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주의.
3인칭의 요상한 시점주의.
고럼 즐감.
사건이 어찌어찌 해결되고 다음날 안나는 처음으로 한스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학생회장이라는 자신의 현 직분과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음의 상징인 재력을 절묘하게 사용해 그 일에 대해 일절 퍼지지 않게 했다. 그리고 안나에겐 어떤 처벌도 내리지 않았다. 안나는 그가 한 짓도 있으니 딱 절반만 고마워하고 사건에 대한 건 싹 잊기로 다짐했었다. 적어도 엘사를 다시 만나러 병실에 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녀는 학교가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병원으로 갔다. 그리고 누구보다 활기차게 엘사라고 외치며 병실문을 열었고 있어야할 사람이 없는 병실을 본 순간 고대로 얼음이 되었다. 마침 근처를 지나가는 간호사에게 안나는 엘사의 행방을 물었고 1시쯤에 퇴원했다는 대답을 들었다. 분명 이삼일은 입원해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왜 이렇게 일찍 퇴원한 거지? 이 의문이 패닉의 시작이라는 것을 안나는 몰랐다.
사실 안나는 그때당장 전화를 하면 됐으나 그녀는 자신의 폰에 엘사의 번호가 있다는 것을 모르므로 혼자 생각 속에 빠져 끙끙거리다가 포기했다. 어차피 같은 학교에 다니니 언젠간 만나겠지 하고 답이 나오지 않는 의문을 뒤로 미뤘다. 시간이 일주일정도 지나 미뤄뒀던 생각이 옅어진 안나와 같이 하교를 하던 제인은 요즘 자신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진 안나에게 문뜩 의문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프로즌작가님 만나러가지 않네? 싸웠어?”
“응?”
이때 안나의 대답은 정말 맹했다. 그녀의 대답을 들은 제인의 얼굴에는 의문으로 가득 차 재차 물었고 안나의 대답은 똑같았다. 제인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너… 프로즌작가님 찾았잖아, 친해졌다며. 덕분에 난 이렇게 싸인도 받았고.”
제인은 책가방에서 화언을 꺼내 가장 첫 장을 펼쳐 안나에게 보여주었다. 그 첫 장에는 확실하게 엘사 프로즌의 싸인이 있었다. 안나는 머리를 쥐어짜도 엘사 프로즌의 싸인을 받아준 기억이 없다. 애초에 그녀는 자신이 엘사 프로즌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젠 딱히 벨이 뭐라 하지 않아서 엘사 프로즌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엘사 프로즌을 만났다니 언제? 어디서? 심지어 친하다고?? 안나의 머리는 이제 패닉에 가까웠다.
“진정해 안나!”
제인은 안나를 보기만 해도 보이는 그녀의 패닉상태에서 건져내주었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된 안나는 이번엔 차근차근 생각해보기로 했다. 무엇부터 생각할까… 역시 엘사 프로즌부터겠지. 그렇게 머리를 정리하기 시작한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는 엘사를 떠올렸다. 떠올리고 보니 그녀를 못 본지도 일주일이 지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원래 엘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이렇게 보기 힘든 존재인건가?”
“그게 뭔 소리랴?”
“아, 내가 약 일주일 전에 작가와 동명이인인 사람을 만났거든. 성은 모르겠지만 말이야. 타이색이 파란 것으로 봐서는 3학년인 것 같았어.”
“우리학교 3학년 중 엘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프로즌작가님 뿐일걸?”
“에이 설마… 그녀는 그런 소설을 쓸 사람으론 안 보였는걸.”
“그럼 내기할래? 난 작가님 외엔 없다에 초코우유 일주일치 걸지. 너는?”
“나는 있다에 일주일치 건다.”
“콜.”
이 내기를 위해 그녀들은 교무실로 향했고 나란히 꽂혀있는 3학년출석부들을 1반부터 8반까지 살핀 결과 제인의 승으로 안나는 일주일간 그녀에게 초코우유를 받치는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에겐 그것보다는 이 결과가 낳은 의문에 절망했다. 자신이 그 사건에서 만난 엘사는 엘사 프로즌이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정신이 돌아왔을 때 엘사는 안나를 알고 있는 것처럼 그녀의 머리를 자연스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하지만 엘사와 안나가 주고받은 대화는 친한 사람이라기엔 좀 애매한 것이 있었다. 무엇보다 안나가 기억하는 것은 그 사건과 병실에서 본 것이 다였다. 뭔가 어떻게 된 거지? 안나는 점점 늘어나는 의문의 혼란 속에서 더 이상 미루는 것은 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집으로 돌아온 안나는 방에 들어가 생소하다싶은 것은 죄다 찾아 책상위에 놓았다. 처음 보는 방향제나 향수, 버리지 않고 모아둔 영수증 그리고 묘하게 깨끗한 엘사 프로즌의 소설 네 권. 책은 모르겠으나 처음 보는 향을 내는 것들과 영수증은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꽃이었다. 기억은 나지 않겠지만 안나는 추억을 하나라도 더 간직하고자 꽃을 사고 받은 영수증뒷면에 당일에 샀던 꽃의 이름을 적었었다. 그리고 작은 보석함에 차곡차곡 모아둔 것이다. 안나는 그런 영수증을 살피고 방향제나 향수를 약간씩 뿌려서 향을 맡으면서 또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그것들이 드러낸 꽃들의 꽃말들이 하나같이 다 사랑을 고백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들과 엘사가 무슨 연관이 있는 거지?? 안나는 이 의문에 실마리가 되어줄 것 같은 소설들을 살피기 위해 책을 한 권 들었다. 안나가 든 것은 이번에 나온 신작 화언이었다. 안나는 그 책을 집어 드는 순간 가슴에 묘한 통증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이 책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책 겉장을 펼친 순간 엘사 프로즌의 싸인이 안나의 눈에 들어왔다. 안나는 엘사의 싸인을 받았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싸인회라도 했었나? 기억을 더듬어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싸인회 같은데 간 기억이 없다. 그리고 벨에게서 싸인회의 ‘싸’자도 들은 기억이 없다. 애초에 있다해도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므로 가지 않았을 것이다. 안나는 다른 책도 살폈다. 그것들에도 그녀의 싸인이 있었다. 안나는 제인과의 대화와 책상에 놓여있는 물품들을 보며 자신이 엘사 프로즌과 인연이 있었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엘사는 그 일에 우연히 끼어든 운이 없는 피해자가 아닐 것 같다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안나는 나름 증언과 증거를 얻었음에도 엘사에 대해 새롭게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왜 이렇게 기억나는 것이 없지?! 나 뭔가 문제가 생긴 것 아니야?! 이런 생각이든 안나는 갑자기 두려움을 느꼈으나 금세 사라졌다. 학교생활은 평소와 다름이 없었고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거나 하는 것도 없었다. 무엇보다 사건당일 병원에서 받은 검사결과 후유증은 없다고 의사가 확답을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왜 엘사에 대한 기억만 없는 것일까? 안나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엘사를 찾아야한다는 답을 냈다.
그렇게 다시 엘사를 찾기 시작한 안나는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그녀가 있을 교실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 어디를 보아도 엘사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안나는 교실에 있는 선배들에게 엘사의 행방을 물었고 돌아오는 답은 모른다였다. 그리고 간간히 오랜만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에 아무래도 자신이 엘사를 만난 적이 있다고 안나는 더욱 확신했다. 문제는 어디서 찾아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 왠지 교실에서 찾은 건 아닌 것 같아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는 교실을 나서려는 순간 한스를 만났다. 그는 안나에게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하고는 따라오라며 그녀의 손목을 잡고 끌고 가듯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에 도착한 한스는 문을 닫자마자 인상을 쓰며 안나를 보았다. 안나는 그의 표정을 보며 뭔가 떠오를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네가 3학년교실엔 왜와?”
“엘사만나러.”
“그 녀석은 왜?”
“그건 네 알 봐 아니고.”
한스의 미간이 구겨졌다. 하지만 이내 진정하자는 듯 미간을 풀었다. 한스는 안나를 본 순간 그녀가 아직 최면에서 풀려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본인은 약 5년 동안 풀려나지 않았던 최면이다. 그는 그 생각을 하며 묘하게 고소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흥미는 금세 사라졌다. 안나가 뭔가를 떠올렸는지 고민하는 모습에 왠지 불안해졌다. 안나가 고개를 들어 한스를 본다. 그를 향한 그녀의 눈에는 확실한 의문이 들어있었다.
“묻고 싶은 것이 있어.”
“뭔데?”
한스는 최대한 불안함을 감추고 물었다. 사실 안나는 한스를 보다보니 엘사에게서 체향이 났다는 것이 떠올랐다. 모두가 알고 있는 엘사 프로즌은 베타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분명 알파의 체향이 났다. 누구보다 우월한 알파의 체향이 말이다. 그건 병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안나는 병실에 퍼진 그녀의 체향에서 편안함과 든든함 느껴 인상 깊었던 그 향을 이제야 떠올린 것이다.
“엘사 프로즌은 정말로 베타야?”
“뭐?!”
“그녀가 베타인게 맞냐고?!”
젠장. 한스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뱉었다. 불안이 현실이 된 샘이었다. 아무도 엘사가 알파라는 것을 몰랐으면 하는 그로서 안나의 질문은 상당히 낭패였다. 한스는 어떻게 대답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무작정 잡아 때기로 결심했다. 기억이 불안정한 안나라면 통할지도 모른다고 한스는 생각했다.
“맞아. 내말 못 믿겠으면 엘사에 관한 모든 서류상정보를 보여줄 수도 있어. 그것도 못미더우면 네가 직접 그 녀석에 대해 조사해보던가.”
“하지만 난 분명 그녀의 체향을… 너도 느꼈잖아?!”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난 녀석에게 그런 거 느낀 적 없어.”
안나는 한스의 진실을 묘하게 넣은 잡아 때기 식 대답에 뭐라 말하려는 잘나 종이 쳤다.
“종쳤다. 수업이나 들어가.”
한스는 기회라는 듯 할 말만 하고 교실로 돌아갔다. 안나도 어쩔 수 없이 교실로 돌아갔다. 그녀는 한스녀석에게 물어봤다 헛수고라는 것과 엘사를 찾으려면 교실외의 장소에서 찾아야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쉬는 시간과 방과 후의 시간을 엘사 찾기에 쓴지도 약 일주일이 지났다. 그 시간동안 안나는 표기할까하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엘사의 기억이 없다고 생활에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왠지 시간낭비라는 생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찾아야겠지? 종례만을 남겨둔 상황 안나는 책상에 엎어져있었다. 그런 그녀 앞에 제인이 나타났다.
“왜 이렇게 처져있어? 그날이야?”
“아니거든. 그냥 지처서 그래.”
“우리 안나가 뭐에 그렇게 지쳤을꼬?”
안나는 장난끼가 가득한 제인의 질문에 대답하듯 한숨을 쉬었다. 제인은 안나가 기운내길 바라며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안나는 기분이 좋아져 그릉거렸다.
“가끔은 쉬는 게 어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너무 과하게 사용하면 병난다.”
안나는 제인의 말에 오늘은 집에 바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나의 담임선생님은 양반되기는 글렀는지 그녀가 그런 결정을 내리자마자 교실로 들어왔고 종례는 순식간에 끝났다. 안나는 결정대로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집에서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 바로 벨이 아크다르와 식탁에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중이었다.
“벨, 오랜만이에요.”
“안녕, 안나. 정말 오랜만이지?”
벨은 그동안 해외로 출장 중이었다. 그녀는 아크다르가 가장 신뢰하는 직원으로 해외출장을 곧잘 보내주곤 했다. 엘사의 담당편집자이지만 그녀가 소설을 많이 내는 사람이 아니라서 벨은 담당일 보다는 이렇게 출장 쪽으로 더 많은 일을 했다.
“생각보다 빨리 왔네요? 보통 일주일은 있다가 오시잖아요.”
“그렇지. 아, 안나라면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엘사가 처음으로 아렌델문집에 단편을 내겠다고 했거든.”
“엘사가요?”
“응…? 뭐야? 몰랐니?”
“네…”
안나는 벨의 질문에 살짝 패닉이 오려하고 있었다. 자신이 엘사와 문학에 대해 주고받을 정도로 친했던 건가? 이 생각이 안나의 머릿속을 채워갔다.
“하긴 엘사가 일일이 보고하는 사람은 아니지. 기대해, 안나. 이번 주제가 주제라서 또 하나의 명작이 나올 것 같거든.”
“주제가 뭔데요?”
“그건 비밀.”
“그럼 그럼, 미리 알면 읽는 맛이 떠지는 법이지.”
안나는 아크다르마저 말리는 통에 더 이상 묻는 것은 포기하기로 하고 가방을 놓기 위해 방으로 향했다.
“책상위에 선물 있어.”
안나는 벨의 말을 뒤로하고 방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와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책상위에 푸른빛의 액이든 향수가 놓여있었다. 책상 옆에 가방을 두고 향수를 들었다. 작지만 예쁜 병에 담긴 푸른빛이 안나에게 기분 좋은 느낌을 주었다.
“무슨 향이려나~.”
안나는 바로 팔목에 뿌려 향을 맡았다. 향수를 뿌린 팔목에서는 물망초향이 났다. 물망초는 안나가 아네모네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부터 가장 좋아하는 꽃이다. 그 이유는 향만 맡아도 아네모네작가의 부탁이 떠올랐기 때문이지만 이제는 자신이 그렇게 사랑해마지않은 그녀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어느새 안나의 눈에 고인 눈물이 얼굴선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드디어 아무리 애를 써도 떠오르지 않던 기억들이 퍼즐조각이 되어 그녀와 함께한 수 많은 추억들을 완성하고 추억들은 하나둘 모여 안나 아렌델이 사랑하는 엘사 프로즌이 되었다. 기억이 돌아온 안나는 처음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소중하고 소중한 기억이 돌아와 정말 다행이라고. 그 다음으로는 화가 났다. 불행하게도 최면의 순간은 기억나지 않은 안나는 엘사가 분명 자신에게 뭔 짓을 했기에 이렇게 됐다고 확신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몹시 화가 났다. 안나는 당장 엘사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안나는 교복을 갈아입을 생각도 않고 방문을 박차고나와 뒤에서 들리는 벨과 아크다르의 말은 무시하며 무작정 학교로 달렸다. 정확히는 엘사가 있는 작업실로 달렸다.
“엘사 프로즌… 만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엘사는 이삼일 쉬어야한다는 의사의 말은 무시하고 퇴원을 했다. 그리고 학교 안 작업실로 돌아왔다. 사실 엘사가 한 행동은 도망에 가깝다. 그녀는 안나가 학교가 끝나자마자 병원으로 올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를 보는 것은 생각보다 괴로워서 이렇게 멋대로 퇴원을 한 것이었다. 평소와 다를 봐 없는 작업실은 왠지 더 썰렁해보였다. 엘사는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생각의 숲을 거닐기 시작했다. 그 숲의 나무에는 추억이라는 과실들이 가득했고 그 과실 안에는 밝게 웃는 안나 아렌델로 가득했다. 눈을 뜬 엘사는 체념에 가까운 한숨을 쉬었다. 그녀도 깨달은 것이다. 행복한 악몽이 늘어났다는 것을. 이번에도 내 탓이라 생각하며 다시 생각의 숲에 들어서려는 찰나 정말 기본적인 전화벨이 울렸다. 벨에게서 온 전화였다.
“여보세요? 벨?”
“오랜만이야, 엘사. 잘 지냈어?”
“…그럭저럭이요.”
“그럭저럭이라니 옆에 있는 안나가 슬퍼하겠어.”
엘사는 지금 안나가 있었다면 그랬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참, 지금 수다 떨 시간 없는데. 엘사 부탁이 있어.”
“거절할게요.”
“말은 다 듣고 판단해줘! 다음 달 아렌델문집에 단편 하나 쓰자.”
“실없는 소리.”
“제발 엘사 부탁할게. 원래 쓰겠다는 사람 다 모았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쓰게 됐단 말이야.”
“제 알 봐 아니에요.”
“그렇지 말고 부탁할게. 다음 달 주제가 꽃이란 말이야. 응? 엘사…”
엘사는 주제를 듣는 순간 하나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전화너머로 엘사에게는 통하지 않는 애교를 부리는 벨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엘사는 생각했다. 떠오른 이야기는 장편으로 쓰기에는 내용이 짧을 것 같았다. 그리고 글을 쓰는 동안에는 다시는 만나지 못 할 안나를 잠시나 잊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할게요.”
“제발 부탁… 정말?! 정말 할 거지?!”
“네, 할게요.”
그렇게 엘사 프로즌은 단편 하나를 쓰게 되었다.
엘사는 단편에 쓸 이야기를 구상하고 자료를 찾는 것은 벨의 전화를 받은 후 일찍이 끝냈다. 사실 자료를 찾을 필요도 없었다. 단편은 메일로 보내달라는 벨의 말에 오랜만에 노트북에 설치한 문서작성프로그램의 흰 바탕과 마주한 엘사는 그저 화면만 바라봤다. 엘사는 나이에 맞지 않게 연필로 원고지에 글을 쓰는 것을 고집하는 소설가다. 모든 그녀의 소설이 그녀의 손글씨 하나하나에 탄생되었다. 그런 엘사가 노트북을 쓸 때는 자료 찾기 아니면 학교숙제가 전부다. 이렇게 거의 아무것도 없다시피 한 바탕에 소설을 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이다. 잠시간 바라보기만 하던 엘사는 드디어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초반에 늘 그랬듯이 거침없이 써내려가던 글은 갑자기 중간에 멈췄다. 엘사는 안경을 벗으며 눈을 감고 콧잔등을 지그시 눌렀다.
‘눈 아파…’
안 그래도 시력이 좋지 않는 엘사에게 밝은 모니터화면은 쉽게 눈에 고통을 주었다. 잠시 쉬고 할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엘사는 커피포트의 스위치를 누르고 코코아를 찾았다. 푸른 바탕에 마쉬멜로가 가득한 코코아 한 잔이 그려진 통을 발견한 순간 엘사는 안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 게임을 시작한 이후로는 항상 안나가 타줬었는데.’
엘사는 고개를 돌려 문을 보았다. 굳게 닫힌 문은 당장이라도 밝게 미소 짓는 안나가 들어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라는 것을 엘사는 잘 알았다.
“이제 안나는 이곳에 오지 않아.”
고개를 돌려 코코아를 탄 엘사는 코코아가든 머그잔을 들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이래적인 일이 일어났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엘사에게는 이래적인 일이다. 항상 5일안에 글을 완성시키는 그녀가 벨에게 의뢰를 받고 약 이주가 지났음에도 글을 완성시키지 못한 것이다. 엘사는 그 시간동안 글을 쓰다가 멈추고 뒤를 돌아보고 다시 쓰다가 돌아보고의 연속이었다. 이따금씩 안경을 벗고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도 더불어서 말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글이 써지지 않는 다는 것에 있었다. 이번에도 1인칭시점인 글 속 인물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안나를 닮았다. 그것이 엘사가 계속 글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게 되는 가장 큰 이유였다.
‘생각해보면 그녀는 그 책에서도 안나를 닮았지. 안나가 모델이니 당연한 거지만.’
저절로 옅게 미소 지어진 엘사는 다시 글을 쓰던 손을 멈췄다. 그리고 눈을 좀 풀어준 후 뒤돌아 닫혀있는 문을 잠시간 바라보았다.
“그만해… 이제 안나는 이곳에 오지 않아.”
문을 바라볼 때마다 세뇌시키듯 같은 말을 하고 엘사는 다시 원고와 마주했다. 그리고 다시 타자를 치려는 순간 강한 마찰음을 내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무뚝뚝한 눈 속으로 놀란 엘사는 뒤를 돌아보는 순간 더욱 놀람과 동시에 괴로워졌다. 이래적인 일이 일어났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엘사에게는 이래적인 일. 안나 아렌델이 작업실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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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욕겔에 세벽쯤이지 아닐까하고 뎃글을 달았었는데 말이 씨가 됨ㅋㅋㅋ
난 분명 전날에 쓰는데 왜 완성은 다음날인건지ㅠㅠ
그건 그렇고 엘사는 그렇다처도 안나가 기억을 잃은 것 치고는 너무 침착해!!
내가 썼는데 애가 너무 별나!
그게 다 글쓴이 필력이 딸려서 그려…
여튼 슬슬 끝나가니까 마지막까지 봐줬으면 좋겠어.
이번에도 봐주신 님들에게 감사.
선감후추천. 드디어 둘이 만나는구나ㅜㅜ
드디어 다시 만났어!!! 끼야악!!!!! (오타가 있는데 알 봐->알 바)
이제 슬슬 결말로 가고있단 느낌이네..잘보고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