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갤러리

젠가타워; 현대 대학물 AU

마룬CK 2015.07.17 07:34 조회 1534 추천 7

밑에 안순둥이랑 벤츠엘인하 꼭 쓰고 싶었는데 결국 새글로 올리고 기존 설정 다 뒤집어엎음. g!p이지만 부담없이 가볍게 쓰는거라 노잼일듯. 로코물 장르는 문외한인데 뭐 도전할겸ㅇㅇ.. 뻔하디뻔한 클리셰의 향연이 난무 예정될 썰입니다 쨘-쨘.

대학물이라 했지만 정작 대학생활은 주축이 아니 될 것 같다ㅋㅋ 지역 이름이나 그 외 등등 막 막 떠오른데로 지은것이니 현실과 전혀 무관. 외쿡+울나라 짬뽕인 고차원 배경이라 여기고 새털보듯 가벼이 읽어줘ㅎㅎ

타캐주의/지나가듯 나오지만 g!p엘사가 타캐랑 자는 거 자주 나옴. 섹파개념이기에 주요인물로 등장할 일은 절대 없음!

안나에게만 벤츠가 될 예정일 엘인하씨는 프로즌 대학교 3학년, 전교 제일 가는 퀸카로 할리우드 스타나 다름 없는 유명인산데 그 이유는 조각 같은 천상미모와 키는 173, 모델하기엔 작은편이나 비율이 뺨치는 비너스지. 무엇보다 아렌델 회장님의 하나뿐인 외동딸이라는 넘사벽 스펙이 결정적. 아렌델 코프레이션은 수많은 글로벌 대기업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그런 회사. 현대 모습을 갖추기 전 나라의 역사와 함께 했다 해도 과언은 아니지. 아렌델 그룹이 망하면 한 국라가 경제공황의 길을 걸으거란 추측성 신문 기사도 났었어. 주가는 국내에서 1~2위 아래로 떨어진 적 없지. 우리나라 CJ처럼 대규모라 생각하면 쉬워. 앞으로도 독수리가 날개치고 하늘 위로 치솟듯 비장충천할 거야. 아무튼 알코프-아렌델 코프레이션 줄임말- 현회장 차기회장이신 아크다르 뒤를 이어야 되는 엘사 아렌델은 의외로 아크다르와 이둔의 말씀은 고분고분 잘 듣는 편이지만 주변 사람들에겐 고삐 풀린 망어지마냥 안 되는 개날라리임. 보통 흔히 생각하는 질나쁜 양아치라기보단 부잣집 딸내미답게 품위 있고 겁나 오만하게. 자기애가 강해서 본인 감정이 충실해. 그래서 변덕이 심하고 감정기복도 왔다리 갔다리해서 웬만한 아부쟁이들도 비위 맞추기 넌더리내는 편이야.

의료의 손길을 빌리는게 죄악이라 느껴질 정도로 본래 태어난게 완벽한 걸 엘사 본인 스스로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이용할 줄도 알지. 여자 남자 안 가리는 바이 행세하지만 여자를 더 좋아함. 섹스할 때 애무와 키스따윈 죄다 스킵하고 정복의 쾌락을 즐기는 편. 남자는 적당히 즐기다 갖고 놀고 부려먹고 일회용기마냥 버리는 용도. 건장한 성인 남성마저 쪼그라든 당근에 불과하게 만드는 거근의 소유자라 엘사가 g!p으로 뇌가 녹아내리는 쾌락을 맛 본 여자들은 어떻게든 붙잡으려 매달리지. 전화하면 당장 달려와줄 쭉쭉빵빵한 섹파들도 발에 치일만큼 널렸어. 그중 할리우드 으뜸에 드는 여배우나 아이돌도 많아. 아직 대학생 주제에 전무후무한 인생.

엘사는 주변 질투와 부러움이 섞인 시선을 굉장히 즐겨서 학교 공식상 번지르르한 킹카들이랑 몇번 사겨준 경험도 있어. 죄다 일주일도 안 갔지만 엘사 평판엔 절대 흠나지 않아. 쫑났단 소문이 퍼졌다 싶음 알아서 다가오는 년놈들이 산처럼 수두룩. 백인하의 전매특허처럼 선글라스와 섹시한 눈표범을 연상케하는 눈빛과 굴곡선은 두 말 하면 입만 아파. 지금도 엘사에 대해서 떠들썩하나 엘사가 신입생이었을 당시엔 아주 주야장천 따끈따끈 했던 핫이슈. 신입생 때 순백의 코닉세그 아제라 슈퍼카 끌고 다녀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떴었지.

물론 자기멋대로에다 입에 달고 사는 육두문자가 대표적인 엘사 성격을 몸소 뼈저리게 겪은 어린양들은 좀 쉬쉬하다만 정말 상사병 걸린만큼 반해버려 용기 있게 고백하는 것들도 적지 않어. 세상 참 불공평하다고 성적은 성격처럼 못나지 않거든. 머리가 좋은데 본인이 공부를 안 하는 케이스야. 수석은 아니지만 상위권에 속해. 조금 빽의 경향도 있었어. 후에 아렌델 차기 회장인 어마어마한 장래도 그렇고, 중요한 건 프로즌 대학교 재단이 알코프거든. 아크다르 회장님과 같은 나잇대인 대학교장님마저 자기 딸내미대 엘사에게 굽신굽신.

제3자가 보면 엘사가 있는 학교는 통제할 수 없는 눈표범을 가젤들이 모인 터에다 풀어놓은 광경이랄까. 유일히 통제수단인 현 아렌델 회장님과 사모님은 도를 넘지 않는 이상-이건 법 소송까지 가는 범주 하에- 사생활까지 간섭하지 않기 때문에 엘사도 최소한만큼 선을 넘지 않으려 해. 현재로부터 2년 전쯤 새롭게 뜬 신인 여배우가 섹스비디오로 자기랑 헤어지면 퍼뜨리겠다 협박해왔었어. 이 일은 이둔이 잘 뒷수습했지. 두번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완전 삭제하고 철저히 포맷함. 벌로써 엘사는 대학교 2학년이 끝나고서 바로 휴학. 2년 간 외국에서 지냈어. 혼자 소소히 좋아하던 취미로 평화로운 자숙기간을 보냄. 그 뒤로 성격이 약, 간 누그러진 편. 그래도 24년 일생동안 절여진 본질은 사라지지 않죠. 여차저차 대학생활에 적응되자 자동 원상복귀.

3월이 다가오고 복학 신청한 엘사는 늘 따라오는 시선을 받지만 대학 잘만 다님. 동기들은 대부분 졸업했지만 예닐곱 명 정도 남아있었어. 친한 건 아니라서 그냥 인사하고 안부만 묻는 정도. 학과는 곧 대학 졸업하고서 후계자 수업 받은 뒤 곧바로 CEO가 될테니 경영학과라 합시다. 엘사의 명성은 2년의 공백이 무색하게도 활발함. 다시 지긋지긋한 고백의 향연이 이어지고 2년 전처럼 생활이 돌아와. 학교에서 만난 장난감들은 적당히 만나주고 질릴 때쯤 미련없이 바이바이. 클럽이랑 술, 섹파로 하루하루 보내며 시간은 이에에에잉에에에으이에에 흘러서 5월 중순쯤 되었을 때 안나를 만났어. 좋지 않았다면 좋지 않은 첫만남이야.

백주대낮 오후 1시, 장소는 이름하여 교내 카페 ‘오큰의 떠돌이 모임소’였어. 이날따라 엘사는 기분이 나쁜 상태. 누가 옆에서 숨만 쉬고 있어도 짜증이 날 정도로 심기가 불편. 왜냐면 눈 뜨기 전에 생생하게 꾼 꿈 때문이었어. 계속 떠올라 엘사는 견고한 팔자눈썹으로 미간을 잔딱 좁힌 채 카페 한복판 자리에 앉아 우월하게 긴 다리를 오른쪽으로 꼬고서 까딱이고 있었지. 부셔버릴 듯 쥐고 있는 카페 진동벨은 아직 감감무소식이야. 교내 카페치곤 제법 프랜차이즈 수준이라 일반인들도 제법 오는 카페였어. 학교 위치는 도심 사거리에서 좀 더 들어가 어느 길 중간쯤. 아무튼 엘사는 아침부터 내리 꿈 생각 중이었지. 도대체 이걸 악몽이라 해야되나 흉몽이라 해야되나. 아니면 그냥 개꿈인가.

꿈 내용은 간단하고 괴상했어. 엘사 한손에 폭 들어올 크기의 쪼막만한 붉은 여우가 바닷속에서 난데없이 튀어나오더니 엘사 거근을 앙-! 뜯어버릴 기세로 물어버린 꿈이었거든. 작은 몸집에도 송곳니나 이빨은 다 붙어있으니 꿈인 건 둘째치고 그냥 존나 아팠어. 목청 찢어져라 비명지르고 볼썽사납게 바닥을 나뒹굴며 눈물을 찔끔 흘리기까지. 씨이발 존나 아퍼!! 고통에 허덕이다가 죽여버릴 심산으로 이상하게 우물쭈물 움츠러든 여우를 잡으려는데 신기루마냥 안 잡혀지는거야. 분명 코앞에 있는데 안 잡혀서 으아아아아아악 괴성지르다 깨버렸지. 심장이 쿵쾅쿵쾅 날뛰고 헐벗은 아랫도리가 뻐근했어. 여기서 엘사는 잘 때 다 벗고 잠 ^ㅁ^ 아직 꿈과 현실을 구분 못한 엘사는 곧바로 이불 들춰서 물건 잘 있나 확인해. 모닝발기로 우뚝 선 야구방망이 같은 거근은 무사했어. 어디 이빨 자국도 없고. 젠장, 그날 왔나. 몽정이라도 꿈이 뭔 이따구야. 사실 본인도 웃길 법한데 너무 아팠던 통증이 잔류처럼 체내에 맴돌아서 헛웃음도 안 나왔지. 눈 뜨자마자 기분이 바닥 친 엘사는 몸을 돌려 퀸 사이즈 침대 납작 엎드리곤 베개에 파묻어버린 얼굴을 있는 그대로 잔뜩 구겨버렸지. 오전 수업은 없어서 1000명이 넘는 핸드폰 연착처 중에 아무나 연락해 자기 사는 오피스텔로 불러내고 화풀이하듯 흥퍽흥퍽 박아댐.

그 쪼만한 붉은 여우를 떠올린 엘사는 내가 살다살다 그딴 해괴한 몽정을 꿨구나, 치부하지. 예지몽이라는 건 꿈에도 모르고. 어찌됐든 오늘은 전공수업이 없고 3시간짜리 역사 교양 하나만 있어서 다행이야. 이건 출첵만 하고서 중간쯤 나가도 되거든. 그래서 가방을 비롯한 전공책이나 필기도구는 일절 없어. 일명 불금이라 일컫는 평일의 마지막 금요일이라서 오늘 학교 끝나는데로 클럽에 가기로 일정을 정했지. 수강신청날 깜빡 자버려서 금요일에도 수업 있어. 아무튼 이따 20분 후에 수업 시작이야. 약 1시간 후쯤이면 엘사는 이미 자기 오피스텔 안일거야. 클럽 가기 전까지 쇼핑이나 할까. 그때 진동벨이 우우우우웅 울렸어. 아이스 카페모카가 막 나온 모양이야. 금요일이라 한적하지만 은근히 북적북적한 교내카페에선 학생들이 많이 지나다녔지. 본관 정문 중앙홀 바로 왼편에 있어서 교차지점이라 딱히 커피가 목적이 아니더라도 많이 지나다녔어. 지금 점심시간쯤이라 그런가 금요일치곤 부산스러워.

진동벨을 건네자 픽업 카운터에 휘핑크림이 오뚝이마냥 솟은 카페모카가 있었어. 엘사의 까만 눈썹이 씰룩거렸지. 휘핑크림을 얼마나 높이 쌓았는지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뚜껑은 못 덮고 옆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어. 커피가 아니라 무슨 그레이트 사이즈 콘 아이스크림 수준이야. 비록 휘핑크림 처넣어달라 주문했다만 이건 뭐 엿먹이는 것도 아니고. 알바생 남자가 엘사에게 환심 받고 싶었나. 만약 사심을 담은 거라면 이건 오바야. 휘핑크림 싫어하지 않고 한동안 물 먹듯이 먹을 정도로 좋아하는 쪽인데. 시발, 이건 들고 다니기 쪽팔린다. 덜어달라 말하기도 귀찮아. 잠깐 고민하다 엘사는 적당할 만큼만 휘핑크림 먹고서 강의실에 자리잡기로 했어. 지금은 평소보다 더 단게 땡기기도 하니까 뭐 이건 조용히 있어주지. 혼자 듣는 수업이라 뭐 딱히 얼른 오라 보채는 파리들은 없으니까 느긋히 가도 돼. 생각을 끝마친 엘사는 왼손엔 아이스크림 수준인 커피를, 오른손엔 동그랗게 볼록한 플라스틱 용기 뚜껑을 쥐고서 아까 앉은 자리로 가기 위해 막 돌아섰는데-.

벽에 밀려온 듯 누군가와 부딪혔어. 아-씹. 욕지기를 지껄이려던 엘사는 인상 찌푸리며 잠깐 비틀거리다 말았지만 몸집이 작던 상대방은 엉덩방아 찧고 말았지. 여자애. 누구겠어 당연히 안나. 문제는 엘사 손에 든 플라스틱 용기가 완전 기울여지며 커피 내용물이 모두 넘어진 안나에게 고대로 부어졌지. 홍차 빛깔마냥 붉디붉은 윤기가 흐르는 스트로베리 블론드 위로 걸쭉한 짙갈색 카페모카가 폭포마냥 좌르르르르르르르.

“….”

“….”

순간 카페내에 있던 모든 시선이 둘에게 자석처럼 몰렸어. 얼어붙은 침묵속에서 엘사는 나직히 “…시발.” 이라 중얼거렸지. 미안한 맘은 사실 먼지 입자만큼도 없었어. 단지 커피랑 휘핑크림이 아까워. 그 첨탑 같던 휘핑크림은 붉은 정수리에 푹 떨어졌다가 이윽고 쏟아진 갈색 액체에 흐물흐물 중화되어버려서 더 끈덕하게 만들어버렸어. 설상가상 같이 쏟아진 얼음이 돌멩이마냥 와르르 휘핑크림과 뒤섞인 커피액으로 샤워한 안나의 머리에 떨어지곤 바닥에 나뒹굴었지.

알바생도 경악해서 굳어버리고 시간이 정지한 듯 카페에선 고요한 정적이 흘렀어. 정작 커피 주인인 엘사는 진한 청바지 입은 오른쪽 종아리에 커피 몇방울이 튄 것 말고는 말짱. 반면에 안나는 커피샤워. 안나 주위로 얼음 잔해와 갈색 커피로 웅덩이가 형성된 것 같았어. 유광 처리로 번들번들한 마호가니 스타일 콘플로아 바닥재라 이거 치우는데 알바생들한텐 별 지장은 없을 테지만 안나는 어째. 하늘하늘한 아이보리색 원피스가 엎질러진 커피와 크림들로 처참해. 옷도 어디 레플리카보다 못하는 싸구려 시장통에서 사 입었나. 엘사는 저 옷은 입으라 사정해도 절대 입지 않을 거야. 대신 걷어차주겠지.

저 사람 엘사 아렌델 아니야? 저 빨간 머리 여자애가 먼저 부딪혔어. 일부러는 아닌 거 같은데. 아무튼 쟤가 부딪혔어. 지 잘못이네. 어떡해, 완전 제대로 맞았다.

웅성웅성. 시끌벅적해지자 시간이 다시 움직이듯 돌석마냥 굳어있던 안나가 느린 동작으로 다리부터 따라가 무심한 눈으로 저를 내려다보는 엘사를 올려다 봐. 눈이 파랗네. 엘사는 무망중 안나의 눈색이 저와 비슷하다 느끼면서 불현듯 꿈에서 봤던 붉은 여우가 떠올랐어. 왠지 모르게 닮았네. 이런 생각이 들자 더더욱 미안해지지 않아. 지가 부딪힌 잘못. 그러게 커피 가져가는 픽업 카운터쪽으로 왜 걸어다녀? 픽업 카운터 옆쪽에 본관 서쪽부관이 이어져 있어 왕래가 잦긴 하지. 하여튼 엘사한테 커피액이 튀었으면 되려 안나가 멱살 잡혔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

“……어.”

멍청한 목소리에 엘사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지. 겨우 이런 걸로 유체이탈했나. 왜 이리 행동이 굼떠. 나무늘보마냥. 못마땅한 듯 혀를 쯧쯧 찬 엘사는 안나가 저기 먼 시골에서 올라온 촌뜨기라 생각했어. 생긴거나 옷 꼬라지나 시골 얼뜨기 맞네. 안나는 엘사 취향과 반대쪽에 가까웠어. 엘사 판단하는 미의 기준은 간단한데 현실적으로 힘들어. 저와 비슷하게 길쭉길쭉한 기럭지에 가슴은 C컵 이상. 외모야 예쁜 건 둘째치고 주근깨 같은 거 없이 하얗고 깨끗해야 돼. 너 보니까 풀었던 성욕마저 차갑게 식어들어간다. 쯧쯧. 속으로만 평가내리곤 혀를 다시 내둘렀어.

한참 말이 없던 엘사는 이 상황과 전혀 연관없는 사람처럼 매끄러운 동작으로 완전 뒤집어진 각도로 아직 손에 들려있던 빈 플라스틱 용기를 픽업 카운터에 도로 내려놔. 뚜껑도. 그리고 바지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곤 안을 뒤적거리더니 느닷없이 커피 세례 맞아 넋두리를 놓은 안나에게 내밀었어. 엘사가 움직이자 수근수근거리던 잡음들이 일순간 멎어버렸지. 영화를 지켜보듯 모든 사람의 시선이 집중됐어. 그 시선을 공기 대하듯 완전 무시한 엘사가 지갑에서 꺼낸 것은 다름 아닌 하얀 수표. 엘사가 수표를 건네는 행동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카페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지갑에서 나온 것이 손수건으로 착각할 정도였지.

다음 이어지던 엘사의 말이 툭 내던지듯 나온 순간 모두 경악해버리고 말았지만.

“이거면 옷값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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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
  1. 쉼터지기 2015.07.17 10:03

    히익 엘사 싸가지인 것 보소;;;

  2. 흥선 2015.07.17 12:24

    예지몽 뭐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막만한 여우가 앙 이라니ㅋㅋㄲㅋㅋㅋㅋㅋㅋㅋ 엘여왕님이 안나한테 코 꿰인다는 말인데 여왕님 이상형 말해주는거랑 정반대라 꿀잼예약ㅋㅋㅋㅋㅋㅋㅋ c컵에 노주근깬데 공주님은.. ㅋㅋㅋ큐ㅠ

  3. ㅇㅇ 2015.07.17 14:56 삭제

    엘싸가지 내취향 ㅋㅋㅋㅋㅋ
    백인하 버전인데 덜 미친 백인하 존좋 ㅋㅋㅋ
    담편 얼른 주떼여 빼애애애애애애애액!!!>o

  4. 섹시한멱살 2015.07.18 17:47

    옷값만 주고 죽은건가요. ㅜㅜ 뒷부분 언제나옴미까!

  5. 마룬CK 2015.07.19 16:02

    쓰다보니 괜히 늘어져서 노잼삘이라 막판에 자잘한 장면은 좀 대강대강 넘어간 흔적이 보인다.. 담편에 안나에 대해서 서술 나옴ㅇㅇ..
    ——————————-

    오큰의 떠돌이 모임소 카페의 테마는 짙은 빛깔의 마호가니와 단풍나무 형색을 바탕으로 그을린 나무 인테리어가 특징인 엔틱이었어. 널따란 한쪽 벽면은 유리로 일체화 구조라 정오엔 햇볕이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와. 조명 밝기를 부드러이 낮추어 촛불을 켠 듯한 아늑스런 중세시대의 오두막을 연상케했지. 이런 분위기 속에서 노트북과 책은 필수품일 것 같았어. 게다가 한창 청춘의 활자 대학생의 일터이자 터전인 대학교 안에 있으니 흔히 떠올리는 카페 풍경이 사진처럼 늘상 펼쳐져있지. 교내 카페치고는 제법 크고 시설도 프랜차이즈 못지 않게 편해서 항상 인파로 북적였어. 주말에도 기숙사 학생들과 프로즌 대학생이 아닌 외부인들도 와글와글 붐비는 곳이야. 알바 시급도 옛다 거저 먹으란 식으로 꽤 짭짤해서 알바 자리싸움이 치열해. 무엇보다 요즘 커피가 밥값보다 비싼데 이곳은 다른데보다 반값. 오히려 학교 손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이야. 카페 사장인 오큰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몰라. 삽시간에 학교 명소로 뜬 떠돌이 모임소 카페의 감성적인 인테리어는 전적으로 엘사가 설계했다는 걸. 의외의 사실이지. 4년 전만 해도 원랜 널빤지 집이 떠오르는 싸구려 카페였는데 엘사가 입학한지 한 달도 안 지나서 새로 리모델링했어. 음악도 틀지 않지만 소소히 시끌벅적해. 딱히 이 사실을 널리 퍼뜨릴 생각이 전혀 없을 뿐더러 자랑하고 싶지도 않아. 그래도 엘사는 나름 가벼운 애착을 가졌어. 작품이기도 했으니까. 2년의 자숙 기간동안 즐겼던 엘사의 취미 중 하나는 인테리어 디자인. 아마추어라 하기엔 제법 뛰어난 솜씨를 가진 능사야. 알코프 본사 부분부분 엘사가 꾸미기도 했어.

    지금 엘사의 인테리어로 구축된 떠돌이 모임소는 시베리아 서릿발이 돋아날 것 같은 싸늘한 분위기였어. 대학생이 삼삼오오 모인 카페지만 텅 빈 강의실마냥 삭막한 정적이 흐르고 있었지. 엘사가 내민 하얀 수표, 옷값 발언. 얼마나 놀랐는지 뭐라 말도 못하고 넋두리 놓는 안나. 이 기류를 더 얼어붙게 만드는 경악에 찬 탄성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어. 누구의 잘못이라고 명명할 순 없지만 자신이 놓친 커피 때문에 커피를 뒤집어쓴 사람한테 남의 똥 보는 얼굴로 돈 들이밀고서 이걸로 옷값되냐며 내뱉는 건 절대 예의가 아니지. 뭐, 자기 세상이 전세계의 중점으로 여기는 엘인하 씨가 타인의 이목을 염려하며 생전 처음 보는 남에게 사과하겠어. 감히 나랑 부딪힌 잘못으로 거무죽죽한 커피나 뒤집어쓴 거라 여겨. 다름이 아니라 엘사 본인이 질색하는 부류 중 하나인 촌뜨기한테 성의 없는 사과조차 꿈에서도 절대 하지 않을거야. 안 그래도 개꿈보다 더 개꿈 같은 걸 꿔서 기분도 바닥을 기다 못해 뚫고 들어가는데 형식상 예의조차 갖추고 싶지 않는데 뭘 기대해.

    길 가다 느닷없이 뺨 맞은 사람처럼 상황 파악이 아직 안 된 안나랑 눈이 마주치자 엘사는 자동적으로 훑어봐. 머리와 얼굴은 물론이고 목으로 흘러내려가 옷속까지 들어가 속옷까지 젖었겠네. 너무 넘쳐서 면에 다 스며들지 못하고 허벅지 사이쯤 원피스 위로 커피가 고인 걸 보니 아주 제대로 커피폭포 맞았어. 엔티크한 인테리어와 명도를 낮춘 은은한 조명 아래 홍차 색조를 띈 안나의 풍성한 붉은 머리는 갈색 커피액으로 엉망진창. 머리칼 끝엔 커피가 방울져서 뚝 뚝 떨어지고 있었지. 떨어진 곳도 본래 같은 출처였던 커피가 고인 곳이라 물소리가 들렸어. 참 가지가지한다. 전혀 미안한 마음이 없는 엘사는 넋 놓는 안나를 한참 바라보다 짜증스레 인상쓰며 수표를 더 들이밀었지. 수표 끝이 못 먹게 된 카페모카가 뚝 뚝 낙오하는 안나의 똥글똥글한 콧망울을 스쳤어. 하얀 수표에 묻어버려 모서리 정점이 옅은 갈색이 번져졌지. 안나는 봤지만 엘사는 못 봤어. 만약 엘사가 봤으면 휴지 버리듯 수표를 안나 앞에다 버렸을거야. 주는 개념이 아니라 진짜 버리는 의도로.

    “안 받아? 부족하니?”

    사실 저 정도 수표면 안나의 못 입게 된 원피스보다 엄청 비싼 명품 옷을 살 수 있어. 그렇다고 저 상황에서 누가 저 돈을 좋다고 받을까. 뭐 금전에 목 메는 사람이면 받을 수 있겠다. 보험이라 여기면서. 하여튼 안나가 만약 온순한 성격이 아니었다면 엘사는 저 자리서 머리끄덩이 잡히든 뺨 후려맞든 했을거야. 올해 입학한 신입생이었던 안나는 프로즌 대학교 얼음여왕과 미친년이란 타이틀을 동시에 가진 엘사를 잘 몰랐어. 둘이 같은 과이긴 했지만 엘사는 이번 해 신입생 관련 과 행사는 일절 참여하지 않았으니까. 귀찮아서.

    “아 시발. 귓구멍 처막혔나, 사람 말 무시해?!”

    화내야 될 사람이 화도 못내고 있고 화내면 안 될 사람이 당장 한대 칠 분위기니 어딘가 어긋나간 상황이야.

    안나 몰골은 눈에도 안 들어오는 엘사에겐 이 사태는 시간낭비이자 쓸모없는 에너지 허비야. 그래, 그 망할 여우는 액운을 제대로 가져다준 흉몽이었어. 저 빨간머리 년이 내 귀물 물어버린 여우년이구나. 현 상태에 인내심을 요구하기 어려운 엘사는 표정을 무섭게 일그러뜨리며 빽 윽박질렀지. 실시간 표정 변화를 본 안나가 겁에 질려 몸을 떨었어. 헐, 대박이다. 어디 구석에서 들리는 구경꾼 목소리에 피가 거꾸로 솟구칠 것 같은 짜증에 엘사의 푸른 안광은 더 험악하게 일렁였어. 그러자 또 다시 싸한 침묵이 내려앉았어. 엘사를 알고 있어 카페 알바생들은 안나를 도와주지도 못하고 눈만 땡그랗게 뜬 채 지켜보기만 했지. 그 외 학생들은 그저 놓쳐선 안 될 흥미로운 구경거리를 지켜보며 눈을 반짝거렸어. 몇몇은 엘사 몰래 스마트폰으로 영상 찍는 중이었지.

    “아, 저-.”

    드디어 말문을 튼 안나가 두 손을 제 가슴팍 앞으로 꼭 모아쥐더니 이젠 눈두덩으로 흘러내리는 휘핑크림을 치워냈지. 엘사가 무서운건지 생애 처음 맞은 커피벼락 때문인지 손끝이 덜덜 떨고 있었어. 그 행동조차 아니꼽게 노려보던 엘사는 문득 콧속을 누비는 묘한 짠내에 완벽한 콧잔등을 팍 구겨버렸지. 개코마냥 냄새에 굉장히 민감하거든. 본인이 피곤할 정도로 후각이 예민하단 말이야. 카페모카 단내 속에 묘연히 섞여있는 은은한 짠내. 마치 바다 비린내 같았어.

    반면 엘사가 냄새 때문에 인상을 더 찌푸리자 안나는 그것도 모르고 “저, 그게, 어-.” 말을 더듬거리며 죄지은 사람처럼 기어들어가는 억양과 함께 고갤 수그렸지. 허이고, 멍청이 아니랄까봐 말도 제대로 못하고 화도 못내네. 소리없이 코웃음친 엘사는 수표를 단숨에 자기 얼굴처럼 꾸깃꾸깃 구겨버렸어. 엉덩방아 찧은 자세 그대로 안나가 뭐 잘못한 강아지 같이 엘사 눈치만 살폈어.

    “죄, 죄송합니다아….”

    풉-. 카페 구석에서 차마 숨기지 못한 비웃음이 터져나왔어. 지금 공기조차 짜증나는 엘사가 매서운 눈초리로 근원지에 시선을 메다꽂자 숨막히게 조용해져. 아, 오늘따라 거슬리는 날파리들 존나 많네. 미리 말하자면 풉, 웃은 사람은 엘사가 아니야. 수많은 구경꾼 중 한명이었어. 남자 같은데. 찾아내면 죽빵 날릴 태세로 샅샅이 수색했어. 성난 호랑이가 따로 없었지. 차가운 대양을 담은 눈과 마주칠 때마다 남녀 불문하고 괜히 딴청피우며 몸을 숨기기 바빴어. 구질구질한 거머리들. 정말 꼴도 보기 싫다는 듯 인상을 구긴 엘사는 수표를 쥐지 않은 왼손으로 안나를 일으켜 세우기 시작해. 제법 난폭한 손길이 무서웠는지 안나는 차가운 손이 몸에 닿자 크게 놀랐어. 한쪽 팔뚝을 움켜잡고 억지로 일으키는 동선은 아주 신경질적이었지만 엘사는 아주 공자가 된 심정으로 선심 쓴 거야. 한손으로 잡자 생생하게 느껴지는 삐쩍 마른 팔뚝에 다시 혀를 찼어. 이거 무슨 앙상한 나뭇가지도 아니고. 이런 애는 가슴이 미성숙한 애새끼마냥 빈유일거란 말이지. 옷 벗고 달려들어도 사양이야.

    직접 허리까지 숙이고 시간, 에너지 낭비를 싫어하는 엘사가 일으켜 주는데 안나는 제저리서 허둥댔어. 갑작스런 상황에 얘가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아니면 아까 엉덩방이 찧으면서 정신이 없는지 일으켜 세워줘도 비틀거리자 다시금 관자놀일 꿰뚫는 짜증이 일어나. “똑바로 못 서?” 경고하는 뉘앙스로 읊조리자 안나가 또 다시 “죄송합니다….” 움츠러들었어. 죄송합니다 말할 사람은 따로 있는데 말이지. 금방 으어어엉 울음보 터질 것마냥 울먹이는게 엘사는 미간을 모으며 겁나 듣기 싫다 생각해. 어눌하게 말끝 늘어뜨리는 것도 맘에 안 들어. 입을 확 틀어막아버리고 싶단 말이야. 일으켜주는 도중에 내가 왜 이래야 되는거지? 의문이 들면서도 끈기 있게 다리에 힘이 없는 안나를 완전히 일으켰어. 눈높이가 어느정도 가까워지자 달척지근한 초콜릿과 쌉싸름한 커피 냄새가 콧속으로 들어왔지. 아, 망할. 아까운 내 커피.

    눈 부릅뜨고 앙칼지게 따지려들면 가차없이 뺨데기 후려갈길 생각이었는데. 안나가 제대로 일어서자 커피폭포 맞은 꼴이 좀 처량해 보여. 물에 젖은 개새끼처럼 축 쳐진 몰골로 죄송하다 말하니 넘어가주기로 했지. 지금은 그저 끌고 온 애마에 올라타 쪽잠이라도 취해야겠어.

    “죄송하면 다음부터 조심해라, 엉? 눈에 띄면 나한테 처맞는 수가 있어.”

    소리없는 경악이 조용한 카페에서 울려퍼지고 엘사는 꼬깃꼬깃 수표를 구겨버린 손을 쥐고 검지로 안나 이마를 꾸욱 꾸욱 두 번 눌러댔지. 물론 조금이나마 깨끗한 부위를 검지 끝으로 밀어댔어. 이제 곱지 않은 시선이 저를 뒤따라오며 꽂히는 걸 무시하곤 그대로 카페에서 나가버렸지. 아, 나가기 전에 안나 앞에다 수표를 억지로 쥐어줬어. 잠깐 스쳤던 피부 촉감이 꽤 부드럽다 생각하면서도 이제 볼 일 없다는 듯 등돌렸지. 말 더듬거리며 저를 붙잡으려는 음성을 무시했어. 수업은 이미 늦었고, 그냥 자체휴강행이야.

    학교 본관을 나와 오른쪽으로 쭉 가면 큰 회관을 지나가 끝엔 주차장이 있어. 5월 중순이라 예전보다 제법 더워진 건물 그림자가 기울여져 햇볕이 닿지 않는 주차장 구석엔 엘사의 애마 중 하나인 눈처럼 새하얀 벤틀리 세단이 단연 눈에 띄어. 운전석에 앉자마자 문득 졸음이 쏟아졌지. 잠깐 사이 피곤해졌나봐. 엘사는 좌석을 살짝 뒤로 젖히고 눈을 붙였어. 또 그 쪼다만한 여우 같은거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예상보다 빨리 잠들었는데 다행히 아무 꿈도 꾸지 않았어.

    엘사가 다시 눈을 떴을 땐 정확히 오후 3시 46분. 깊이 잠든 것에 비해 시간은 오래 지나지 않아 짜증에 절여진 기분은 한결 풀어졌지. 뒤늦게 안나한테 조금 찔리기도 했어. 에라 몰라. 그게 어떤 꼴로 다니든 말든 내가 무슨 상관. 엘사는 혼자 투덜투덜거리며 백미러 위쪽에 달린 안경 수납공간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먼지가 살짝 낀 갈색렌즈를 극세사 면으로 대충 닦고 당장 해외여행 갈 연예인처럼 우월한 자태를 뽐냈지. 그저 선글라스를 쓴 것 뿐이지만.

    이 길로 집에 돌아가 저녁까지 다시 잠들어서 기력 충전하든 독서든 뭐든 해야겠어. 차를 부드럽게 몰자 정문까지 가는데 꽤 깨끗하고 풍경 좋은 캠퍼스 전경이 길을 트고 있었어. 본관 앞 연회색 돌포석으로 드넓은 광장 끝엔 다소 폭이 좁은 인도가 있지. 정문과 후문이 냇가처럼 이어진 차도를 새하얀 벤틀리가 매끄럽게 달렸어. 옅은 분홍색 향연이 수놓던 벚꽃 거리는 이젠 푸르른 신록의 나뭇잎으로 가득해. 자연의 건강한 색을 띈 산뜻한 초록색 휘추리 잎이 따사로워진 봄볕 더위를 잠시 피할 수 있게 옅은 그림자를 내려놓아 거리 가득 드리워져있어. 각자 대학생다운 복장으로 캠퍼스를 노니는 사람들을 힐끗힐끗 가벼운 눈짓으로 살펴보던 엘사가 우뚝, 분주했던 눈짓을 멈춰서게 만든 여자애한테 시선이 꽂혔어. 쟤…. 한껏 눈이 가늘어진 엘사는 한손으로 선글라스 내리며 빤히 지켜봤지. 포인트치고는 아이보리색 원피스 등판에 번진 갈색 얼룩이 더러워보인단 말이야. 바비 인형만한 크기로 뒷모습이었다가 사람 걸음보다 훨씬 빠른 새하얀 벤틀리가 몇 초도 걸리지 않아 앞서갔지. 앞모습을 보니 두꺼운 책들을 껴안은 채 잔뜩 풀이 죽어 더벅더벅 걷는 안나였어. 햇살을 받아 단풍잎처럼 붉은 자태를 더 내비치는 머리칼에 아직 커피와 휘핑크림 자국들이 보여. 등판보다 가슴팍 쪽이 훨씬 엉망이었지. 저 꼴로 한두 시간 동안 학교 돌아다닌 건가. 허. 엘사의 입에서 기가 막힌 탄성이 새어나와. 안나를 앞서 지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새하얀 벤틀리는 차 도로가에 들어가더니 주차한 것마냥 정지했지.

    차가 멈춰섰지만 엘사 시선은 여전히 안나에게 고정된 듯 단단히 꽂혀있었어. 목과 어깨를 뒤쪽으로 틀며 “저거 완전 미친거 아냐?”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운전석 문을 벌컥 열어젖히며 차에사 내렸어. 눈에 밟혀서 좀 가라앉은 짜증이 또 다시 찾아와.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텐데 말이야. 아마 한두 시간 지났는데 커피세례 맞은 꼴 그대로 다니다니. 화장실에서 머리 대충 씻기지도 않은 것 같아. 그럼 저 물에 빠진 생쥐꼴로 수업 들었거나 이제껏 캠퍼스를 활보했단 결과가 나오는데. 쪽잠 자고서 차분해진 기분이라 엘사는 내심 찔리기도 했거든. 또 저게 보통 거슬려야 말이지. 겁나 처량해 보여서 버려진 개새끼 같잖아. 불현듯 작년에 끊은 담배를 다시 피우고 싶어졌어.

    “야!”

    바닥보며 걷던 안나가 화들짝 놀랬는지 크게 몸을 떨고 와르르 책을 떨어뜨렸어. 엘사랑 눈이 마주치자 눈을 댕그랗게 뜨는게 진짜 개 같아. 선글라스 휙 벗자 세상이 눈부시게 밝아졌지. 밝은데서 보니까 안나 몰골이 더 선명하게 보였어. 커피로 푹 젖은 머리칼이 뭉쳐서 가닥가닥 늘어져 있는데다 원피스는 걸레짝이야. 한 걸음에 안나 앞에 선 엘사는 아득바득 이를 갈며 안나 상태를 못마땅하게 훑어내렸지.

    “너 그 꼴로 이제까지 다녔어? 와, 진짜 어이없네…!”

    글쎄 누가 어이없어야 될 상황인데 이상한 광경이야. 또 왜 엘사가 왜 화난 목소리가 튀어나가는지 뭔. 엘사는 그저 내가 어지간히 저 촌년 싫어하나보다 생각했어. 꼬질꼬질한 꼬라지가 정말 짜증나. 병신 같이 책 떨어뜨리고 눈은 똥개마냥 동그랗게 뜨고. 그냥 지나치기엔 계속 떠오를 것 같아서 더 짜증나.

    “저, 수업 듣고 바로 지-집에 가는 중인데요.”

    황급히 안나가 몸을 굽히더니 주섬주섬 책들을 다시 품에 안았어. 표지 앞에 찍힌 바코트를 보니 도서관 책이야. 뭐 연애소설 같은 건줄 알았더니 이것저것 뒤섞여 있었어. ‘R9K’? 제목이 저게 뭐야? 다른 건 ‘누가 내 치즈를 먹었을까’, ‘역사를 알아보자 쨘☆쨘’, ‘존나 복잡한 경영경제학’, ‘머리 터지는 회계원리에 대한 이해’등등. 문득 설마 이 촌뜨기 나랑 같은 과인가 생각이 뇌리를 스쳐지나갔어. 멍청해 보이는데 공부는 꽤 잘하나봐. 진짜 의외였어.

    “니 집 어디야, 기숙사야?”

    “근처 원룸촌에서 자취해요-.”

    겁에 질려 안 타겠단 안나를 억지로 자기 차 뒷자석에 밀어넣은 건 엘사야.

  6. 흥선 2015.07.20 00:49

    죄송합니다라니ㅜㅜ 안순둥이는 험한세상 어찌살아가려고 저렇게 순해빠졌는지원ㅜㅜ 나중가면 벤츠엘인하여왕님께서 캐리해주시긴 하겠지만.. 지금 호구마냥 착해빠져서 찌통ㅜㅜ 옆에서 마냥 부둥부둥해줘도 모자란 순둥인데ㅜㅜ 안나 행복하게해주세요

  7. ㅇㅇ 2015.07.20 01:16 삭제

    안나 개불쌍ㅠㅠ 수업 듣느라 옷도 못 갈아입고ㅠㅠ 어이구ㅠㅠ 엘사가 좀 캐리해주려나ㅠㅠ

  8. ㅇㅇ 2015.07.20 15:25 삭제

    엘싸가디 안순둥이 너무 조아욧ㅠㅠ

  9. ㅇㅇ 2015.07.22 00:33 삭제

    다으으응ㅡ으으ㅡ으음!!!!

  10. ㄴㅇ 2015.07.22 05:27 삭제

    벌써끝났니..?

  11. 마룬CK 2015.07.22 12:14

    많이 늦었지? 미안ㅠㅠㅠ 엊그제 거의 다 썼었는데 저장도 안 한 상태에서 핸드폰이 갑자기 지멋대로 재부팅해갖고 다 날려먹어서 다시 쓰느라ㅠㅠ 안나에 대해서 쓸 타이밍을 놓쳐버림.. 다음에 진짜 안나에 대해서 세부설정이 등장할 타이밍일거 같어…ㅇㅇ 좀 많이 늘어진다만 처음 만난 하루정도만 이럴듯ㅎㅎㅎ 빨리 진도빼고 싶…다…
    —————————————–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우여곡절 끝에 엘사는 드디어 자신의 오피스텔로 향하게 됐어. 안나랑 같이. 참내, 내가 살다살다 저런 애를 집으로 데려가다니. 그것도 오늘 처음 만났는게 말이야. 그래, 사람 살면서 어떤 일을 겪을지 그 누구도 모른다더니. 30분. 짧은 시간동안 겪은 일들이 아주 오랫동안 기억속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올 것 같아. 태어난 순서는 정해져 있어도 가는 순서는 모르는게 인생이니라. 정말 오늘 나 세상 하직하는 날일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자 엘사는 여러모로 버라이어티한 오늘 같은 날은 인생 최초이자 마지막이길 간절히 바랬어. 처음으로 사람한테 본의 아니게 커피 들이부어버리질 않나, 난생 처음 달동네 같은 원룸촌도 가보질 않나, 오늘 초면인 띨띨이년이 -고의가 절대 아니라 사고였지만-가랑이 사이에다 손을 갖다대질 않나, 운전 인생 중 처음으로 사람 칠 뻔하고.

    아니 시발, 아무튼. 엘사가 지금 기분이 가라앉은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어. 오늘 처음 만난 찐따 같은 기집애가, 비록 실수였지만 초면부터 내 페니스를 더듬거리기나 하고. 더 기가 막힌 건 지도 안나도 엄청 놀랬는지 눈이 튀어나올 기세로 커진 똘망한 파란눈이 자꾸 떠올라. 묘하게 남근이 스알스알 간지러운 게 엘사는 그날이 왔다 확신했지. 이거 상당히 타이밍은 좋지 않아. 날 때부터 양성인이었던 엘사에겐 한달마다 한번씩 약 일주일 동안 겪는 증상이 있지. 여자들이 겪는 그날처럼 말이야. 유난히 성욕에 메말라져. 그렇다고 섹스를 주야장천 해대도 갈증에 바닷물 마신 것처럼 해소되지 않아. 이거 뭔 발정기라 일컫어야 될 거 같아. 엘사 취향과 정반대인 안나한테마저 일말의 충동을 느껴버렸으니. 이대로 오피스텔에 가면 아무나 불러 박아댈텐데 당장은, 아니, 기분상 오늘은 하고 싶은 맘은 쥐알태기도 없었어. 야속하게도 몸은 아니었지만 말이야.

    이젠 아예 초연해서 짜증도 나질 않아. 후우. 땅이 꺼져라 한숨 푸욱 내뱉은 엘사는 힐끗 백미러 안을 살펴봤어. 그러자 단내가 코를 간질였지. 약 3시간 전인 모든 일의 시발점을 떠올린 엘사는 체념했어. 내 액운의 시작은 커피를 저 기집애한테 들이부은 순간부터 시작되었으니 다 내 탓이요, 그리고 그 커피를 맞은 저 기집애 탓이로다. 가는 길에 물에 빠진 생쥐꼴로 나돌지 않았다면 이렇게 시간낭비 에너지 허비하고 있지 않겠지. 유익한 시간에 쓰고 있을테니까. 낮잠 처자든 쇼핑하든 뭐하든 쟤랑 지내는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야 훨씬 낫겠지.

    “언제까지 집에 못 들어가?”

    밀폐된 차 안이라 그런지 엘사 성량은 제법 맹렬하게 들렸어. 가라앉는 기분에 무망중 언성이 높아지고 말았지. 본인 고막에 자극이 갈 정도였어. 갑자기 엘사가 말을 걸자 안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고갤 번쩍 들어. 룸미러로 줄곧 저를 응시중인 엘사의 매서운 눈과 마주치자 흠칫, 호랑이와 눈이 마주친 토끼마냥 안나는 눈을 또로록 떨궜지.

    “건물주 아, 아저씨가, 전화주-, 줄 때까지요.”

    “…너 말 좀 그만 더듬거려라. 진짜 듣기 짜증나니까.”

    “죄, 죄송합니다아-.”

    카페에서랑 그딴 달동네에서랑 똑같은 말을 토씨 하나 틀린 거 없이 똑같이 하네. 저 죄송하단 말만 몇 번째인지. 이젠 저 죄송하단 말도 신경을 박바리 긁어대.

    “넌 죄송하단 말을 아주 달고 사는구나? 구질구질하게.”

    “아니에요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조금 전까지만 해도 토씨 하나 다 똑같이 했는데.”

    “전 구질구질하지 않단 말이에요….”

    “….”

    기어들어가는 말꼬리와 함께 수그러지는 붉은 머리통이 백미러 구석에서 사라지자 할 말이 없어졌던 엘사는 이내 코웃음치고 시선을 정면으로 내렸어. 안전벨트 메고 시동을 거는 동안 뒤에서 숨죽여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지. 우나? 일순간 놀란 얼굴로 움찔했지만 이내 심드렁한 표정으로 내가 뭔 상관, 무심히 넘어갔어. 쟤가 처울든 말든. 내 잘못도 아닌…가? 아 몰라. 짜증나게 왜 저딴거나 생각하고 있어 나는. 진절머리치며 엘사는 신경질적으로 액셀이나 콱콱 밟아댔지.

    말끝 늘어뜨리는게 옹알이하는 애새키 같아서 실증났어. ‘죄, 죄송합니다아-.’ 운전하려는데 귓전에서 아까 울먹이는 음성이 환청처럼 들리자 엘사의 완벽한 이목구비는 완전 똥 씹는 얼굴이 됐지. 단도진입적으로 엘사는 어린애들 싫어해. 골 울리게 빽빽 소리나 지르고 잉잉 처울어대는 종합체, 싫어하는 걸 넘어서서 어린애들 극혐하는 편에 속했어. 사람들이 갓태어난 애들 보면 막 귀엽다는데 당최 어디가 귀여운지 전혀 모르겠단 말이지. 친척들이 네 조카라며 안아보라며 보채도 절대 안아본 적 없어. 서민들 세상 참 서글프게 애기들도 심지어 동물들도 사람 외모 가리지. 눈은 있어가지고 고귀한 미모를 가진 엘사에게 들러붙는 애들이 적진 않았어. 물론 어린애라고 봐주지 않는 엘사 성격머리가 시베리아 서릿발보다 차갑고 냉랭해서 죄다 눈물콧물 다 쏙 빼버리고 말았지만.

    “야, 너 차라리 말을 하지 마.”

    “….”

    “난 단순히 커피랑 너 칠 뻔한거 때문에 이러는 거니까 시답잖은 기대하지 말고 얌전히-.”

    뭔 기대. 무슨 기대. 자기가 말해놓고도 어이가 없었는지 엘사는 멈칫하더니 입을 꾹 다물어버렸지. 왜 많고 많은 단어 중에 왜 기대라 한 거지. 백미러에서 시선을 떼고 정면만 주시했어. 구질구질한 주제에 쓸데없이 길고 산 경사로를 지나 원룸촌 행길을 드디어 벗어났지. 바다처럼 탁 트인 차도로 나왔어. 그런 곳에서 도대체 어떻게 살지? 얼핏 봤던 안나의 자취방이 문득 각막 위로 떠오르자 탄식에 가깝게 혀를 찼지. 괜히 빨간불 신호만 노려보다가 아까 다문 입을 다시 열었어.

    “아무튼, 병원 치료 받고 얌전히 내 집에서 머무르다 연락오면 조용히 나가. 인사도 하지 마. 그땐 안 데려다 줄테니까. 알았어?”

    또 다시 차 안에는 30분 전보다 시린 정적이 내려앉았어. 대답이 없어 엘사는 흘끗 룸미러로 눈길을 던졌지. 거울 구석에 옹송그린 붉은 머리가 보여. 말하지 말래서 대답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었는데.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엘사가 무섭기만 한 안나는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만 크게 끄덕끄덕이고 있었어. 두 번째로 엘사의 벤틀리 뒷자석 올라탄 안나는 아직도 커피를 뒤짚은 쓴 몰골인 채 잔뜩 주눅들어있었지.

    “누가 보면 내가 너 팔러가는 줄 알겠다.”

    아무 의미없이 그냥 던질 말인데 역효과로 안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더 뻣뻣해지고 말았지. 나무장작이야 뭐야 저거. 또 잔뜩 긴장으로 굳어있는게 선인장 가시마냥 솜털이 쭈뼛쭈뼛 곤두서 있었어. 아직 날이 엄청 덥지 않은데 이마 가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있고 말이야. 엘사는 칫, 양눈썹을 꾸물거리듯 굽이치곤 운전에나 집중하기로 결심했지만 1분도 가지 않았지. 달척지근한 카페모카 냄새가 안나로부터 진하게 분무했거든. 이러다 차에 냄새 배는거 아닌가. 당분간 벤틀리 말고 까만색 BMW나 몰고 다녀야겠다 싶었지. 지하주차장에 엘사 소유차만 해도 4대야.

    겉보기와 달리 의외로 엘사는 단걸 좋아했어. 아무튼 몇 시간동안 계속 단내만 맡고 있으면 단거에 환장하는 사람도 머리 아프길 마련이지. 게다가 음식물 냄새가 아끼는 차 내부에 베이겠는데 환영할 리가 있겠어. 그래도 엘사가 안나를 거의 강제적으로 태워준 이유는 간단해. 자업자득이라고, 안나가 뒤집어쓴 커피물은 제가 부어버린 커피인걸. 내가 아무리 막 나가도 지킬 건 다 지킨다니까. 최면걸듯 중얼거리던 엘사는 문득 생각난 것이 있었어. 90도 가까이 굽이진 도로 어귀에 이르자 핸들을 오른쪽으로 부드럽게 돌리며 의미심장하게 낮은 어조로 말했지.

    “……그리고 너,”

    “?”

    “오늘 있었던 일, 다른 사람한테 떠들고 다니면 진짜 죽여버릴 줄 알아.”

    “….”

    이젠 어색한 침묵이 흘러. 또 다시 고간에서 묘한 잔류가 되살아나. 말해놓고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진 엘사는 목 아래가 후끈 열이 달아올라버렸지. 안나가 줄인형마냥 목이 부러져라 고갤 끄덕끄덕끄덕끄덕이는 걸 알면서도 괜스레 빼액 소릴 질렀어.

    “시발, 대답 안 해?!”

    “네, 네! 절대 말하지 않을게요!”

    찰나의 돌풍이 몰아쳐 지나간 듯 차안에선 엘사의 고함과 안나의 필사적인 외침이 웅웅 차체 안을 맴돌았지. 하아. 지친 엘사는 두 손으로 잡았던 핸들에서 차창쪽에 가까운 손을 내리고서 팔꿈치를 유리창과 차문 사이의 작은 틈에 얹고 턱을 굈어. 후우. 오늘 몇번째인지 모를 한숨만 나와. 습관마냥 다시 룸미러를 시선을 돌리자 안나는 아예 로봇이 될 생각인지 나무장작 같이 굳은 몸으로 창문만 주시하고 있었어. 그리고 시계바늘이 멈춘 듯한 침묵만 묵직하게 대류해. 숨 쉬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은 분위기라 둘은 마른침만 삼키기만 했어. 엘사는 저 멀리 높은 탑처럼 보이는 자신이 거주하는 오피스텔이 보이자 안나를 데려가고 있다는 게 실감나지도 않고 믿기지도 않아. 어떻게 쟤는 주변에 신세 질 친구도 없다니. 친구 없는 건 엘사도 마찬가지지만 가진게 많다 못해 넘쳐나서 딱히 필요하지 않았어. 안나를 간단히 스캔해도 답이 나와. 속절없이 이용만 당하는 호구겠구만. 전에 자신이 그러했듯 귀찮은 조별과제는 만만해 보이는 찌질이에게 몽땅 다 넘겨버렸지. 조금만 몰아붙이면 금세 벼랑 끝까지 밀리고마는 초식동물.

    말없이 액셀만 밟다가 저 앞에서 길을 가로막으려는 신호등이 초록불에서 노란불로 옮겨졌어. 어차피 다른 차도 없이 도로가 한적해서 엘사는 무법자를 행세하듯 빨간불이 됐어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지. 마치 신호등이 없는 것처럼 거침없이 차를 몰았어. 달리면서 계속 짜증나고, 싱숭생숭해. 매일매일 집 같이 드나녔던 아주 익숙한 길인데 지금 이순간만큼은 생전 처음 와보는 것 같아. 이 미묘한 위화감의 원인은 바로 제 뒤에 있었어. 아직도 로봇마냥 굳어있는 안나. 이젠 운전석쪽 사이드미러 구석에 거무죽죽히 젖은 붉은 머리와 창백해진 뽀얀 얼굴이 조그맣게 보였어. 엘사는 가만히 주시해. 가느다란 선을 그린 짙은 검은 한쪽 눈썹이 살짝 추어올라갔어. 파도 한점 없이 고요한 북극해를 담은 새파란 눈동자가 그윽한 안광을 띄웠지. 코끝을 간질이며 살랑이는 달척지근한 커피 냄새의 농도가 더더욱 짙어졌어.

    “…….”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약 30분 전, 오후 4시 52분##

    안나가 산다는 원룸촌, 달동네 드빌 타운은 생각보다 학교에서 멀었어. 근처라 했는데 차 타고 학교 정문을 지나 한참 직진하고 아스팔트로 된 비좁은 비탈길을 오르고서야 원룸촌 어귀에 도착할 수 있었지. 딱 봐도 차 두 대가 나란히 주행하기 불가능한 너비 좁은 거리에 엘사는 여기까지 왔으니 안나에게 얼른 내려서 집에 처들어가라 날선 어조로 읊조렸어. 역시나 한번 말하는 걸로 안 돼 엘사가 바락 소리지르자 안나는 호랑이굴에서 구사일생 탈출한 토끼마냥 뒤꽁무니 빠지게 뛰어내렸지. 멀어지는 뒷모습 보면서 엘사는 드디어 내 운 다 빼앗아간 역마살이 떠나갔구나 후련해했어. 그런데 아직 재수가 옴붙어있었지. 되돌아가려면 차를 돌려야하는데 유턴할 공간이 마땅치 않았거든. 후진으로만 그 기나긴 비탈길을 주욱 내려가든가, 아님 저 험난한 미궁 같은 원룸촌에 입장하고서 빙빙 돌아서 나가든가.

    두 갈래만 나뉘어진 선택길에 엘사는 실시간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느낌을 여실히 받았지. 이마에 핏줄이 뿌득뿌득 튀어나와 혈관이 터질 것 같았어. 핸들에 한참 머리 박고 있었던 엘사는 스멀스멀 발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울화증에 클락센을 주먹쥔 양손으로 벤들리 로고 엠블럼을 미친듯이 내려치 시작했지. 빵-! 빵빵-! 빵! 빵! 빵빠빵!! 자동차 경적소리가 엘사의 화통을 고스란히 드러내줬지. 그것도 모자라 진회색 로퍼 신은 발로 마구 발장구쳤어. 액셀랑 브레이크를 연달아 밟았지. 차체가 들썩들썩 시끄럽게 흔들려. 나아갔다가 멈추고 움직였다 급정거하고. 자칫 잘못하면 사고날 상황인데 엘사는 그런건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았어.

    “아아아ㅇ악아강ㄱ악가악아악악아아ㅏ아아아아아ㅏ아ㅏ아강강ㄱ아ㅏ아악-!!! 시발시발시발!! 오늘 존나 시발! 좆같은 하루네 진짜아아아아ㅏㅏ악!!!”

    이제 짜증날 힘도 없을 거라 생각했건만 오산. 후진은 잘 못해. 그럼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어. 그래, 비록 애용하는 승용차지만 이까짓거 몇 백대 구할 자금은 있어. 내 스트레스 풀겸 차가 스크래치 투성이가 된다 하더라도 달려주마. 스타트 신호 직전의 레이스 선수마냥 살벌한 눈빛이 된 엘사는 거침없이 액셀을 밟았지. 운전석에 몸이 튕겨질만큼 강한 반동과 함께 벤틀리가 부아앙 거뭇칙칙한 시멘트 회색이 난무하는 드빌 타운 안으로 들어섰지. 안나가 사라졌던 방향으로 말이야.

    어귀에서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드빌 타운은 엘사가 이제껏 본 입주지 중에 시설이고 뭐고 보안마저 최악 중에 최악인 곳이었어. 여기서 사람이 위험없이 살 수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치안보안은 정말 취약할 거 같아. 음식물 쓰레기와 분리수거 하지 않은 각종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어 자동차 차창을 내리지 않아도 악취가 시각적으로 맡아져. 가는 길마다 사거리로 길이 펼쳐져 있어서 생각보다 쉬이 차머릴 돌릴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지. 빨리 돌려서 집이나 가ㅈ-.

    “악!”

    모퉁이를 바로 돌자 튀어나온 허연 인영에 정말 간 떨어지게 놀란 엘사는 꽥 괴성을 질렀지. 급정거해서 다행히 사람을 치진 않았지만 상대방도 놀랐는지 차 앞에서 풀썩 넘어졌어. 안도하는 동시에 엘사는 그냥 이둔이 떠올랐지. 엄마 나 오늘 진짜 죽는 날인가봐…. 아크다르야 뭐. 그 잔소리쟁이 망할 영감, 보고 싶지도 않고 떠올리고 싶지도 않아.

    진짜 이마 옆쪽에 십자가 선으로 핏대 선 엘사는 차창을 내리고 얼굴만 내밀고는 돌풍마냥 맹포하게 일갈했어. 코를 화악 찔러오는 찌릿한 쓰레기 냄새에 엘사의 얼굴은 더 무참히 험악해졌지. 여긴 낮 시간대도 해가 진 것마냥 그늘져서 습기가 더 해져 갖가지 종류가 뒤섞인 쓰레기 악취 때문에 코로 숨쉬기 힘들었거든. 만약 엘사가 비위 약했다면 곧바로 구역질 했을지도.

    “저년이 머가리가 돌았나, 눈 똑바로 안 뜨고 다녀?!”

    “…으우…죄, 죄송합니다아ㅠㅅㅠ”

    허. 차 앞에 주저앉은 사람의 얼핏 보이는 뻘건 정수리에 엘사는 질린다는 얼굴로 혀를 찼어. 진짜 돌겠네. 또 쟤다. 엘사는 멈칫하더니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민 채 주변을 휙 휙 살펴봤어. 이 근처가 쟤 자취방이 있나봐. 근데 저건 들어가려는게 아니라 건물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데. 알게 뭐야. 빨리 비키라고 엘사가 클락센을 빵 빵 빵 울려댔지. 클락센이 쩌렁쩌렁 소리지를 때마다 안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몸을 들썩여대. 천둥처럼 우렁찬 경적 소리가 조용한 드빌 타운 안에서 맹렬히 메아리쳤어.

    “빨랑 집에 들어가! 안 비켜?”

    “저, 그게.”

    “또 뭐.”

    “…오른쪽 발, 접지른 거 같아요.”

    그냥 차로 저 기집애 밀어버릴까. 일순간 강렬한 충동을 느꼈지만 엘사는 어쩔 수 없이 차에서 내렸지. 운전석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처량하게 넘어진 안나에게 자박자박 다가갔어. 아주 생쇼를 다 한다. 내가. 이제 보니 옷은 그 더러워진 아이보리색 원피스가 아니라 짙은 카키색에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7부 트레이닝 바지였어. 근데 머리는 거무죽죽한 자국이 그대로인게 이상해서 엘사는 한쪽 눈썹을 날카롭게 치켜올렸지. 신발은 한쪽이 벗겨져 있었는데 회색 깔창에다 연두색 끈이 달린 쪼리였어. 맨발. 아무래도 자취방에 들렀다가 급히 나온 행색인데.

    “무슨 꼴이니, 너?”

    이때까지 엘사는 안나 이름을 몰랐지. 안나는 엘사 이름과 정체도 알고 있었지만. 저를 찍어누르는 눈빛에 안나의 시선은 땅으로 떨어졌지.

    “급히 나오느라 이렇게 됐어요.”

    “그런 것 같은데 이유가 왜.”

    “건물주 아저씨가 잠깐 나가있으라 해서….”

    “뭐?”

    그러니까 사연은 이래.

    이렇게 허름하고 보안이 취약한 원룸촌이지만 위치가 나름 수도권이라고 장난 아니게 비싼 바람에 안나는 제일 값싼 방 중 컨테이너 박스로 불법개조한 옥탑방에서 사는데 씻으려고 들어갔다가 건물주가 갑자기 보조키로 문 따고 처들어와서는 화장실에 있는 안나한테 미안한데 잠깐 나가있어야 될 거 같다 그랬어. 누가 안나 자취방인 옥탑방을 신고한 거야. 몰색이 거의 창고나 다름 없어서 잘만 꾸며내면 진짜 창고로 둔갑시킬 수 있기 때문에 건물주가 안나 보고 막 나가라 한 거지. 계약할 때부터 이런 일은 감수하겠다고 그랬으니. 법적으로 아무 소용없는건데 말이야. 아무튼 허둥지둥 옷만 갈아입고 나왔어. 그 순간 엘사 차에 치일 뻔한거고.

    “너 참 가지가지 한다 진짜.”

    “저도 이러고 싶진 않단 말이에요…힝.”

    가만 들어보니 얘 꼬박꼬박 말대꾸 하네. 그리고 힝이 뭐야 힝이. 지가 귀여운 줄 알아? 정말 뭐 같다는 볼근육이 툭 도드러질 정도로 표정이 굳은 엘사는 이 달동네 특유 텁텁한 습기 때문에 더 신경질났어. 고개는 떨구고 있지만 설핏 보이는 저 기집애 낯짝을 보니 정말 ‘ㅠㅁㅠ’ 이런 표정이었어. 이모티콘이 따로 없구만.

    “그만 칭얼대고 일어나.”

    “오른쪽 발 접지른 거 같-.”

    “아 도와줄테니까 일어나라고, 쫌!”

    클락센으로 몰아붙일 때보다 몸이 펄쩍 뛰던 안나가 위에서 내려오는 엘사 손을 정말 조심스레 뻗었어. 엘사 손에 독침이라도 있다 생각했는지 몰라도 정말 망설이는 기미를 내보였지. 결국 엘사가 먼저 안나 왼쪽 팔뚝만 잡고 팍 잡아당기며 일으켜 세우는데, 이거 카페에서의 일이 그대로 파노라마처럼 엘사의 뇌리를 스쳐지나갔어. 내가 오늘 아주 버라이어티 한 이벤트를 겪는구나. 이딴 거면 전혀 달갑지 않아. 축구선수처럼 뻥 걷어차고 말테다. 특히 아침부터 꾼 페니스 물어버린 여우꿈도 두번 다시 꾸고 싶지 않단 말이다. 웃기기는커녕 기분만 잡치고.

    그런데 오늘의 운수는 저기서 끝나지 않았지. 또 다른 이벤트가 남았거든.

    “거 일어나는데 백년 걸리겠네, 빨리 안 일어나?”

    “어, 어어-!”

    아무리 그래도 한쪽 발목을 접지른 여자애를 한손만 잡아 일으키려는 건 악력이 센 엘사라도 무리였지. 안아주면서 그랬음 몰라. 카페에서처럼 무작정 한쪽만 잡고 난폭하게 부축-인가 아닌가-한게 실수였어. 안나가 비틀거리다 엘사 품 안으로 고꾸라졌는데 당황한 엘사는 뒤로 넘어가 카페에서의 안나처럼 엉덩방아 찧어버렸지.

    “흐익, 괜찮아요? 머리, 머리 다치지 않았어요??”

    “으~ 존나 아프네. 야야, 비켜. 머리 안 다쳤어.”

    엘사쪽으로 넘어가서 안나는 엘사 몸이 에어백 역할을 했기 때문에 충격 외론 타격이 없었지만 엘사는 등까지 아스팔트 바닥에 부딪히며 넘어졌어. 반사적인 행동 덕분인지 머리는 찧지 않았지. 엘사 머리가 붕 떠 있자 안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가 문득 오른손에 닿는 물컹하면서 묵중한, 이상한 촉감에 표정이 미묘해졌어.

    “야 뭐해, 좀 떨어…”

    엘사가 한껏 얼굴을 찌푸리다가 제 가슴팍 위에 뜬 안나 표정이 이상해지자 뭔가 싶었지. 그리고 뒤늦게 정확히 청바지의 밑위에 얹어진 손이 느껴졌어. 안나는 혼란스러운지 엘사랑 거기랑, 눈짓으로 번갈아보고 있었지. 손 안에 느껴지는게 너무나 불툭했거든. 여자라면, 어…이렇게 불툭하니 나와있진 않을텐데.

    헐.

    “…져! 당장 떨어져!”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안나는 꽤 놀란 듯 혼란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 하지만 저 커피냄새가 풀풀 풍기는 머리와 하마터면 제 차에 치일 뻔해서 오른쪽 발목을 접지른 안나를 두고 가긴 찝찝해서 엘사는 위처럼 자기 집으로 향했답니다. 보통 병원을 먼저 갈텐데 너무 냄새난다며 머리 씻고 가자 그랬죠.

  12. ㅇㅇ 2015.07.22 15:18 삭제

    내가 엘사였어도 발암일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하루죙일 엮이네
    그나저나 분량 개꿀 존잼 꿀잼 ㅋㅋㅋㅋㅋ굳굳
    나 앞부분에서 엘사 양성인거 들켰다길래 내가 빼먹고 읽엇나 위에 다시 읽고 옴 ㅋㅋㅋㅋㅋ
    노양심 참참못 한번 시전해본당… 담편 빨리와 ㅜㅜ

  13. ㅇㅇ 2015.07.22 15:30 삭제

    나도 뒤에 나오는줄 모르고 빼먹고 읽었나 하고 전체 다시 읽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4. ㅇㅇ 2015.07.23 00:48 삭제

    ㅋㅋㅋㅋㅋㅋㅋ엘사 재수 옴 붙었넼ㅋㅋㅋㅋㅋㅋㅋㅋ

  15. 흥선 2015.07.23 08:30

    이쯤되면 엘사가 안쓰러워보인다ㅋㅋㅋㅋㅋㅋ 예지몽 개쩔어ㅋㅋㅋㅋㅋㅋ 이제 엘사네 집가서 안나 덮덮하나요

  16. ㅇㅇ 2015.07.24 16:50 삭제

    왜 안옴 ㅠㅠㅠ???

  17. ㅇㅇ 2015.07.26 15:20 삭제

    존잼이다 진짜ㅋㅋㅋㅋ존좋ㅠㅠ빨리와용

  18. 마룬CK 2015.07.28 01:00

    삭제할까 고민했는데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 미완결 바벨이 많아서 괜히 게시판 자리만 차지하는것 같고. 쓰다만게 있는데 올리기도 어정쩡해서.. 중단함.

  19. 흥선 2015.07.28 13:26

    삭제는 하지마ㅜㅜ 종종 읽는단말야ㅠㅠ

  20. ㅇㅇ 2015.07.30 12:54 삭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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