿵덕잼. 안나 앞에서는 예쁘고 고운 말만 쓰지만 사실 환경이 환경이다 보니 엘사도 친구들과 있을 때는 입이 좀 걸음.
다음 날 언제나처럼 등교를 하려고 안나 옆에 섰는데 안나가 인상을 팍 찌푸리고 코를 막아. 갑작스런 안나의 행동에 엘사도 잠깐 주춤하지. 안나는 도끼눈으로 엘사를 위아래로 훑어 봐.
“이게 무슨 냄새야?”
엘사는 깜짝 놀라 팔을 들어 자기 몸냄새를 맡아봤어. 익숙해서 신경 안 쓰고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어제 다들 신나서 알파도 다 시원하게 개방하고 몇몇은 몰래 들여온 술까지 마시고 난리도 아니었거든. 엘사는 술은 안 마셔서 술 냄새는 안 나. 그냥 여러 알파들이 아직 희미하게 묻어있을 뿐이었어. 안나는 그걸 귀신 같이 캐치한 거지. 이 정도로 남아있는 거면 아무리 열성 오메가라도 꼴리지도 않아. 그래서 엘사도 간과했던 거고.
“룸메이트들 알파에요. …냄새 심해요?”
엘사는 조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안나를 봤어. 그나마 바깥에서 건조하고 있던 옷 오늘 아침에 바로 입은 거고, 아침 샤워까지 깨끗하게 했는데 안나가 가까이 오지 말라 그러면 도리가 없어. 평소엔 매번 같이 땀 흘리며 훈련했었는데 역시 알파를 직접 푸는 거랑은 지속 시간이 다르구나, 하고 엘사는 생각했지.
“으… 아냐, 어쩔 수 없지. 후… 차별하려는 건 아니지만, 역시 열성 냄새는 좀 멀미 나…”
엘사는 처음 듣는 말에 눈이 동그랗게 돼서 뭔가를 더 묻고 싶었지만 안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학교를 향해 출발해서 질문을 삼킬 수밖에 없었어.
그동안 여러 일상들을 거치며 안나도 19번째 생일을 맞아. 성인식 겸해서 나라는 한바탕 큰 축제가 벌어지지. 엘사는 기사단 정복을 입고 뻣뻣하게 긴장했어. 안나와 공식적으로 약혼하는 날이었거든. 공식적인 발표를 위해 연설대 앞에 선 국왕의 주위에는 기사단이 열을 맞춰 서있었어. 엘사는 그 모습을 내부에서 모니터로 지켜봤지. 각 잡힌 하얀 기사단 정복은 엘사의 백금발과 무척 잘 어울렸어. 하지만 긴장한 기운이 역력해. 평소에 표정을 잘 감춰서 무표정으로 유명한 엘사지만, 안나가 보면 딱 알아. 평소 무표정과는 다른 굳은 표정이라는걸. 엘사보다는 이렇게 공식적이고 많은 이목이 집중된 자리에 익숙한 안나는 정자세로 소파에 앉아있는 엘사의 다리에 옆으로 털썩 앉아. 녹색 톤의 드레스 때문에 마주 앉는 것은 무리였거든.
“엘사아-. 그렇게 딱딱한 표정으로 국민들 앞에 설 거야?”
딱딱하게 굳은 표정 때문에 단단할 것 같은 볼을 두 손으로 쥐고 조물조물거리니까 보는 것과 다르게 말랑말랑하게 엘사의 볼이 이리저리 움직여. 금세 당황한 표정으로 변한 엘사는 어버버 말도 못하고 안나를 뿌리치지도 못했지. 엘사가 당황한 틈에 이때다 싶은 안나는 엘사의 얼굴 곳곳에 뽀뽀 세례를 퍼부어. 볼에 처음 뽀뽀를 쪽 하고 자신의 립이 핑크색으로 묻어나서 잠시 당황했지만 그 모양도 나쁘지 않아서 더 열심히 뽀뽀를 했지. 안나의 애교에 엘사도 어느 정도 긴장이 풀려서 느슨하게 웃을 수 있었어. 엘사의 메이크업을 다시 해야 돼서 안나는 잠시 혼났지만.
정오에는 엘산나의 약혼식이 있었지. 약혼식이라기보다는 국민들 눈도장이지만. 그래도 드디어 마음껏 이 손을 잡고 팔짱도 낄 수 있게 됐다는 것에 엘사는 안도했고 안나는 신이 났어.
평소 어리고 비글 같은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지는 공주님이지만, 여기저기서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와 이때까지 겪어본 적 없는 이목에 엘사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까 안나가 제법 능숙하게 엘사를 이끌었어. 팡팡 정신 없이 반짝거리는 플래시에 눈도 제대로 못 뜨겠는데 그 사이 겨우겨우 보이는 안나의 미소가 너무 아름다워. 조명 탓이라고 괜히 이성적으로 생각하지만, 드물게 안나가 어른스럽게 행동하니까 엘사는 어느새 말괄량이 공주님이 이만큼 컸구나, 하고 생각하며 코 끝이 찡해졌지.
디너까지, 정신 없는 스케줄을 보낸 엘산나는 대기실에 있는 소파에 쓰러지듯 앉았어. 왕은 이 이례적이고 갑작스러운 약혼식 때문에 아직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었어. 몇 분 동안 아무 말 없이 녹초가 되어 어느 정도 쉬니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음이 터지고 눈이 마주쳤어. 이제 나라가 인정하는 사이야. 밖에서 키스까지는 무리여도, 팔짱 끼고 다녀도 된단 말이지. 20cm 정도 떨어져 있는 둘 사이가 누가 다가가는 건지 점점 가까워져. 그리고 서로 기울어진 고개가 맞닿으려는 순간
“엄마 왔다.”
왕비가 대기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지. 혈기왕성한 아이들이 분명 스케줄이 끝나자마자 분위기 잡힐 걸 예상하고 산통 깨러 몸소 행사하심. 엘사는 깜짝 놀라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고 안나는 삐친 표정으로 왕비를 봤지만 매우 살벌한 왕비의 표정에 안나도 꼬리가 말려. 아무래도 약혼식 갖고는 스킨십 진도가 더 나가긴 어려울 것 같다고 안나는 생각해. 분해서 발을 동동 굴렸지. 평소 왕비가 버릇처럼 말하던 결혼은 무조건 대학 졸업하고 나서라는 말(안나한테는 저주)도 뇌리를 스치니 이 좋은 날 울고 싶어지지 뭐야.
미자 때는 미자+혼전임신이라서 안 된다 하지만 성인 돼서도 어차피 혼전임신 걸고 넘어져서 안 된다고 할 왕비님 ㅇㅇ…
엄마왔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와 이렇게 참으면 첫떡 치는날 대체 얼마나 칠지 상상이 안가 ㅋㅋㅋㅋㅋㅋㅋㅋ
ㄴ ㅇㄱㄹㅇ ㅋㅋㅋㅋㅋㅋㅋ 사람은 무슨 욕구던지 참고 참다가 해방되면 진짜 욕구 폭발하거든 저둘이 첫떡 치면 장담컨데 초저녁부터 아침까지 그냥 치지 싶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안나의 캠퍼스 라이프가 시작 됐어. 엘사와 같은 대학교긴 했지만 과도 다르고 단과대도 다르고 캠퍼스도 넓어서 만날 일 없지만 그런 게 상관 될 리가 없지. 연일 뉴스니 신문이니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공주의 갑작스러운 약혼도 어느 정도 국민들에게 익숙해졌어. 엘사를 놓고 정당성이니 자격이니 말이 많았지만 국왕이 잘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어서 그 쪽도 나름 별탈 없이 진정 됐지. 캠퍼스 데이트를 즐길 때면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안나는 그냥 내 애인이 잘나서 다들 샘나서 그런 거라고 좋게 생각하기로 했어. 엘사는 여전히 적응이 안 되는 중이었지만.
그래도 엘사도 좋게 생각하는 점은 있었어. 대학교 들어와서 내내 엘사에게 꼬여드는 오메가니 베타니 참 많았는데 약혼 발표 하고 나서는 제법 많이 떨어져 나갔거든. 수업이 끝날 때마다 커피라도 같이 마시려고 달려들던 사람들이 없어진 걸 느낄 때면 엘사도 우쭐해지곤 했어. 역시 우리 공주님, 잘나셨어. 이렇게 팔불출력도 차근차근 키우고 있었지.
대학 졸업하고 나서는 진학도 안 할 거고 따로 취준할 필요도 없으니 졸업 때가 된 엘사는 오히려 한가해. 덕분에 큰 캠퍼스를 가로질러서 만나러 가는 건 대부분 엘사였지. 안나가 졸린 시간이면 아메리카노 하나 사들고 가고 점심도 못 챙겨먹을 정도로 바쁘면 샌드위치나 하다 못해 초콜렛이라도 챙겨주고. 학기 초엔 엘사랑 손 잡고 캠퍼스 투어도 하고 시험 기간엔 카페에 가서 딱 붙어서 엘사가 들었던 교양 시험 공부 도와주고 그러겠지. 1년 동안 그렇게 둘은 알차게 CC 생활을 즐겼어.
무사히 졸업한 엘사는 왕과 왕비에게 국정 업무나 정치나 제왕학 같은 것도 배우고, 여전히 안나의 등하교를 책임졌지. 안나도 엘사가 졸업한 건 아쉽지만 이때까지의 학창 시절이 그러했듯 다양한 사람들과 잘 놀며 파워한 인싸로 지냄. 엘사랑 데이트도 물론 빼놓지 않음.
엘사는 사실 머리카락이 빠질 정도로 골머리를 썩는 중이었어. 이제 성인이 된 안나는 하루가 다르게 미모에 물이 오르고 있었거든. 예전과 같은 스킨십을 하더라도 다가오는 게 달라. 덕분에 안나 몰래 자위하는 시간만 늘어났지. 이제 서로가 트루럽이라는 것도 알고 국가적으로 약혼한 사이인데 자기 손으로 자신을 달랠 때마다 뭔가 억울하고 미치겠는 거야. 안나도 가끔 마음 먹고 엘사를 유혹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땐 진짜 앞뒤 안 가리고 안나를 안고 싶어. 그럴 때마다 유혹에 안 넘어 간 건 세뇌에 가까운 왕비의 교육과 알파 덕분(?)이었지.
항상 윤기가 흐르던 머리가 푸석해진 걸 거울로 보면서 엘사는 몇 달 전 일을 생각해. 어렸을 때 비글처럼 이리저리 성을 누빈 덕분에 안나는 성 부지에서 둘이 조용히 데이트 할 만할 장소를 많이 알고 있었어. 그 날도 잘 가꿔진 초목에 둘러싸여 둘은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지. 분위기는 금세 끈적해지고, 키스를 하고 뗀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안나의 숨이 달게만 느껴졌지. 곧 안나의 몸이 엘사 쪽으로 기울었어. 엘사의 허벅지에 안나의 손이 올라왔고, 그 손은 허벅지를 조심스럽게 쓸더니 느릿하게 사타구니를 향해 올라갔지. 안나의 손길을 가만히 느끼던 엘사는 잠시 정신을 놓고 있다가 다급하게 안나의 손을 낚아챘어. 안나는 입술을 비죽였어. 엘사가 선 게 뻔히 보였거든. 당혹스럽기만 한 상황도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졌어. 슬금슬금 엉덩이를 뒤로 빼며 가장 가까운 화장실이 어디인지 생각하기 바쁜 엘사를 보고 안나는 소리를 빽 질렀지.
“나도 이제 성인인데!”
그 말은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공주님.
이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른 엘사는 멋쩍은 웃음밖에 지을 수 없었어. 안들안들하며 애꿎은 땅만 팍팍 발로 차던 안나는 엘사를 쏘아 봐.
“자위 하는 거 보여주면 안 돼?”
당돌한 말에 엘사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어. 이런 식으로 공주님도 자신과 같은 욕구를 느끼고 해소하고 싶다고 확인 받을 때마다 정말 묘한 기분이야. 엘사는 그런 안나를 어떻게 타일렀나 잘 기억이 안 나. 결국 화장실로 도망쳤던 것 같아. 그때 이후로 결국 엘사는 억제제도 먹기 시작했어. 시대가 알파가 억제제 먹는 건 이상하지 않지만 기사단에서 알파 억제제는 좀 배척하는 분위기라서 이때까지 안 먹고 참아왔지만 아무래도 결혼할 때까지는 먹어야 될 것 같다고 결론 지은 엘사는 억제제를 정기적으로 챙겼지. 그걸 보는 룸메이트들은 엘사가 얼마나 힘든지 짐작이 가서 오히려 조용히 위로해줬다고 하네.
안나가 졸업까지 한 학기만을 남긴 방학 때, 마침내 왕의 입에서 결혼 얘기가 나왔어. 둘 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 결혼은 예정 대로 졸업 후에. 자세한 일정은 아무래도 봄이 좋지 않느냐고 이듬해 4, 5월쯤이 어떠냐고 하는데 왕이 하는 말에 몇 달도 더 참기 힘든 엘사는 차마 토는 달지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고 있는데 안나가 결사반대 했지. 이때부터 부녀의 말싸움이 시작됐어. 이때가 길일이다, 너 어차피 졸업 2월달이지 않느냐, 원랜 국정 1년 정도 보게 한 다음에 결혼 준비하려고 했다 등등 국왕의 말에 결국 졸업과 거의 동시에 하는 결혼식을 꿈꿨던 안나가 졌어.
약 9개월이 폭풍처럼 지나갔지. 안나 드레스니 신혼 여행이니 공주의 결혼은 국가 행사니까 나라가 들썩거렸어. 와중에 안나는 마지막 학기 성적과 논문 때문에도 바빴지. 그래도 차라리 바쁘니까 시간이 잘 가서 둘은 기뻤어.
마침내 결혼식 날, 왕실 예복을 갖춰입은 엘사와 고르고 고른 드레스를 입은 안나는 무사히 웨딩을 마쳤지. 떠들썩한 나라, 떠들썩한 친구들, 결혼한 두 사람과 마주한 왕비가 눈물을 흘릴 땐 두 사람 다 감정이 북받쳤어. 만난 지 19년이 지나서야 두 사람은 부부가 된 거야. 두 사람은 손을 놓으면 세상이 멸망하기라도 하는 듯이 종일 손을 꼭 잡고 있었어.
모든 행사를 끝내고 왕가는 성으로 돌아왔어. 정문으로는 한 번도 들어가본 적 없는 본성에 엘사가 당당히 왕가의 일원으로 발을 디뎠지. 꼭 잡은 안나의 손에 힘이 느껴져. 진짜 부부가 된 거야. 새삼스럽게 둘은 눈을 마주치고 감격했지. 국왕비와 다른 공주와 왕자들과 인사를 하고 둘은 시녀장의 안내에 따라 신혼방으로 향해. 은은한 조명으로 꾸며진 방의 문을 열어준 시녀장은 두 사람이 아늑하게 꾸며진 신혼방에 감탄하고 있을 때 기척 없이 문을 닫고 다른 일을 하러 갔지.
“에-엘사… 아니, 크흠. 어… 여보…?”
“풋!”
“아, 웃지 마! 기껏 진지하게 말했는데!”
엘사의 웃음에 귀까지 빨갛게 물들인 안나가 밉지 않게 투정부렸어. 엘사는 안 웃으려고 노력했지만 자꾸만 웃음이 새어나와.
“그럼 엘사는 날 뭐라고 부를 건데?”
“공주님이죠, 당연히.”
“…진심이야?”
어떻게 봐도 진심이고 진지한 엘사의 얼굴에 안나는 할 말이 딱 막혀버렸어. 우리 부부인데…? 하는 말이 겨우겨우 나왔지. 엘사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더니, 그럼 공주마마? 하는 말이나 해. 안나는 더 얼이 빠졌어. 닭살스러운 애칭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이름은 불러줘야 되는 거 아냐? 안먹안먹 해서 엘사의 손을 꼭 잡고 올려다보니 긴장이 풀린 상태에 있던 엘사는 그 모습을 보고 단번에 알파를 흘렸어. 갑작스럽게 새어나온 알파향에 엘사도 안나도 놀랐지만 분위기는 금세 전환 됐어.
“…나, 나 먼저… 씻을게…”
“네, 네…”
몇 시간 만에 손을 놓고 안나는 조심스럽게 욕실로 향했지.
안나가 씻을 동안 엘사는 새 침대에 앉아 초조하게 있었어. 드디어 학수고대하던 초야야. 27살이 되도록 경험이 없는 엘사를 위해 주위 알파들은 여러 조언들을 해줬지. 그 중 쓸 만한 조언이 몇 가지일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욕실 문이 열렸어. 뿌연 수증기와 함께 매끈한 다리가 욕실에서 나왔지. 물기가 촉촉하게 묻은 안나는 커다란 타올로 몸을 감고 나왔지. 약간 수줍은 표정으로 엘사와 눈을 마주치는 안나를 보니 엘사의 알파가 벌써부터 뻐근해. 엘사는 어금니를 세게 깨물었어. 내내 초조하게 있던 엘사는 다급하게 일어나 바톤 터치 하듯 욕실로 들어갔지.
따뜻한 물을 맞으며 엘사는 메가라가 했던 조언을 생각해. 조루처럼 보이기 싫으면 물 두 번 정도 빼라던 말. 엘사는 한숨을 쉬며 아래를 내려다봤어. 이미 꼿꼿하게 서있는 페니스를 보니 메가라의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아. 이 상태라면 안나에게 넣기도 전에 터지겠다고 생각하며 엘사는 익숙하게 왼손으로 페니스를 쥐어. 첫날 밤에도 자위를 하게 되다니, 하며 조금 우울하긴 했지만, 저보단 안나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심호흡을 했지.
반면 바깥에선 머리도 다 말리고 바스 가운을 걸치고 준비도 끝마친 안나가 의외로 엘사가 빨리 나오지 않아 초조했어. 괜히 애꿎은 바스 가운 매듭만 만지작거렸지. 새 침대에서 뒹굴거리기도 해 보고. 어쩐지 맨 다리에 닿는 시트와 이불의 감촉이 묘하게 야해. 그렇게나 기다렸던 초야지만, 막상 되니까 여러 생각이 들어. 엘사랑… 진짜로 하는구나…
그때 마침내 욕실 문이 열렸지. 머리도 어느 정도 말리고 바스 가운을 입고 엘사가 나왔어.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안나는 흠칫 떨었어. 따뜻한 물로 씻은 엘사의 얼굴은 조금 상기되어 있었지. 두 사람은 아무 말이 없었어. 엘사만이 정갈한 걸음걸이로 안나가 있는 침대에 가까워졌지. 엘사가 침대에 다다라서 이불을 들출 때 안나는 다시 한 번 흠칫 떨었어. 바스 가운을 쥐고 있던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 갔지. 두 사람은 평소처럼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그냥 나란히 앉아 숨 막힐 정도로 어색한 기운만 뿜어냈지.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니까 또 이런 부작용이 있는 거야.
이런 분위기에서 먼저 움직인 건 평소와 다르게 엘사였어. 뼈마디가 드러날 정도로 바스 가운을 꼭 쥐고 있는 안나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고 안나 쪽으로 몸을 기울였지. 여기까지 와서 터져나오려는 알파를 막을 생각은 없었어. 자연스럽게 퍼져 나가는 엘사의 알파에 안나가 저도 모르게 바르르 떨었어. 이때까지 엘사의 알파를 많이 느꼈지만, 엘사의 알파를 느끼고 이런 기분이 드는 건 처음이야. 진짜 하게 되는 거야, 우리. 부끄러움에 억눌렀던 본능도 슬슬 각성하기 시작했지.
“공주님…”
부름에 살짝 엘사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지근거리에 있던 입술이 맞닿았어. 조심스럽게 맞추는 것으로 시작한 입맞춤은 금세 타액이 오가는 농밀한 움직임으로 변했지. 어느새 막힘 없이 흘러나오는 알파가 가득 담긴 타액이 목으로 넘어갈 때마다 안나는 정신이 아찔해졌어. 어느새 엘사의 목에 팔을 두르고 적극적으로 입을 탐하고 있었지. 어느새 자신은 베개에 머리를 놓고 엘사는 그 위로 올라왔다는 것도 모르고 키스에 집중했어.
키스는 어째 할수록 진해지고 다급해져만 갔어. 고개를 더 기울이며 더 깊게 맞추려는 엘사의 움직임에 안나는 베개에 파묻히듯 했지. 혀를 옭아매고 치아를 훑는 엘사의 혀에 정신은 아찔하다 못해 혼미해져. 이런 키스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숨 쉬는 것도 잊을 정도로 혼을 빼놓는 키스에 평생에 세 번밖에 바깥으로 나온 적 없는 안나의 오메가향이 스멀 피어올랐어. 오메가향을 먼저 알아차린 건 당사자보다 그것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알파였지. 엘사는 안나의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고 입을 뗐어. 그리고 깊게 심호흡 했지. 옅은 오메가가 느껴져. 하지만 너무 옅어.
“하, 하아… 하아아…”
입술을 떼고 숨이 가쁜 기색도 없이 심호흡을 하는 엘사를 보고서야 안나는 자신이 오메가를 흘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 익숙치 않은 자신의 오메가에 안나는 저도 모르게 오메가를 멈추려고 했지만 난생 처음으로 멈춰지지가 않아 적잖이 당황했지.
“공주님…”
어쩔 줄을 모르고 있을 때 위에서 들리는 엘사의 가라앉은 음성을 들으니 어쩐지 아랫배가 묵직하게 저려. 저도 모르게 흣 하며 야릇한 소리를 흘리고 말았지. 그 소리를 듣고 엘사는 안나의 입술에 쪽쪽 버드 키스를 하고 얼굴 곳곳에 입 맞췄어. 정말 얼마나 갖고 싶었는지 몰라. 귓불을 입술로 희롱하며 엘사의 손은 안나의 바스 가운 매듭을 손쉽게 풀었어. 바스 가운은 방어의 용도가 아니라는 듯이 안나의 맨살을 쉽게 노출했지. 엘사의 손이 배에 살짝 스치다 안나는 민감하게 반응했어.
귓불에서 흉쇄유돌근을 타고 내려와 엘사는 먹음직스럽다고 느끼는 안나의 목덜미에 망설일 것도 없이 자국을 남겼어. 안나도 남으면 곤란하다는 생각도 못하고 묘한 감각에 몸을 떨기만 했어. 엘사는 맥박이 느껴지는 살결을 빨아당기자 그 유약함이 느껴져서 하마터면 세게 깨물 뻔했지. 엘사는 어지러운 이성으로 왜 이렇게 가학심이 드는지 당황스러웠어.
“흐… 엘사아…”
조금 오래 빨자 아픈지 안나가 칭얼거렸어. 자신의 다리 사이에서 비비적거리며 어쩔 줄을 모르는 안나의 다리가 느껴지자 엘사의 알파향이 울컥하고 뿜어져 나왔어.
“하앗…!”
안나는 갑작스러운 알파 세례에 숨을 삼켰어. 쏟아져나온 알파에 반응하듯 안나의 오메가도 아까보다 조금 더 진하게 흘러나오기 시작했지. 그렇다고 27년을 참아온 엘사가 만족할 정도는 아니야. 엘사는 물고 있던 목덜미를 놓고 아래쪽으로 향했어. 가는 길에 뚜렷하고 곧게 뻗어있는 쇄골에 입을 맞추고 키스마크를 남기고 잘글잘근 씹어보기도 했지. 자신의 모든 행동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소리를 흘리기도 하고 몸을 비트는 안나가 사랑스러워 미칠 것 같아. 안나의 바스 가운을 완전히 젖히고 안나가 가운을 벗을 수 있도록 팔을 유도했지. 그 와중에도 엘사의 입은 안나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았어. 연신 쪽, 츄읏, 하는 소리와 함께 안나의 몸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 바빴지.
가운을 다 벗기고 엘사는 안나의 허벅지에 손가락을 올리고 찬찬히 훑었어. 허벅지, 골반, 허리, 옆구리, 그리고 가슴까지. 느릿하게 올라온 손가락이 정점을 스치자 예상치 못한 느낌에 안나는 앙! 하고 교성을 내질러. 자신의 소리에 다급하게 손으로 입을 막았지만 이미 늦었어. 엘사는 손으로 안나의 가슴을 쥐고 가볍게 주무르면서 반대쪽 가슴에 천천히 키스마크를 남겼어. 유두만 피해서 애무하는 엘사 때문에 안나는 더 미칠 것 같았지. 어느새 좀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되는 오메가의 본능이 깨어나면서 안나의 신음은 애달은 소리로 변해갔어.
마침내 엘사의 입이 안나의 유두를 머금었어. 기다렸던 감각에 안나는 정수리를 날카로운 것에 찔리는 것 같았지. 터져나온 신음과 함께 오메가향도 점점 짙어져. 엘사는 안나의 유두를 핥아올리며 안나의 얼굴을 살폈어. 귀 끝까지 새빨개진 얼굴은 처음 느끼는 감각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있었지. 애처로운 눈빛으로 엘사를 보고 있는 눈과 마주치자 엘사의 페니스가 다시 뻐근하게 달아올라. 안나의 볼을 쓰다듬으면서 다른 손으로 유두를 지분거리자 안나는 앓는 소리를 흘리며 엘사의 손에 볼을 부벼. 엘사는 묘한 정복감을 느꼈지.
볼에 둔 손을 거두고 엘사는 다시 아래쪽으로 향했지. 여전히 한 손으로는 가슴을 애무하면서 명치부터 배를 애무했어. 아까완 다르게 배에 혀가 닿을 때마다 안나의 허리가 미세하게 튀었어. 키스마크를 남길 때도 안나의 다리가 눈에 띄게 긴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 그 반응을 보는 것도 꽤 흥미로웠지만, 엘사는 배에 오래 머물지 않았어. 더 아래, 안나의 다리 사이에서 짙게 올라오는 오메가향을 무시하기가 너무 힘들었거든. 거침없이 고간으로 입을 옮기는 엘사의 행동에 이성이 이지러지는 와중에도 안나는 다급하게 엘사를 막았지.
“에, 엘사. 흐읏, 시… 싫어. 거기, 하앙! 더, 더러워… 입으로 하지 마…앗!”
하지만 엘사는 안나의 다급한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안나의 음모까지 내려갔어. 내내 가슴을 애무하던 손이 배를 쓸며 안나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더니 딱 오므려 있던 다리를 벌렸지. 안나의 다리 사이에 자리 잡은 엘사는 물끄러미 안나의 그곳을 내려다봤어. 안나는 부끄러워서 미칠 것 같았지. 다리를 오므리려고 해도 힘으로 엘사를 당할 수 있을 리 없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칭얼거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어.
“그만 봐아…”
“공주님… 여기도 너무 예뻐요…”
뭐에 홀린 사람처럼 엘사는 안나의 그곳으로 입을 가져다댔어.
—–
왜 떡을 시작했는데 아직 안 떡 같니… 시간이 시간이라 일단 끊고ㅠㅠ
하 드디어!!!!!!!! 아아아ㅏ 왜 여기서 끊냐ㅜㅜㅠㅠㅠ죽는다ㅠㅠㅠ나 죽는다ㅜㅠㅜㅠㅠ 몇날며칠 떡만 쳤으면 좋겠다…
캬!!!!!!!!!!!!!!! 어서 다음을 주떼여 빼애애애애애애앵
엘사는 자신이 커닐을 한다는 자각이 없었어. 그냥 지금도 너무나도 약하게만 새어나오는 평생을 바라왔던 체향이 그곳에서, 가장 강하게 고여있었으니까, 본능적으로 코를, 입을 가져다댄 거야. 저의가 어떻게 됐든 안나가 느끼는 것에 가감은 없었어. 오똑 솟은 콧날은 먼저 클리에 닿았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에 닿을 때를 알 수 없었던 안나는 부지불식간 새된 소리를 흘리면서 엘사에게 잔뜩 젖혀져 있는 다리를 퍼드득 떨었어. 엘사는 점점 가까운 곳에서 나는 오메가향에 머릿속이 핑핑 도는 것 같아. 오메가공포증이라는 웃기지도 않은 트라우마가 있었기 때문에 오메가라곤 그렇게 학을 뗐으면서 지금은 사막에서 수맥 찾는 걸인처럼 오메가를 원하는 꼴이라니. 손으로 느껴지는 안나의 떨림이 너무 기분이 좋아. 엘사는 코를 더 아래쪽으로 내렸어. 무릎 꿇고 있던 다리를 미끄러뜨려 완전히 엎드린 상태로, 안나의 다리를 벌리고만 있던 손은 다리 바깥쪽에서 고간 쪽으로 다리를 끌어안듯 고정한 자세가 되었지. 안나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았어.
“엘사…?”
저의 알파를 부르는 오메가의 목소리가 바들바들 떨려. 언제나 그 사랑스러운 목소리를 놓칠까 봐 걱정이던 엘사는 그 목소리도 듣지 못할 정도로 후각에 집중한 상태였지. 이 부끄러운 상황에서 안나의 질구는 주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조금씩 뻐끔거리며 물기를 머금고 있었어. 엘사는 더 가까이, 마침내 코 끝이 질구에 닿을 정도로 가까워지자 안나는 다시 한 번 저도 모르게 소리를 냈지. 끊어질 듯 엘사를 부르는 안나의 목소리에도 여전히 반응하지 않아.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폐를 한계까지 팽창시키고, 더 이상 공기가 들어올 틈이 없을 정도로 횡격막을 내렸다가 엘사는 다급하게 숨을 내뱉고 다시 깊게 체향을 들이켰어. 그래도 여전히 성에 차지 않아. 과하게 숨을 들이키기만 한 폐는 더 이상의 심호흡을 거부했지. 결국 엘사의 호흡은 굶주린 맹수가 먹잇감의 냄새를 찾는 것처럼 게걸스럽게 변했어. 그에 맞춰 코는 안나의 질구를 압박했지. 엘사의 코 끝이 안나의 질구를 헤치고 속으로 파고드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어.
“흐윽…!”
안나의 허리가 요란하게 튀었어. 삽입자위도 해본 적 없는 오메가의 질이 전혀 예상 못한 이물감에 민감하게 수축했지. 엘사가 오메가향을 탐닉하며 더 깊이 코를 들이밀고 싶어서 들썩일 때마다 안나는 세상이 흐트러지는 것 같아. 안 그래도 농도 짙게 자신을 감싸는 엘사의 알파 때문에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폐부가 들끓는 것 같은데. 안나는 저도 모르게 시트를 꾹 쥐었어. 설마 하니 자신의 아래에 처음으로 닿는 것이 코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해서 머릿속이 더 이상해지는 것 같아.
갑자기 안나의 교성이 튀었어. 둔부까지 파르르 떨리는 통에 그러려던 건 아닌데 몸을 비틀며 도망가려는 것 같아 엘사는 안나의 다리를 감싼 팔에 더 힘을 줬어. 엘사가 안나의 질구를 마침내 혀로 핥았거든. 코와는 다르게 말랑하고 따뜻하게 축축한 게 질구를 자극하자 정말 미칠 것 같았지. 안나는 자신이 내뱉은 교성에 깜짝 놀라 서둘러 두 손으로 입을 가렸어. 가리기 무섭게 다시 한 번 엘사의 혀가 안나의 민감한 곳을 핥았지. 할짝할짝 소리가 적나라해. 짧고 경쾌하면서도 물기가 어린 그 소리는 그냥 살을 핥는 소리라기보단 포유류가 샘물을 마시는 소리야. 안나는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실례라도 했나 패닉이었지.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 엘사가 핥는 건 흘러내리고 있는 처녀 오메가의 애액이었으니까.
바깥으로 흘러내린 애액을 꼼꼼하게 핥아 먹고도 엘사는 만족하지 못했는지 아까 코를 들이밀었던 것처럼 우악스럽게 혀를 안나의 안으로 우겨넣어. 다시 한 번 안나의 허리가 높게 뛰어. 입을 가린 두 손은 뼈대가 다 드러날 정도로 힘이 들어갔지만 소리가 새어나오는 건 막을 수 없었지. 엘사는 그런 안나의 가녀린 몸짓을 무시하고 튕겨져 나간 허리 때문에 멀어진 고간을 바짝 끌어 당기고 다시 혀를 넣었어. 할짝할짝, 물을 마시는 것 같던 소리는 후루룹, 츕, 쮸웁, 같은 더 적나라한 소리로 바뀌었지. 엘사의 코 끝이 안나의 클리를 짓누르고 엘사는 뭐가 그리 성에 안 차는지 키스하는 것처럼 고개를 기울이고 걸신 들린 것마냥 애액을 탐해. 그 격렬한 움직임에 결국 안나의 손은 자신의 얼굴에서 떨어져 엘사의 머리로 향했지. 아직 조금은 물기가 느껴지는 백금발이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올 만큼 세게 엘사의 머리를 쥐고 이때까지 뱉지 못했던 신음을 마구 흘려.
“하앙! 앙! 흐… 으응!”
도대체 이 소리가 왜 자신의 입에서 나는지 모르겠다고 아득해지는 정신으로 안나는 생각하면서도, 급격히 느껴지는 자신의 신체의 변화에 멀미가 날 정도야. 엘사가 핥는 곳이 너무 기분 좋아. 엘사가 핥아주는 게 너무 좋아. 자꾸만 엉덩이랑 아랫배가 긴장하고, 발바닥부터 간지러운 느낌이 점점 온몸을 덮어 가. 뭔가 이상해. 척추에서부터 스파크가 튀는 것 같아.
“에… 엘사! 흐앗! 나, 나 이상, 앙, 하악! 아아, 아, 아!!”
난생 처음 타인으로 인한 절정에 안나는 다리를 꽉 오므리고 엘사의 머리를 잡고 있는 손에도 힘이 꽉 들어갔지. 고개를 젖히고 소리도 못 내고 꺽꺽 대면서 발가락을 구부리고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어. 절정과 함께 드디어 둑이 터진 듯 흘러나오는 오메가향에 엘사도 잠시 멈칫했어. 무엇보다 안나의 두 다리와 두 손에 머리가 갇힌 채로 고간과 좀 멀어져서 숨을 고르는 것밖에 할 수 없었지. 하지만 이젠 단순히 숨만 쉬어도 만족스러울 정도로 오메가가 흘러나와. 자신의 오메가의 체향의 본모습을 본 알파가 저도 모르게 비릿하게 웃어.
“하… 하아… 하…”
절정의 여운이 지나갔는지 온몸을 휘감았던 긴장감이 눈 녹듯 풀리고 안나는 시트에 파묻히듯 힘이 빠졌어. 엘사의 머리를 감쌌던 다리와 손에도 힘이 빠져 아무렇게나 널브러졌지. 하지만 엘사는 그런 안나를 가만히 둘 생각이 없었어. 자신의 페니스는 이미 부풀 대로 부풀어서 멋대로 꺼떡거리고 있었거든. 엎드렸던 몸을 일으켜 안나의 위로 올라갔어.
“공주님…”
“에사… 에-…”
절정에 혀 근육까지 풀렸는지 안나는 엘사의 이름조차 제대로 발음해내지 못했어. 그새 땀으로 젖은 얼굴과 붉게 상기된 볼, 한줄기 흘러내린 타액, 언제부터 흘린 건지 모를 눈물. 그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보니 엘사의 아랫배에서부터 무언가가 올라오는 기분이야. 이 정체모를 정복욕과 소유욕과 가학심은 도대체. 발음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풀린 몸으로 안나는 힘겹게 팔을 올려 엘사의 목을 끌어 당겼어. 자신의 애액이 입이며 코며 볼이며 턱이며 덕지덕지 묻어 있는 모습은, 액체 색깔이 약간 불투명한 하얀색이다뿐이지, 먹잇감의 복부를 찢어발기고 주둥이를 들이밀어 내장을 파먹은 포식자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 하지만 안나는 그런 포식자의 품 아래에 있는 이 상황에 묘한 안도와 쾌감을 느끼지. 그리고 본능은 포식자를 자극해. 더, 더 마음대로 자신을 해쳐 달라고.
어느새 침실은 난생 처음 마음놓고 바깥 구경 해보는 순수한 알파향과 오메가향으로 가득 찼어. 뒤섞이고 얽히는 체향은 마치 눈에도 보이는 것 같은 기분이었지. 엘사는 왼손으로 대충 자신의 얼굴에 묻은 애액을 훔치고 자신의 페니스에 묻히듯 잡았어. 안나의 눈동자가 옅게 떨려. 하지만 슬슬 정체성을 깨달아가는 알파는 그 눈빛이 기대라는 감정이 담겼다는 걸 잘 알 수 있었지.
“읏…”
“후…”
안나의 아래만큼이나 뜨거운 엘사의 끄트머리가 조심스럽게 질구에 닿자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신음을 흘렸어. 안나는 무서움과 기대가 한 데 어우러진 기분을 감당 못하고 엘사를 꼭 끌어안고 바들바들 떨었지. 덕분에 안나는 아래쪽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 수 없었어. 차라리 다행인지도 몰라. 엘사의 얼굴과 체형을 본다면 전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거근이 맞닿아 있었으니까.
엘사도 점점 가학심이 치솟고 있었지만 자신이 보기에도 안나의 몸에 제 것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어. 엄하게 쿠퍼액이 쯀걱거리며 나오고 있는 끄트머리만 질구에서 클리를 넘어 음모가 있는 곳까지 상하로 움직이고 있었지. 안나는 혀와는 또 다른 느낌에 참을 틈도 없이 신음을 흘려댔어. 이쯤 되면 오히려 급한 건 안나야.
“흣.. 아앙… 엘- 엘스으… 넣어줘…”
꼭 끌어안은 가녀린 팔 때문에 안나의 목소리를 곧장 엘사의 귀로 뛰어들어왔지. 알아서 벌어지는 두 다리가 엘사의 허리를 감싸자 엘사의 눈이 번쩍 떠졌어. 순간 이를 앙다물어서 턱 근육이 불툭 튀어나왔지. 안나 앞에서는 한 번도 경박하거나 상스러운 단어를 입에 담은 적도 생각한 적도 없었지만, 엘사는 하마터면 욕을 할 뻔했어. 엘사는 마른 입술을 혀로 한 번 핥고 침 한 번 삼키고 질구에 끄트머리를 끼우고 결심한 듯 허리를 움직였지. 두툼한 귀두는 방금 코 끝과 혀밖에 오간 적 없는 질구를 거침없이 갈랐어.
“큿… 아악…!”
생경한 통증에 엘사의 승모근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안나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어. 나오지도 않은 신음에 목울대만 움직이니 방을 채운 건 엘사의 소리였지.
“아… 공주님, 너무 큿… 조여…”
힘으로 어떻게 귀두는 다 밀어넣었지만, 이 앞은 힘만으로는 할 수 없을 것 같아 엘사는 잠시 전진을 멈췄어. 힘이 잔뜩 들어간 건 처녀인 질뿐만 아니었어. 엘사의 허리를 꽉 조이는 두 다리의 끝인 발가락까지 힘이 꾸욱 들어가 있었지. 목울대가 몇 번 더 숨넘어갈 듯 움직이더니 마침내 허억 하는 숨이 트였어. 그게 맞춰 눈물도 길을 타고 또르르 흘러내렸지.
이 아픔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오메가는 난생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당황하지도 않고 기다렸다는 듯 열심히 질 내부를 움직이며 알파를 기쁘게 하기에 여념이 없었지. 마치 하반신만 다른 자아가 생긴 것 같은 기분에 안나는 몸을 떨어야만 했어.
엘사는 자신이 찌부러지는 감각에 아랫입술을 깨물고 눈물 때문에 흐려보이는 눈을 응시해. 얕게 떨리는 허리를 슬슬 쓰다듬다 땀 때문에 아무렇게나 달라붙어 있는 앞머리를 부드럽게 정돈해주며 엘사는 안나의 얼굴에 쪽쪽 뽀뽀했어.
“괜찮아요. 자… 조금만 힘을 빼세요. 제가, 읏… 제가, 조금만 더 들어갈 수 있게…”
다정하게 볼을 쓰다듬는 손길에 안나도 다시 정신을 차려가. 멋대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다리 사이를 진정시키려고 애썼지. 안나가 심호흡을 하고, 내부가 조금 풀린 듯한 게 느껴져 엘사는 놓치지 않고 단번에 안나의 안을 가로질렀어. 워낙 좁고 처음 벌어지는 곳을 가르느라 스아악, 하는 소리가 나는 것 같이 느리게 가르는 꼴이었지만. 페니스 끝에 단단한 것이 닿은 게 느껴져 엘사는 그제서야 숨을 돌릴 수 있었지. 뭉텅이로 쏟아져 나오는 엘사의 숨과는 다르게 안나는 숨도 마음대로 쉴 수 없었어. 아니, 비단 숨뿐일까. 지금 안나의 몸은 안나의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지. 오메가향은 미친 듯이 뿜어져 나오고 있고, 숨도 제대로 안 쉬어져, 침도 제대로 못 삼켜, 눈물은 또 어찌나 흐르고 온몸에 힘은 안 빠지는지. 무엇보다 아래가, 엘사를 한가득 머금고 있는 내부가 마음대로 움직여. 제멋대로 엘사의 남근의 크기와 모양을 뇌속에 인식시키는 것 같아.
하지만 이 내부의 움직임은 엘사에겐 환영식 같이 느껴졌지. 피스톤질을 시작하려고 천천히 허리를 뒤로 빼자 너무 꼭 맞물려 있는 고간 때문에 안나의 몸까지 따라 왔어. 정말 제 페니스에 꿰인 것 같은 모양새가 어찌나 유약하고 사랑스러워 보이던지. 엘사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막지도 못하고 안나의 허리를 두 손으로 잡았어. 여린 허리는 손가락이 긴 엘사의 두 손에 꼭 들어왔지.
안나의 허리를 잡고 엘사는 조심스럽게 허리를 뒤로 뺐어. 빈틈없이 닿아있던 내부는 엘사의 페니스가 빠지는 대로 들러붙어서 진공 상태처럼 변해가. 엘사가 허리를 조금 움직여 내부를 휘젓고 나서야 틈이 생겼어. 안나는 그저 엘사가 움직이는 대로 느끼며 가쁜 숨을 뱉었지.
귀두만 안나의 안에 남겨놓은 채 바깥으로 다시 나온 엘사의 페니스엔 안나의 처녀혈과 뿌연 애액이 이리저리 엉겨있었어. 그 외설적인 모습을 잠깐 감상하고 다시 안나의 안으로 페니스를 질러넣었지. 마치 빨려들어가는 기분이야. 안나도 숨도 못 쉬던 아까완 다르게 높은 교성을 내질렀어. 천천히 이렇게, 안나의 다른 곳을 어루만지거나 애무할 생각조차 못하고 엘사는 조심스럽게 허릿짓을 이어갔지. 안나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처녀가 찢어지는 고통보다 처음 느끼는 이 감각이 쾌감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지. 신중하게 움직이는 엘사의 허리를 다리로 비비적거리기도 하며, 마냥 비명 같던 교성도 차츰 요사스럽게 변해갔지. 그때쯤이었을 거야. 처녀를 위해 천천히 움직이던 허리가 자신의 쾌락을 위해 퍽퍽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허억허억 숨도 못쉬고 읽음!! 센세 어서 뒤를 주세여
찌이바아류ㅠㅠㅠ 오늘을 여기가 내 누울자리다ㅠㅠㅠㅠㅠ 얘네 드디어 떡쳤대요!!!!!! 앞으로 일주일간은 신혼방밖으로 안나갈듯ㅋㅋㅋㅋ 침대에세 욕실에서 바닥에서 창문에서 테이블에서.. 열심히 떡쳐야된다고 생각합니다!!!!
“흐윽, 학! 앙! 에, 엘… 으응! 아파, 아파아… 하앗!”
상냥한 움직임을 끝내고 알파로 각성하기 시작하는 엘사의 허릿짓에 방금 처녀가 찢어진 안나는 다시금 고통이 느껴졌어. 아래쪽에서 연신 살을 부딪혀오는 엘사 때문에 시야가 자꾸 흔들려서 어딘가에 시선을 고정하려고 엘사의 두 눈을 봤는데 은은한 조명만 켜진 어두운 방에 엘사의 시퍼런 벽안과 눈을 마주치자 고양이 만난 쥐처럼 눈을 질끈 감았어. 눈을 감으니까 또 온 신경이 전부 엘사가 왕복 운동을 하고 있는 곳으로 가서 마지못해 눈을 뜨고, 흔들리는 시선에 어지럽고, 그렇지만 다시 엘사의 눈을 보기엔… 안나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또 흘러내려.
“하아, 윽, 공주님, 지금, 무척, 예뻐요, 읏…”
허리를 세우고 안나의 허리를 잡고 연신 추삽질을 해대는 엘사는 안나보다 훨씬 여유로운 상태로 말해. 아픈 것과 상관 없이 윤활유를 아낌없이 생성하는 안나 덕분에 엘사의 음모와 아랫배까지 하얀 액으로 질척하지. 팍팍팍 부딪치는 안나의 허벅지 안쪽과 엘사의 골반이 떨어질 때마다 땀인지 애액인지 쿠퍼액인지 모를 진득한 액체들이 사방으로 튀어. 안나는 결국 눈 뜨는 걸 포기하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아랫입술을 꼭 깨물었지.
그것이 엘사의 마음에 들 리가 없어. 손으로 치우려다가 그러려면 허리에서 손을 떼야 되는 게 생각나서 또 마음에 안 들어. 옅게 울리는 으르렁 소리와 함께 엘사의 알파가 방금 전보다 훨씬 강렬하게 안나를 향해 뿜어져 나왔어. 평생을 가둬오기만 했던 알파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놀라는 것도 잠시, 갑자기 수용 한계치까지 흘러나온 알파에 안나는 속수무책으로 절정을 향해 치달았어. 놀란 오메가는 질을 강하게 수축시키고 아주 잘게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어.
“아아아! 아앗! 엘사! 꺄아, 항! 엘사아…아!!”
자신의 절정과 함께 알파의 절정도 유도하는 오메가의 종용에도 엘사는 사정하지 않으려고 이를 까득 깨물고 참았지. 어찌나 감미롭게 유혹하는지, 힘이 잔뜩 들어간 엘사의 아랫턱이 덜덜 떨릴 정도였어. 빨라지기만 하던 허릿짓이 안나의 절정이 끝날 때까지 길들여진 개처럼 잠잠하게 있었지. 꾸준히 상승길만 걷던 감각이 갑자기 수그러지니 안나는 불만족스러워. 그것도 갈 때 이렇게 자극이 끊기니 갈증이 생겼지. 어떻게든 절정의 감각을 이어가려고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으로 엘사의 손에 꽉 잡혀있는 허리를 움직여. 어설픈 움직임으로 빙글 돌리는 요분질에 아슬아슬하게 참고 있던 엘사의 이성이 끊기고 결국 꾸욱 깊게 삽입하고 사정을 시작했지. 방금 씻으면서 자위한 게 무색하게 많은 양의 정액이 안나의 뱃속으로 뛰쳐 들어갔어. 갑자기 따뜻한 것이 팍 터지는 것을 느끼며 안나는 2차 절정을 맞을 수 있었지.
“흑… 엘사의… 아-알파가… 아욱…!”
다시 절정에 젖어들며 그나마 움직이던 것도 못하고 바들바들 떨기만 하는 안나의 허리를 다시 한 번 힘주어 잡고 이번엔 엘사가 요분질을 시작했어. 미묘한 템포로 질 안쪽을 이리저리 누르고 찔러대는 엘사 덕분에 안나의 절정은 아주 길게 이어졌지. 처음으로 맛본 사랑하는 알파의 정액은 여러 세대를 거쳐 정숙으로 치장한 오메가의 가면을 한 번에 부숴버렸지. 신음을 뱉기 벅찬 목에서 옅게 웃음 소리가 나오고 땀과 눈물로 엉망인 얼굴엔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어.
“헤… 뱃속에, 엘사의… 정액이 들어왔어…”
경련이 끝나고 안나는 시선을 내려 자신의 배를 봤어. 신줏단지 만지듯 조심스럽게 배를 쓰다듬는 모습을 보자 엘사는 사랑스럽다는 감정이 과해서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야. 엘사의 머릿속만큼 이지러지는 알파향이 지치지도 않고 안나를 감싸자 안나는 상체를 조금 들어 허리를 세우고 있는 엘사를 끌어안아.
“엘사 아직 딱딱해…”
안나가 엘사의 목에 매달리듯 끌어안으니 엘사의 다리 위에 올라탄 꼴이 되었지. 안나는 아래를 내려다봐. 자신이 엘사의 페니스를 잡아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몸이 다시 잔경련을 일으켰지. 예고 없는 질의 애무에 엘사가 안나의 목에 얼굴을 묻고 옅은 신음을 숨겨. 안나는 섹스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자발적으로 오메가 체향을 풀었어. 아까 것과는 다른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농밀한 향은 짐승의 인내심을 박살내버렸어.
엘사는 안나의 엉덩이를 받쳐 들고 가볍게 안나를 들어올렸어. 다시 피스톤질을 시작하겠구나, 생각하며 들뜬 안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대로 안나의 아래에서 페니스가 빠질 정도로 높게 들어올렸지. 갑작스러운 행동에 안나는 상황파악도 못하고 아래를 봤어. 그제서야 잔뜩 발기해서 핏줄까지 불툭 솟아 위용을 과시하는 엘사의 페니스를 볼 수 있었지. 생각할 수 없었던 크기에 보는 것만으로 안나는 히익 하면서 새된 소리를 흘렸어.
안나가 페니스에 집중하고 있는 동안 엘사는 자신의 목에 둘러져 있는 안나의 팔을 뿌리치고 빠르게 침대에 안나를 엎드리게 했지. 얼굴에 푹신한 베개가 닿자 안나는 반사적으로 살짝 뒤를 봤어. 그곳에는 한껏 팽창한 동공으로 안나의 꽃잎을 뚫을 듯 응시하고 있는 엘사가 안나의 엉덩이만 잡고 들어올리고 있었지. 엉덩이를 당기는 힘에 안나는 베개에서 주륵 끌려 내려갔어. 관용 없는 정복자의 모습에 시트와 닿아있는 안나의 어깨가 바르르 떨려. 우악스럽게 골반을 틀어쥐고 엘사는 이제 닿기만 해도 찰지게 달라붙어오는 질구를 인정사정 없이 꿰뚫었어. 마치 그 움직임이 안나의 척추에 무엇을 주입하는 듯 엉덩이부터 정수리까지 빠르게 하늘로 향하게 했지. 허리가 잔뜩 휘고 시트에 파묻혀 있던 안나의 고개가 뒤로 젖혀. 갑작스러운 침입에 안나는 그만 가벼운 절정에 가버리지. 아치형으로 휜 상태로 부들부들 떨면서 한참을 정지해 있었어. 헤 벌어진 안나의 입에서 침이 주륵 흘러 떨어졌지.
어느 정도 질의 수축 운동이 줄어들자 엘사는 추삽질을 시작했어. 아직 비좁은 안쪽을 천천히 유린하다가 움직임이 빨라지는 것에는 아까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 격한 움직임에 안나는 팔에 힘을 주지 못하고 다시 시트로 추락해. 적갈색의 풍성한 머리카락이 안나의 가냘픈 등과 하얀 시트에 아무렇게나 흐트러져서 엘사의 움직임에 맞춰 출렁거리는 게 장관이었어.
“공주님, 윽, 조여요… 엄청, 조여.”
살이 부딪치는 소리에 맞춰서 뚝뚝 끊기는 엘사의 말에 안나는 시트에 머리를 박은 채 힘겹게 뒤를 돌아봐. 하얗고 긴 엘사의 손은 파란 핏줄이 다 보일 정도로 힘이 잔뜩 들어가 안나의 골반을 틀어쥐고 있었지. 하지만 엘사의 얼굴까지 시선이 올라가지 않아.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섹스를 하고 싶은 안나는 힘겹게 상체를 들어 파들파들 떨리는 팔을 뻗어 침대 헤드를 잡고 일어났어. 상체를 들고 뒤를 돌아본 안나 덕분에 질의 굴곡이 변하자 엘사는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어.
“씨발…”
거친 숨소리에 묻혀 흘려 들을 뻔했지만 분명 엘사가 낮은 음성으로 욕지기를 내뱉었어. 처음 듣는 엘사의 욕에 낯설다고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본모습을 본 것 같아 안나는 왜인지 흥분 됐어. 항상 인내하고 금욕적이던 알파가 자신 때문에 주체할 수 없는 욕정을 드러내는 게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지. 비로소 자발적으로 엘사를 위해 수축과 이완을 시작한 안나의 움직임 덕분에 곧게 서있던 엘사의 상체가 무너져, 풍만한 가슴이 안나의 등에 짓뭉개졌지. 골반을 잡고 있던 두 손은 각각 안나의 배와 가슴을 끌어안는 자세로 바뀌었어. 들개처럼 아랫도리만 움직이는 엘사를 온몸으로 느끼며 안나는 다시 절정을 향해 완만한 경사를 올라가고 있었어. 뒤에서 꼭 달라붙은 엘사의 정욕에 눈먼 숨소리가 안나의 귀를 두드렸지. 질을 조물조물 움직일 때에는 큿 하고 끊기는 숨소리가 또 색스러워.
“후읏, 엘스으-, 앙, 하앗, 아… 좋아? 응? 앙!”
어쩐지 다급하기만 한 엘사와 다르게 조금 여유로워진 안나는 목소리에 웃음기까지 머금고 물어 봐. 살짝 뒤돈 시선에 잔뜩 모아진 엘사의 미간이 보여.
“하아, 좋아, 좋아요… 으윽, 아, 존나 쌀 것 같아…”
세상에. 라고 마지막으로 생각한 안나가 절정의 허들을 넘어섰어. 알파는 음성으로도 단어로도 오메가를 애무하나 봐. 그리고 오메가는 귓구멍도 구멍이라고 예민한가 봐. 아까완 다르게 절정 속에서도 추삽질이 계속 되자 새하얘지는 머릿속으로 별 이상한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또 파도처럼 휩쓸려 갔어. 아래를 쳐대는 감각 때문에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린 안나는 이번엔 엘사가 사정하지 않았고 어느새 자신은 침대 헤드를 놓치고 엘사의 오른손에 어깨를 짓눌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
“하아, 공주님, 좋아요?”
상냥하기만 하던 손길이 알파의 힘을 숨기지 않고 주근깨가 뿌려져 있는 어깨를 내리 눌러. 아래는 푹신한 매트리스여서 아프진 않았지만 절정으로 멍한 머릿속으로 안나는 힘겹게 생각해. 평생을 왕위 계승 서열 1위로, 왕가의 일원으로, 오메가 공주로 안나는 생색내진 않았지만 군림하는 게 익숙한 몸이야. 하지만 고작 자신의 호위기사였던 알파에게 속박 당하고 유린 당하는 이 피지배의 상태에 놓인 게, 왜 이렇게 좋지.
“더… 하앗…! 더어어…”
신음을 내뱉는 것도 벅찬지 안나는 어느새 쉬어터진 목으로 침대에 반쯤 파묻혀서 웅얼거렸어.
후아아아아 어서 뒤를..!! 현기증나욧
와 미쳤다… 진짜 숨도 못쉬고 쭉 읽음ㅋㅋㅋ엘산나 이대로 영원히 행복했으면ㅠㅠㅠㅠ
* 살짝 가학주의
* 입강간, 더티토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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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만 치켜든 채로 자신의 오른손에 짓눌려서 정신 못 차리는 오메가를 위에서 내려다보니 엘사의 입에는 어느새 지울 수 없는 비릿한 웃음이 자리하고 있었어. 고개 돌릴 힘도 없는지 얼굴의 반이 시트에 빨려들어가듯 파묻혀 있었지. 다물 수 없는 입에서는 타액이 흘러 시트를 적시고 있었고, 축축해진 시트에 안나가 내는 교성 반이 먹혀. 안 그래도 목이 쉬어 큰 소리로 안 나오는 신음은 웅웅 울리며 방의 분위기를 눅눅하게 만들었지. 그런 방에 두 사람의 고간이 찰싹찰싹 부딪치는 소리만 날카롭게 울려대. 과연 거의 평생을 강도 높은 훈련을 하며 살아온 덕분인지 웬만한 알파라도 지칠 만한 시간을 엘사는 단거리 전력 질주 하듯 허리를 흔들면서도 차지 않는 쾌감만 생각해. 방금까지는 엘사의 허릿짓에 호응하듯 예민하게 움직이던 질 내부의 주름들도 지쳤는지 엘사 속도에 따라오지 못해. 아니, 전체적으로 안나의 몸이 축 쳐졌어. 엘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안나가 다시 절정에 오른 탓이야.
미칠 듯한 쾌락이 잠시 수그러들자 엘사는 조금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어. 조금 느릿하게 허리를 움직이면서 안나의 민감한 곳이 어딘지 찾을 생각이 들었지. 거의 빠질 정도로 페니스를 뺐다가 입구에 가까운 곳부터 꾹꾹 누르며 엘사는 차분히 스팟을 찾았어. 입구에서부터 단단한 근육질로 막혀 있는 곳까지, 한 군데가 아닌 스팟을 자극할 때마다 시트에 아무렇게 널브러져 있는 안나의 손이 움찔 움직이며 시트를 그러쥐었다가 놓았다가 더듬었다가 쓸다가 그러쥐기를 반복해. 신음도 착실히 어디가 민감한 곳인지 잘 알려줬지. 자신의 허릿짓에 맞춰서 꿈틀거리는 허리와 등과 팔과 머리를 보며, 엘사는 새삼 생각하게 돼. 이것이 27년 평생을 참아왔던, 그렇게 가지고 싶었던 오메가. 그런 오메가를 지금, 내가, 취하고 있어.
“후…”
오싹오싹한 소유욕과 방금 꿰뚫은 처녀를 생각하니 독점욕이 충족되는 심적 만족감을 만끽하며 엘사는 느긋하게 왕복 운동을 재개했어. 함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자신의 아래에 움직이는 대로 휩쓸리는 꼴이라니, 채 채워지지 않은 정복욕이 상승했지. 엘사는 어깨를 짓누르던 손을 움직여, 견갑골을 쓸고 척추를 따라 엉덩이까지 내려와 토실한 둔부를 세게 움켜 잡은 채 잡고 있던 어깨를 봤어. 자신의 손 모양 대로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지. 알파가 아닌 것들은, 이리도 약해. 휘두르는 대로 휘말리고, 조금이라도 막 다루면 쉽게 부서져.
그것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엘…스으-, 하아앙…! 더, 빨리… 흐읏, 더 세게에…”
안나는 힘들게 뒤를 보며 엘사를 부추겼어. 가라앉은 오메가향 위로 새로운 오메가향이 가볍게 날아올랐지. 평소엔 생각지도 못한 야살스러운 종용에 엘사는 얼굴의 솜털까지 쭈뼛 서는 기분이었어. 사정없이 움켜쥐고 주물거리던 엉덩이에서 손을 떼고 안나의 등으로 밀착했어. 얼굴이 가까워지자 내뱉는 숨마다 오메가향이 짙게 섞여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지. 프슷, 하고 엘사의 웃음이 터져. 귓전에 엘사의 입김이 닿자 안나는 또 민감하게 반응했지.
“공주님… 왜 이렇게 야해요…?”
“꺄아…!”
안나의 승모근을 아프지 않게 깨물으며 아까 외워뒀던 스팟을 집요하게 꾸욱 누르자 마치 고양이 같이 반응해. 그렇게 생각하니 고양이처럼 목덜미를 마구 물어 뜯고 싶었지. 엘사는 웃으며 승모근에서 입을 뗐어. 잇자국은 안 났지만 그새 살은 발갛게 변해 있었지.
“곧 나라를 이끌어 나가실 분이… 하찮은 알파 밑에서 이렇게 앙앙 대며 빌다뇨.”
살짝 가라앉은 음성으로 귓가에 달콤하게 속삭이는 말이 저를 조롱하는 말이라니. 눈물이 탁 차오르는데 스팟을 꾸욱 누른 채로 요분질을 하는 아래 때문에 뭐라고 변명도 못하고 안나는 끅끅거리며 숨을 쉬기도 벅찼어. 평소의 엘사 목소리인데, 아니, 평소보다 더 달콤한, 자신을 달래줄 때나 들을 수 있던 목소리인데, 내용은 생소해. 그친 줄 알았던 눈물이 흘러내려. 목소리도, 애무하듯 여리게 움직이는 페니스도, 너무 달기만 해.
“제발… 응? 아까처럼, 아아, 바, 박아줘, 엘스으으-.”
“공주님의 입에서 박는다는 단어가 나온다뇨…”
어디까지나 안나를 밑바닥까지 떨어뜨릴 생각으로 조롱하려고 했지만 이 기분 좋은 가학심에 결국 참지 못하고 엘사의 입에서 큭큭 하는 비릿한 웃음이 터져 나와. 온몸으로 자신을 짓누르고 있다고 하는 게 옳은 상태에 오메가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힘없이 시트나 쥘 뿐이지. 안나는 묘했어. 눈물이 나는데, 엘사에게 폄하되고 있는 것 때문에 나오는 눈물이 아니라 원하는 만큼 쾌락이 채워지지 않아 나오는 눈물이라는 걸 이제는 인정하거든. 안나는 바들바들 떨리는 턱으로 아랫입술을 앙다물고 결심한 듯 엉덩이를 비비적거렸어. 꼭 맞물린 아래에선 미미한 움직임일지 몰라도 엘사에겐 충분한 어필이 되었지.
“마음대로, 읏, 망가뜨려줘… 흐앙, 아! 그동안 참았던 거, 후아, 전부, 다, 하…아앗! 다 내 안에 싸줘어…”
바짝 든 엉덩이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하는 유혹의 말은 어린아이의 칭얼거림만큼 억지스러웠지만 그만큼 사랑스럽기도 했지. 안나의 요분질에 슬슬 참기 힘들어지는 엘사는 져주는 척 안나의 등을 짚고 상체를 들어 페니스가 빠질 정도로 쑥 뺐다가 단숨에 끝까지 찔러넣었어. 이미 일어날 힘이 없는 안나는 허리를 휘며 약한 반응밖에 할 수 없었지. 그것도 꽤 별미로 다가와. 다시 뺐다가, 다시 찔러넣고, 골반을 틀어쥐었다가 먹음직스러운 엉덩이를 터뜨릴 듯 한가득 쥐었다가, 손을 떼고 찰싹 때리니 꺄앙 소리를 내며 안나의 몸이 튀어 올랐어. 확연한 통증에 안나는 어리둥절해서 바로 뒤를 돌아 봤지. 엘사는 돌아보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페니스를 깊게 박았어. 덕분에 그나마 일어났던 안나의 상체는 다시 침대로 처박혔지.
사실 이 정도면 엘사도 많이 참은 거였어. 아까부터 얼마나 갈등했었는데. 여린 살은 발간 손자국을 떠올렸지. 자신이 학대해서 낸 자국이 마치 자기 것이라고 인두를 지진 것 같아서 엘사는 몹시 마음에 들었어. 상황파악을 못하고 초식동물처럼 어리둥절하게 눈을 굴리며 덜덜 떨고 있는 안나의 표정도 매우 마음에 들었지. 다시 한 번 때리고 싶었어. 사실 엉덩이뿐만 아니라 온 몸을, 때리는 것뿐만 아니고 다 깨물고 싶었어. 깨문다는 표현이 맞을까? 이를 세워 저 살결에 박아넣고 싶었지.
“잘, 조여 봐요. 벌써, 헐렁, 해진 건, 아니죠?”
안나가 바라던 대로 연신 박아대며, 엘사가 하는 모욕적인 말에 안나는 반응하지 않고 오히려 엘사의 말이 전부인 양 조이려고 안간힘을 썼지. 하지만 쉽사리 되지 않아. 아까처럼 아무 곳이나 힘으로 박는 것과는 다르게 아까 봐뒀던 스팟들만 집요하게 찌르고 있어서, 안나는 긴장을 조금 잘못하기만 해도 바로 절정에 가버릴 태세였어. 억울한 상황에 안나는 이마를 박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지. 그것에 맞춰 안나의 머리가 이리저리 흔들려. 마치 불꽃 같아. 그리고 엘사는 불꽃에 홀린 불나방처럼 그 움직임을 멍하니 바라봤지.
“꺄악!”
날카로운 안나의 비명이 정사 소리로만 가득하던 방 안에 갑자기 울려퍼졌지. 머리카락을 보고 있던 엘사가 안나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잡아 당겼거든. 강한 힘에 뜬 상체를 안나는 덜덜 떨리는 팔로 지탱하며 돌릴 수 없는 고개에 눈만 뒤쪽으로 힐끔거렸어. 바뀐 체위에 엘사의 끝이 정확히 안나의 스팟에 닿았지. 둘 다 숨을 삼키며 꼭 맞아떨어진 궁합에 감탄했어. 엘사의 손가락 사이사이로 흘러넘치는 머리카락은 한없이 부드러워, 본능에 따라 머리카락을 잡긴 했지만 알파에게 조금 양심의 가책을 안겨줬지.
“윽… 좋아, 앙! 하앙! 좋아! 엘- 아아아! 거기, 느읏, 너무 좋아아, 항!”
하지만 이렇게 오메가의 발정난 소리에 그 양심의 가책도 금세 무뎌져. 슬슬 올라오는 사정 기미에 엘사도 이를 악물고 허릿짓에 속도를 더했어. 엘사가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맞닿는 부분에, 안나의 머리에 스파크가 튀는 것 같아. 자신이 어떤 소리를 지르고 있는지, 몇 개의 구멍에서 물이 흐르고 있는지도 자각하지 못하고 안나는 일생 처음의 쾌락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갔어. 한없이 빨라지던 엘사의 움직임이 안나의 안쪽 깊숙한 곳에 찔러넣고 사정을 시작할 때, 안나도 머리가 새하얘지며 절정을 느꼈지. 아까와 비슷한 양을 지치지도 않고 뱉어내며 엘사는 얕은 허릿짓으로 쾌감에 쾌감을 더해. 움직일 때마다 넘치도록 나온 정액이 기둥을 따라 침대 시트로 떨어져. 안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와중에도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한 방울이라도 더 알파의 정액을 마시려고 애썼어. 2차 절정을 느끼던 도중 결국 안나는 기절하고 엘사에게 머리카락을 잡힌 채로 축 늘어졌지. 엘사의 절정은 안나보다 조금 더 오래 갔어. 기절한 안나의 무게감이 느껴졌지만 사실 이 정도로도 만족할 수 없었던 엘사는 이렇게라도 절정의 감각을 이어나갔지.
“후우… 후… 하…”
완전히 이완된 질에서 느릿하게 페니스를 빼내고 조심스럽게 안나를 침대에 내려놓은 엘사는 물끄러미 이 상황을 봐. 엉망으로 흐트러진 시트와 이불, 그보다 더 엉망으로 널브러져 의식을 잃은 안나. 벌어져 있는 안나의 다리 사이에서는 쭈륵 진한 정액이 흘러내렸지. 다리 사이와 시트에 고여서 사구처럼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야해. 엘사는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고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자신의 페니스를 내려다봐.
“하아…”
곧 어이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지. 기절한 안나의 다리 사이를 아무렇게나 범할까 했지만 왠지 내키지 않아. 반응이 없으니 섹스하는 맛도 안 날 것 같고, 엘사는 안나의 애액과 자신의 정액으로 절어있는 자신의 페니스로 손을 옮겨. 엎드려 있는 공주님의 위에 사정해서, 내 정액으로 범벅이 된 공주님은 어떤 모습일까. 내 정액으로 뒤덮이면, 공주님에게서 내 체향만 나겠지? 알파는 가까이 오기만 해도 인상을 찌푸릴 거고, 오메가는 공주님이 알파라고 착각해서 피할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한 엘사는 비참하다는 생각도 못하고 왼손으로 페니스를 쥐고 상하 운동을 시작했어. 앞으로는 공주님과 함께 운동해야지, 라고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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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바벨은 정체성을 잃은 알파와 오메가가 잠자리에서 서서히 각성하며 평소완 다른 상하 관계에 약간 배덕감도 느끼고 정복욕 쩔게 느끼고 막 그런 거 쓰고 싶었는데 수위 쓰는 것만으로도 이리 지칠 줄이야…
하뒤만 이 둘이 떡칠 날은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요 ^*^ 열심히 떡쳐서 왕가 혈통도 이어야 되고 막 어휴 갈 길이 멀다
크으으 수위 개쩐다… 침대 위에서 상하관계 바뀌는 거 개좋ㅋㅋㅋ엘사 에너자이저ㅋㅋㅋ
역시 알파인것이야 처음하는데도 스팟 찾고 능숙하게 찔러대는 엘파 클라스 !!!
하 미친 쩐다….존좋ㅠㅠㅠㅠ 옳소! 열심히 떡쳐서 왕가혈통도 잇고 그래야지!!ㅋㅋ
너무 일찍 기절해버린 안나 탓에 방에는 어느새 짙은 알파향만으로 가득 했어. 안나의 머리카락까지 튄 흰 정액은 죽은 듯이 자고 있는 안나의 엉덩이 골부터 등까지 이어져 있었어. 만약 안나가 깨어있을 때, 이렇게 했으면 안나는 무슨 반응을 했을까? 더럽다고, 울면서 원망했을까? 아님 경멸? 당황? 아니면 아까처럼, 이때까지 본 적 없는 모습으로 더 해달라고 야한 모습을 할까? 엘사는 그렇게 생각하니 안나의 얼굴에다가도 사정해보고 싶었지만, 참고 대신 등에 끈적하게 묻어있는 정액을 손가락으로 문질렀어.
엘사는 안나의 다리 사이에서 드디어 힘을 풀고 편하게 앉을 수 있었어. 바깥을 볼 수 있는 커다란 창을 가린 두꺼운 암막 커튼 사이로 비치는 색깔은 밝은 파란 빛이야. 어느새 동 틀 때가 가까워졌구나, 항상 규칙적인 생활을 해왔던 엘사가 멍하니 생각해. 조금 있으면 동료들은 아침 훈련을 시작할 거야. 어쩐지 엘사는 감성적이 되었지. 평생을 같은 곳에서 보낸 동료들과 현격한 신분 차이가 생겼으니, 착잡해지기도 하고. 하지만 그런 감상도 안나가 추운지 팔을 가슴 앞으로 그러모으며 움츠리는 것을 보고 금세 사라졌지. 엘사는 안나 다리 사이에서 안나 옆으로 자리를 옮겼어. 온갖 액체로 축축한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되나, 무엇보다 이불을 덮으면 기껏 뿌린 정액이 이불에 다 묻을 텐데, 라고 생각하며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지. 그렇다고 안나를 이렇게 추운 상태로 둘 순 없어. 따뜻한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줄까도 했지만 좀 더 이렇게 절여둔 채로 두고 싶어서 결국 엘사는 안나를 자기 품으로 끌어안고 이불을 덮어. 팔베개를 한 상태로 끌어안으니 등과 뒷목을 덮은 정액 때문에 미끌거리는 게 묘했지. 따뜻한 게 닿자 안나도 잠결에 엘사의 풍만한 가슴으로 비비적거리며 파고들었어. 엘사는 새삼 사랑으로 가득 차올랐지. 그 사이 땀이 식어 서늘해진 이마에 입술을 꾹꾹 누르며 뽀뽀하고 여린 어깨를 느릿한 박자로 토닥거리면서 자신도 잠을 청했어.
찝찝한 느낌에 아침에 먼저 눈을 뜬 건 안나였어. 엘사가 잠든 지 1시간도 안 됐을 때 일이지. 기분 좋은 따스함에 볼을 비비다가 그러고 보니 내 베개 중에 이런 탄력과 감도를 가진 물건은 없는데? 하며 놀라 눈을 뜬 거야. 눈은 번쩍 떴지만 흐릿한 시야에 가득 찬 살색에 안나는 놀라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어. 다행히 막힌 숨에 딸꾹질 같은 소리만 새어나왔지. 안나는 진정하고 자신을 감싸고 있는 든든한 힘이 뭔지, 뭐가 이렇게 축축한지, 이 말랑한 살덩어리는 뭔지 열심히 머리를 굴려. 그리고 이마에 색색 내려앉는 숨소리에 비로소 밤의 정사가 생각났지. 고요한 얼굴로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 엘사를 조심스럽게 올려다 봤어. 이 각도로 보니 새삼 엘사의 속눈썹이 참 길구나, 당황한 것과 맞지 않게 한가로운 감상을 내뱉으면서.
“…….”
안나는 침을 꿀꺽 삼켰어.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여 바로 눈 앞에 있는 풍만한 가슴을 콕콕 건드려봤지. 어젯밤에는 엘사가 모든 것을 주도해서 만질 틈도 없었는데… 침을 꼴깍 삼키며 안나는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행여 엘사를 깨울까 노심초사하며 한 손에 잡히지 않은 가슴을 살짝 움켜쥐었어.
“왜 벌써 깼어요…”
딱 한 시간 피곤한 쪽잠을 잔 티가 팍팍 나는 그을린 목소리로 엘사는 잔 적도 없다는 듯이 말했어.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나는 놀라 새된 소리를 흘리며 몸을 퍼드득 떨었어. 새된 소리는 금세 끄응 하는 앓는 소리로 변했지. 움직이고 보니까 거의 온몸이 다 쑤시고 아팠어. 특히 얼얼한 아랫도리는 잠이 싹 달아날 정도로 묘한 통증이 가득했지. 갑자기 앓는 소리를 내니까 깜짝 놀란 엘사는 뭔지도 모르고 등을 토닥였어. 일정한 박자로 토닥이는 엘사의 손에 통증도 점점 가라앉자 앓는 소리는 엘사가 듣기엔 색스러운 소리로 변했지. 엘사는 저도 모르게 어금니를 까득 깨물었어.
“…나 언제 잠든 거야?”
“음… 제가 두번째 사정할 때 기절하셨어요.”
예고 없이 튀어나온 직접적인 단어에 안나는 속수무책으로 얼굴을 붉혔어. 아직 현실 감각이 없는데 저 감미로운 목소리로 저렇게 말하니 미칠 것 같았지. 그런 안나를 보고 엘사는 프슷 웃었어. 여전히 안나의 등을 토닥이면서, 엘사는 어느새 새벽 봄 기온에 서늘해진 방의 공기를 깊게 들이쉬었어. 상쾌한 공기는 한껏 음란한 향기를 품고 있었지.
“지, 지금 몇 시야…?”
화제를 돌리려는 건지 안나가 조심스럽게 묻자 엘사는 익숙하지 않은 방에서 시계를 찾으려고 이리저리 눈을 굴렸어. 6시 28분… 신음처럼 엘사가 시간을 읊조렸지. 안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어. 8시엔 조찬이 있으니까 지금부터 준비하면 시간이 충분해. 문제는, 조금이라도 일어나려고 하면 욱신거리며 아픈 허리였지.
“우우… 엘사아아-…”
원망인지 어리광인지 자신을 부르는 말을 길게 끄는 게 여간 듣기 좋은 게 아니야. 기분 좋게 웃고만 있는 엘사가 얄미워 안나는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손으로 엘사의 가슴팍을 투닥투닥 때렸지. 그런 안나가 귀여워서 잠시 감상을 하다 엘사는 슬슬 움직일 생각이 들었는지 안나의 목 아래에 있는 팔을 조심스럽게 빼내서 상체를 일으켰어. 끄응 소리가 절로 났지. 과연, 내가 이렇게 피곤한데 공주님은 얼마나 피곤할지 얼추 생각이 닿았어. 이불을 들추자 축축해진 이불이 안나의 몸에 쩍 달라붙었다가 떨어지지. 젖은 몸이 무방비하게 노출되자 추위에 안나는 흠칫 떨었어. 엘사는 아무렇게나 흘러내리는 머리를 뒤로 한 번 쓸어넘기고 어렵지 않게 공주님 안기로 안나를 번쩍 안고 침대에서 내려갔어. 안나의 동의 없이 벌어진 일에 어안이 벙벙한 안나는 자기 가슴 앞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동그란 눈으로 엘사를 올려다보기만 했지.
“씻겨드릴게요.”
“으, 응? …아냐, 아냐! 나 혼자 씻을 수 있어!”
어젯밤의 그 모습은 어디 갔는지, 쇄골까지 붉게 물들이곤 안나는 다급하게 말했지만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고, 엘사 팔에서 벗어난대도 땅으로 곤두박질밖에 더 쳐? 그리고 조금 발버둥 치는 기미가 보이니까 혹여 떨어뜨릴까 엘사가 자기 품으로 더 세게 끌어안았어. 결국 별다른 반항도 못해보고 안나는 엘사 품에 안긴 채로 욕실로 들어왔지. 안나가 조심스럽게 발을 디딜 수 있도록 천천히 다리를 내리고 엘사는 적당한 온도로 샤워기의 물과 욕조 받을 물을 틀면서도 안나를 자신의 품에서 놓아주지 않아. 발을 땅에 디뎠다고는 해도 후들거리는 다리는 애초에 기능을 못하고 있었고, 엘사에게 안긴 채로 떠있다고 하는 것도 옳은 말이었지. 강하게 허리를 감고 있는 엘사의 팔을 느끼며 안나는 가만히 지난 밤을 기억했어. 그 넓은 방을 가득 채우고도 농도를 더해가던 체향들, 키스부터, …아래까지. 거기까지 생각할 때쯤 중력 때문에 안나의 안에 고여있던 정액이 주륵 흘러나왔어.
“하아앙…”
알파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그것이 느릿하게 허벅지 안쪽을 타고 흐르자 안나는 순간 신음을 참지 못하고 부르르 떨면서 엘사 품으로 안겼어. 색스러운 소리에 엘사도 놀랐지만 안나도 자기가 낸 소리에 적잖이 놀라, 부끄러워서 바들바들 떨리는 입을 꾹 다물었지. 엘사는 아무 말도 없었어. 차라리 아무 말이나 하지. 소리에 반응한 거 페니스 때문에 다 느껴지는데. 안나는 괜한 원망을 했지. 눈을 꾹 감고 있으니 등에 조심스럽게 적당히 데워진 물과 함께 엘사의 손이 닿아.
“물 온도 괜찮죠?”
“으…응…”
데면데면하게 안나가 대답하자 엘사가 안나를 끌어안은 채 샤워기로 다가가. 적당한 세기, 딱 맞는 온도의 물이 안나의 긴 머리부터 차분히 적셨어. 진득하게 얽혀 있던 정액도 물과 함께 하수구로 흘러들어갔지. 수돗물의 냄새가 격렬했던 밤의 냄새를 씻어내려 가. 조심스러운 손짓으로 머리카락 사이사이까지 꼼꼼히 물을 적시는 엘사의 호흡은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었어. 정갈한 동작 그 자체였지. 솔직하게 존재를 드러낸 알파 아니었으면 안나도 지금 부끄러운 건 자신뿐이라고 껌뻑 속았을 거야.
샤워기로 어느 정도 몸을 씻어내고, 욕조의 물도 어느 정도 차서 엘사는 샤워기를 잠그고 다시 안나를 안아서 조심스럽게 욕조에 내려놨어. 따끈따끈한 물에 몸을 담그자 안나는 저도 모르게 긴장이 풀려서 미소 지었지. 그것도 잠시야. 몸이 떨어지니까 발기한 엘사의 페니스가 시야에 들어왔거든. 안나는 놀라서 딸꾹질을 했어. 엘사는 아랑곳 않고 입욕제를 찾아 욕조에 넣었지. 괜히 안나만 눈을 어디다 둬야 되는지 몰라서 허둥댔지. 근데 왜 정작 발기한 사람은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느냔 말이야.
“…으, 엘사아…”
“네, 공주님.”
“그… 그거…”
“네?”
안나는 부끄러움에 점점 욕조 속으로 잠겼어. 결국 입까지 욕조에 잠긴 안나가 부그르르 괜히 공기방울을 만들어냈지. 안나가 말이 없자 혹여 말을 놓칠까 엘사가 안나 쪽으로 몸을 기울였어. 그에 맞춰서 가까워지는 가슴에 압도되어 안나는 슬금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지.
“……기…”
“네?”
“…발기… 했잖아…”
기어들어가는 소리를 듣고서야 엘사는 알아챘다는 듯이 아, 하고 말했어. 안나는 어이가 없어서 벙쪘지. 엘사를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으니 그 예쁜 얼굴로 더 없을 정도로 상쾌하게 웃으며, 괜찮아요. 신경 안 쓰셔도 돼요. 라고 말하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그리고 동시에 억울한 마음도 들었지. 우리 이제 부분데? 그리고 어제 그렇게 날 안았으면서 그새를 못 참고 세워? 아니 그리고 내가 신경 안 쓰면 누가 써? 남이 써? 거기까지 생각하니 발끈한 안나가 고개를 빳빳이 들고 왕가의 권력을 가진 공주의 모습을 했지.
“이리, 가까이 와.”
이런 명령 같은 어조에 익숙한 엘사는 의구심도 가지지 않고 욕조 가까이 다가가 섰어. 안나는 재빠르게 오른손을 뻗어 엘사의 페니스를 잡았지. 안나의 행동은 엘사가 보기엔 그렇게 빠른 건 아니어서 엘사는 숨을 참고 소리를 내지 않았어. 조금 화난 듯 미간을 모으고 올려다보는 시선과 눈이 마주치자, 무심코 나올 뻔한 웃음도 삼켜. 화난 모습도 왜 이렇게 귀여운지.
“왜 섰는데 신경 쓰지 말래?”
짐짓 성난 척하며 말하는데 엘사는 당황했어. 정말 당연하게 한 말이었거든. 엘사는 한숨 섞인 웃음을 지었어.
“공주님… 전 공주님과 함께 있는 시간 중에 적어도 3분의 1을 발기한 채로 보냈었어요.”
“뭐, …뭐무머머뭐뭐뭐뭐ㅜ머뭐, 뭐? 뭐??”
되려 역공 당한 안나는 말까지 더듬으면서 잡았던 손을 풀었어. 잠깐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거친 알파는 아까처럼 어정쩡하게 발기한 게 아닌 하늘을 향해 있었지. 아까 그게 어젯밤 본 크기라고 생각한 안나는 또 깜짝 놀랐어. 엘사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뒤돌아서 샤워기의 물을 틀었어. 안나만큼은 아니지만 엘사도 많은 것들이 묻어있으니까, 씻을 생각이었지. 아까와 같은 온도의 물이 이번엔 엘사의 몸에 쏟아져. 저렇게 완벽한 바디로 물을 맞는 모습에 그 딱 한 가지가 어울리지 않게 혼자 성나 있는 모습이 아이러니 해.
“…싫어. 신경 쓸 거야. 이제 엘사는 내 거란 말이야. 전부 다, 온전히, 내 거야. 그건 특히나!”
몸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니, 그냥 어린아이 투정으로 받아들이려고 했지만 엘사의 웃는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어. 몸은 움직이지 못해도 자유롭게 움직이는 오메가향이 뚜렷한 소유욕을 가지고 알파를 덮쳤거든.
욕실플!
욕실플하나요?!!!!!!!
그래서 어떻게 되죳
엘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안나를 봤어. 저절로 입맛을 다시게 하는 체향이야. 시간은 6시 반이 훨씬 넘었고, 8시에는 왕가 조찬이 있어. 맛있게 안나를 먹고 난 후, 씻고 옷을 입는 걸 최대한 빨리 해서 30분이라고 치고… 수지가 안 맞네. 엘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다시 샤워기를 향해 얼굴을 돌렸어.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에 발끈한 안나는 체향을 더 강하게 풀었지. 엘사는 다시 안나를 봤어. 오기가 붙어 이글이글 불타는 에메랄드 눈동자와 차갑게 가라앉은 사파이어 눈동자가 공중에서 맞닿아. 조용히 샤워기를 잠그고 엘사는 기다란 다리로 성큼성큼 욕조를 향해 걸었지.
“씻는 데 5분, 옷 입는 데 5분.”
“콜.”
엘사의 손이 욕조를 잡고, 두 사람의 입술이 다급하게 맞닿아. 심하게 앞으로 기운 상체 때문에, 미끄러운 욕조 때문에 자세는 유지되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어. 입술이 떨어지고, 고요하게 불타오르는 두 쌍의 눈이 마주쳐. 첨벙, 하고 엘사의 팔 하나가 다급하게 욕조 바닥을 짚어. 튀어오른 물 때문에 안나의 눈이 잠깐 감겼다 뜬 순간, 엘사는 어느새 욕조에 들어와 있었지. 다급한 몸놀림 때문에 물이 출렁 넘쳐흘렀어. 그것에 호응하듯 엘사의 알파향도 흘러 넘쳤지. 생각보다 훨씬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엘사의 모습에 안나는 숨을 삼켰어.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며, 널따란 욕조 안에 곧게 뻗어있는 다리를 끌어당겼어.
엘사는 안나의 눈을 보다가 시선을 내렸어. 그리고 손가락으로 안나의 볼부터, 목을 쓸어내렸지. 지난 밤 자신이 남긴 자국들이 가득한 상체를 눈으로 슥 훑었어. 목을 쓸던 손은 주욱 내려가 감도 좋은 가슴을 그러쥐고, 유두를 잠시 지분거리다가 다시 손을 내려 허리를 쓸고, 더 아래로 내려가 엉덩이를 받쳐 들었어. 두 손으로 감싸쥔 둔부가 탱글하다고 느끼며 엘사는 안나를 안아 들었지. 꺅 소리를 내며 잠시 놀란 안나는 엘사의 목에 꼭 매달려. 엘사는 잠시 생각했어. 어떤 체위로 할까. 이대로 들어서 욕조 머리맡에 있는 빈공간에 눕혀서 박으려고 했는데 그럼 아무래도 아프겠지. 등도 딱딱할 테고. 아주 잠시 생각했어. 그리고 욕조 속에서 자리를 잡은 엘사는 그대로 안나를 자기 위에 내려놨지. 서로의 은밀한 곳이 맞닿기 전에 안나의 무릎이 먼저 욕조 바닥에 닿았지만.
“이… 이 자세로 해?”
“감히 청합니다, 공주님.”
엘사가 짓궂게 웃으면서 안나를 올려다봤어. 금세 정숙함과 미숙함과 본능이 어우러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지. 이리저리 불안하게 움직이는 안나의 눈동자가 보기 좋았어. 엘사는 사실 더 참기 힘들어서 안나를 페니스에 주저앉히고 싶었어. 하지만 조금 더 인내심을 발휘해서 안나의 허리를 느루 쓰는 손짓으로 자신의 급함을 간접적으로 전했지. 그렇게 간접적으로 전했다고 생각했어. 자신의 알파가 자제력 없이 안나에게 직접적으로 얼른 박히라고 재촉하는 것도 모른 채 말이야.
“하으으…”
어지러운 알파의 종용에 안나는 어찌해야 될 줄 모르고 아래만 내려다봤어. 물 때문에 뚜렷한 모양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자기가 직접 넣는다고 생각하니 바로 지난 밤에 처녀가 뚫린 숙녀에겐 보통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지. 아래를 보던 시선을 살짝 올려 엘사와 눈을 마주쳤어. 엘사가 빙긋 눈웃음을 지어. 얄미워 죽겠어. 안나는 물 속이라 그나마 움직이기 편한 무릎으로 욕조 바닥을 짚어 살짝 앞으로 가. 안나의 아랫배가 엘사의 가슴과 맞닿고, 양손으로 엘사의 어깨를 그러쥔 손이 꼬집듯 어깨를 할퀴었어. 여러번 아랫입술을 잘근 씹던 안나는 마음을 먹은 듯 조심스럽게 엉덩이를 내려. 보이지 않은 것을 감각으로 찾으려고 어느 정도 엉덩이를 내리고 조심스럽게 허리를 비볐지. 수면이 안나의 몸짓에 맞춰 찰랑찰랑 움직여. 동서남북으로 고작 1, 2cm 정도만 움직이는 허리는 자신이 찾는 것을 찾지 못하고 자꾸 헛수고만 해. 엘사는 그 몸짓을 기분 좋게 지켜보았어. 아랫입술을 꼭 문 안나의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올랐을 때서야 안나의 엉덩이를 더듬고 있던 손으로 기둥을 잡고 허리를 쓸던 손으로 안나의 몸을 아래로 이끌었지. 엘사도 보고 움직이는 것은 아니니까 페니스의 끝은 안나의 음핵에 비벼졌어. 날카로운 숨소리가 안나의 입 안에서 울렸지. 놀란 안나의 마음을 대변하듯 수면이 날카롭게 튀어올랐어.
“자… 살살…”
엘사는 어린아이 달래듯이 긴장으로 팍 수그러들어서 뼈가 두드러진 안나의 등을 허리를 잡고 있던 손으로 천천히 토닥였어. 어느새 엘사의 끝과 안나의 입구는 맞닿아있었어. 벌써부터 덜덜 떨리는 안나의 무릎이 조금씩 벌어지면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스스로 그것을 먹기 위해 입을 벌렸지.
“읍… 흐윽, 으으…”
안나의 상체는 잔뜩 움츠러든 채 엘사의 목 언저리에 얼굴을 묻고 나오려는 신음을 꾹꾹 눌러 담았어. 목과 승모근과 쇄골로 전해지는 진동에 엘사는 따뜻한 물에 잠겨 있지만 소름이 오소소 돋는 기분이었지. 좁은 내부는 천천히 전진하는 사랑하는 사람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잘 되지 않아. 꾸욱꾸욱 누르는 돌기들은 느끼면서 엘사는 고개를 숙여 앞에 있는 안나의 가슴을 핥았어. 흠칫 떨리는 안나의 신체가 요란하게 물결을 일으켰지. 기둥의 가장 두꺼운 곳을 지나, 엘사의 끝이 또 다시 단단한 근육에 꾸욱 맞닿았어. 그제서야 안나는 숨을 몰아 쉬었지. 아래가 너무 뜨거워. 그새 물이 식은 건가 싶을 정도로 뜨거워.
“흐읍, 흐윽, 윽, 읍.”
울음 소리 같은 숨소리가 꺽꺽 넘어가. 뼈가 도드라진 등을 하염없이 쓰다듬다가 엘사는 자기에게 얼굴을 푹 파묻고 있는 안나의 젖은 머리칼을 만지작거려. 그 손이 귀로 향하고, 안나의 볼로 가서 가볍게 힘을 주니 반항 없이 안나의 얼굴이 엘사의 어깨에서 떨어져. 둘 다 물에 젖어서 축축하지만 엘사는 안나가 자신의 어깨에서 울었다는 걸 알 수 있었지.
“이제, 움직여주세요.”
평소의 엘사에게선 상상할 수도 없는 말. 항상 안나가 손이 없는 듯, 발이 없는 듯, 자신이 뭐든 다 해주려고 안절부절하던 엘사가 자신의 쾌락을 위해 안나에게 무언가를 해달라고 부탁하다니. 그것도 저렇게 웃으면서, 이렇게 단호하게 말하면. 안나는 몸을 흠칫 떨었어. 그것에 맞춰 내부도 수축했지. 엘사의 웃음이 순간 일그러졌지만 금세 웃는 얼굴로 돌아왔어. 안나는 찡그린 얼굴을 한참 동안 유지했지. 힘을 빼고 싶은데도 힘이 안 빠져. 아침부터 반강제적으로 인식하는 알파는 자극이 너무 강해.
“얼른 안 하면 조찬에 늦어요?”
속삭이듯 말하는 소리에 안나는 눈을 질끈 감았어. 덜덜 떨리는 허벅지에 억지로 힘을 줘서 엉덩이를 들어올렸지. 안나가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이 느낌을 이왕이면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음미하면서 능욕도 하고 싶지만 엘사는 일단 결혼하고 처음 있는 행사니까 즐거움은 나중으로 미뤄두기로 해. 이제 서두르지 않아도, 이 오메가는 나의 것이니까. 눈을 질끈 감아 안나가 엘사를 볼 수 없는 틈에 엘사는 넉살 좋게 웃고 있던 입꼬리를 더 찢었지. 혼란스러운 시대가 오기 전, 알파들이 자신의 오메가를 보며 짓던 웃음이 어느새 엘사의 얼굴에 떠올라 있었어.
부들부들 떨며 겨우겨우 엉덩이를 드는 안나의 허리를 잡고 엘사는 안나의 움직임을 도와주기로 마음 먹어. 놀라 눈을 뜨는 안나가 엘사의 얼굴을 보기 전에 엘사는 얼른 정복자의 웃음을 얼굴에서 지우고 언제나처럼 호의 가득한 웃음을 띄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안나의 입에 버드 키스를 쪽쪽 하며 다시 천천히 안나를 가라앉히지. 엘사의 어깨 위에 올라와 있는 안나의 손이 다시 엘사의 하얀 살을 한가득 쥐었어. 끅끅거리면서 제대로 신음도 내뱉지 못하는 모습이 엘사에게 매우 만족스러웠지.
조심스럽게 출렁거리는 물살이 서서히 박자를 잃고 저들끼리 철썩이기 시작해. 안나가 채 익숙해지기 이전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 오입질은 엘사의 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었지. 허리는 가만 놔두고 손만 움직이고 있다는 게 엘사로서는 그나마 참고 있다는 건데, 지금 안나가 알 수 있을 리가 없어. 속절없이 상하로 움직이는 몸뚱이가 오메가만 폴폴 풍길 뿐이었지.
“흑, 아아! 아으으… 잠, 잠시만, 자…아! 하앙!”
슬슬 붙는 속도에 눈으로, 귀로, 코로 안나를 감상하던 것도 여유가 없어졌어. 피가 쏠린 몸 중심에 온 신경도 쏠렸지. 꾸물꾸물 움직이는 안나의 움직임, 크게 저를 감쌌다 뱉었다를 반복하게 하는 저의 움직임, 두 개가 섞였다고 생각하니 엄청 야하다고 느껴졌어.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안나의 오메가 유전자는 저도 모르게 알파를 기쁘게 하려고 허리를 이리저리 비틀었지.
“공주님, 공주님… 예뻐요. 진짜, 윽… 예뻐요.”
사물을 분간할 수 있을 정도의 옅은 조명 아래에서 안을 때와는 사뭇 달라. 너무 어두워서 마치 꿈처럼 남아있는 어젯밤과는 비교가 안 돼. 적나라하게 욕실 조명에 노출된 가련한 오메가의 교태는 알파의 혼을 빼놨어. 엘사는 침을 꿀꺽 삼키고 안나의 허리를 움직이던 걸 멈췄어. 자의로 움직인 건 아니지만 지친 기색이 역력한 안나는 신음 섞인 가파른 숨을 몰아쉬었지. 안나의 벌어진 입에서 타액이 물과 함께 흘러내려. 아까운 것이 흐른다는 듯 물과 함께 타액을 핥은 엘사는 그대로 안나의 입을 잡아먹듯 키스를 했어. 읍읍 입 속에서 진동으로 전해지는 신음을 느끼며 엘사는 느릿하게 요분질을 시작했지. 욕조 바닥에 눌려 달라붙은 엉덩이가 몇 번의 요분질에 떨어져.
“흐아앙, 하앙… 아…”
입이 떨어지자 안나는 참지 않고 엘사의 허릿짓 대로 소리를 흘렸지. 엘사는 이를 까득 깨물었어. 인내심은 여기까지야. 더 이상은 못 참아.
물 때문에 쉽게 미끄러지는 욕조 안에서 엘사는 욕조 벽면에 등을 딱 붙이고 앉았어. 안나의 볼을 한 번 쓰다듬고, 다시 허리를 잡고, 천천히 허리를 상하로 움직이기 시작해. 안나가 움직일 때보다 물의 파동이 둔탁하다고 느껴졌지. 자신이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걸 몸으로 깨달은 안나는 다시 엘사의 어깨로 무너져 내렸어. 엘사의 움직임은 금세 격해졌어. 출렁거리던 물결은 점점 파도가 높아져 결국 욕조 밖으로 튀어나가기 시작했지.
“하, 크… 윽.”
지금 어느 곳보다 뜨거운 곳을 왕복하고 있는 엘사는 피스톤질을 하면서 물에 노출 될 때마다 묘한 감각을 느꼈어. 물이 너무 차갑게 느껴지는데 그게 왜 안나가 사랑스러운 걸로 연결되는 걸까. 뜨겁게 자신을 감싸주는 안나가 너무 좋아. 벅차오르는 기쁨에 기포가 마구 생길 정도로 움직임은 격해졌지. 격한 움직임에 엘사의 어깨 위도 가만히 있기엔 좋지 않은 곳이라고 판단한 건지 안나가 힘겹게 고개를 들어. 반쯤 풀린 눈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안나와 엘사의 눈이 마주쳐. 여유로운 웃음은 다 어디 갔는지 잔뜩 미간을 찌푸린 채 엘사는 안나를 뜨거운 눈으로 바라봤지. 젖은 머리카락은 아무렇게나 얼굴에 달라 붙어 있거나 엉켜 있었고, 주근깨가 앙증 맞게 있는 볼은 물론이고 눈가도 붉은 안나에게선 김이 나는 것 같아. 엘사의 입에선 탄식처럼 저절로 공주님, 공주님 하는 소리가 흘러나왔지. 물소리에 묻힐 정도로 약하게 흘러나온 소리는 절정을 향해 가는 알파향과 함께 안나의 귀에 닿았어. 신음을 뱉느라 정신없는 입으로 어떻게든 부름에 답하고 싶어 안나는 바들바들 떨리는 아래턱에 힘을 줘서 입을 꾹 다물고 응응 하는 대답인지 신음인지 애매한 소리로 대답해.
“사랑해요…”
파도 같은 물소리를 가르고 해일처럼 엘사의 감정이 안나를 덮쳤어. 정신적으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달콤한 말을 들으며 안나는 절정에 올랐어. 그런 안나의 아래에선 엘사의 말만큼 뜨거운 정액이 터지고 있었지.
ㅁㅊ다 ㅁㅊ어… 서로 사랑하는 게 느껴진다…그나저나 씻는 데 5분, 옷 입는 데 5분에서 개빵터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크 욕실에서ㅠㅠㅠㅠ퓨ㅠㅠㅠㅠㅠㅠ
너무 좋아서 전봇대 뽑아버리고 싶다..
새로운 알파의 정액이 몸속에 퍼지자 오메가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 모든 감각이 뱃속으로 향하는 기분이었지. 저절로 눈이 감겼는데 마치 시신경이 질 안에 있는 것 같아. 정액이 이리저리 질벽에 마구잡이로 부딪히는 느낌이 눈으로 보는 것마냥 생생했지. 진한 알파향에 후각도 뱃속으로 간 것 같고, 뭉텅진 체향이 코로 느껴질 때마다 입으로도 먹고 있는 것 같아. 촉각은 말로 할 것도 없었지. 단지 귀만 원래 있던 장소와 질 안 두 곳에 공존하는 것 같았어. 엘사가 사정하는 소리도 그렇지만, 정액만큼 뜨거운 엘사의 신음이 귀 바로 옆에서 터지고 있었거든. 안나는 다시 한 번 온몸을 파르르 떨었어. 사정이 끝나갈수록 자신의 품 안에 우겨넣을 심산인지 안나의 등허리를 세게 감싼 팔에 힘이 더 가중됐어. 안나는 속절없이 엘사에게 안긴 채 까무룩 정신을 잃기 직전이었지.
사실 잃었다고 하는 것도 맞는 것 같아. 욕조에서 어떻게 씻고 어떻게 나오고 어떻게 옷을 입었는지 기억이 안 나. 어느새 드레스를 입고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어. 엘사가 두 손으로 볼을 잡고 계속 공주님, 정신 차리세요. 라고 초조하게 말해서 겨우 정신 차릴 수 있었지.
“7시 55분이에요.”
“흐으으…?”
안나는 얼떨떨 했지. 엘사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아직 어색한 새 방을 두리번거려. 그러다 시계를 발견하고, 몇 초 후에야 반응했지. 조찬! 그 모습을 보고 엘사가 조금 안도의 한숨을 쉬어. 안나는 아직 정신이 멍하지만 책임감이 강한 성격으로 몸이 거의 자동적으로 움직이게 했지. 엘사의 어깨에 손을 짚고 침대에서 미끄러지듯 일어나. 행여 넘어질까 엘사가 얼른 안나의 허리를 감싸 안았지. 그것만으로도 달아오르는 오메가는 야릇한 소리를 흘려.
“걸을 수 있겠어요?”
“응… 어떻게든.”
눈을 부릅 뜨고 안나는 앞을 노려봤어. 엘사의 어깨를 잡은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가며 한 발 내딛었지. 엘사는 그 모습을 보며 조찬이고 왕가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침대에 냅다 던진 다음 그냥 박아버리고 싶었어. 27년 동안 컨실돈삘이 익숙한 얼굴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지만.
“흐으읏…!”
갑자기 안나가 파르르 떨어. 하체가 무너지고 무릎이 서로 맞닿아. 엘사는 한 손으로 잡고 있던 허리에 더 힘을 주고 다른 한 손으로 안나의 어깨를 잡으며 안나가 쓰러지지 않게 지탱했어. 안나의 신음과 함께 터진 오메가향 때문에 엘사는 이 신음의 근원이 고통이 아니라 알파 때문인 걸 쉽게 알 수 있었지.
“공주님, 아래에 힘 꽉 주셔야 돼요. 제 정액, 아직 공주님 안에 그대로 남아있으니까, 잘못하면 다리를 타고 흘러내릴 거에요.”
조곤조곤한 말투에, 일정 단어에 힘을 주어 말하는 엘사의 목소리가 귓전에서 울리니 안나의 얼굴은 쉽게 달아올랐어. 다시 한 번 약하게 온몸이 떨렸지. 다부지게 다물지 못한 입에서는 숨처럼 신음이 새어 나오고 있었고, 풀린 동공은 아까 기세 좋게 앞을 노려보던 눈과는 전혀 달랐지. 어느새 안나는 엘사가 잡은 대로 축 늘어진 것처럼 한 발자국 내딛기가 힘들어졌어. 그러는 와중에도 엘사의 말은 머릿속에서 절대적인 것처럼 울려서 바들바들 떨면서 배에 힘을 꽉 줬지.
“착하다.”
엘사가 그렇게 속삭이며 귀와 볼에 쪽쪽 뽀뽀를 하니까 안나는 왠지 모르게 뿌듯함을 느껴. 귀까지 빨개진 얼굴로 헤픈 오메가마냥 웃으며 엘사를 올려다봤지. 지금 제정신이 아닌 안나와 달리 이런 안나의 얼굴을 보자 엘사의 머릿속은 서늘해졌어. 오싹해졌다고 할까. 너무 이성적이어서 뇌가 저릴 정도로 시린 느낌. 어느새 홀로 통하는 거대한 문 앞에 다다라, 엘사는 다시 안나를 똑바로 세웠어. 안나와 두 눈을 똑바로 마주치고, 옆에 있는 시녀들이 듣지 못할 정도의 목소리 크기로 정신 차려야 된다고 안나를 타일렀지. 안나도 눈 앞에 홀을 두고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어. 그리고 엘사와 마주치고 있던 시선을 돌려 시녀에게 끄덕이는 고갯짓을 보였지. 시녀들은 말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조용히 홀의 문을 열었어. 안에는 왕과 왕비와 다른 공주와 왕자들이 먼저 와 있었지.
“어서 앉거라.”
왕이 기쁜 표정을 하고 자리에서 둘을 맞이했어. 봄의 처녀 같은 화사한 드레스를 입은 안나와 너무 화려하지도 너무 검소하지도 않은 잘 빠진 드레스를 입은 엘사가 같이 홀로 입장했지. 엘사가 오른손으로 아직 제대로 걷기 힘든 안나의 왼손을 받쳐들고, 무도회장에 입장하는 귀족처럼 우아한 발걸음으로 둘은 척척 연기했어. 하지만 어쩌나, 조찬하러 모인 사람들은 전부 알파 아니면 오메가인데. 게다가 팔불출 정도가 둘째가라면 서러울 왕비가 있는 곳이었지. 왕비는 질펀하게 남아있는 알파향과 오메가향에 바로 인상을 찌푸렸어. 이제 정식으로 부부니까, 게다가 첫날밤이었으니까, 당연, 당연하긴 한데, 역시 딸이 잤다는 건 어딘가 인정하기 쉽지 않은 사실이었지. 이렇게 다이렉트로 딸의 정사를 알게 되니까 왕비는 아주 오랜만에 왜 알파로 태어났나 회의를 느꼈어. 그 모습을 보고 왜인지 국왕이 너털웃음을 지었지. 내색은 안 하지만 속이 뒤집어지고 있는 왕비는 그런 왕을 째려 봤어. 그러자 왕은 능청스럽게 씨익 웃으며, 엘사와 안나가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렸지.
“이러니까 내가 결혼했던 때가 생각나는구나. 여보, 당신 표정이 딱 그때 우리 어머니 표정 같구려.”
자리에 무사히 앉아 한숨 돌리느라 바쁜 안나와 달리 눈치 빠른 엘사는 바로 대화의 요점을 파악해. 왕비님, 아니, 이제 어머님이지. 어머님도 초야부터 힘을 아끼지 않아 전 여왕님의 눈총을 받았다는 말이야. 갑작스러운 옛날 얘기에 왕비의 표정이 험악해져. 하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왕은 그 표정이 당황스러움을 필사적으로 감추는 왕비의 가면이라는 걸 알고 사랑스럽다는 듯이 웃었지.
—–
놀랍게도 아직 안 죽었다 ㅠㅠ 현퀘 때문에 막막 쓰지를 못하겠네…
년 초라 다들 현퀘가 많구나 ㅠㅠㅠㅠㅠ
근데 정액 느끼는 안나 존나… 야하다… 배안에 엘사게 남아있는 상태로 조찬이라니 ㅋㅋㅋㅋㅋㅋ
발갛게 달아오른 안나의 얼굴이 안나의 머리색보다 더 붉은 채로 원래 색깔로 돌아오지 않아. 홍조를 띈 광대는 곧 폭발할 것 같기도 했지. 왕은 축사인지 덕담인지 이것저것을 말하고 있었어. 엘사. 엘사는 왕의 말을 잘 듣고 있는 것 같아. 뭐라고 하는지 엘사는 들리는 걸까? 왕의 말에 맞춰서 빙긋 웃기도 하고 가끔 안나와 눈을 마주쳐 사랑스럽다는 듯이 눈웃음을 짓기도 해. 엘사가 웃을 때면 아무 생각도 못하고 저절로 따라 웃긴 하는데, 이 상황이 뭔지 모르겠어. 그냥 다 없어졌으면 좋겠어. 그냥 다 없고, 넓고 푹신한 침대와 저와 엘사만 존재했으면 해. 자꾸만 입구로 몰리는 배 안의 정액들이 너무 적나라하게 느껴져서 안나는 울고 싶었어. 의자에 앉았을 때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기품 있게 앉아야 된다고 평생을 배워왔지만 안나는 당장 몸을 미끄러뜨리고 최대한 누운 상태로 있고 싶었지. 테이블 밑으로 드레스 자락을 꽉 움켜진 안나의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어.
그에 반해 엘사는 몸에 밴 예절이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나오고 있었어. 어깨를 피고 앉아있는 기사는 그 자체로도 기세가 좋아보였지. 여유있게 왕의 말에 어느 정도 호응도 하며 평소처럼 도를 넘지 않은 웃음만 아스라이 짓고 있지만, 엘사도 머릿속은 안나랑 비슷했어. 그냥 다 때려치우고 방으로 돌아가 섹스만 하고 싶다였지. 그럼 불쑥불쑥 저도 모르게 시선이 안나에게로 향해. 얼굴은 새빨개져서, 자신이 바들바들 떨고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시선을 내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테이블보만 뚫어지게 보고 있다가도, 이상하게 시선을 안나에게 돌리면 기가 막히게 고개를 들고 눈을 맞춰. 그것이 사랑스러워서 저도 모르게 눈을 휘고 웃으면 뭔지도 모른 채 따라 웃어. 아, 이 넓은 테이블에 안나만 놓고 맛있게 먹고 싶다. 그런 생각뿐이었지.
“첫째 오메가의 결혼식 다음 일주일 간의 이 조찬, 그리고 오찬과 만찬은 왕가 전통이다.”
왜 이딴 전통이.
“지금 뭐 이런 전통이 다 있냐고 생각했지? 너희도 너희 자식이 결혼하면 다 이해하게 될 거다.”
허를 찌르는 왕의 말에 엘사가 움찔했어. 드물게 눈에 띄게 흐트러지는 엘사의 모습에 왕은 실소를 터뜨리고 덕담이 끝났는지 시녀장에게 손짓을 하지. 그러자 기다리고 있던 음식들이 수많은 시녀들의 손을 거쳐 마침내 테이블에 세팅이 되기 시작해. 안나는 조금 안심했어. 이 음식들만 다 먹으면 다시 방으로 돌아갈 거야. 그럼 오전 중에는 더 이상 스케줄이 없어. 그럼 오찬까지는 엘사랑 같이 방에 있을 거야. 같이, 방에서, 더, 더 할 거야. 더 많이 할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며 남 모르게 달아오르던 안나의 몸은 주인의 의지와 상관 없이 질구를 뻐끔거렸지. 고여있던 정액은 놓치지 않고 그 틈으로 흘러나왔어. 반고체 상태의 정액의 느릿한 움직임에 안나는 가까스로 신음은 삼켰지만 체향을 숨기지 못했어. 아주 짧게, 아주 조금 새어나온 체향의 농도는 꽤 진했지. 그 체향을 느낄 수 없는 베타 시녀들 빼고 모든 사람들이 안나에게 시선이 쏠렸어. 방금 전까지 그 체향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엘사도, 어렸을 때 산뜻하던 딸의 체향밖에 맡아본 적 없는 왕과 왕비도, 난생 처음 언니, 누나의 체향을 맡아본 동생들도 놀란 토끼눈으로 안나를 쳐다봤지. 안나도 마음 같아선 어디 빈 자리에 앉아 자기 자신을 놀란 토끼눈으로 쳐다보고 싶은 심정이었어. 어떡해, 울 것 같아.
눈에 그렁그렁 눈물 방울을 매달고 있으면서도, 안나는 그 눈물을 떨어뜨리진 않았어. 엘사에게 들은 마법의 단어 초콜릿을 계속 생각하며 가까스로 참아내고 있었지. 마침내 일사분란한 시녀들이 세팅을 끝냈어. 시녀들이 물러나고, 왕을 따라 왕가 사람들이 음식에 대해 감사 인사를 읊고, 왕이 식기를 들자마자 안나는 초조한 손으로 식기를 들었어.
위로는 눈물 흘리지 않게 노력하고, 아래로는 정액 흘리지 않게 힘주고, 당연히 안나는 그 맛있는 음식들을 맛을 느낄 생각도 못했지. 단지 씹고, 목구멍으로 넘길 수 있으면 넘겨서 위장으로 꾸역꾸역 넘기는 행위였어. 그런 안나를 주시하고 있던 엘사의 행동도 덩달아 빨라졌지. 안나완 다르게 난생 처음 입에 담는 산해진미에 충실히 감탄은 하고 있었지만.
“천천히 먹거라. 어차피 내가 자리를 일어나기 전에는 너희도 일어날 수 없다.”
둘의 생각을 다 안다는 듯이 행동하는 왕의 말은 이번에도 둘에게 아주 적당한 말을 한 셈이었지. 안나는 방금 삼키려던 방울토마토를 한 번 더 씹었어. 한 번 더 씹고, 또 한 번 더 씹고, 마치 고무를 씹는 것 같은 표정으로 억지로 음식을 씹었지. 넓은 테이블에 안나와 마주 보는 자리에 앉아있는 엘사는 안나에게 괜찮다고, 서두를 필요 없다고, 이거 맛있다고 무슨 말이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어. 체향이라도 풀면 간단한 일인데, 극우성들로만 가득한 이 홀에선 그것도 마음대로 못해. 한숨이라도 쉬고 싶은 걸 엘사는 꾹 참았어.
왕도 새신부들을 더 약올릴 생각은 없는지 평소보다 빠르게 먹고 시녀들을 불렀지. 왕비만 고집스럽게 평소보다 느릿하게 먹고 있었지만 왕이 어떻게 달랬는지 거의 끌려가다시피 자리에서 일어났어. 공주와 왕자들도 자리에서 일어나고, 엘사도 일어나 테이블을 빙 돌아 안나에게 가서 서둘러 안나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으켰어. 평소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안나의 접시 주위엔 흘린 음식물들로 지저분해. 엘사는 그걸 보고 안나의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고 옆머리에 입술을 꾹 댔어. 많이 노력했다는 걸 이 이상 잘 알 수 없었거든. 이제 남은 건 방까지 돌아가는 일뿐이야.
방으로 돌아갈 때는, 이제 둘 다 케세라세라야. 정액이 바닥으로 떨어지든 말든 빠른 걸음으로 방으로 향했어. 아니나 다를까 둑 터진 듯 정액은 점액질을 띄고 흘러내리기 시작해. 그새 묽어진 정액은 흥분한 안나의 애액과 섞여 그 양이 불어나서 더 속도가 붙어. 팬티라도 입었으면 이렇게 신경 쓰이지 않았을 텐데. 안나는 이미 허벅지까지 흘러내린 액을 느끼며 생각해. 다리를 딱 붙이고 걷는 터라 양 허벅지 사이에서 정액과 애액이 계속 미끌거리며 마찰해. 그 느낌이 또 오묘했지.
방이 가까워지자 엘사는 다급하게 주위에 있던 시녀들에게 방문을 열어달라고 재촉했어. 성큼성큼 다가오는 어린 신부들의 기백에 놀란 시녀 두 명이 서둘러 신혼방의 문을 열었지. 엘사는 바쁜 와중에도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고 문을 닫았어.
방 문이 닫히자 안나는 마침내 주저앉을 수 있었어. 신음보다 벅찬 숨을 내쉬며, 얼른 이 드레스를 벗으려고 달달 떨리는 손으로 노력했지. 하지만 옷을 어떻게 입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걸. 안나의 손이 방황하는 사이 엘사의 손이 뒤에서 불쑥 튀어나와 드레스의 목덜미를 잡더니 그대로 부욱 찢어버렸어. 고급 섬유가 종잇장처럼 쉽게 찢어졌어. 안나는 잠시 놀랐지만, 이내 기뻐했지.
안나랑 같이 쫄면서 봤다ㅋㅋㅋㅋ이제 또다시 해피타임인가
급한 마음이 여기까지 느껴짐ㅋㅋㅋㅋㅋㅋㅋ
밥먹는거느데
내가 다 긴장되넹 ㅋㅋㅋㅋㅋㅋㅋㅋ 자 이제 안나 먹을 시간이네!
안나 옷 언제까지 찢는거냐 ㅠㅠㅠㅠ 빨리 와 ㅠㅠㅠ
안나는 제대로 못 들었지만 엘사는 왕이 하는 말을 알아 들었어. 애가 들어설 수밖에 없는 알파 오메가 조합인데도 안나를 임신하기까지 2년 정도의 텀이 있었던 거라든가 말이야. 속뜻을 알아들은 엘사는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지. 정말, 왕비님, 아니, 어머님도 참 대단하신 알파야. 엘사는 무슨 예술 행위 하듯이 안나의 드레스를 마저 찢어 발겼어. 엘사의 눈에는 정말 예술 작품처럼 보기 좋았거든.
안나는 주저앉고 팔로 땅을 짚은 채야. 엘사에게는 뒷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자세였지. 안나는 기억 못할는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촉박해서 시녀들이 세팅한 머리도 평소보다 단정하지 못했고, 가녀리게 떨리고 있는 어깨에 있는 주근깨나, 땅을 짚고 고개를 떨구고 있어서 대조적으로 불쑥 튀어나온 견갑골이나, 여리게 휘어 있는 허리나, 한쪽으로 치우친 꿇고 있는 두 다리. 어느 것 하나 보기 기껍지 않은 게 없었어. 엘사는 웃음 지었지. 보고 있자니 알파의 상징이 지치지도 않는지 다시 존재감을 내세우려고 해. 하지만 이렇게 가녀리게 떨고 있는 오메가를 보니 자기를 받아낼 수나 있을지 의심스러웠지. 혼란스러운 시대가 오기 전 알파라면 이런 생각을 하긴 했을까. 엘사가 혼란스러운 시대가 오기 전에 태어났으면 안나의 안위를 살피지 않고 일단 박고 봤을지도 모를 일이야. 모를 일이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어. 지금 엘사는 안나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었지.
알몸이 된 안나를 번쩍 안아들고 엘사는 성큼성큼 욕실로 향해. 넓은 방을 가로지르는 사이 엘사는 방을 주욱 훑어봤어. 과연. 어젯밤 정사의 흔적이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아, 새 방 같아. 시녀들도 대단한걸. 엘사는 짧게 감탄사를 내뱉고 안나의 다리를 안고 있는 오른팔에 끈적이면서 달라붙는 자신의 정액과 안나의 애액을 느긋하게 느꼈어. 허벅지 안쪽부터 이리저리 뒤엉킨 체액들은 미끌미끌한 게 존재만으로도 야해서 자꾸 비비고 싶어졌지. 안나는 뭘 느끼는지 고롱고롱거리면서 엘사 목에 매달려 품으로 파고들 뿐이야.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엘사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날 줄을 몰랐지.
욕실에 도착해서 아침처럼 안나를 끌어안고 샤워기의 물을 틀어. 욕조 물은 안 받을 거야. 또 섹스할 거니까. 또 섹스할 건데 왜 씻느냐고 묻는다면
“아학…! 아… 에-엘! 으응!!”
일단 안나 안에 있는 정액을 다 빼내려고. 엘사의 기다란 손가락이 안나의 엉덩이 쪽으로 접근해서 조심스럽게 안나의 안으로 들어가. 이때까지 멍하게 깨어있는 건지 눈 뜨고 잠이 든 건지 모를 안나가 식겁하며 이물감에 몸을 비틀었지. 페니스와는 또 다른 감각에 안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엘사가 오른팔로 허리를 감고 있어서 사실상 공중에서 미약한 발장구를 치고 있는 것 같아 보였지. 갑작스러운 안나의 반응이 생각보다 훨씬 강해서 엘사도 사실 좀 주춤했어. 터져나오는 오메가향 때문에 주춤한 시간이 너무 짧았던 게 문제였지.
“으응, 하지, 마아… 흐앙! 아…후읏…!”
분명 처음에는 흐르는 정액을 빼내려고 손가락을 넣은 건데, 색스럽기만 한 안나의 반응에 엘사의 알파가 반응해. 이리저리 질 안을 누비는 손가락은 점점 섬세해지고 잔 움직임으로 변해갔지. 자신의 품 안에서 움찔움찔 떠는 안나의 이마를 보면서 어디가 약한지 가늠하며 주름 사이사이를 꼭꼭 눌러 봐. 어디를 눌러봐도 반응이 좋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특별히 반응이 좋은 곳이 있어. 엘사는 욕실의 수증기 때문에 마르지도 않은 입술을 핥아. 제 손길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움찔대며 파르르 떨기도 하면서 제 품으로 파고드는 새끼 동물 같은 이 연약한 생물을 정말, 어떻게 해야 될까. 엘사의 페니스가 더 부풀 수 없을 정도로 부풀어 안나의 고간 사이를 딱딱 쳐대. 안나는 뜬금없이 닿은 뜨거운 것에 고개를 쳐들며 새된 소리를 냈지. 그리고 처음으로 보게 된 거야. 평생을 사랑해온 사람의 근본의 알파를, 자신을 정복하고 소유할 생각으로 가득한 포식자의 눈을.
“아, 앙! 아, 아아 하아 아… 아…!!”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공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오메가의 어쩔 수 없는 유전자 때문이었을까, 엘사의 손가락이 좋은 곳을 스쳤기 때문일까, 페니스가 음핵을 달콤하게 어루만졌기 때문일까, 안나는 절정으로 치달았지. 페니스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얇은 손가락 하나마저도 조일 기세로 수축하는 질에, 안에 남아있던 체액들은 자리를 잃고 밀려나 욕실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어. 엘사는 조이는 질 안에서도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다시 질을 확장시키며 절정을 길게 유지해. 자신과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절정을 느끼는 안나의 얼굴을 보니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어느 정도 이완한 질에서 손가락을 빼내고 하얗고 투명한 체액이 묻어 있는 손가락을 안나 보란듯이 한 번 할짝이고, 헤 벌어져서 눈물처럼 타액을 흘리고 있는 안나의 입 안에 넣었지. 엘사의 손가락이 닿자 안나의 혀가 움찔 하고 놀라. 하지만 곧 조금씩 움직이더니 손가락을 감싸고 벌리고 있던 턱도 다물어 엘사의 정액과 자신의 애액이 섞인 그것을 맛있다는 듯이 쪽쪽 빨았지. 그 외설적인 장면에 엘사의 끄트머리에선 새로운 쿠퍼액이 쭈륵 흘렀어.
—–
그리고 쥬미 망설인다. 다시 한 번 욕실플 or 침대로 돌아간다…
우오오오오 나왔다아아아!!
알파오메가 사이인데 아이 태어나는데 2년이라니…!! 엄청나게 제한하는구나.. 여러가지 의미로
성님, 욕실까지 힘겹게 갔는데 한번 해야 쓰지 않것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근데 너희는 왕이랑 왕비를 누구로 상상함? 난 현 왕을 라푼젤로 생각하고 왕비를 이둔으로 상상하는 중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랫어? 난 별말 없길래 원작대로 이둔이랑 아크다르인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오 세계관이라 이둔이 알파라 해서 아크다르가 안나 낳은줄 알앗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둔 알파 아크다르 오메가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찬 같은게 있는게 과도한 섹스를 막으려고 있는 건가보네..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 어디서부터 말해야 되지? 일단 푼제리는 작위 받은 나름 귀족 가문 영애로 안나랑 베프로 좀 이따 나올 예정ㅋㅋㅋㅋ 학교 입학서부터 친했고 안나랑 수다 떠는 것도 묘사하려고 했지만 얼른 결혼하고 떡치게 하고 싶어서 전부 스킵잼… 그리고 딱히 이름은 안 나왔지만 오메가 아크다르 국왕, 알파 이둔 왕비로 생각하면서 쓰고 있닼ㅋㅋㅋㅋ 이 세계관은 호칭이 알파오메가보다 여자 남자인지에 따라 나뉘기 때문에 국왕(참고로 아크다르는 엄마가 오메가. 그래서 전여왕이라고 쓴 적 있음)이라고 은연 중 남자 오메가라는 뉘앙스로 흘리고 있었음. 안나가 즉위하면 여왕 안나, 왕비 엘사가 될 예정. 또 굳이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기사단장은 타잔이라든가. 음… 본의 아니게 혼란을 줬구나ㅋㅋㅋㅋ 근데 이거 무슨 경고 달아야 되나?
앜ㅋㅋㅋㅋㅋ 궁금해서 물어본거였는데 ㅋㅋㅋㅋ 근데 경고까지는… 엘산나가 타캐랑 어울리는 것도 아니고 중요하게 자주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 괜찮지 않을까?
지금 정액만 빼봤자 소용 없겠지. 어젯밤 질펀한 정사에 안나 안에 싸지른 것만 해도 얼만데. 사실 이렇게 물리적으로 빼는 것은 보험이야. 보험이랄까, 여흥이랄까. 자신이 알파가 아니었다면 이런 식으로 안나를 취했겠지, 하는 느낌으로. 어젯밤에 질싸 했던 건, 결혼식 직전까지 먹었던 알파 억제제를 믿는 수밖에 없어. 피임 효과도 있거든. 피임 효과가 좋긴 한데 초야가 그렇게 건강했던 거 보면 억제제가 소용 없었나 싶어서 물리적으로라도 이렇게 빼는 거야.
안나의 입이 여전히 아기처럼 엘사의 손가락을 빨고 있어. 별 테크닉 없이 쫍쫍 빨고만 있는 건데 어찌나 손가락이 부럽던지. 두 사람의 배 사이에 발기한 알파가 자기 잊지 말라면서 꺼떡거리는 것 같아. 이왕이면 침대까지 가서 조심스럽게 섹스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저도 안나도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엘사는 안나의 입 안에서 손가락을 빼고 감도 좋은 두 엉덩이를 양손으로 감싸 안았어. 알파의 손아귀에 터질 듯이 유린되는 토실한 둔부는 계속 주무르며 괴롭히고 싶은 중독성이 있었지. 안나는 아픈 건지 뭔지 애매한 소리로 엘사 품에서 끙끙 대. 묘한 가학심에 엘사는 원래 하려던 행동도 잊고 손가락 하나하나에 힘을 주며 엉덩이를 만지작거렸지. 그러다 콰득 움켜쥐기도 하고. 마음 같아선 쥐어 뜯고 싶을 정도로 가학심이 들지만 그럴 수 없으니까 안타까운 쾌감만 남아. 엘사는 입맛을 다시고 다시 둔부를 고쳐 잡아. 원래 들어올리려고 잡았던 거거든.
가벼운 안나의 몸이 번쩍 들려. 원래도 반쯤 허공에 떠있어서 안나는 갑자기 몸이 움직인 것에 약간의 멀미만 느꼈지 놀라거나 그런 건 없었어. 그저 다리로 엘사의 허리춤을 감싸안으니 음부 근처에 엘사의 페니스가 닿아. 안나 몸속의 오메가가 찌릿하고 울리는 기분이었지. 엘사의 페니스가 닿는 곳이 피뢰침이고 정수리부터 낙뢰를 맞은 기분이야. 그럴 리가 없는데, 닿는 것만으로도 의사절정에 갈 것 같았지. 안나는 더 바들바들 떨면서 엘사의 목에, 허리에 매달려. 엘사는 엉덩이를 받쳐들던 한손으로 자신의 페니스를 잡고 다른 손으론 안나가 떨어지지 않게 팔까지 이용해서 엉덩이와 다리를 받쳤어. 엘사의 어깨에 떨면서 고개를 폭 파묻고 있는 안나는 들숨과 날숨이 불규칙해. 아까의 절정과 약간의 두려움과 피지배의 묘한 쾌감과 앞으로의 행위에 대한 기대감으로 씨근덕거리며 자꾸만 앓는 소리를 내지. 엘사는 고개를 살짝 돌려 그런 안나의 귀와 머리카락에 입을 맞췄어. 이제 넣을 거야.
“으… 응… 으흡…”
여전히 찰지게 달라붙는 질구는 정사 한두 번으론 어림없다는 듯이 들어가는 게 힘들었어. 엘사보다 힘든 건 안나였지. 매끄럽고 뜨거운 엘사의 페니스가 질구에 닿자 매달려 있는 팔과 다리에 힘이 풀려 몸이 아래로 향하고 그럼 삽입을 부추기는 꼴이었지. 엘사는 자신의 페니스를 잡고 있던 손을 빼서 안나의 등을 끌어안고 신음도 내지르지 못하고 끙끙거리는 안나를 토닥여. 여전히 입술이 닿을 수 있는 곳에 연신 입맞추며 안나의 안에 더 깊숙하게 들어가기 위해서 느슨하게 엉덩이를 감싸고 있던 팔에 힘을 풀지. 반쯤 들어가자 잠시 숨돌릴 겸 멈췄어. 일부러인지, 인지를 못하는 건지 엘사에게 꼭 매달린 손은 엘사의 등에 생채기를 낸 채로 박혀 있었지.
“아파요? 뺄까요?”
안나의 귓가에 속삭이며, 엘사는 안나의 엉덩이를 다시 양손으로 받쳐들었어. 안나가 아프다면 정말로 뺄 생각이었거든. 엘사가 괜한 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정신 없는 와중에도 눈치챈 안나는 퍼득 떨면서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도리질을 쳤지. 하지만 그래도 엘사가 뺄까 봐 심호흡을 하고 다리에 힘을 풀고 스스로 아래로 향했어. 불시의 쾌감에 엘사가 허를 찔려 그나마 억눌러왔던 알파가 울컥 새어 나왔지. 결과적으로 안나가 쭉 미끄러져서 한 번에 삽입할 수 있었어. 엘사의 등에는 상처가 늘어나.
“엘, 흐윽… 에-엘, 스읏…”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도 못 부를 정도로 안나는 숨이 막혔어. 넓은 욕실은 뜨거운 수증기로 가득해서 숨을 쉬기 힘들었고, 그 수증기 사이사이로 스며들어 있는 알파향 때문에 다른 의미로도 숨을 쉬기가 힘들었지. 아직 등을 때리고 있는 물줄기마저도 애무로 느껴질 판이야. 답답해. 열기 때문인지 머릿속이 핑글핑글 돌아. 감싸고 있는 수증기가 거대하고 형태 없는 엘사처럼 느껴져. 알 수 없는 굴복감. 피지배. 강력한 무언가에게 억눌리는 압박감. 안나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고 어설프게 엘사와 눈을 맞췄어. 상냥하기만 한 나를 정복한 사람. 하지만 오메가에게 필요한 건 상냥하기만 한 정복자가 아니야. 힘들게 초점을 맞추며 안나의 눈이 뚜렷이 엘사를 향해. 단호한 안나의 표정과 달리 엘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야. 이럴 땐 백마디 말보다 좋은 게 오메가향이지. 극우성의 오메가가 욕실을 가득 채우기 시작해. 뜻은 하나였지. 엉망으로 자신을 범해달라고.
엘사의 노력이 무색하게 금방 애 낳을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냥 자신의 아내가 사랑스럽고 가냘파서 보듬어만 주고 싶은 알파의 마음을 뒤흔들기에는 충분했지. 엉덩이를 받치고 있는 양손이 다시 한 번 엉덩이를 콰득 움켜쥐어. 갑작스러운 고통에 안나가 허리를 곧추세우며 고개를 들었지. 으응, 하며 달콤한 신음 소리도 나. 반사적으로 온몸이 긴장하고 질도 꾸욱 수축하는데 엘사도 참지 못하고 더운 숨을 뱉었어. 수증기 때문에 엘사도 숨이 막히긴 마찬가지야. 안나를 안은 채 안나가 물 세례를 맞지 않도록 한두 발자국 주춤주춤 전진해서 손을 뻗어 물을 잠가. 물소리로 가득했던 욕실에 일순 정적이 찾아와. 어설프게 잠근 건지 아니면 수증기가 천장에 고였다가 떨어지는 소리인지 물소리가 또옥또옥 났지. 넓은 욕실이 조용해지니까 느낌이 이상해. 눅눅한 숨소리가 물에 이리저리 부딪치며 울리는 게 뇟속에 직접 들리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들어.
“공주님…”
엘사는 하고 싶었던 말, 걱정하는 말 다 집어넣고 안나만 불렀어. 허리를 핀 반동 때문에 엘사보다 조금 높은 곳에서 안나는 내려다봤지. 얼굴은 새빨개져서 반쯤 감긴 눈으로 오메가향과 함께 종용하는데 더 참을 필요는 없겠지. 엘사는 팔에 힘줘서 안나의 엉덩이를 들어올려. 안 그래도 물기어린 접합부가 쭈욱 마찰하는 소리가 욕실에 적나라하게 메아리쳤지.
—–
써보려고 했는데 왜 이렇게 상황이 안 되냐ㅠㅠ 현확찢
나왔다 ㅠㅠㅠㅠㅠ 현퀘 힘들지 ㅠㅠㅠㅠㅠㅠ 연휴가 끝나니 몰려오는 게 아주 그냥 혐이야 혐…
엘사 이제 짐승이 되는 거군! 힘껏 공주님의 욕망을 다 채워주고도 넘치게 ㄱㄱ
현퀘를 쥬깁시다ㅠㅠㅠㅠ힘내라 기다릴게
센세 기다리고있습니다…ㅠㅠㅜ 새해복 많이받으시길…
선생님 저도 기다리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