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갤러리

[알오/후타]꽃말 5.

유령회원 2014.09.25 05:36 조회 422 추천 12

최대한 빨리 쓴다는 것이 이렇게 됨.
오타주의.
아, 깜빡하고 전 편에 안썼는데 알겠지만 그거 안나시점임.
이번에도 안나시점.

그럼 즐감.

방학이 시작되고 일주일이 지났다. 엘사가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은지 5일이 지났다. 그녀의 방문에는 집필중이라는 글자가 크게 쓰여진 종이가 지금도 붙어있다. 저 종이가 붙은지도 5일째지. 그리고 내가 방학이후 매일 엘사의 집에 와 그저 문만 바라보다 가는 것도 5일째다. 어떻게 된 것인지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녀는 집에 온 다음날부터 집필을 시작했다. 솔직히 나는 그녀가 집필하는 동안에는 그렇게 예민해지는지 몰랐다. 그냥 평소 그랬던 것처럼 꽃을 한 아름 가지고와 그녀의 방으로 향했고 문을 열었다. 방안에서 그녀는 원고지에 집필을 하고 있었다. 그게 신기해서 말을 걸었는데… 바로 문 밖으로 던져지며 문전박대를 당했다. 그날 엘사가 의외로 힘이 세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문에 저 문구를 붙이고 문을 닫았다. 그래도 배고프거나 하면 나올 줄 알았는데… 저녁이 되어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시간이 시간이기도 해서 그냥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이 상태다. 식사 재대로 안하는 것 같은데… 괜찮은 건가? 잠은 자면서 하는 건가? 내가 간 후에는 방에서 나오지 않을까싶어 간단한 음식을 해놓고 간적이 몇 번 있었는데 음식에 손댄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다. 벨에게 엘사의 집필습관 같은 것을 묻고 싶어도 거짓말은 한 게 있어서…

“안나?”
“까악!”

나는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는 갈색머리를 푸른색리본으로 묶은 지적인 미인 편집자 벨 화이트가 서있었다. 그녀가 나를 의문가득한 눈으로 나를 본다.

“오랜만 이예요, 벨.”
“그래 오랜만이구나, 안나. 그런데 아직도 엘사를 못 찾았다는 네가 왜 여기에 있는지 묻고 싶구나.”
“실은 말이죠… 찾은 지 좀 됐어요. 하 하 하… 죄송해요.”

나는 바로 사과했다. 벨은 화난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이내 미소를 띤다.

“역시 안나라면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았어.”

다행이다. 화나진 않은 것 같다. 갑작스레 긴장이 했다가 풀려서인지 저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래서 지금까지 어디서 지내고 있었다니?”
“벨… 어째 묻는 게 누가 보면 엘사엄마인 줄 알겠어요.”
“너무해! 나 아직 결혼도 못했는데! 엘사가 고등학교에 들어가고부터 안 그래도 걱정 끼치는 애가 더 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그래서 어때?”
“음… 그러니까…”

나는 벨에게 내가 본 엘사의 학교생활을 말했다. 물론 그녀와 내가 잤다는 것과 그녀가 실은 알파라는 사실은 뺐다. 그녀를 베타로 알고 있는 건 벨도 마찬가지이므로. 하지만 벨에게는 작업실에 대해선 이야기해줬다. 아무래도 엘사가 어디서 지내는 지를 가장 궁금해 했던 벨이었으니까.

“학교에 작업실을 만들었단 말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벨이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쉬었다. 벨의 몸 전체에서 좌절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다. 엘사가 워낙 사람을 멀리하니까… 왠지 벨을 응원해주고 싶어지네.

“힘내요, 벨. 일단 소파에 앉아요. 마실 것 드릴까요?”

벨이 겨우 미소를 되찾고 소파에 앉았다. 나는 부엌으로가 주스를 두잔 따라가지고 왔다.

“고마워, 안나. 너도 이리와 앉아.”
“네.”

나는 벨의 옆자리에 앉았다. 기운을 차린 벨은 주스를 한 목음 마시더니 고개를 돌려 기대가 가득 찬 눈으로 나를 봤다. 뭘 기대하는 것인지 상당히 부담스럽다.

“그럼 엘사 찾은 이후로 계속 함께였니?”
“네, 종례만 끝나면 제가 작업실로 가 함께했죠.”
“이야기도 나누고?”
“네. 거의 제 일방적인 질문이 대부분이었지만 나름 대답해줬어요. 아, 문학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눠봤죠.”
“안나가 봤을 때 엘사는 어떤 아이인 것 같아?”
“음… 엘사는 백금발이 정말 잘 어울리는 미인이에요!”

벨이 손으로 입을 막으며 웃음을 참고 있다. 좀 민망해져서 헛기침을 했다.

“겉으로 봤을 때는 무리를 싫어하는 맹수의 왕 같아요. 아, 여왕이라 해야 하나? 여튼 무뚝뚝하고 차갑고 사람을 공기취급하고… 하지만 실은 다정하고 배려 깊은 사람이죠. 잘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벨이 엄마미소를 지었다.

“안나, 엘사 좋아하는구나?”

얼굴이 순식간에 뜨거워졌다. 벨이 웃는다. 역시 띠나나. 그럼 뭐해 정작 알아줬으면 하는 사람은 반응이 없는데. 나는 벨의 말에 답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만 해준다면 남은 삶 동안 곁에 있고 싶어요. 그녀는 그렇지 않은 것 가지만요.”
“글쎄… 어떨까?”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벨이 내 반응에 흥미롭다는 듯 웃었다.

“말하지 않으려 했는데 지금 엘사가 뭘 쓰고 있는지 알아?”
“역사소설이잖아요.”
“그렇긴 하지.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악!”

벨의 말이 끝나기 전에 묵직한 서류봉투가 그녀의 얼굴로 날아왔다. 그리고 시원한 타격음과 함께 벨의 말은 의성어로 끝났다. 봉투가 날아온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엘사가 있었다.

“원고요.”
“엘사 오랜만이야. 언제 나왔어?”
“방금.”
“으으…”

소리가 들리는 쪽을 봤다. 벨이 한 손에 원고를 들고 원고뭉치를 맞은 이마를 쓰다듬고 있었다. 벨의 이마는 붉어져있었다.

“안나… 나도 엘사에게 배려란 걸 느껴보고 싶어.”
“실없는 소리.”
“벨 아프겠다. 엘사 약상자 없어?”
“없어.”
“작업실엔 있었잖아?”
“그거 거기 처음 발견했을 때 케비넷 안에 있던 거야. 발견만 했을 뿐이지 쓴 적 없어. 그때 뒤적인 것 빼고.”

너… 그때 거기서 나한테 줄 억제제 찾았잖아. 없는 게 다행이었어! 이었으면 대체 몇 년 전 약인거야?!

“안나 바랄 걸 바라렴. 그건 그렇고 엘사, 너 또 잠 안자고 썼지.”

엘사에게서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살피니 눈 밑의 다크서클이 진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얼마나 안 잤니?”
“5일이요.”

벨은 한숨을 쉬었고 나는 눈이 커졌다. 그녀는 집필을 시작하면서 끝날 때까지 한 숨도 안 잔거다. 아니, 인간적으로 그게 가능해?!

“빨리 자!”
“안 그래도 그럴 거예요. 그러니 벨은 빨리 그거나 가지고 가세요. 안나 너도 오늘은 일찍 집에 가서 방학숙제나 해.”

엘사는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벨이 지친다는 듯 한숨을 쉰다.

“엘사의 집필습관 중 하나야. 다른 하나는 원고가 끝날 때까지 방에서 나오지 않는 거.”
“그럼 밥은 어쩌고요?!”
“물이랑 육포처럼 마른음식을 먹어. 그것도 아주 배고플 때만.”
“그래도 되는 거예요?”
“그럴 리가?! 안나… 엘사 옆에 있어줘. 넌 유일하게 엘사가 가까이 두는 사람이니까.”
“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

나와 벨은 미소를 띠며 마주보았다.

“엘사를 잘 부탁해.”

엄마들이 할 법한 말을 하고 벨은 출판사로 돌아갔다. 그럼 나는 어쩌지? 엘사는 집으로 가라고 했는데. 벨의 옆에 있어달라는 것은 지금 그렇게 해달라고 하는 게 아닌 것 같으면서 그런 것 같고.

“음….!”

무심코 고개를 드니 아직 엘사의 방문에 집필중이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나는 일단은 이라는 생각에 그 문구를 때어냈다. 그리고 방문을 봤다. 지금 이 너머에 엘사가 자고 있다. 다시 기로에 놓인다. 집에 갈 것인가. 이 문을 열고 그녀의 곁에 있을 것인가. 생각해보면 이집은 너무 횅하다. 그녀가 집필을 위해 방에 틀어박힌지 3일째 되는 날 나는 심심함을 달랠 것을 찾아 집 전체를 둘러본 적이 있었다. 2층 구조로 된 집은 1층에 2개의 방과 화장실, 욕실, 거실, 부엌이 있고 2층에 2개의 방이 있다. 그리고 마당과 이어져있는 테라스에는 흔들의자가 하나있다. 겉으로 보기에 아담하면서도 포근함이 드는 주택은 집안으로 들어서면 반전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보며준다. 거실을 비롯해 부엌도 필요한 것만 간단히 있어 횅하다. 심지어 냉장고도 물과 음료 외에는 들어있는 것이 없었다. 지금은 내가 좀 채워 넣은 것이 있지만. 엘사의 방을 제외한 남은 방들은 한 방은 2층으로 올라가 오른쪽에 있는데 서제다. 작지만 꽤 많은 책들이 있는 서제다. 특히 꽃과 관련된 책들이 많았다. 그래서 엘사의 어머니께서 쓰시던 방이구나 하고 짐작했다. 그리고 2층의 왼쪽에 있는 방은 안방이었던 것 같다. 엘사의 방만큼이나 간소하게 꾸며진 방에는 2인용침대가 있다. 하지만 서제도 안방도 왠지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썰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엘사든 다른 사람이든 청소는 하는지 깨끗했지만 그게 다였다. 사람의 온기는 없었다. 그리고 1층에 엘사의 방 옆에 있는 방에는… 아무것도 없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그 방엔 가구 같은 것들이 일절 없었다. 대신 깊은 어둠이 자리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집인 것이다. 엘사의 집은. 사람의 온기를 찾아볼 수 없는 집. 그래서 오기 싫었던 걸까? 이 집은 혼자살기에는 너무 넓다. 그리고 지금 자고 있는 엘사는 눈을 뜨면 이 횅함은 맞이하게 되겠지. 그녀가 작은 온기라도 느꼈으면 좋겠다. 나는 그녀의 방문을 열었다.

조심스레 들어간 방은 조용했다. 나는 소리없이 방문을 닫고 침대가 있는 곳을 보았다. 침대에는 엘사가 바르게 누워 자고 있었다. 아까는 좀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사복을 입은 그녀는 처음 본다. 학교에서는 작업실에서도 항상 교복을 입고 있었으니까.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불에 가려져 잘 보이진 않지만 엘사는 펑퍼짐한 옷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살금살금 엘사가 있는 곳으로 갔다. 아, 가까이 가는 그녀가 고른 숨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좀 위화감이 든다. 뭔가 빠진듯한… 그래! 체향! 지금 자고 있는 그녀의 주변으로 체향이 미세하게라도 세어나와야 하는데 향이 나지 않는다. 아무리 극우성이라도 자는 동안에는 체향이 나오는데…? 나는 손을 들어 엘사의 얼굴 앞에 흔들어보았다. 아무반응이 없다. 신기하다. 분명 잠이 든 것은 확실한데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나는 손을 거두고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잠자는 모습도 미인이다. 이런 기회는 놓치면 안 된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하나하나 관찰했다. 빛나는 흰 피부와 백금발. 엘사 머리… 자연웨이브이구나. 항상 머리는 하나로 땋아서 몰랐다. 오똑한 콧날과 자연스러운 붉은색의 입술. 거기에 머리색과 정반대되는 것같아보여도 전체적으로 특이 지금은 보이지 않는 구슬 같은 청안과 잘 어울리는 검고 짙은 눈썹과 눈송이가 자리할 수 있을 정도로 긴 속눈썹. 과연 얼굴만 그러한가?! 몸매는 또 어떻고! 운동 같은 거 안 하는 것 같은데 군살하나 없이 나올 덴 나왔고 들어갈 덴 들어갔다. 특히 가슴! 가슴은 크고 아름답게 균형이 잡혀있다. 만약 신이 있다면 엘사는 정말 신의 명작이다. 거기다 글 쓰는 재능에 머리와 손재주도 좋지. 그녀가 무뚝뚝하고 차가운 것은 신이 공평성을 위해 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음… 자는 사람을 보면서 속으로 열변을 토했더니 민망해졌다. 물이라도 마시고 와야지. 방에서 나가기위해 문 쪽으로 향하는데…

“어머니…”

엘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그녀에게선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작지만 슬프고도 애절한 목소리가 분명하게 내 귓속으로 들어왔다. 나는 시선을 침대 쪽으로 옮겼다. 엘사의 눈에서 한줄기의 눈물이 흘렀다. 놀란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어깨를 흔들었다. 갑작스러운 외부의 자극에 그녀가 눈을 떴다.

“엘사 괜찮아?”

그녀가 말없이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길게 내려온 앞머리를 위로 넘기듯이 쓸며 나를 올려다봤다. 그녀의 눈은 언제 울었냐는 듯이 여느 때처럼 무뚝뚝해졌다.

“…분명 집에 가라고 했을 텐데.”

그녀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방학식날 한스들을 쫓아냈을 때처럼 위협의 날을 세운 차가운 목소리다. 엘사가 화가 났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왜? 난 슬픔에 잠긴 그녀를 꺼내주고자 깨웠을 뿐인데?!

“집에 가.”
“싫어!”

그녀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체향은 여전히 숨기고 있으니까. 그런 무언의 협박쯤은 견딜 수 있어!

“엘사 너 방금 전까지 울고 있었단 말이야. 그래서…”
“네 알 봐 아니야. 남이 울든 말든 무슨 상관…”
“상관있어! 왜냐하면 난…”
“그만 집에나 가.”
“무시 하지 마!”

화가 난다. 역시 그녀는 내 감정을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사랑해. 사랑해, 엘사. 그래서 그랬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슬프고도 애절하게 울고 있는데 어떻게 그냥 보고만 있겠어.”

엘사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곧 엘사에 의해 침묵은 사라졌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방을 채웠다. 너무 슬퍼서 고통스러워서 미처 버린 같은 그녀의 웃음소리는 내 가슴을 괴롭게 우그러트렸다. 한참은 이어질 것 같은 웃음소리는 곧 끊였다.

“사랑… 사랑이라… 그것만큼 덧없는 것도 없는데. 너도 그렇고 어머니도 왜 그렇게 사랑에 목매는 거지? 아니면 사랑 같은 덧없는 걸 원하는 것이 오메가들의 본능인가?”
“엘사?”

엘사의 목소리에 차가움은 사라지고 허무함이 묻어났다. 고개를 숙인 탓에 그녀의 눈을 볼 수는 없지만 좀 지친 듯 했다.

“안나… 넌 도대체 그 덧없는 것을 내세우면서까지 내게 뭘 원하는 거야?”
“원하다니 그런 거 없어! 난 그저 네가 악몽을 꾸는 줄 알고…”
“악몽이라…”
“난… 난 네가 그런 꿈꾸지 않고 푹 잤으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엘사의 손이 내게로 오는가 싶더니 눈 깜짝할 새에 그녀의 밑에 깔려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가웠다.

“그래… 악몽이라 한다면 그럴 수 있지. 안나 그거 알아? 알파든 오메가든 마음만 먹으면 체향이 풀려나지 않게 하면서 잘 수 있어. 하지만 단점이 있지?”
“…뭔데?”
“깊게 잘 수 없어. 눈뜨기 전까진 무조건 렘수면 상태인거지. 그래서 늘 꿈을 꿀 수밖에 없어. 난 그렇게 11년을 살았어.”
“엘사…”
“그렇게 해야지만… 어머니를 볼 수 있으니까.”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그렇구나. 그 미소의 슬픔과 그리움은 어머니를 향해있었던 거였어. 엘사는 손을 움직여 양갈래로 묶인 내 머리를 풀었다. 그리고 일부 머리카락을 잡아 살짝 들어 올렸다가 빗질하듯 놓아주었다. 그리고 손은 움직여 내 눈가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러고 보면 넌 어머니를 닮았어. 머리카락도 그렇고 눈도… 하지만 무엇보다 미소가 닮았지. 순수하면서도 태양 같은 미소… 신기해, 딸은 난데 닮은 건 너라니. 신의 장난인가.”

처음 본다. 그녀가 미소를 유지 한 체 나를 보고 있다. 아니… 어머니를 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런 거라면 지금도 아픈 가슴이 더 아플 것 같다.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마. 어디까지나 닮았다고 말하는 것뿐이야. 어머니를 보는 감정과 너를 보는 감정이 같을 리가 없잖아. 아무리 어머니께서 오메가라 할지라도 어머니는 어머니니까.”

엘사의 눈이 다시 차가워졌다. 역시 미소는 어머니한정인 것 같다. 보지도 못한 그녀의 어머니께 질투가 난다. 그녀가 내 손을 들어 손등에 잎을 맞추고 때어낸다. 예상치 못했던 행동에 놀란 나머지 체향이 조금 세어나갔다. 엘사의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

“안나… 내가 11년 동안을 그렇게 살아왔는데 단 한번 깊은 잠에 빠진 적이 있어. 언제인 줄 알아?”

나는 가만히 있었다. 왠지 짐작이 갔다.

“너를 처음 만났을 때야.”

그녀의 눈이 천천히 움직이면서 나를 본다. 꼭 그녀가 잠들어있을 때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점은 적어도 난 저렇게 차갑고 감정 없는 눈으로 보지는 않았다.

“안나 넌 정말 얄미울 정도로 사랑스러워.”

이건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가 말을 끝내기 무섭게 고개를 숙여 내 목덜미를 물었다. 부드러움 따윈 없이 이로 강하게 물고 빤다. 그녀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고 속으로 다시 한 번 관계를 원한 적은 있었다. 사실 매달 오는 히트사이클기간만 되면 체향을 풀어 그녀를 유혹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생각하는 관계는 이런 게 아니다. 나는 두 팔을 들어 그녀를 밀어냈다. 그녀는 의외로 쉽게 고개를 들었다. 모든 걸 얼일 것 같은 차가운 눈이 나를 바라봤다.

“네가 원하던 거잖아. 내가 깊이 잠들었으면 좋겠다며. 그럼 협조해 줘야하는 것 아닌가. 내가 봤을 땐 히트사이클기간만 되면 원했던 것 같은데.”

얼굴에 열이 올랐다. 그것도 알고 있었던 거야?!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녀는 내게 당황할 시간조차 주기 싫은지 이번엔 귓불을 물었다. 순수한 고통만이 몰려온다.

“아파! 엘사… 아프다고!”

다시 팔을 들어 엘사를 막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았다. 나는 두 팔에 모든 힘을 실어 엘사를 밀어냈다. 너무 힘을 주었는지 그녀가 침대에서 떨어졌다. 나는 놀라서 내가 아픈 것도 잊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엘사?!”

그녀가 웃는다. 아까와 같은… 슬픔을 넘어 비명과도 같은 웃음소리. 다시 금방 웃음소리는 끊겼고 엘사는… 내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안나 아렌델씨… 당신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내가 그날 당신을 안은 건 발정나서 괴로워하고 있는 네가 불쌍해서야. 그리고 당신이 매일 나를 찾아오는 것을 막지 않은 것은 그런 일이 있고도 이곳을 찾아오는 네게 호기심이 생겨서일 뿐이야. 하지만 그것도 이제 시시해졌어. 그러니 그 모든 걸 없었던 걸로 해줄 순 없을까. 제발 이제 그만 찾아와.”

엘사가… 누구보다 우월한 알파가 내게 부탁한다. 그녀의 눈을 볼 수 없다. 고개를 숙이고 부탁하고 있는 당신은 대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왜 그렇게도 혼자이고 싶어 하는지. 왜 차가움 안에 슬픔과 괴로움을 꼭꼭 묻어두면서 나를 밀어내려하는지. 나는 아직도 당신에 대해 모르는 것이 더 많기에 당신이 이렇게 강하게 밀어내도 내 사랑은 변하지 않기에… 난 당신을 찾고 곁에 있을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를 안았다. 차갑다. 늘 느끼는 거지만 그녀의 피부는 그녀만의 물망초를 감싸는 겨울의 향처럼 차갑다. 이렇게 해서 조금이도 그녀가 겨울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면 싶어서 더 강하게 안았다.

“싫어. 그럴 수 없어. 그러기엔 내 마음이 이미 네게 보여줬던 꽃들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많이 피어나버렸거든.”

엘사의 반응을 기다린다. 그런데 반응이 없다. 왜지? 왠지 기다려야할 것 같아서 가만히 있었는데 그녀의 몸이 축 처지고 그렇게 꼭꼭 숨기던 체향이 세어나오는 것이 느껴져서 놀랐다. 그리고 어깨에 닿은 그녀의 이마가 이상하게 온도가 높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팔의 힘을 살짝 풀었다.

“엘사 너 열이 있는 것… 엘사!”

고개를 들어 본 그녀의 이마에는 땀이 비 오듯 하고 있었다.

“그래서 집에 들어가지도 않고 엘사를 간호하고 있었다?”
“네.”

지금 나는 벨 앞에서 무릎 꿇고 앉아있다. 이게 어찌된 상황인지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어제 엘사가 열이 난 것을 깨닫고 힘들게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다음날까지 간호해주었다. 이때 실수한 것이 있다면 부모님께 미리 외박할 것임을 전화하지 않았다는 것. 덕분에 부모님의 걱정이 백두산천지만큼 치솟아 벨에게 전화를 했고 벨이 혹시나 해서 엘사의 집에 왔는데 내가 그녀의 손을 잡고 잘 자고 있더라. 그래서 지금 이렇게 벨에게 혼나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다행인 것은 벨이 베타라는 것과 알파의 체향농도가 점점 짙어지고 있는 곳에서 내가 발정날 것을 잘 참고 엘사를 간호해주었다는 것 정도 일 것이다. 나는 소파에 앉아 무섭게 하지만 엘사보다는 덜 무섭게 내려다보는 벨에게 어제의 일을 뺄 건 빼서 말해줬다. 벨이 한숨을 쉰다.

“안나… 나한테 말 안한 것 있지? 예를 들어 귀를 다친 이유라든가…”

벨의 흠짓 놀라 반사적으로 다친 귀를 가렸다.

“엘사가 그런 거니?”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벨의 눈이 가늘어졌다가 금방 풀었다.

“네가 아니라고 하니 믿어줄게.”

벨은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안나. 내가 왜 네게 엘사를 만나달라고 부탁했는지 아니? 그것도 찾는데 지쳐가는 너를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조르면서 말이야.”
“그만큼 엘사의 현황을 알고 싶었던 것 아니에요?”
“그것도 있지만… 네가 엘사를 구원해줬음 해서야. 내가 해야 하는 일을 네게 떠맡긴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말이야.”
“아니요, 괜찮아요. 덕분에 엘사를 만났으니까.”

나는 죄책감에 빠진 벨에게 응원을 담아 미소 지었다.

“신기하단 말이야. 딸이 못 가진 미소를 네가 가지고 있으니 말이야.”

아, 어제 엘사도 그렇게 말했는데. 음… 벨에겐 물어도 되겠지?

“벨… 당사자가 아닌 사람에게 묻는 것이 예의가 아닌 것은 알지만 엘사의 가족에 대해 아는 것이 있다면 가르쳐주시겠어요? 엘사는 왠지 물러도 알려주지 않을 것 같아서 못 물어봤거든요.”
“확실히 예의는 아니지만 네 예상도 정확하니까 내가 아는 한으로 알려줄게. 사실 내가 아는 거나 네가 아는 거나 거의 비슷하겠지만.”
“그게 무슨 뜻이에요?”
“일단 들어봐. 가장먼저 정보가 거의 없는 엘사의 아버지부터 예기해줄게. 그에 관한 것은 선생님께 들은 것이 다거든.”

선생님? 벨이 엘사 말고 담당 있는 작가가 있던가?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건 그는 엘사와 같은 백금발의 우성 알파야. 그리고 이 집을 선생님께 선물로 주셨다는 것이 다야. 지금 그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는 모르겠어.”
“이 정도 집을 선물로 주는 알파라니… 재력가인가 봐요. 그건 그렇고 선생님이라니… 엘사의 어머니도 작가였어요?”
“뭐야 몰랐어? 그 정도는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너 엘사의 방에 있는 책장 못 봤어?”
“자세히는 안 봤는데요.”
“그럼 지금이라도 자세히 보고와. 안보면 후회할걸?”

나는 머릿속에 의문만을 채운 체 엘사의 방에 들어갔다. 그녀는 아직도 자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표정이 한결 풀어졌다는 것. 아, 지금은 엘사를 신경쓸데가 아니지. 나는 바로 책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자세히 살피고자 고개를 들어 책장의 맨 위의 칸을 봤는데 한 눈에 들어왔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아네모네작가의 꽃말시리즈! 이 시리즈가 유일한 작품이지만 이것덕분에 팬들 사이에서 그녀의 별명은 꽃의 연금술사였다. 와… 이걸 여기서… 응? 이상하다? 그때 아네모네작가에 대해 말했을 때는 모르는 것 같았는데? 나는 다시 머릿속에 의문만을 담은 체 방에서 나와 벨이 있는 거실로 향했다. 응? 생각해보니 그때도 엘사는 미소를 띠었었다.

“보고 온 거야? 안나치곤 의외의 반응인데?”
“벨… 혹시 엘사의 엄마가…”
“응, 아네모네선생님. 본명은 이둔 프로즌. 엘사의 어머니시지.”

아… 엘사가 꽃말에 백전백승인대는 이유가 있었구나. 아네모네작가님께서 엘사의 어머니셨으니 그녀가 모르는 꽃말은 거의 없다 봐야한다. 그만큼 꽃에 대해 해박하신 작가님이니까.

“제가 알기론 작가님께선…”
“11년 전에 돌아가셨지. 자살로.”
“자살이요? 아니에요, 언론에서는…”
“잘못된 약물사용으로 인한 사고사로 나갔지. 정신이 들었을 때는 어떻게 손쓸 틈도 없이 모든 언론이 그렇게 내보냈지. 하지만 난 봤어. 당시 담당이었던 선생님의 다음 작품을 위해서 갔던 이 집에서 자신의 동맥을 끊고 흘러나오는 피웅덩이 속에서 꼭 잠든 것처럼 죽은 선생님을… 그리고 당시 8살이었던 엘사도 봤지.”
“엘사도요?!”
“그래 엘사도… 그때부터 일거야. 안 그래도 또래보다 성숙해서 잘 들어나지 않던 감정들이 더 들어나지 않게 된 것은. 그때 엘사의 눈… 정말 아무감정도 들어있지 않은 것 같았거든…”

8살… 이제 막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할 나이. 그 나이에 그녀는 유일한 가족을 잃었다.

“선생님은 너 못지않게 감정이 얼굴에 잘 들어나시는 분이셨어.”

벨의 눈이 반짝인다. 벨도 나 못지않게 아네모네작가님을 존경했구나.

“특히 웃을 땐 꼭 빛나는 태양을 보는 듯 했지. 내가 처음으로 담당하게 된 분이 그런 좋은 분이라서 행복했지. 그래 선생님과 함께한 3년은 행복했어. 그건 엘사도 마찬가지 였을거야. 밝게는 못 웃어도 선생님 앞에선 곧 잘 웃었으니까. 그때만 해도 그 행복이 그렇게 쉽게 깨질 줄은 몰랐어.”

벨의 눈이 쓸쓸함과 죄책감으로 탁해졌다.

“선생님의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야. 하지만 나의 선생님은 두 분이거든. 이제부턴 또 한분의 선생님이신 엘사 프로즌선생님에 대해 이야기해줄게.”

나는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벨은 감정을 다스리듯 한숨을 쉬었다.

“너도 알다시피 엘사가 아렌델문학상으로 등단한 나이는 8살이야. 그리고 그게 그녀의 데뷔작이 되었지. 그 데뷔작을 엘사에게 공모하자고 한 사람은 나야.”

몰랐다. 벨이 엘사를 문인의 길로 이끌었구나.

“사실 아네모네선생님께서 돌아가신 직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 도망쳤거든, 모든 것이 무서워져서. 한 달은 이 집에 발길을 끊은 것 같아. 그러다 문득 엘사가 생각이 났어. 그래서 집에 찾아가니 신기하게도 엘사가 있는 거야. 솔직히 고아원 같은 곳으로 갔을 줄 알았거든. 엘사는 문만 열어주고 방으로 들어갔어. 일단 뭔가 말이라도 걸어보자는 심정으로 따라 들어갔는데… 엘사가 원고지에 뭔가를 미치듯이 써내려가고 있더라구.”

벨이 잠시 말을 멈췄다. 나는 그 틈을 타 부엌으로가 물을 한 잔 따라서 돌아와 벨에게 주었다. 물이 든 잔을 본 그녀가 미소를 지으면서 받았다. 그 미소는 슬퍼보였다.

“고마워. 그러고 보니 계속 바닥에 앉게 했구나. 여기 와서 앉아.”

나는 이야기에 집중한 나머지 이제야 저림이 느껴지는 다리를 두들기면서 소파에 앉았다. 벨은 물을 한 목음마시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게 궁금해진 난 글이 빽빽하게 적힌 원고지를 하나들어 읽었지. 안나는… 아직 못 읽어봤지? 엘사의 데뷔작.”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충격이었어. 고독을 주제로 한 그 글은 읽어나갈수록 정말 순수하게까지 느껴졌거든. 그걸 8살의 아이가 쓴 거야. 글을 읽다가 언뜻 본 아이의 눈은 어느새 소설가의 눈이 되어있었지. 그때 나가든 생각은 이글을 더 많은 사람들이 봐야한다는 거였어. 때마침 아렌델문학상이 공모 중이었고 아이의 글은 마무리되어가고 있었지.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공모전을 제안했지. 분명 이거라면 등단할 수 있을 거라면서 등단하게 되면 내가 담당을 해주겠다고도 했지. 그 말을 했을 때 엘사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나는 벨의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대답했다.

“글을 쓰고 그 글로 이 집에 있을 수만 있다면 하겠다고 했어. 자신은 이 집에서 혼자 살 거라고. 그때 알아봤어야했어. 아이가 서서히 어둠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엘사의 작품에 미친 나는 그 당시 그걸 보지 못했어. 그저 작품이 세상에 알려지기만을 바라고 완성되자마자 공모하고 그렇게 엘사는 소설가가 되었지.”

벨이 한숨을 쉬고 물을 한 목음 마셨다.

“엘사가 등단하고 아렌델출판사와 계약했지. 물론 대부분 내가 한 거지만. 그리고 내가 엘사를 담당하게 되었고 그날부터 거의 매일 시간이 날 때마다 엘사를 보러갔지. 엘사는 자신의 작품을 구상하는 중에는 끼어드는 것을 싫어해서 나름 진지하게 구상하는 것을 보다가 집필을 할 때쯤에 맞춤법 같은 것을 도와줬지. 그땐 아직 초등학생이었으니까. 학교도 잘 다녀오고 글 쓰는 것도 열심이해서 그땐 별문제를 못 느꼈어. 문제는 엘사가 중학생이 되고서야 알게 되었지.”

벨의 미간이 구겨졌다. 그 모습은 자신을 자책하는 것 같아 슬펐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3개월 정도가 지났을 때였어. 여느 날처럼 엘사를 보기위해 갔는데 엘사가 방에 없어. 나는 집안 곳곳에 엘사를 찾아다녔고…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엘사는 자신의 방 옆방에 있었어.”
“옆방이라면…”
“그래 아무것도 없는 방말이야. 그 방은 아네모네선생님 때부터 아무것도 없었어. 문제는 그 방에 있는 엘사였지. 엘사는 그곳에서 몸을 웅크리고 앉아있었어. 나는 걱정이 되서 다가갔지. 웅크리고 있어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약간 얼굴이 붉은 거야. 어떻게 손을 이마에 댔는데 평소 차가운 머리가 뜨거워. 놀란 나는 엘사를 방에 있는 침대로 대려다 주기위해 일으켜 세우려는데 갑자기 엘사가 웃기 시작하는 거야. 나는 그 웃음에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어. 웃음은 생각보다 짧았어. 잠시 침묵이 흐르른 뒤 엘사가 내게 말했어. 자신이 사는 이유는 고통 받기 위해서라고. 행복이나 구원 따윈 원하지 않는다고. 그러니까 나를 그냥 내버려두라고…”

벨이 힘든 기억을 꺼냈다는 듯 한숨을 쉬고 물을 마셨다.

“그때 알았어. 엘사의 어둠이 이미 내가 손쓸 틈도 없이 깊어졌다는 걸. 그리고 내가 엘사의 어둠에 미쳐있었다는 것을. 왜나면 자신의 깊은 어둠을 들어낸 엘사의 모습은… 내게 처절하게 아름다워 보였거든. 그걸 깨달은 나는 순간 겁이 났어. 내가 나로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거야. 그래서 또 도망쳐버렸어. 거의 반년은 이 집에 오지 않았어. 그러던 어느 날 엘사에게서 전화가 왔어. 원고 가지러오라고. 그리고 지금을 유지하고 있지.”

벨이 이번엔 속 시원하다는 듯 한숨을 쉬고 남은 물을 다 마셨다.

“미안해, 안나. 그리고 부탁할게. 너라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엘사를 만나달라고 부탁한 거야. 사실 그냥 서로 시간 맞춰서 만나게 할 생각이었는데 고등학생이 되자마자 거의 집이 들어오질 않아서. 뭐 이 집 보면 엘사의 심정도 이해는 가는데… 그럼 이사를 가면 될 텐데 그건 그것대로 싫어하니까. 부탁해 안나. 네겐 이 말밖에 해줄 수 없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고개를 내려 벨의 손을 잡으려고 했는데 나와 그녀의 손등에 물이 떨어졌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울고 있었다. 그래도 눈물은 신경 쓰지 않고 벨의 손을 잡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엘사의 곁에 있을게요. 꼭… 곁에 있어 줄 거예요.”

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어느새 울고 있었다.

일이 있는 벨이 출판사에 가고 나는 다시 엘사의 방에 들어가 어느 정도 시원함이 사라진 물수건을 다시 찬물에 담가 시원하게 한 뒤 엘사의 이마위에 놓았다. 엘사는 아직도 자고 있다. 5일을 밤샌 것도 있으니 많이 피곤하겠지. 지금 그녀의 방에 물망초가 한가득 피었다. 겨울 속에 핀… 아이러니한 물망초. 이런 향을 가지고 있으면서 사람을 잘도 밀어낸다. 엘사는 본인에게서 물망초향이 난다는 것을 알까? 엘사, 난 네 향의 꽃말처럼 절대 널 잊지 않을 거야. 내 진실한 사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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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편은 나름 중요한 편인데…
내가 쓰고도 뭘 썼는지 모르겠다. ㅠㅠ
슬슬 분량도 걱정 되고…
빨리쓰겠다고 했는데 이 모양이고…

결론은 이번에도 봐주 신 님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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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1. ㅇㅇ 2014.09.25 05:37 삭제

    헐 내가 일빠다 읽고올게

  2. ㅇㅇ 2014.09.25 10:59 삭제

    엘사가 숨겨진게많네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3. ㅇㅇ 2014.09.25 11:14 삭제

    잘봤다. 중간에 꽃의이름 이라는 만화책에서 본 장면이나 대사가 나오는 것 같은데 참고한거냐?

  4. 신음경 2014.09.25 11:15

    끄흡ㅜㅜ 이둔얘기가 조금 풀렸는데 왜 엘사가 이둔 죽고 고통받기위해 산다고 하는건지 궁금하고 안타깝다ㅜㅜ 원작 안나가 문을 계속 두드린것처럼 꽃말 안나도 엘사의 닫힌 문을 계속 두드려줬으면 좋겠다.알팡 꽃말 요새 자주 업뎃 해줘서 개쫗아!! 그리고 마지막에 알파향이 퍼졌다고 안하고 물망초가 한가득 피었다고 표현한거 개꿀.. 팬티 갈아입고 옴

  5. 유령회원 2014.09.25 15:37

    맞아! 알고있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이 글 엘사의 모델이 그 만화 남자주인공임. 그래서 표현력이 제로에 가까운 글쓴이가 인용한 글이 많아요.ㅠㅠ
    혹시 기분상한게 있다면 죄송.ㅠㅠ

  6. ㅇㅇ 2014.09.25 19:47 삭제

    역시! 기분상한게 아니라 반가워서 그랬다ㅋㅋ 언제나 잘 보고 있다. 다음편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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